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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 인터뷰
  • 입력 2021.01.19 13:25
  • 수정 2022.05.16 23:37

[탐방] 맥주의 꽃 ‘홉’을 아세요? -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NEXUS LOCAL 2020

우리나라에 ‘크래프트 비어’ 문화가 시작된 건 ‘2002 월드컵’ 이후라고 합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지금 ‘크래프트 비어’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의 중요성이 커지자 미세취향을 상품과 서비스로 다룬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했는데, 그 중 하나가 ‘크래프트 비어’입니다. 일명 ‘크래프트 정신’이라 일컫는 양조자의 철학이 다양한 맥주 맛을 창조하며 미세취향을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맥주 맛을 좌우하는 재료 중 하나가 홉인데 <맥주만드는농부>는 홉을 국산화하고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해 실험하고 있습니다.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충북창족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아무래도 홉을 재배하시니까 홉에 대해 잘 아실 것 같아요. 맥주를 만드는데 홉이 들어간다는 건 알지만, 자세하게 아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홉에 대해 조금 알려주세요.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영어로는 ‘hopes(홉스)’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홉’ 이라고 알려져 있죠. ‘홉’이라는 단어가 생소한지 ‘맥주꽃’이라고도 해요. 홉은 맥주의 변질을 막아주는 천연성분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사실 맥주에 홉이 쓰인 역사는 얼마 안 됐어요. 역사적으로 홉이 쓰인 건 오래 됐지만 이렇게 상업적으로 대량으로 사용하게 된 건 얼마 안 된 거죠. 전에는 허브류의 식물이나 향이 강한 나무를 넣어서 향을 냈거든요. 그래서 원시 형태의 맥주는 우리나라 막걸리랑 똑같아요.

개념을 정리해보자면 곡식으로 만든 술이 ‘비어’-맥주죠. 과일로 만드는 게 와인이에요. 즉 막걸리는 와인이 아니죠. 많은 양조장에서 쌀 맥주를 만들어 보겠다고 노력하거든요. 그런데 형태만 따지면 막걸리가 ‘라이스 에일’이에요. 쌀 맥주인 거죠. 여기에 홉만 넣으면 돼요.

‘홉’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우리나라에는 ‘홉’이 언제 들어왔을까요?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기린’ 맥주가 들어왔어요. 그러면서 지금의 카스와 하이트 맥주 전신인 동양맥주와 크라운맥주 회사가 만들어졌죠. 강원도에 대단위 홉 재배단지가 만들어졌거든요. 연간 500톤 이상을 생산했어요.

우리나라가 위도상 홉 재배에 적합하거든요. 북한은 매년 2천 톤 이상을 생산해요. 그런데 짧은 시기에 빠른 속도로 명맥이 끊겼죠. 홉이 수입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데요. 우리나라 농부들은 1년 농사지어서 수익이 안 되면 바로 갈아엎어요. 홉 재배는 수익을 바라려면 최소 3년을 바라봐야 하니까 매년 성과를 원하면 이어가기가 어렵거든요.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충북창족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그러다가 요새 수제 맥주 붐이 일어나니까 홉에 대한 관심이 조금 높아지고 있는 거죠. 최근에는 청년 농부들이 화성, 상주, 청도 등 다양한 곳에서 재배를 도전하고 있더라고요. 수제맥주가 한 지역에서만 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홉 또는 그 지역의 색깔이 묻어나는 홉으로 맥주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좋은 그림은 로컬마다 양조장이 생기는 거겠죠. 홉에 대한 인식이 조금만 바뀌면 홉 농사짓는 사람도 더 많아질 거예요.

(오른쪽)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충북창족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수입산 홉이 있어서 국내에서 홉을 재배해도 가격 경쟁이 안 된다고 하셨는데, 홉 재배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물론 가격적 측면은 여전히 수입산이 더 저렴하죠. 그런데 맥주는 원재료가 정말 중요해요. 국내산 홉으로 만든 맥주의 품질과 향은 수입산과 겨룰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게 좋습니다. 또 홉은 수입할 때 꽃 자체로는 못해요. 관세가 너무 높거든요. 그러면 대부분 파쇄를 해서 팔레트 형태로 들여오는데 한 번 가공을 한 것이어서 아로마가 많이 없어져요.

