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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린 북콘서트(9)] 로컬을 향으로 표현한다 - <파르품삼각> 황인권 대표

▶지난 8월 20일 로컬크리에이터 커뮤니티 <로컬크리에이터즈> 주최로 진행된 북콘서트 2부에서 진행된 로컬크리에이터들의 발표를 전합니다.

브랜드 컨설팅을 하고 있는 스튜디오 <그레이프 바스켓> 대표 황인권 입니다.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세브란스 어린이 병원 로고도 만들었고요. ‘연세’의 ‘o’과 ‘ㅅ’을 조약돌 2개와 어린아이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충북로컬크리에이터 로고도 저희가 만들었고요. 이번에 <로컬 살다, 배우다>는 저희가 제안 드린 카피였는데 그대로 진행하고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저희가 갑자기 왜 향을 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어요. 요즘 브랜딩에서 가장 큰 추세가 센서리 브랜딩입니다.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는데, 저희는 버벌 브랜딩보다 비주얼 브랜딩을 많이 하다 보니까 언젠가는 이것을 하면 좋겠다는 고민을 늘 하고 있었어요.

저랑 아내가 <파르품 삼각> 대표로 있는데요. 작년 1월 23일에 상해에서 향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서 조향사 분을 만났어요. 저희가 기독교인인데, 지금 250만 명 정도의 기독교인이 교회에 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야기를 나누다가 향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조향사 분이 저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과감하게 나가주시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3월에 한국에 조향하는 회사를 몇 군데 알아보면서 <센토리>라는 회사에서 조향 수업을 들었습니다.

3개월 간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향수의 원료가 되는 150가지 향료들의 향을 맡고 설명하고 써보는 공부를 했고요. 중고나라에서 향수 샘플을 많이 사서 시향을 해보고 12시간이 지나면 어떤 베이스 노트가 남는지 공부하면서 향을 직접 만드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파르품삼각> 황인권 대표  (beLocal)

작년에 저희가 크리스마스 캔들을 런칭하고 싶었어요. 아내는 시나몬 향인 ‘웨이트 홈’, 저는 트리앤베리 향인 ‘오 홀리 나이트’ 이렇게 두 가지를 만들었어요. ‘웨이트 홈’은 약간 달달한 향이, ‘오 홀리 나이트’는 크리스마스 트리 향이 납니다.

그런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두 개씩 2천 세트를 하니까 4천 개의 초가 오더라고요... 저희 사무실이 오피스텔이었는데요. “제조는 이런 거구나”를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그동안에는 다른 공장에 만들어달라거나 인쇄소에 이야기를 했지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었거든요.

여러 가지 시안을 만들고 정리를 하면서 샘플도 만들고 하면서 점차 발전 시켜 나갔는데요. 처음에 인쇄소, 박스 공장과 초안을 만들어 사바리 박스를 만들었는데 고급스럽지 않더라고요. 한참을 상의하고 수정해서 정리했어요. 이럴 때 과감하게 할 건지 단정하게 할 건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단정한 것은 승자의 콘셉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진입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금박·적박·녹박을 아낌없이 써서 다 팔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었어요.

함정이 또 있었습니다. 중국산 유리가 40%가 불량인 거예요. 그런데 불량 제품을 바꿔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문제가 되는 제품만 반품해서 나머지 소량 한정판으로 컬러를 입혔어요.

다음으로는 그 사바리 박스 안에 넣을 고무 스티로폼이 왔는데요. 냄새가 엄청 나더라고요. 다 같이 저희 사무실이랑 옥상에 다 깔아놨어요. 이 때 저희 사모님께서는 “이러려고 시집 온 것은 아니었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웃음) 우리가 넘어야 할 고비라며 넘어갔습니다.

최종 향료는 제조회사에서 받아오지만 원료 배합은 저희가 해야 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 향의 샘플 원료를 만들어 검사를 받았고요. 제품을 판매할 때는 초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친한 포토그래퍼에게 부탁해 상품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렇게 무드 보드를 만들어서 열심히 팔러 다녔죠. 작년에 딱 2,000 세트를 팔고나니 해가 바뀌었는데요...

신년이 됐을 때 새로운 캔들의 재료를 무화과로 하고 싶었어요. 캘리포니아에 있는 어떤 스튜디오가 하는 패키지를 봤는데 느낌이 좋더라고요. 종이와 내추럴 톤으로 가보자고 생각을 했고요. 판매를 하고 나니 피드백도 있었어요.

조그만 캔들을 했더니 큰 사이즈를 찾으시고 뚜껑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뚜껑이 있는 큰 캔들을 준비했습니다. 고객의 니즈에 항상 충실하게 도전하는 노력을 했는데요...

방산시장에 포장물을 주문하러 갔더니 몇 개를 살 거냐고 묻더라고요. 그 때가 2월이었는데 코로나19로 애매한 시점이었습니다. 보통 처음에는 100개~200개를 사는데 “다 팔리지 않더라도 없어서 못 파는 경우는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1,000개를 샀어요. 그런데 6개월쯤 지나니 저희가 2월에 재고를 다 사가는 바람에 제품이 없어서 못 팔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미리 사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제품은 럼주나 진 종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왔는데요, 지난 제품은 박을 많이 써서 스티커를 붙이기가 힘들었어요. 스탶들에게 많이 혼났습니다. 이번에는 압인기를 생전 처음 사서 브랜드를 넣고, 박을 하고, 날짜 도장을 찍고, 누가 초를 부었는지 사인을 하자고 했거든요. 손이 더 많이 간다고 또 혼났지만, 이렇게 해서 800개 정도를 팔았습니다.

