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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10.26 14:00
  • 수정 2020.11.05 10:25

[10월특집(2)] 1부: 삶의 전환을 꿈꾸는 청년들의 인프라 – 남해 <팜프라> 유지황 대표

10월의 비로컬은 ‘로컬벤처’ 특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경남 남해 두모마을에 자리잡은 <팜프라> 유지황 대표를 만나 지금의 <팜프라>가 있기까지의 이야기와 더불어 농촌을 계승하고 지키기 위해 필요한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1부: 삶의 전환을 꿈꾸는 청년들의 인프라
2부: 농촌을 지키는 로컬 콘텐츠 스타트업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저희 남해의 대표적인 로컬크리에이터 <팜프라> 유지황 대표님 뵈러 왔습니다. <팜프라> 이름부터가 독특하거든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신 건가요?

◎팜프라 유지황 대표(이하 ‘유’): 농촌 라이프가 기반 마련하기가 도시보다 훨씬 어렵거든요. 집을 구한다고 해도 월세나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 마을과 관계가 되어 있어야 해요. 제가 이 마을까지 오는데 10년 정도 시간이 걸렸거든요. 그래서 나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좀 더 손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할 수 있는 회사나 단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요. ‘팜’은 농촌을 의미하고 ‘인프라’ 기반을 더해서 <팜프라>가 됐습니다.

집을 짓거나 마을을 만드는 프로젝트나 이주하려는 사람들의 수익 모델을 마련하려는 고민들을 공공에서 하면 표면적이 되거나 연구 형태로 진행돼서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자료들이 없어요. 그래서 마을과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땅을 살 때는 어떤 법적 절차를 확인해야 하는지 집을 지을 때는 어떻게 해야 좀 더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 혹은 수익 모델로는 뭐가 있을지를 민간의 입장에서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팜프라 페이스북)

◇윤: 저는 대표님을 작년에 로컬크리에이터 페스타 때 뵀거든요. 그 때 발표하신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집을 하나의 키트처럼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또 농촌에서 청년이 사는 삶이 몰락한 삶의 개념이 아니라, 농촌이 좋거나 농업이 적성에 맞아서 농촌을 선택한 청년들이 얼마나 힙한지에 대해 이야기 해주신 게 되게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청년 세대들이 N포 세대들이라 귀농, 귀촌이라는 말이 어폐가 있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귀농을 한다고 하면 자본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요. 최소 5억 정도 써야 하거든요. 땅부터 사야 되고요. 다음에 시설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요. 사실 엄밀히 말하면 청년들 입장에서 취농의 개념이거나 새로운 창농의 개념으로 가야하는데 그걸 가르쳐주는 데도 없고 귀농, 귀촌 센터에서 그냥 오세요. 이런 식으로 되는 거죠.

결국 지역 내 부동산 사무소로 연계가 돼요. 그래서 청년이 귀농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요. 농촌 공동체에 편입이 된다는 것도 청년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는 게 있어서 도와주는 곳들이 있어야 하고 좋은 모델을 만들어 줘야 하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팜프라>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참 멋있었습니다.

◎유: 처음부터 <팜프라>를 만들 때 <팜프라>만 되는 방법으로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일반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매뉴얼로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요. 하면 할수록 <팜프라>라서 지금 여기까지 온 거구나 생각이 많이 들어서 좀 절망적인 게 있죠. 저희가 이제 3년차 됐는데요. 오히려 이것을 전향해서 <팜프라>를 활용해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야겠다는 것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이전에는 새로운 개척 모델이었다가 지금은 약간 플랫폼 쪽으로 방향을 보시는 거네요?

◎유: 네. 그리고 사실 저희가 지금 브랜딩을 다시 하는 컨설팅을 받는 중인데요. 그동안에는 비영리 형태로 여러 공공사업 같은 것들을 테스트했고요. 거기서 청년들 반응도 보고 집짓기 워크샵도 하고 보고서 같은 것도 만들고 하다가 올해부터는 좀 더 영리 사업으로 넘어갈 것 같아요. 다시 시금치가 될지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브랜딩 작업을 다시 할 계획입니다. 한국에 생산자 협동조합이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농협이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죠. 그래서 생산자 위주의 협동조합 쪽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조합에서 주거나 시설이나 필요한 것들을 다 개발해서 주거든요. 어쩌면 단순한 수익 모델로 혹은 농부로 돈만 버는 게 아니라 내 삶에서 반은 어떤 일을 할 거고 반은 농사를 지을 건데 농사라는 반은 어느 정도 수익이 날지 저희가 먼저 테스트를 해보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될지 매뉴얼화 하는 공공적인 형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해가 노지 재배가 잘 되거든요. 저희는 아마 시금치 브랜드를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출처: 팜프라 페이스북)

