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특집은 로컬 콘텐츠입니다. 이번 회는 <우리동네스토어>라는 로컬 영상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비디오트럭 정광석 대표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가게가 없어진게 너무 아쉬워 로컬에서 만난 가게들을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안녕하세요. 오늘은 비디오트럭 정광석 대표님 모셨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 또는 로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영상으로 비디오트럭 많이 보셨을 거예요. <우리 동네 스토어>. 처음에 영상만 봤을 때는 일본 사람이 만들었나 생각했어요.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가게 정면이 보이고 그 앞에 운영하시거나 서비스 하시는 분들이 정직하게 서 계시잖아요. 그걸로 보통 인트로가 시작 되니까.
◎비디오트럭 정광석 대표(이하 ‘전’): 제가 일본 영상을 전반적으로 좋아해요. 영상 제작하는 친구들 대부분 어느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특히 요즘 트렌드가 미국 쪽에서 넘어온 게 많아요. 그런데 저는 잔잔한 걸 선호하다 보니 일본적인 영상들을 많이 보고 레퍼런스로 삼거든요. 그러다보니 그런 게 자연스럽게 묻어 있는 것 같아요.
◇윤: 비디오트럭에서 작은 소상공인들의 가게를 담기 시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정: 2016년도에는 광고도 자극적인 것들이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저는 영상업일을 하면서 그게 싫었어요. 잔잔하고 심플한데 사람들한테 영향력이 있는 영상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서 <비디오트럭>을 만들게 됐어요. 그러면서 디지털 매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좀 더 아날로그적이고 일반적인 감성들을 전해보자. 그리고 의미 있는 걸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뭘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당시 제가 좋아했던 가게가 많았는데 사장님들과 대화했던 게 생각이 나서 영상으로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했어요. 막연한 생각이었죠.
제가 정말 좋아했던 가게가 있었는데 문을 닫았어요. 그런데 제가 자주 가던 공간이 없어지니까 너무 아쉽더라고요. 누군가 이것들을 기록해놓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당시 저에게 그런 작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고 전주몰이라든지 이런 걸 많이 접하면서 그런 공간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저한테 주제로 많이 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윤: 작은 가게 소상공인들은 거의 1인이나 가족 단위로 경영이 이뤄지거든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자기 업장에 종사해야 돼요. 그러다보니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거든요. 비디오트럭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고 있는 셈이에요. 나와 동종 혹은 이종 가게들을 들여다보고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그래서 적극적이고 스킨십 있는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아카이빙 커뮤니티가 된 거 같아요.
◆김: 대표님 모시고 싶었던 게, 보통 감독님이라고 불리시잖아요? 감독님이 다른 분야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계속 오시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포인트는 저희가 로컬씬이라고 부르는 로컬크리에이터 사회에서 일하시는 영역하고 되게 많이 겹쳐 계세요. 아는 분들도 겹치고 이벤트도 겹치고 그런데 가는 길은 길이고. 그래서 꼭 한 번 모시고 싶었거든요.
◎정: 제가 영상제작자니까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우연찮게 로컬크리에이터들을 만나게 돼요.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 로컬크리에이터-영상제작자 왔다갔다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요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되게 많이 해요.
◇윤: 아끼던 가게가 없어진 것 때문에 아카이빙 차원에서 시작하신 거잖아요. 처음 프로젝트 시작했을 때 오해를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무슨 “생방송OO 나간다”면서 “300만 원을 내라, 500만 원을 내라” 이런 걸 소상공인들이 많이 경험하기 때문에요.
◎정: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처음에 영상이 나오기 전에 저희가 연락을 하면 “그래서 얼마인데요?”라고 묻는 곳이 많았어요. 안한다고 하는 곳도 있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지인을 통해서 같이 갔어요. 처음에 레퍼런스도 없고 뭐도 없어, 부딪혀서 이야기하고 그렇게 세 편을 찍었던 게... 목동에 있는 <연어앤밴>이랑 성산동 <온어락(ON A LARK)>, 망원동 <광합성>이에요. 이렇게 세 편 찍고 나서는 처음에 연락드릴 때 “저희는 무료입니다. 어떤 돈도 요구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맨 마지막에 무조건 걸어놨어요.
◇윤: 요즘 그런 프로덕션도 무료라고 시작해요. 그런데 제작은 무료인데, 편집은 외주업체가 해서 외주편집비용이 발생한다고 해서 가격은 똑같이 300만원이에요.
◆김: 그래도 달라진 게 유튜브에 영상 클립이 많이 올라가 있으니까 보면 만나주실 것 같아요.