디자인도 열심히 했는데 두꺼운 실, 가는 실 여러 테스트를 해보고 결정을 했고요... 디자인을 무화과 모양으로 했는데 저희가 향수 패키지를 엄청 많이 스터디했거든요? 고난 주간에 판매하는 캔들은 묵상을 할 수 있게 필사 노트를 디자인해서 같이 판매도 했고요. 이제는 지속 가능한 패키지에 대해서 고민을 좀 하고 있습니다.

<파르품삼각> 황인권 대표  (beLocal)

저희도 이제 로컬에 진입하고 있는데요. 사실 자의는 아니었어요. 저희가 세 살 된 ‘콩이’라는 슈나우저를 키우는데요. ‘콩이’를 산책시키는 덕분에 저희가 보통 하루에 5킬로를 걷습니다. 1년이면 1200킬로고 3년이면 3500킬로죠. 서울과 부산을 걸어서 왕복하면 5.5번을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 때 주로 걷는 곳이 동네에요. 저희 회사는 삼각지에 있는데요. 그 아래로 한강대교, 서울역, 녹사평까지 ‘콩이’한테 로컬을 끌려 다니게 된 거죠. 초를 만들고 판매하는 와중에도 ‘콩이’와 함께 이태원, 녹사평 뒤쪽을 열심히 다녔습니다. 이태원 경리단길은 새로 생기는 레스토랑이나 가게가 있으면 저희가 가장 빨리 포스팅하는 지역입니다.

이렇게 다니다가 전쟁기념관 바로 앞에 매장이 하나 비어있는 걸 발견했어요. 작업실로 쓰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매장을 얻었고요. 작업실로 쓰면서 다른 서브 브랜드로 아이템 확장을 계속 하려고 합니다.

초 다음으로 차량용 방향제를 하려고 했는데 실패했어요. 다음으로 디퓨저를 해보고 싶어서 알리바바를 열심히 뒤져 중국에서 되게 예쁜 케이스를 찾아 샘플로 받았어요. 그런데 뭔가 수상하더라고요. 찾아보니까 톰딕슨 디퓨저를 그대로 베낀 거예요. 페이스북으로 디자이너 친구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더니 안 하는게 좋겠다고 조언해주어서 겸허하게 접었습니다.

그러니까 캔들로 비즈니스를 넓히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어요. 다른 대안을 고민하던 도중에 ‘콩이’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경쟁사인 캔들 브랜드들이 다 인벌브 됐더라고요. 저희가 다른 브랜드보다 한 5년 정도 뒤에서 쫓아가면서 열심히 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다시 한 번 점프를 한 거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와디즈 성수>도 다녀오고 <에이솝>에서 나오는 룸 스프레이를 보면서 룸 스프레이 시장이 많이 성장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희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브루클린에 있는 <브루클린 캔들 스튜디오>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PF캔들>을 모델로 생각했거든요? 우리나라에 수입 되고 있는 브랜드인데요. 이렇게 로컬에서 유명한 향에 관련된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서 10년 간 매년 상해를 왔다갔다 했는데요, 브랜드 컨설팅이라는 B2B 비즈니스로는 중국 런칭이 쉽게 않겠더라고요. <티엔지빵>이라는 오래된 롱탕이라고 하는데 ‘상해여인’이라는 크림을 팔거든요. 크림에 얼굴 이미지만 붙여서 관광상품으로 만 원에 세 개를 팔아요. 이걸 보면서 한국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남산, 이태원, 한강이라는 이름으로 룸 스프레이 런칭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향을 배우긴 했지만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생각을 해서 조향회사에서 향을 받았습니다.

코엑스 <세포라>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인 <논픽션>은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유아인과 같이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가 <페르민>, <만>, <십라이즈>라는 세계에서 가장 정상급의 조향회사한테 향을 받아 만든 향수예요.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많이 뒤쳐져 있구나, 어떻게 해야 할까 또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다음으로 브랜드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을 했어요. <그레이프 바스켓>은 종교적인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배제하고 싶었고, 특히 힙한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고 싶어서 저희가 아는 모든 영어 단어를 불어로 바꿔봤습니다. 그래서 암호를 풀다는 뜻인 ‘데크립데’, 현대적인을 뜻하는 ‘컨텐플랑’, 국경을 뜻하는 ‘프롱띠에’ 이렇게 세 가지 후보가 나왔어요.

또 ‘콩이’랑 산책을 다니다가 보니 내추럴 와인바가 많이 생겼더라고요. 그런데 분위기가 우리가 그동안 봤던 곳이랑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삼각지에 <클로즈 서울>이라는 바가 생겼는데 간판도 없어요. 인스타 DM으로 예약을 받아요. 종묘 옆에 <이대 서울>이라는 내추럴 와인바 혹은 레스토랑이 있는데요. 이런 곳들을 보면서 브랜드 네임을 불어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편지라는 뜻인 <에피슬>이라는 이름을 하려고 했는데 작년에 <에피슬>이라고 주얼리 상표 등록을 다른 분이 하셨더라고요. 상표 등록 범위는 다르지만 나중을 생각해서 아쉽게 포기를 했고요. 결국에는 <파르품삼각>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같음과 다름에 끌리는 아름다운 일상이라는 브랜드로 상표 등록을 했고요.

패키지 디자인을 하고 좀 더 영한 느낌과 트렌디한 느낌을 섞어서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한강향, 남산향, 이태원향을 만들었고요. 이번에는 중국산 유리를 쓰지 말자 해서 이태리산 보르미올리를 사용 했습니다.

뉴욕 소호 놀리타에 있는 <르라보> 매장처럼 저희가 삼각지라는 서울 중심부에서 한국의 향 아니면 서울의 향을 소개할 수 있는 아이코닉한 브랜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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