◇윤: 서두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10년 걸렸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팜프라>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유: 딱 12년 걸린 것 같은데요. 이집트에 배낭여행을 갔다가 차 밑에 들어가서 자는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 아이들을 본 뒤에 몽골과 동남아 국가들을 다니면서 불평등과 불균형적인, 삶을 선택하지 못한 아이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앞으로 내가 어른이 돼 가는데 이 아이들이 좀 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고 그러다가 ‘식·주·학’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떠올랐어요.

제가 대학생 때 치약이나 구충제를 보내주는 프로젝트를 했었거든요. 앞으로 국제기구에 가서 일을 할지 아니면 좀 더 개인적으로 많은걸 배워가며 할지를 고민했는데,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분들 만나보니 생각보다 직업정신 이런 게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쪽 일보다 농사를 짓고 집 짓는 걸 먼저 익히고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20대 초반이었는데 농사를 시작하고 싶어 농촌에 딱 들어가려고 하니 계속 차단당하는 거예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도시에서 좀 근사한 가게 차릴 정도의 비용 혹은 집 한 2~3채는 살 수 있는 정도의 돈이 있어야 농촌에서 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러면서 빈 집도 빌려서 살아보고 빈 땅도 빌려서 농사해보고 그러면서 몇 번 쫓겨났어요.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죠. 공공하고도 해보고 사회하고도 해보고 이리저리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노하우가 쌓이니까 이 마을에 올 때 이장님하고 마을 분들 그리고 여기 옆에 상주 중학교라고 대안학교 교장 선생님이 계시거든요. 또 진주에 계신 대표님들. 다 설득을 하고 저의 사업 계획을 발표 드리고 해서 왔어요. 이전에는 통영, 사천, 고성, 진주, 경북, 의성 다 거쳐서 행정에 제안을 했었어요.

그 때 경남도랑 남해군에서 실국장님들하고 군수님, 부군수님 다 해서 발표를 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와가지고 <팜프라>에 대한 계획들을 설명 드렸죠. 그런데 사실 공공에서 토지를 구해주거나 하지는 못했어요. 생각보다 군유지나 지유지가 없거든요. 그 때 상주중학교 교장선생님이 여기 학교를 빌려 계셨는데 일단 여기서 1년 해보자고 하셔서 1년을 했고 올해부터 저희가 군에 요청해서 교육청 땅을 군이 사서 저희가 임대를 하게 됐습니다.

팜프라 유지황 대표 (beLocal)

◆김: <팜프라> 웹사이트를 보면 단순히 농업을 이야기 한다고 보이지는 않거든요. 첫 화면에 일러 자체도 일종의 작은 축소판 형의 마을 같은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고 보이기도 하고요. 항상 거기 슬로건처럼 쓰시는 판타지, 촌 이런 이야기들 자체로 새로운 세계를 말씀하시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윤: 사실 저희가 10월달 팟캐스트 주제를 ‘로컬 벤처’로 두고 로컬 벤처로 여겨지는 로컬크리에이터 몇 분을 찾아뵙고 있는 과정 속에 있거든요. 지난 9월에 나온 책 ‘로컬의 진화’에 보면 로컬크리에이터를 로컬 벤처라고 언급하고 있고요.

경상남도도 도 차원에서 청년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 벤처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경남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로컬 벤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편하게 하실 수 있겠다 생각을 하고 왔죠. 표정이 굉장히 무거워지고 계시는데요.

◎유: 말씀하신대로 로컬크리에이터 이야기 나왔을 때도 저게 뭐지? 내가 왜 로컬크리에이터지 라는 생각을 했고요. 로컬 벤처 이야기 나왔을 때 들으면서도 우리가 그런 말로 우리를 정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벤처나 스타트업 같은 기업들은 도시에서 정확하게 IT면 IT 그 일을 하면 되잖아요.

