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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골목탐방(8)] 깨는신사, 깨는 가로수길 - 신사동 가로수길 생활기

지금과 달리 로컬로서의 특징이 두드러지던 2014년의 가로수길 모습 (출처: <Visit Seoul> 페이스북)

지금과 달리 로컬로서의 특징이 두드러지던 2014년의 가로수길 모습 (출처: <Visit Seoul> 페이스북)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좌충우돌 골목탐방 오늘은 ‘신사동 가로수길 옆 골목’ 편입니다. 오늘은 달프로덕션 송대표님과 김피디님 두 분 모셨습니다. 신사동에서 16년간 계셨다는 송대표님, 신사동에 정착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달프로덕션 송대표(이하 ‘송’): 원래 본가가 목동이었는데요. 그 때 영화사들이 압구정, 신사동 이쪽에 있었어요. 점심시간에 출근한다고 슬금슬금 나가서 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매일 술을 먹으니까 새벽에 택시를 타면 할증이 붙어서 2~3만원이 나오는 거예요. 한 달이면 60만 원 정도죠. 그래서 신사동이 그 때 원룸촌이어서 살게 됐습니다. 교통비로 술을 더 먹을 수 있어요.

◎달프로덕션 김피디(이하 ‘김’): 저 같은 경우 신사동에 살고 있지는 않은데요. 대표님 말씀하셨듯이 영화사, 광고사가 많이 몰려있었잖아요. 저는 어릴 때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어서 신사동과 압구정에 사진 들고 열심히 돌아다녔죠.

◇윤: 이 분들이 실명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입니다. 업계에 계시다보니 그런 건데, 어찌 보면 찐 신사동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신사동 이야기 하면 가로수길과 그 옆에 세로수길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가로수길, 세로수길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저번에 연락처 주셔서 조회를 해보니까 가로수길 뒷골목에 사시더라고요. 실제로 가로수길 많이 다니시나요?

◆송: 거의 한 달에 한 번 나갈까요?

◇윤: 사람도 많고 재미있는 가게도 많은데 왜 안 나가세요?

◆송: 옛날에는 재미있는 가게가 많았어요. 갤러리, 프라모델 가게, 아기자기한 카페 많았는데요. 지금은 다 화장품 가게, 옷 가게, 프랜차이즈에요.

◎김: 저는 변화의 시기에 가로수길 한 가운데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 변화를 많이 목격했거든요. 10년 전? 가로수길 옆에 옷 디자이너들이 많았었어요. 손수 만들어서 팔고, 그 옆집은 주얼리나 액세서리 만들어서 팔고, 길 건너면 가판하는 아주머니들이 액세서리 판매하고 그랬거든요. 가판인데 그 당시 카드 결제도 되고 그랬어요. 어느 순간 하나 둘 없어지고 지금 가보니까 아르바이트 했던 편의점도 없어졌더라고요.

◆송: 거기 사는 사람보다 다른데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페이먼트 수단 도입이 가장 빠른 것 같아요. 중국 분들 많이 쓰시는 유니언 페이도 진짜 옛날부터 했거든요. 16년 전에 왔을 때는 정말 가로수밖에 없어서 가로수길이었어요. 그 때는 먹자골목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었어요.

신사동 8번 출구 나오자마자 내려오면 <목포집> 있고 그런 골목이 있어요. 8번 출구 나와서 좌회전 하자마자 <우신설농탕>이라고 있거든요. 거기가 정말 괜찮은 집이에요. 그 때 거기 가면 김종필 할아버지가 자기 비서를 보내서 들통에다 아침마다 받아가고요. 오후 세 시쯤 되면 국물 떨어졌다고 문 닫으시는 배짱 좋으신 사장님이셨는데요. 나이가 좀 드시고 가게가 팔리면서 젊은 사람이 욕심이 과해졌는지 24시간 체제로 돌리면서 퀄리티 컨트롤이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소리 소문 없이 없어졌어요.

◇윤: 그 때쯤이 신사동 가로수길 안쪽으로 외국인이 많이 유입되던 시점이잖아요. 8번 출구가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가까운 출구인데 나와 보면 한국사람 보다 외국 사람이 더 많아요.