◎정: 최근에 한 번 또 까였습니다. 지인 통해 들어봤더니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바로 지웠대요. 아직까지도 인식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
◇윤: 방송 들으시는 분들 중 <비디오트럭> 채널을 보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비교를 해드릴게요. 일단 홍보영상 찍는 데는 대부분 리포터가 와서 들쑤시고 다닙니다. 작가가 붙어서 나름의 클리셰가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맞는 영상을 만들어내니까 거기 휩쓸리게 돼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크리에이티브를 갖고 있는 분들이 아니잖아요. 영상 제작자들이 아니니까 “처음에 내용을 주시면 저희가 만들어 드릴게요” 해도 내용을 못 만들어요. 그냥 와서 휘젓고 가는 거죠.
그럼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하거나 보여야 하는 게 상품과 서비스만 있어요. 그리고 등장하는 사장님이 어떤 사연이 없으면 안돼요. 그런데 비디오트럭은 진짜 가게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거죠. 그렇죠? 저도 경험을 많이는 못해봤지만 그렇게 진정성 있는 영상물을 만드시는데 2분 30초 영상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여서 찍고 구석구석을 담아내야 하잖아요? 한 편 제작하시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나요?
◎정: 우선 촬영은 하루를 해요. 그런데 사장님들한테 최대한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하다보니까 4시간으로 시간을 잡았어요. 30분은 인터뷰 시간으로 무조건 빼달라고 해요. 대신 오픈 전, 마감 후 이렇게 사장님이 편한 시간대로 요청을 드리고요. 인터뷰 끝나면 제가 모든 장비를 철수하고 사장님이 운영을 하시면 촬영을 진행해요. 그렇게 3시간 정도. 대신 손님들 있을 때는 초상권 문제도 있으니까 최대한 피해서 사장님께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촬영 합니다.
지금은 거의 5시간 정도 촬영을 진행하고요. 제가 편집을 하려면 외주 제작을 따로 해야 하거든요. 개인적인 돈도 있어야 해서요. 편집은 이틀 정도 걸려요. 다른 업무도 병행하고 하다 보니까 한 편이 나오는 데는 2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윤: 점포 탐색하고 섭외하는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정: 주말에 제가 돌아다녀요. 제가 그런 걸 선호하고 좋아해요. 따지고 보면 제가 소개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모르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최대한 제가 눈으로 확인하고 제가 가고 싶은 공간들을 최대한 컨택해서 진행하려고 하고 있어요. 사장님들이 가게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그 공간에 넣으시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가게들은 어디를 가도 좋았던 것 같아요.
◇윤: 최근에 올리셨던 작품 중에 하나를 본 게 있는데... 어디 여행가다가 차가 고장 났나 그래서 잠깐 머물렀던 어느 마을에서의 시간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가게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했어요. 사장님이 그때 그 시간을 계속 자기 가게 안에 담아 추억을 영원히 정지시켜놓고 영업하신다는 내용이 뭔가 울림이 있더라고요.
◆김: 방송 들으시는 분들 약간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권리금 장사 하는 곳보다 콘텐츠 있는 곳을 만난다는 뜻입니다.
◎정: <메카이(MACKAY)>는 정말 좋았어요. 4년 정도 양평동이라는 공간에서 계속 운영을 하셨던 거예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동생이랑 같이 갔다가 돌아와서 워홀 때 느낀 카페나 자주 갔던 공간처럼 해보면 어떨까 해서 진행했다고 하더라고요. 되게 신선했고 인터뷰 하는 내내 돈이 많으신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에 “그래서 저희가 처음에 돈 빌리는 걸 시작했습니다”하시는데, 창업이 진행되는 과정의 자기 경험치로만 딱 4년을 살았겠구나 했어요. 그래서 아까 말씀하셨지만 <메카이>라는 이름도 워킹홀리데이 과정에서 힘든 일이 있어서 잠시 쉬었던 공간에서 힐링에 대한 감정이 있었는데, 그 공간을 인테리어 하는 힘든 과정에서 여기가 완성된 순간 그 때 생각이 나서 이름을 정했다고 하더라고요. 되게 멋있었어요.
◇윤: 공간이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라 공간을 만든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본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인스타존, 포토존에서 사진 찍어 올리느라 정신이 없거든요.
◆김: 인테리어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건너 들었는데 인스타그램 포인트를 몇 개 만들어 주세요. 이렇게 처음부터 주문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정: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제가 느낀 공간은 그런 곳이 아니었거든요. 그냥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가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잖아요. 근데 SNS에 딱 한 장, 그 공간이 한 장으로 설명이 된다는 게 저는 너무 아쉬웠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하나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제가 초창기에 찍었던 <프레센트14(2019년 7월 29일 영업종료)>라는 독립책방이 있었어요.
