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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칼럼
  • 입력 2020.08.18 09:00
  • 수정 2022.12.26 17:59

[멘토리칼럼(7)] 나는 ‘망한 동네’에 삽니다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멘토리 제공)

“정선이 폐광지역이라고 불리고 있다 보니 우리 동네는 망한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정선에서 만난 친구가 한 말입니다.

청소년 크루와의 첫 만남에서 저희를 설명할 때 ‘농산어촌 청소년’이라는 말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될 때마다 미안함을 표합니다. 사는 지역, 특히 농촌, 산촌, 어촌, 도서산간 지역, 폐광지역, 접경지역이라는 수식어가 지역의 이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 소도시들은 청소년들에게 우리 동네가 낙후되고, 망해가는 동네라는 인식이 강하게 들게 합니다.

보통 지방자치법 7조 1~3항에 따라 경제적 조건(지방세 납세액), 인구요건(인구밀도, 인구증가경향, 시가지 거주인구비율, 도시적 산업종사가구 비율)을 ‘도시’의 기준으로 삼아 도시와 농촌을 구분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건 너무 복잡한 이야기고,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지역의 수식어는 그 지역의 대표 산업이나 특성이 강하게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식어에는 더 강한 편견이 숨어있고요.

예를 들면 정선, 태백, 영월, 삼척 4개 도시는 어려워진 폐광지역을 부흥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폐광지역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농촌이라는 말도 청소년들에게 썩 좋게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폐광지역, 군사 접경지역, 도서산간 지역이라는 말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넘어서 우리 동네에 대한 가능성을 아예 접어버리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정한 특별법이었지만 이 수식어가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동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큰 요인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이런 수식어가 꼬리표가 되어 지역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유년시절 “너는 강남 사는구나”라는 말을 들으면 으쓱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냥 강남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부유함’이나 ‘있어 보인다’라는 허세가 철없던 시절의 저에게는 동네에 대한 프라이드와 긍정적 기억을 주었습니다.

지역의 수식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의성, 군위, 고흥군에서는 지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인구 소멸 위험 도시’라고 지역을 소개합니다. 거제는 ‘몰락한 조선업의 도시’를 살려야 한다며 지원을 요청합니다. 이렇게 지원을 받기 위해서, 때로는 지역을 알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이런 말들이 지역의 미래 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더군다나 모든 소도시들이 외부의 청년들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는데, 지역의 수식어를 저렇게 부정적으로 붙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뜨고 있는 로컬씬에서는 '지방'이라는 단어도 잘 쓰지 않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나는 oo에 살아’라고 했을 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동네가 나왔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신 도시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무엇인가요? 그것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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