◎김: 그리고 그 사람만큼 많은 게 성형외과죠. 그 때 당시에는 성형외과는 압구정동이었지 신사동은 아니었거든요.

◆송: 오히려 신사동쪽에 인쇄소가 많았고 그 때는 필름이 있었을 때니까 필름 현상하고 직장인들이 많았어요.

◇윤: 옛날 이야기를 소환하고 있는데요. 16년 전에도 영화 쪽 일을 하신 거잖아요. 청년 감독으로서 불태우고 계셨을 텐데, 보통 영화 하면 충무로잖아요. 근데 신사동에서 영화 이야기를 하니까 이색적이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그런 업계들이 많아서 신사동에서 많이 생활하고 매일 술 마셨다고 하셨는데, 설명 좀 해주세요.

◆송: 사실 충무로는 옛날 1세대 때 이야기죠. 90년대에 압구정이 뜨면서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간다? 행정구역명으로 따지자면 압구정동은 현대아파트, 위성아파트까지고 우리가 말하는 압구정 로데오 거리부터 이쪽 신사역까지는 신사역의 행정명이죠. 길 건너면 논현동. 그 때 젊은 영화사가 많이 생겼고 거기에 딸려서 후반 업체들이 신사동 큰 단독주택에 많이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큰 현상소 중 하나인 <헐리우드> 현상소도 지금 가로수길 산부인과 건물이었나? 거기에 있었고요. <278>도 <홍미닭발> 2층에 있었어요.

◇윤: 도시 개발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사동 가로수길 이야기가 항상 따라오는 게 있어요. 원래 인사동에 있던 갤러리가 신사동으로 이전해 오면서 지금 같은 화랑거리, 문화 예술의 거리가 됐다고 하지만 사실 핵심은 영화 제작사들이 90년대에 신사동에서 자꾸 놀다보니까 감독, 제작자, 배우들 모이고 하면서 북적거리게 됐다.

◆송: 번화한 건 압구정이죠. 신사동은 약간 쉬러 오는 느낌? 정말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가로수길 사이에 생기면서 샌드위치 가게나 카페들, 청담동에 있는 카페들도 조금씩 오면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압구정에 좀 질려가고 있었기도 하고요.

◎김: 프로필 돌리는 배우들이나 모델들이 있잖아요. 서쪽이 신사역쪽, 압구정 방향으로 에이전시나 캐스팅 디렉터 관련 회사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당시는 가로수길 나오면 진짜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유동인구가 조금씩 생기고 연예인들도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지금의 상권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윤: 나중에 가로수길 뜨는 거 보고 의아하게 여기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 저 일할 때는 가로수길을 차량이 못 다니게 하는 길로 만든다고 한 적도 있었어요. 대학로는 평일에는 차가 다닐 수 있는데 주말에만 못 다니게 했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아예 못 다니게 한다는 거예요. 이 동네 건물주들이 가만히 안 있더라고요. 아르바이트 하는데 서명 받으러 다니고 난리가 났었어요. 여기는 차 아니면 누가 오냐고 그랬는데 지금은 뭐 차 댈 곳도 없죠.

◇윤: 이야기를 할수록 가로수길에 대한 환상이 다 깨지고 있는데요. 두 분에게 가로수길은 전혀 관광할 거리가 없다고 이야기해도 될 것 같은데요?

◆송: 붕대 감으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옆에 숙박업소를 부속으로 짓거나 호텔 안에 성형외과가 상주해 있거나 하죠.

◎김: 보통 대륙에서 오신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밤에 선선할 때 붕대 감고 나오시는 거 많이 봤어요.

◇윤: TV에서 보여주지 않는 게 그런 거군요? 그런데 요즘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 가로수길 이야기 하더라고요? 가게가 매일 빠져서 빈 가게가 많다고요.

◆송: 공실 많아요. 그리고 가로수길, 세로수길도 그렇고 일주일에 한 번 가면 많이 나가는데 2~3주에 한 번 가면 가게가 바뀌어 있어서 단골집을 많이 못 만들어요. 10년 이상 된 가게는 별로 안 남아있어요. 오래 된 가게들도 남은 곳들은 남았는데 또 옛날 맛이 없더라고요. 그나마 오래된 곳은 <청자매운갈비>, <킹포차> 등이 있는데요.