하지만 지역에서 저희처럼 읍에서도 30분 떨어진 데서 일을 하면 한 가지만 일을 할 수 없거든요. 마치 이장님이 이 집 저 집 수리도 해주고 어디 미팅도 갔다가 이 일 저 일 다 하는 것 처럼요.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딱 정형화 된 한 가지 일로 먹고 사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보는 관점하고도 다르고 원도심하고도 또 달라요. 작물만 해도 농사를 짓는다면 한 가지 농사만 할 수 있느냐 하면 마을 분들 보면 농사도 하시고 어업도 하시고 시장가서 판매도 하시고 다 하거든요. 일이 없을 때는 집 짓는 목수 일을 하시고요. 그런 게 저희가 생각하는 로컬 벤처라고 해야 할까요.

(사진출처: 팜프라 페이스북)

◇윤: 일본에서 말한 로컬 벤처의 정의랄까요. 일본식 표현대로라면 로컬에 있는 것을 가지고 산업화를 이끌어 내는 거라고 해요.

예를 들어 저희가 먼저 방문한 <공유를위한창조>는 거제가 갖고 있는 아웃도어 스포츠나 레저 자원을 거제에서 못 살리니까 살리는 차원으로의 로컬 벤처 속성을 갖고 있는 건데, <팜프라>는 더 하드한 내용인 거죠. 사실 농촌에 뭐 있느냐 하지만 그동안 해 오신 활동들을 보면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농촌에 굉장히 잘 정착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주거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집 짓는 방법과 같은 모델 등을 고안하고 있으시잖아요.

다음으로는 남해 두모마을의 특산물을 가지고 매거진을 만들었어요. 시금치, 돌문어 이런 식으로 로컬 푸드를 다른 지역에 소개할 때 콘텐츠와 함께 현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기존에 받아들인 로컬 푸드를 대하는 방식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그게 시간이 지나면 정기구독 형태로 갈 수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혁신적인 방법들을 이끌어 내면서 농촌에서 새롭게 산업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지난 정부에서 6차 산업 이야기 하면서 나온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있는 자원을 용기와 지혜와 끈기 이런 것들로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요. 새롭게 인프라가 들어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로컬 벤처의 면모를 하나 또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저희가 로컬 벤처라고 몰아가는 느낌이 있지만 로컬 벤처의 모습이 어떤 걸까를 찾는데 모델이 되는 곳이 <팜프라>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김: 각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의미, 조금 더 용기가 있다 정도로 벤처를 이해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좀 드네요.

◎유: 이전 세대 분들이 어떤 기업을 만들고 한 것도 있지만 조금 다르죠. 세대가 달라지고 시대가 달라지고요. 저희가 주거를 짓는다고 할 때도 주안점은 석유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집이었어요. 어떻게 내 손으로 직접 살 공간을 만들고 그 집이 기후 위기에 있어 작은 대안이라도 될 수 있을까.. 결국 로컬이라는 말을 지금 남해에 있는 저희에게 대조했을 때 키워드는 이거에요.

남해의 특징은 자연 자원이 우수하다는 것, 그걸로 인해 노지 재배를 하거나 이 곳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여행객이 많이 온다는 것이죠. 이 두 가지가 남해의 장점이거든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하고 있죠.

지금 준비하는 것도 에너지 자립 마을이거든요. 마을 안에 청년들 한 10명이 살아갈 수 있는 6평 집이나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단순히 돈으로 귀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소비를 줄여서 작게 벌고 원하는 삶을 풍족하게 살 수 있을까? 기업의 개념으로 보면 계속 성장을 해야 하는 구조잖아요. 그게 저희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또 하나의 개념은 프로젝트성 일이 많다는 거예요. 가끔은 3명이었다가 가끔은 10명이었다가 하죠. 지금도 입주민들 와 있는 상태에서 12명 있거든요. 그 중에 도림미술관 전시 준비하는 프로젝트 같이 하는 친구들, 누구는 매거진 만들 때 같이 붙고, 집 짓는데 두 명이 붙어 있고요. 이 건 로컬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앞으로 어떤 기업들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저희 컨설팅 하는 친구도 원래 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프리랜서로 컨설팅을 하는 친구에요. 마을 만드는 것도 <블랭크>랑 같이 워크샵 하면서 만드는 작업을 하거든요. 그럼 그 때만큼은 또 저희랑 같이 팀원이잖아요. 이렇게 유동적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남해의 자원들을 활용한다는 점, 어떻게 보면 이 두 가지가 로컬 벤처가 되겠네요.

