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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칼럼
  • 입력 2020.09.08 16:20
  • 수정 2022.12.26 17:57

[멘토리칼럼(13)] 볼음도,아이들이 사라진 마을의 미래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멘토리 제공)

1시간 넘게 배를 타고, 인구 200여 명이 살고 있는 강화의 서쪽 섬 ‘볼음도’에 다녀왔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볼음도에는 초등학생 1명, 중학생 1명, 아기 1명 총 3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각 학교의 유일한 학생이었던 이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온 섬의 주민들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졸업을 하면서 섬을 떠나기로 했고, 아기였던 친구마저 본섬으로 유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음도에는 ‘아이들’과 ‘학교’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섬의 어르신들은 벌써부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립다고 하십니다. 방학이 되면 돌아오는 온 마을의 손주인 아이들과 펜션에 놀러오는 아이들을 마주치면 저 멀리서부터 함박웃음을 짓고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표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돌아올 아이들을 위해 폐교가 된 학교를 부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볼음도의 역사는 끝이 났습니다. 물론 무인도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볼음도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에, 머무는 사람들은 줄겠지만 섬은 계속 존재 할 것입니다. 다만 마을과 공동체로서의 역할은 끝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마을 교육이라는 말도 학교가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육아는 불가능합니다. 육아가 불가능하면 젊은 인구는 살 수가 없고, 노인들만 남은 마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볼음도를 보면서 또 다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수 천명의 주민이 있는 농산어촌 마을은 외부의 유능한 청년들을 원합니다. 그런데 유능한 청년이 이 마을에 올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다 마을 인구가 백 단위로 떨어지면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며 30명이 채 되지 않는 동네 아이들을 남기려고 온 마을이 노력합니다. 하지만 때는 늦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지금도 수많은 마을에서 진행 중입니다.

볼음도의 모습은 소멸위험을 안고 있는 농산어촌의 미래 모습입니다. 우리는 이미 해결책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아이들을 키워내는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들고, 품도 많이 들고, 인풋대비 아웃풋이 어떨지 감도 안 잡히죠. 무엇보다 우리 애들은 지역을 다 떠날테니 우리 지역에서 진득허니 살아가고 싶은 젊은 사람 한 명만 왔으면 좋겠다고 대부분 생각합니다.

너무나 아쉽습니다. 하루 두 번 10km가 넘는 갯벌이 생기고 저어새가 드나드는 산, 바다, 갯벌이 있는 작은 마을에서 얻을 수 있는 '배움'은 절대 도시의 아이들이 가질 수 없는 경쟁력있는 성장 포인트가 될 수 있을텐데,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사라진다는 것이 속상합니다.

얼마 전 시골력에 관한 이야기를 모종린 교수님이 인용해주셨는데,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똑같은 이야기지만 저는 한없이 마이너한 방향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 수 있도록 고민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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