◎김: 그나마 조금 터줏대감 같은 느낌? 가로수길이 아니라 신사동 터줏대감 같은 가게들이죠. 우동집도 없어진 것 같던데? 거기 맛있었는데.

◆송: 네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정들이기가 힘들어요.

◇윤: 노포라고 부를 수 있는 가게가 거의 없네요. 외국인 관광객 유입도 끊어지고 하니까.

◎김: 코로나 터지고 나서 더 없어졌죠.

◆송: 거기다가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올라갔죠. 오히려 손해 보는 건 권리금 내고 들어왔다가 못 받고 나가시는 분들이죠. 옛날에 L빌딩 유명했잖아요.

◇윤: 아니 그럼 도대체 어떤 분들이 신사동 근처에 살고 계신 거예요? 송대표님처럼 택시비가 아까워 정착하신 분들만 살고 있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송: 외국인 모델들은 옛날부터 많이 살았는데, 해 좀 잘 비친다 하면 담벼락에 모여서 사진 찍고 계시더라고요.

◎김: 그리고 쇼핑몰 하시는 분들? 가로수길 건물을 휘황찬란하게 지어놔서 사진으로는 약간 도시 분위기, 뉴요커 분위기 내기 좋긴 해요.

◇윤: 비즈니스랑 생활을 한 군데서 하는 분들이 거기 머무른다는 개념인거네요. 모델 일 하거나 쇼핑몰 업무를 하시는 거 보면 연령대도 젊은 분들일 것 같고요. 그 동네는 월세를 얼마정도 받아요?

◆송: 작은 방 한 칸도 100만 원.

◎김: 사무실 12평짜리가 250만 원인가? 그런데 2층이에요.

◇윤: 그 동네에서 1층에 사무실을 낸다는 건 “저는 돈이 남아돕니다.” 이런 이야기군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이네요. 저는 처음에 자산이 있으셔서 집에 식구 수대로 외제차가 있고..

◆송: 아, 그런 분들도 있어요. 자아실현 하는 분들이잖아요. 돈은 있고 놀기는 뭐하고 그래서 가게 문 열어놓는데 장사를 하시는 건지 안하시는 건지 하는..?

◇윤: 오랫동안 거주하는 분들 보다 업무나 생활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 많으면 이웃끼리 오래 돈독하게 지내기는 어렵겠네요. 저 같아도 임대료가 비싸서 오래 머물지 못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일이 잘 돼서 돈이 벌리면 더 안정된 주거지를 찾아서 외곽으로 나갈 것 같아요.

◆송: 저는 오래 살다보니까 친한 이웃들도 알음알음 생기고 모임도 생기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곧 죽어도 신사동에 사는 친구들이 있어요. 저처럼 술 먹기 좋아하면 만날 때 신사동이 서울에 배꼽이잖아요. 위치도 나쁘지 않아요.

◇윤: 나름의 신사동 문화 코드가 있는 건가요? 갈 만한 가게도 없고 비싸기만 한데?

◆송: 그건 깊이 들어갔을 때 그렇죠. 오른쪽 왼쪽 끝에 사는 분들이 만나자고 하면 신사 아니면 종로인데 종로는 올드한 느낌 나니까 신사에서 보자고 하면 다 오더라고요.

◎김: 어떻게든 오더라고요. 그리고 지방에서 오는 친구들은 보통 신림을 무조건 찍고 가거든요. 그 다음에 신사동이 많아요. 특히 배우나 모델 하는 친구들은 뭐랄까 간지? 고시텔 살아도 신사동 사는 거죠. 내가 이렇게 입고 다니면 캐스팅 되겠지 이런 일종의 환상이에요. 90년대에 그런 게 좀 있었어요.

◇윤: 그런데 압구정 로데오역 근처는 정말 멋있게 입고 다니시는 분들 있긴 한데 신사동 쪽에서는 별로 본 적이 없어요.

