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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 인터뷰
  • 입력 2021.01.15 13:05
  • 수정 2022.05.16 23:36

[탐방] 낡은 것에 사랑을 불어넣는 공간 - "터무니" 이수경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NEXUS LOCAL 2020

지금은 한옥스테이와 레트로 체험공간으로 알려지고 있는 <터무니>는 공간의 정체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공간 곳곳에 놓인 다양한 수집품과 골동품들이 생활사박물관을 방불케하기 때문이죠.

<터무니> 이수경 대표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알 수 없는 인연에 이끌려 오래된 2채의 가옥을 구입하게 되었고, 두 집의 담을 터서 기억과 기록이 공존하는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터무니> 이수경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터무니’ 하면 보통 ‘터무니없다’는 표현 속에서 등장하잖아요? <터무니>라는 스테이를 운영하신다고 해서 의미를 찾아봤더니 주춧돌을 세우는 흔적을 말하는 ‘터의 무니’라는 뜻이 있더라고요.

▲<터무니> 이수경 대표: 처음에 <터무니> 만들었을 때 사람들 첫 마디가 그거였어요. “터무니없다” 하고 많은 이름 중 왜 이런 부정적인 이름을 지었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하츠팩토리-문화공간’이라는 이름이 있었어요. ‘마음공장’이라는 뜻이죠.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마음을 많이 만들어내고 선물처럼 주고받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였어요.

◆ 공간의 구성이 특이한 것 같아요. 집이 두 채인데 원래 두 개의 공간이었나 봐요?

▲<터무니> 이수경 대표: 처음에는 한 건물로 시작했어요. 공방으로 꾸며보려고 했던 건데, 중간에 공사가 잘 안 된 거예요. 그 때 담장 하나 사이로 있는 저쪽 폐공간이 눈에 들어왔어요. 가보니까 사람도 오래 안 살았고 부서져 있고 엉망진창이더라고요.

그런데 집 구조가 굉장히 정감 있었어요. 공간 하나도 이미 만들어봤으니까 여기도 내가 만들어볼 수 있겠다 싶어서 매입을 하게 됐어요. 첫 번째 공간을 운영하려고 모아둔 6개월치 운영비를 투자해 공간 하나를 더 마련하게 된 거죠.

<터무니> 이수경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터무니> 이수경 대표: 공간을 들여다 보니까 옛날 부뚜막 자리 같은 게 있더라고요. 원래대로 되살려놓고 보니 공간이 새롭게 보이는 거예요. 만약 다른 사람이 이 공간을 샀다면 그냥 다 부수고 건물을 올렸겠죠.

그런데 이 공간의 원형을 복원해보려니까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이 하나씩 나오더라고요. 그리고는 이 두 집 사이에 있던 담을 부수어서 지금의 <터무니>가 됐어요. 그러면서 작지만 한옥스테이도 운영하게 됐습니다. 스테이는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아요.

<터무니> 이수경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공사가 잘 안됐다고 하셨는데, 그럼 이 공간을 직접 다 만드신 거예요?

▲<터무니> 이수경 대표: 네, 직접 했어요. 공사 과정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배신감도 느끼고 실망하고 있었는데, 공간을 다시 꾸미려니 몸으로 직접다 해야 하잖아요? 손도 삐뚤어지고 관절염도 생기고 험하게 일을 했죠. 처음에는 내가 이 공간의 주인이니까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도 있겠다 싶어서 옷을 갖춰 입고 있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들어오는 순간부터 일이 보여요. 그러다 보니 항상 움직이게 되어서 몸빼 바지 입고 슬리퍼 끌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웃음)

<터무니>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터무니> 이수경 대표: 지난 여름에 폭우가 내렸을 때는 비가 들어차기도 했는데, 웃으면서 퍼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물이 너무 많이 들어온 거예요. 내가 정성을 들이고 이 공간을 지키려 몸이 부서져라 일하지만, 이 비로부터 집을 지킬 방법을 모르니 원하지 않아도 언젠가 이 공간이 없어질 수 있겠구나 싶은 거예요.

그러면서 모든 게 영원할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는 동네방네 쫓아다니면서 관청에 건의해서 도로에 하수구도 만들고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런데 '내가 언제까지 이 비영리단체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터무니> 이수경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터무니> 이수경 대표: 이 공간을 직접 만들어 가면서 했던 일들과 제가 겪은 힘듦이 저에게는 다시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하는 전화위복이 됐어요. 17년째 패션과 교수로 살았는데, 나름대로 잘난 맛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많이 신경 썼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몸빼 바지 입고 직접 다른 곳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가져와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거죠.

그 과정은 너무 힘들지만, 제 손길이 닿은 이 공간에 사람들이 와서 너무 좋다고 하고, 제가 이 공간에서 느낀 감정을 공감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저는 무언가에 집중하면 그것만 하던 사람인데 힘듦을 겪으니까 비로소 다른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오히려 이 과정이 제 삶에 있어서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고 삶의 방향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습니다.

<터무니> 이수경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이 공간에 대표님의 예술적, 문화적 소양이 투영되는 것 같아요. 물건 수집은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터무니> 이수경 대표: 저희 외갓집이 금천동 토박이에요.

옛날에 금천동엔 과수원이 많았거든요. 외할아버지도 과수원을 하셨는데 옛날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계셨죠. 저에겐 이 오래된 것들이 외갓집 가면 매일 보던 것들과 다르지 않아요. 지금 <터무니>에 있는 것들 중에도 외할아버지가 쓰신 것들이있어요.

저는 이런 낡은 물건들을 보면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요. 사람들 중에 옛날 물건이라고 하면 귀신 나올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설사 그 물건에 그런 것들이 씌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좋은 마음을 가지고 물건을 닦아주고, 보듬어주고, 예쁘고 귀하게 놓고자 하면 안 좋은 것들은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터무니>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로컬크리에이터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터무니> 이수경 대표: 어느 날 문화도시 관련해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충북로컬크리에이터’ 라는 문구가 보이더라고요.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거예요. 제가 새로운 것을 보면 스크랩을 해놓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내안의 BOOK> 이소연 대표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충북로컬크리에이터 협동조합을 만드는데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요.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라고요. 이런 일들을 자신의 어떤 소명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 너무 귀하게 느껴졌어요. 젊은 친구들에게 배워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터무니> 이수경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터무니> 이수경 대표: 그 때 이소연 대표가 공간 재생 쪽에서 로컬크리에이터를 뽑는다고 알려줬어요. 정보를 듣고 저도 신청을 하면서 로컬크리에이터로서 활동을 하게 됐는데요. 굉장히 다른 세상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로컬크리에이터들도 보고 하면서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에 대한 공헌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위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지역과 소통하는 무엇이 있는 분들이더라고요. 이런 정의가 있어야 지원 사업에서도 정말 힘든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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