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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특집(3)] 2부: 여행자를 위한 마을 컨시어지 <사계생활> - <재주상회> 고선영 대표

beLocal 승인 2020.12.31 22:32 | 최종 수정 2021.01.06 10:59 의견 0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재정의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 비로컬의 마지막 이야기는 <로컬 리브랜딩>입니다. 우리가 이미 '로컬'이라고 인식한 자원에 크리에이티브를 담아 로컬을 새롭게 브랜딩 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서귀포시 안동면 사계리에 위치한 <재주상회>는 제주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큐레이션 기업입니다. 로컬매거진 <인(iiin)>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제주라는 지역을 리브랜딩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를 짚어보면서 ‘어떻게 하면 로컬의 콘텐츠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힐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1부: <인(iiin)>, 제주의 가치를 담다
2부: 여행자를 위한 마을 컨시어지 <사계생활>
3부: <계절제주>, 제주의 식문화를 구독하다
4부: 가장 새로운 것, 로컬 속에 답 이 있다

<재주상회>는 매거진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모든 콘텐츠를 ‘공간’을 통해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주상회>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공간 거점이 <인스토어>라면 <재주상회> 콘텐츠의 공간 거점은 <사계생활>입니다. 2부에서는 <재주상회>가 만든 공간들을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인(iiin)스토어> 첫 번째 지점인 탑동점 (인스토어 인스타그램)

‘재주’의 바다 <인(iiin)스토어>

<재주상회>라는 이름에는 ‘재주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재주상회> 고선영 대표는 콘텐츠가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고 많은 작가들과 협업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굿즈를 제작하거나 기업 브랜드 협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굿즈 브랜드 ‘수윔제주(swim jeju)’입니다. ‘수윔’은 제주말로 ‘깊은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다’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수윔제주 에코백, 마스킹테이프 등 작가들과 협업한 굿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만들고 굿즈를 제작한 뒤에는 매거진의 오프라인화처럼 공간으로의 콘텐츠 확장이 이뤄졌습니다. <인(iiin)스토어>라는 편집숍입니다. <인스토어>의 첫 시작은 올리브영과 협업한 <인스토어 탑동점>입니다. 그 곳에서는 전시와 클래스를 주로 운영합니다. 제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클래스들을 여는데요. 제주어로 시를 만드는 ‘제주어시장’ 수업을 열거나 한라산 소주로 맛있는 걸 만들어 먹는 클래스가 열립니다.

두 번째로 확장된 건 <인스토어 중문점>입니다. 제주의 마을, 생산자, 브랜드들과 협업해 만든 로컬푸드를 만나볼 수 있고, 자체브랜드인 수윔제주와 다른 브랜드들의 제품들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인스토어> 매장 중문점 (인스토어 인스타그램)

<인스토어> 온라인 매장에서는 굿즈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재주상회>의 매거진을 비롯한 여러 서비스들도 함께 선보입니다. 특히 작가들과 협업해 만든 구독 서비스가 눈길을 끄는데요. <작가의방>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 정기구독 서비스입니다. 23명의 일러스트를 소개하고 각 일러스트의 작품을 구독하는 건데요. 작품들은 포스터 형태로 제작되고, 작가의 특별한 아이템이 한정판 굿즈로 제공됩니다. 어떤 제품인지는 공개하지 않아 마치 선물을 받는 기분으로 제품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또 <인>매거진도 함께 제공되는 계간 구독 서비스입니다.

정리해보면 <재주상회>의 <인스토어>는 온라인 매장, 오프라인 매장, 협업 매장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로컬에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모아 리브랜딩 하고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재주’많은 사람들이 <인스토어>라는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있는 느낌입니다.

작가들과 협업해 수윔제주 브랜드로 만든 제품들 (인스토어 홈페이지)

로컬여행자를 위한 콘텐츠 저장소 <사계생활>

<재주상회>의 공간 운영은 <어반플레이>와 공동운영하고 있는 <사계생활>에서 방점을 찍습니다. 고 대표는 <재주상회>의 역할에 대해 ‘창의적인 커뮤니티가 생길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는데요. <재주상회>의 대표적 커뮤니티 공간은 사계리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사계생활>입니다.

1996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40년 간 농협은행으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2017년 농협은행이 이전을 하면서 빈 건물이 되었죠. <재주상회>가 있는 사계리는 2,000여 명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제주 한달 살기’의 열풍으로 제주로 오는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만, 이런 작은 마을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사계생활>은 기존 은행의 흔적들을 곳곳에 남겨두었다 (beLocal)

<재주상회>는 로컬여행자를 위한 콘텐츠 저장소라는 개념으로 마을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여행 전 마을 정보를 얻거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었죠. 일종의 마을 컨시어지입니다. 마침 비어있는 이 건물을 마을에서 흔쾌히 빌려주었고 <사계생활>이라는 공간을 만들게 됩니다.

<사계생활>은 리모델링을 했지만 농협은행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재생했으니까 콘셉트로 남겨두려고 했던 것이 아닙니다. 마을에서 이 공간을 빌려주면서 부디 40년 동안 쌓인 마을 사람들의 기억을 한 번에 없애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기 때문이죠. 이 공간은 마을 사람들에게 단순히 금융을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삼삼오오 모여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과거의 기억까지 담아 <사계생활>이 탄생했습니다.

은행 창구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사계생활> (2019년 취재 사진 / beLocal)

마을여행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는 이 공간에서는 로컬라이프스타일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역 식재료로 만든 식음료를 제공하는 사계라운지가 있고, 또 은행 금고로 쓰였던 공간에는 제주 청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한 쪽에는 사계생활 상점이 자리해 로컬의 제품들을 선보입니다. 2층에는 <재주상회>의 사무실이 있고, 사계마을에 머물고 싶은 청년들을 위한 사계코워킹스페이스가 있습니다.

<사계생활>은 로컬 여행자를 위한 콘텐츠 저장소로 마을 컨시어지 역할을 하고 있다. (beLocal)

<재주상회>는 사계마을 여행자를 위한 공간 <사계생활>을 거점으로 내년에는 마을스테이 사업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고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올해의 로컬, 로컬에서 다시 찾은 가치> 행사에서 “<재주상회>가 아우르고 있는 이 사업들이 하나의 유닛으로 잘 정착한다면 다른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며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콘텐츠의 다양화를 끊임없이 실험해 온 <재주상회>가 다른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또 어떤 콘텐츠의 확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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