◆송: 신사동은 황당하게 입고 다니는 분들이 있어요. 패션학교가 두 개 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강남시장이라고 있어요. 오래된 주상복합인데 들어가면 김치전 하나에 몇 천 원 하는 곳인데요. 거기서 많이 모이시죠. 거기 사장님도 영화 쪽에서 미술 하셔서 가면 인테리어가 정말 옛날 영화처럼 돼 있어요.

◇윤: 외국인도 많이 다니고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는 특이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인데, 왔다 갔다 하다가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송: 외국인 모델들이 우리 뒷집 빌라에 많이 살아요. 지금은 이사 간 것 같은데요. 한동안 주말만 되면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왁자지껄 파티를 하더라고요.

◎김: 헐리웃 영화 보면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 안에 다닥다닥 애들 붙어서 음악 틀어놓고 하우스파티 하잖아요. 한국에서라고 안 하겠어요?

◇윤: 오늘 두 분을 모시니까 그동안 가로수길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는 다 파괴되고, 동심도 다 파괴되고, 여태까지 비로컬 방송중 가장 파격적인 내용이 아니었나 싶네요. 송대표님은 신사동에 16년간 살아오셨으면 나름의 애향심이 있을까요?

◆송: 그렇죠. 동네사람들 많이 아니까요. 서로 명절에 고향 다녀오면 혼자 있으니 챙겨먹으라고 과일도 나눠먹고요.

◎김: 가끔 열쇠도 맡기시는 것 같더라고요?

◇윤: 좀 황당한 질문인데요. 신사동을 위해서 하고 있는 활동이 있으실까요?

◆송: 신사동에서 소비를 많이 하죠. 그러고 보니 90%는 신사동에서 쓰는 것 같은데요? 가끔 건물 소개도 해주고 그래요.

◇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지만 신사동에서 먹고 사는 이야기를 들으니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 다른 사람들은 예쁘고 좋은데 많이 갈 거예요. 우린 그런데 갈 시간이나 형편이 안 되니까 그런 거고요. 콘셉트가 예쁜 곳이 많은데 오래 못가더라고요. 전에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회 먹을까 하면 아! 이 횟집이 맛있지, 고기면 아! 여기 고기집 맛있지 그랬는데. 요즘은 맛있는 집이 있었는데 가보면 없어져있고 아니면 콘셉트만 있는 가게들이 있어서 딱히 대표요리가 없고 그렇더라고요.

◎김: 맞아요. 딱히 여기가 특이하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얼굴이다 하는 가게들이 있었지만 없어지니까.

◇윤: 그 이야기에요. 지나가면서 즐기려고 가면 가지만 살다보면 없더라는 거잖아요. 오래 살았던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나 가겠어?” 이런 느낌인 거죠. 이방인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볼 수 있어 재미있는 거리지만 거주하는 입장에서는 사라지는 걸 보니까.

◎김: 아마 신사동 로컬 찾기가 정말 힘들걸요? 거주 말고 사업으로요.

◆송: 오래 계신 분들은 정말 어렸을 때 초등학교부터 다니고 당시에 집 하나 사놓고 살던 분들이 여기가 유명해지면서, 진짜 돈 있는 분들은 빌딩이나 빌라 정도? 작은 빌라도 50억, 100억씩 하니까요. 어두울 때 나가서 동네 뭐 생겼나 한 번 보고 술 한 잔 드시고 동네 지키면서 사시는 거죠. 꽤 있어요. 정말 박스 주우시는 할머니도 계시고.

◎김: “저 분 뭐야? 가로수길에 박스 줍는 할머니가 계셔!” 그랬는데, 대표님이 “야 저 할머니, 건물주야!” 이래서 “어억!” 놀란 적이 있어요.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가로수길 유명한 집이 있다 하면 그 때 가보세요. “나중에 시간 되면 가봐야지”하면 없습니다. 떴을 때 바로 가는 걸 추천 드립니다.

◇윤: 제가 서울 촌놈 맞나보네요. 신기한 이야기들이에요. 시간 내서 찾아와주셔서 가로수길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여태까지 골목탐방하고는 다른 콘셉트의 이야기들만 나와서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달프로덕션의 송대표님과 김피디님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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