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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칼럼
  • 입력 2020.09.04 09:00
  • 수정 2022.12.26 17:57

[멘토리칼럼(12)] 동네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멘토리 제공)

농산어촌을 다니다보면 젊은 사람들은 반드시, 꼭, 필수로 지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나 마을 교육 프로그램에 꼭 역사 알아가기가 들어가 있어요.

백번 동의하는 내용이지만 방식에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너무 재미가 없고, 어른들의 방식으로 ‘반강제’로 주입시키는 과정 덕분에 역사의 ‘ㅇ’만 꺼내도 청소년들은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 왔어요. 전달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요. 어른이 설명하고 아이들은 가만히 듣는 방식은 학교 밖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경험한 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일제강점기까지는 마음으로라도 공감할 수 있었지만, “몽골 침략에 고생한 우리 조상님들의...” 절레절레. 그 이전의 역사는 이런 방식으로는 와 닿지 않아요. 예를 들면 강화도는 연산군의 유배지를 중요하게 다루며 유배지를 돌면서 역사를 해설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강화의 다음 세대들은 이걸 어떻게 풀었냐면 먼저 “연산군 맛집 지도를 그려봐요”라는 발상으로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강화 이곳저곳에 거처가 있었던 연산군은 뭘 먹었는지, 국회의원들 카드내역으로 찾은 맛집처럼 풀어내면 어떨까요?”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어른들은 어이 없어했죠. 하지만 청소년들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정사와 야사를 꼼꼼하게 살피며 연산군의 유배지 이동을 조사하고 지역의 제철음식과 매칭 하는 상품을 기획했습니다.

철종의 사랑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평민처럼 살던 철종이 갑자기 왕이 되고 평민이었던 연인을 비(妃)로 불러들이려다가 외척세력이 암살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케케묵은 이 이야기는 영화, 드라마, 웹툰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다음 세대들은 이제 읽고 듣는 것을 넘어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철종과 외척과 연인 간의 심리를 반영해 룰을 만들고 무대를 강화도로 설정해 강화 곳곳을 소개하는 보드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성세대가 전하고 싶은 지역의 역사와 가치, 다음 세대들이 생각하는 역사의 중요한 의미는 결코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알맹이는 그대로 두고 다음 세대들이 좋아하는 포장지로 다시 포장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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