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리칼럼(14)] 가파도, 현대카드 다움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beLocal 승인 2020.09.11 09:00 의견 0
(멘토리 제공)

가파도는 170여 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는 국토 최남단으로 잘 알려진 마라도의 본섬(?)입니다. 지난 번 다녀온 강화의 볼음도와 비슷한 섬 같지만 환경은 완전히 다릅니다.

“현대카드 가파도 프로젝트”

현대카드가 가파도에서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거대 기업이 작은 어촌마을에 잘난척을 하고 오겠구나 싶어서 얼마나 잘났는지 한 번 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파도에 첫 발을 딛었을때 정말 놀랐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보통 기업이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 한답시고 하는 가장 큰 행동은 누가봐도 그들이 지었을 법한 휘황찬란한 건물을 지어놓는 것인데 가파도에는 그런 건물이 없었어요. 그들의 흔적을 만들기 보다 앞으로 주민들이 어떻게 운용하길 바라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볼음도와 달리 평지로 이뤄진 섬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위해 층고를 주변과 맞추었고,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집인지 시설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조용하게 녹아들었습니다.

“6년, 2000번”

2000번 가파도를 오가며 담당자들과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는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이렇게 시간을 쏟으면서도 자신들은 빠질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맛이 아니라 주민들의 상황에 맞는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저는 건축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디테일은 잘 모르겠지만, 이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활동가들도 하기 힘든 일입니다. 여기서 현대카드의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광주 송정역시장과 마찬가지로 평이 극명하게 나뉩니다. 주민들의 갈등을 야기시키고 어중간하게 지역을 망쳐놨다고요. 하지만 이정도면 기업이 할 수 있는 성공적인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주민들과 지자체가 보완하면서 발전시켜나가야죠.

(멘토리 제공)

“아름답게 사라질 마을”

마라도의 분교는 여전히 휴교중이지만 가파도에는 8명의 초등학생이 살고 있습니다. 마땅한 자원이 없는 관광지이고 규모의 확장이 어려운 환경을 고려하면 가파초교도 곧 폐교가 될거고 마을과 공동체는 사라질 것 같습니다. 아마 이 프로젝트는 주민이 살아가던 마을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지로의 전환을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비슷한 백 단위 규모의 마을들도 소멸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소멸이라고 하지만 물리적 소멸이 아니라 주변으로 통합되는 것일테니, 어차피 사라질 거라면 오지도 않는 외부 사람을 끌어오기 위해 애쓰지 말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잘 살다가 사라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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