(사진출처: 팜프라 페이스북)

◆김: 제가 난데없이 덕후 인증을 하자면 펀딩 덕후 거든요. 왓이즈, 텀블벅 온갖 곳에 새로운 콘텐츠가 보이면 일단 신청을 해놔요. 그 중에 <팜프라> 콘텐츠에 매료돼서 펀딩한 게 있어요. 새로운 작업복이라고 표현하기 애매한 지점이지만 의류를 설계해서 펀딩을 하신다던지, 매거진 부록 형태로 돌문어를 주는데 그 돌문어가 어떻게 생산되고 가공되고 유통 되는지를 콘텐츠화 시킨 매거진을 펀딩하신다던지 한 것들이 조금 과장하자면 우주를 개척하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윤: <팜프라>에서 작년 로컬크리에이터 페스타 때 제시했던 집 이야기 좀 해주세요. 어떻게 개발하게 됐고 개발 기간은 얼마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유: 사람이 생각보다 스스로 집을 짓고 싶은 욕망 같은 게 많더라고요. 저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차도 요트도 배도 만들고 싶은 사람인데 아까 말씀드린 ‘식주합?’ 중에 두 번째가 ‘주’잖아요. 그래서 농사를 먼저 익히고 건축을 공부하려고 했는데 우선순위가 바뀐 거죠.

농사 일이 잘 안되니까 또 하나는 팜인보이즈로 2년 동안 농업여행 다니면서 텐트를 치고 살았는데 너무 싫더라고요. 안정적인 집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만큼 몇 년을 일해서 돈을 벌어야만 집이 생기잖아요. 그게 아니라 당장 내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자취방 보조금으로 집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했어요. 그래서 1000만 원을 잡아서 사업계획서를 써서 건축가님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명을 했죠.

미니멀한 라이프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립 형태라든지 이런 게 좀 되고 나중에 확장도 되고 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다가 진주에 계신 건축가님이 같이 해보자고 하면서 네가 도망갈 때까지 난 도망갈 생각이 없다고 1000만 원을 투자해준다고 하셔서 시작을 했어요. 그 분한테 건축학도들이 하는 정도까지는 아닌데 설계부터 해서...

◇윤: 아, 그러니까 그 분이 해주신 게 아니라 도제식으로 하나하나 직접 하게 한 거네요.

◎유: 네, 아무것도 안 해주세요. 그래서 건축가님이 건축 현장으로 보내가지고 6개월 간 포클레인 운전부터 인테리어 마감까지 해서 수도, 전기 다 익히는 작업을 했고요. 그걸 한 뒤에 제 1000만 원을 가지고 설계를 하고 짓기 시작 했어요.

이게 도제식으로 하다 보니 하루에 질문이 30-40가지가 생기는 거예요. 그거 질문 하면서 소장님하고 같이 해결해 가면서 자재 공부부터 해서 다 공부를 하고 첫 번째 집을 지었죠. 제가 한 달 만에 짓겠다고 했는데 8개월 걸렸거든요. 주변에서 얼마나 말이 많았는지, 그렇게 집 지으면서 한 200~300명 되는 친구들이 찾아왔어요.

짓는 것도 같이 워크샵도 하고 옆에 텐트치고 지내면서 짓고 제 원룸에 6~7명씩 있고 그랬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처럼 자기 집을 짓고 자연 가까운 곳에 살고 싶다는 욕망이 저희 세대나 청소년 세대에 압도적으로 많더라고요. 저는 50~60대 은퇴하시는 분들이 많을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이 게 필요하구나 싶어서 ‘코부기’ 워크샵 설계를 했죠. 집 이름이 ‘코부기’인데요. 이 집을 같이 짓는 워크샵과 지을 때 필요한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그래서 책을 만들고 워크샵을 몇 차례 진행하고 한 2~3년 정도를 계속 공부하면서 한 8채 정도를 지었어요. 하면서 계속 에너지 자립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면서 단열성이 높은 자재를 쓰거나 위에 태양광 올리는 형태로 하면 그 집 전체는 다 가능하고요. 제가 2~3년 살면서 어느 정도 에너지를 쓰는지도 다 체크 했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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