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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랑_이야기(9)] '로컬은 건강하다'라는 믿음

미국에서 온 에어비앤비 게스트와 함께 먹을 요량으로 짜파게티를 준비한 적이 있다. 환영인사를 하고 야심차게 짜파게티를 보여줬는데, 게스트에게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들었다. 짜파게티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것이다.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걸 확인하곤 미안하단 말과 함께 자긴 채식주의자이기에 먹을 수가 없다고 했다. 대신 게스트가 오는 길에 사온 과일을 함께 나눠 먹었는데, 이토록 채식의 삶을 지켜나가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거닐면서도 건강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모든 미국인이 그렇지는 않지만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미국 서부 대도시의 사람들은 건강식과 운동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파이낸셜 스트리트처럼 고소득 직장인이 있는 구역에선 점심시간임에도 짐에서 러닝머신을 뛰고 있거나 야외 노상테이블에서 샐러드나 샌드위치 등으로 간편하게 점심을 때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스위트그린 매장 (양화랑 제공)

◇풀떼기를 힙하게, 스위트그린(Sweet Green)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거닐다 보니 스위트그린(Sweet Green)이라는 세련된 샐러드 전문점이 보였다. 스위트크린의 매장은 하나같이 샐러드매장 같지 않은 세련된 디자인과 감성이 돋보였다. 맥도날드처럼 모든 매장이 동일한 형태가 아니었다.

‘우리 고객들은 스위트그린으로 가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스위트그린으로 갑니다.’

“Keeping it real"이라는 스위트그린의 가치에 따라 각 매장에는 지역의 스토리와 개성이 담겨있다. 매장 역시 로컬의 지역성이 반영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샐러드 재료들은 그 지역의 어느 로컬농장에서 왔는지 일일이 표기하고 매장에는 지역의 아티스트 작품을 걸기도 한다. 로컬농장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은 스위트그린의 비즈니스 핵심이다. 그래서 새로운 도시로 진출할 때 제일 처음으로 그 도시의 로컬 농장을 찾는다. 이를 위해 1년 전부터 해당 로컬 농장과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관리하기 위한 팀을 보낸다고 한다. 사업초기에는 지역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기 위해 교육과 공연도 기획해왔다. 200명 남짓이 참여했던 행사는 이제 2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로컬의 대표 페스티벌로 성장했다.

샐러드 재료를 공급하는 시스템부터 매장 인테리어와 커뮤니티까지 샐러드그린의 모든 과정과 배경에는 ‘로컬’이 있다. 스타벅스처럼 모바일 앱 주문도 가능해 편리성까지 갖추고 있어 합리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겐 아주 매력적인 브랜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홀푸드 마켓 (양화랑 제공)

◇“We love local”,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피곤한 일정을 마치면 하루를 맥주로 마무리하곤 했는데, 홀푸드마켓을 자주 갔다. 홀푸드마켓은 유기농만 취급하는 슈퍼마켓 브랜드인데 2017년도에는 아마존이 인수해 화제가 되었다. 인수 이후 아마존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하기도 했던 찰나라 마트에 들릴 때마다 유심히 매장을 둘러봤다.

매장에선 아마존의 아우라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마존 프라임(배송 구독서비스)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주는 10% 추가 할인이라든지,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매장에서 픽업한다든지 반품이라든지 여러 서비스가 보였다. 아마존의 장점을 오프라인 매장과 적절히 연계해서 홀푸드마켓의 충성고객이라면 아마존 프라임 고객으로 전환할 동기가 충분해 보였다.

매장을 둘러보며 신기하게 느꼈던 건 로컬 제품들에 눈에 띄도록 ‘Local‘이는 별도 표기를 해 둔 점이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손이 가도록 만든 것이다. 우리 같은 외지인은 대다수의 제품이 낯설기에 로컬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힘든데 ’Local‘ 표기와 생산자에 대한 안내는 상당히 친절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지역마다 다른 로컬 제품을 경험하는 쇼핑의 묘미도 있었다. 워낙 원료의 종류와 맛, 향이 다양하다보니 매일 다른 제품을 소비하면서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아가는 재미가 컸다.

또 이렇게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서 로컬 농장에서 만든 신선한 식재료와 과일, 유기농 제품을 보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한편으론 수많은 고객들이 건강한 식재료와 환경에 대해 고민만 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느꼈다. 마냥 미국의 환경과 시장을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내가 세운 기준과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기 위해 작은 노력을 하나씩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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