사장님을 인터뷰하고 제가 찾아가서 촬영을 했는데요. 당시에는 시간을 들여서 촬영했던 시기여서 그러다보니 공간에서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 공간이 어느 순간 저한테 되게 익숙해지고 좋아지는 공간이 되잖아요. 그래서 선유도 가면 가게 잠깐 들르고 사장님한테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 작년에 문을 닫게 됐다는 글을 올리셨더라고요. 그날 하루 동안 먹먹했어요. 이별한다는 게 있잖아요? 제가 선유도에 가면 늘 있던 공간이 문을 닫는다고 하니까 하루가 먹먹하고 센치했거든요. <우리동네 스토어>를 만드는 이유인 것 같아요.
◇윤: 제가 오늘 비디오트럭을 아카이빙으로 만들어지는 느슨한 커뮤니티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진짜 그런 사연이 있나 궁금한 거예요. 유튜브 댓글이나 이런 걸로 서로 연결되는?
◎정: 최근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해외에 있는 영상 제작하시는 분이 저한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어요. <우리동네 스토어> 잘 보고 있다면서 영상 제작에 어떤 방식이 좋은 건지 그런 영상을 제작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기술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최근 또 연락이 오셔서 자기가 있는 지역에서 이런 영상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그 분은 그게 미안하셨나봐요. 제가 가진 포맷을 자기가 쓴다고 하는 거니까, 그 미안함을 엄청나게 표출하시더라고요. 저는 좋다고 했어요. 제가 못 가는 지역을 한다면 저는 그냥 그거 올려서 링크 보내주면 제 인스타에 공지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잘 넘어갔거든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이런 영상 제작자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제가 목포도 가고 충주도 가 봤지만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만드는 게 더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 지역을 잘 모르잖아요. 사람의 스토리텔링이야 인터뷰로 드러나겠지만, 영상을 담을 때도 스토리텔링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윤: 영상 제작은 팀으로 하는 거예요?
◎정: <우리동네 스토어>는 혼자 해요. 더 많은 돈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 혼자 감내하며 만들고 있습니다. 자기가 나가 있는 시간을 줄여야 제작비용 같은 게 줄거든요. 촬영 일수를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방법을 고민해보고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윤: 한편으로는 점포 사장님들이 어색해하실 것도 같아요.
◎정: 그래서 저는 한 번 만나 봐요. 어려우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최대한 만나서 인사드리고 먼저 대화를 나눠 봐요. 가면 커피 한 잔 챙겨주시고 자꾸 무료로 뭘 주시려고 해서 그게 조금 부담될 때도 있어요. 제가 기획해서 만드는 거니까 이 분들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잖아요.
◆김: 서로 비슷하실 것 같아요. “영상을 왜 무료로 해주지?” 이러면서.
◇윤: 계속 눈치를 보시겠죠. 끝나고 300만 원 이야기 나올까봐. 식당 하시는 분들 진짜 의심 많이 하세요.
◎정: 그런 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에요. 제가 만드는데 있어서는 다 무료로 진행 하는데 협력해서 뭐 만들자고 하는 건 어느 정도 비용을 주시는 케이스가 많거든요. 그럼 그런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제가 지역 촬영은 부담이거든요. 지역 촬영을 가고 싶은데 한 번 가는 비용이 어마무시해요.
제가 목포 촬영할 때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목포 가게 섭외하고 진행하는 일수를 따져보니 못해도 3일은 가야되는 거예요. 그러면 말이 3일이지 두 가게를 촬영하면 6일을 촬영하는데 배보다 배꼽이라고.. 제가 만들려고 가는 거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저는 제 일이 있다 보니까 이 시간 동안은 제 일을 못 보거든요. 이 걸 만드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은근히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고요.
게다가 당시에 혼자 작업을 하면서 하드가 터진 거예요. 백업도 안 된 상태여서 최대한 살려보니 찍어온 가게 중 절반밖에 못 살린 거예요. 순간 제 돈으로 다 촬영한 게 터지니까 멘붕이 오더라고요. 2020년에 서울로 돌아온 이유가 그거긴 해요. 솔직히 지역에서는 저한테 제안이 왔으면 좋겠어요. 출장비라도 받을 수 있으면 서울에서 하듯이 다녀올 것 같아요.
저는 업체한테는 그 정도의 비용을 다 받는데요. 소상공인한테는 안 받으려고 노력 하거든요. 왜냐하면 저도 경험을 해 봤고,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니 기업체들이 말하는 비용과 소상공인이 말하는 비용은 천지차이더라고요. 그래서 소상공인 분들은 최대한 맞춰드리려고 노력은 해요. 그런데 <우리동네 스토어>는 다른 거니까.
◆김: 지금 두 가지 이야기가 섞이긴 했는데, 원래 본업으로 영상 제작업을 하시니까 규모가 큰 일이 있고, 다음에 여가시간을 갈아 넣으셔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소상공인들과 만나서 무료 촬영을 하고 있다는 말씀 주신 거예요.
◇윤: 말씀 들어보니 정광석 대표님이야말로 최근 회자되는 '로컬 한 칸 띄우고 크리에이터(로컬 크리에이터)'이자 '로컬크리에이터'이기도 한 양면성을 가진 분이네요.
◆김: 해석이 좀 필요해요. 저희가 여러 활동을 하시는 크리에이티브한 분들 중 지역만 대상으로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쉽게 말하면 유튜버인데 지역 촬영만 해요. 그럼 로컬 띄고 크리에이터. 원래 크리에이터시니까요. 그런데 로컬크리에이터라고 한 단어로 붙여 부르는 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로 로컬을 재해석하거나 기회를 찾는 분들을 지칭할 때 부르기로 했어요.
◇윤: 저희가 왜 두 가지 의미를 말씀 드렸냐면 오늘 이야기 나누는 과정 속에 그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어서요. 아까 내가 로컬크리에이터인지 영상제작자인지 좀 혼란스럽다 말씀하셨잖아요. 저희 식으로 풀면 그런 거죠. 크리에이터인데 로컬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건 영상제작자로서의 이야기인 거고요. 여기에 뭔가 아카이빙 자체에서 가치를 만들어내고 돈을 버는 건 아니니까,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비즈니스 할 수 있는 생태계 기초 작업을 해주시는 거라서 그런 면에서는 로컬크리에이터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김: 저 비슷한 사례 알아요. 최근 저희가 대전 소제동에서 창업하신 유준상 대표님 만났거든요. 그 분이 원래 소재동이 핫해지니까 여러 기반 사업을 하시다가 돕기만 할 게 아니라 직접 해야겠다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욕심이 생긴 거예요. 제 느낌에는 정광석 감독님이 그런 여러 상황에 계속 노출되시니까 중간에 로컬크리에이터로 전형된 게 아닐까 해요. 서울에서 크리에이터 분들 모여서 하는 행사도 한 번 하셨잖아요. 책도 내시고.
◎정: 운이 좋아서 제가 영상제작을 하고 있지만, 작년에 기회가 돼서 오프라인 활동을 해볼 수 있었어요. 두세 개 진행하다 보니 그런 것도 좋게 봐주셨어요. 더 많은 크리에이터 분들이 참여해주시고 도와주셔서 그 때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또 그런 활동 하시는 공간 운영하는 사장님 네 분 모셔서 이야기 듣고 싶은 분들 신청을 따로 받아서 토크 콘서트 형태로 진행했거든요. 저는 기획자가 아니라 제작자인데 그런 기회가 생겨서 기획해봤더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제가 못하는 영역이어서 다 부탁을 드리고 했지만 좋게 잘 마무리 됐던 것 같아요.
◇윤: 2020년도 새 시즌은 어떻게 진행해가려고 하시는지?
◎정: 우선 <우리동네 스토어>는 계속 진행을 하고 있어요. 2020년도에는 제가 규칙적으로 업데이트를 못해서 한 달에 두 편이라고 정해놓고 최대한 맞춰서 제작하고 있어요. 새로운 프로젝트로 <플러스8202>을 시작해요. 국가번호 ‘82’, 서울지역번호 ‘02’를 붙인 거고요. 제가 공간 사진을 찍고 한글레터링 하는 친구가 작업을 해서 아카이빙 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 레터링이 우리가 아는 폰트를 다자인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아카이빙은 젊은 세대도 할 수 있다”예요. 젊은 세대에게 쉽게 다다갈 수 있는 아카이빙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을 때 디자인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조금 올드 하지만 한글레터링이 어떨까 생각하게 된 거예요. 저랑 친한 친구가 한글레터링을 하고 있어서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 아카이빙을 더 젊은 세대들이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건데 많이 좋아해 주더라고요. 이걸 계기로 젊은 친구들의 아카이빙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윤: 저희가 오늘 핵심 정보를 전해드렸기 때문에 연락이 많이 오지 않을까... 서울에서 먼저 계속 하다 보면 지방에 크리에이터들이 보면서 계속 교류해 나가면서 뭔가 만들어지면 더 좋죠.
◎정: 저는 이걸 계기로 이런 작업을 하고 싶은 영상크리에이터들이 저한테 연락해서 같이 교류하면 좋겠어요. 이런 작업을 하는 친구는 많지 않으니까 뭉쳐야 한다고 생각 하거든요. 같이 모여서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열려있으니 꼭 DM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