해산물을 생각해보시면 돼요. 바다에서 갓 잡은 해산물로 만든 음식과 수입산 냉동 해산물로 만든 음식은 맛에서 차이가 있잖아요. 맥주의 아로마를 살리는데 여러 허브 식물이 쓰이지만 홉만큼 강력한 식물은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맥주만드는농부>가 홉으로 제작한 과자(칩), 선식, 샴푸, 비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홉이 줄 수 있는 아로마와 비터가 주류 분류상으로는 세션IPA나 영국식IPA에 최적화 돼 있거든요. 그쪽으로 양조할 계획이 있는 분들은 국내산 홉을 쓰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저희 홉을 쓰는 업체들은 서울 문래동 <비어바>, 충주 <블루웨일 브루어리>, 속초 <몽트비어> 등이 있습니다.

또 홉은 활용도가 높아요. 차, 화장품, 음식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요. 선식이나 과자로도 만들고 샴푸나 비누도 만들 수 있습니다. 홉에는 잔토휴몰이라는 성분이 있어요. 우리가 몸이 아프면 몸에 염증이 생겨요. 잔토휴몰은 그 염증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고 혈행 개선도 해줍니다. 그 원리를 이용해서 미국에서는 캡슐 형태의 건강보조식품 형태로 보편적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맥주만드는농부>에서 재배하고 있는 홉을 살펴보고 있다. (충북창족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역사적으로도 보면 옛날 영국 왕들이 잠을 못자면 베개에 홉을 넣고 잤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홉은 피부에도 좋아요. 피부 건선이나 아토피에 효과가 있습니다.

체코 프라하나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홉인더스파’라고 스파 제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활용도가 높으니까 수익 증대가 가능하죠. 우리나라 홉 품종 성분 분석을 농업과학기술원에 의뢰했었는데요. 외국산보다 약간 높거나 월등히 높게 나와서 제품 면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았습니다.

농업 측면에서 홉은 시설작물이에요. 한 번 심어놓으면 25~30년을 계속 자랍니다. 첫 해에 시설을 만들고 심는 작업이 조금 힘들지만, 2년차부터는 줄 내리는 작업 위주로 해주면 돼요. 첫 해에 나는 홉은 양조보다는 차로 마시는 게 좋은데요, 말려서 냉동보관하면 2년 간 먹을 수 있습니다. 보통 맥주회사에서 홉을 10개~20가지, 많으면 30가지 종류를 쓰는데 저는 5가지 품종의 홉을 재배하고 있어요.

◆ 그런데 어떻게 제천에 자리 잡게 되셨어요?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수제맥주를 공부하다가 홉을 알게 됐어요. 미국에 가서 지역에서 조그맣게 운영하는 양조장들 견학을 많이 했거든요. 캐릭터가 확실한 맥주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게 홉이더라고요.

그래서 조그마한 브루어리도 자기만의 홉 농장이 작게라도 꼭 있어요. 우리나라에 와서 홉을 하는 분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제천에 맥주 양조를 하면서 홉 재배도 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모델링하려고 왔다가 2017년에 귀농해서 정착하게 됐어요.

(왼쪽부터) <한국유기농협회> 이해국 회장와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제천의 토질이 모래가 좀 많은데 그 땅에서 홉이 제일 잘 자라요. 제천의 단점은 일교차가 크고 봄이 너무 짧다는 점이죠. 제천은 고지대여서 온도가 낮아서 홉의 수확기가 8월이에요.

경북 의성은 7월에 수확하니까 한 달차이가 나요. 저의 경우 연고도 없는 제천에서 첫 1~2년은 농사를 몰라 허송세월을 보냈어요. 그러다 3년차에 귀인을 만났습니다. 한국유기농협회 이해국 회장님이에요. 저에게 땅의 가치를 일깨워 주셨죠. 저는 홉을 키울 생각에 홉에만 집중했거든요. 그런데 땅이 홉을 키워주는 거잖아요. 회장님이 집필한 책을 공부하면서 지금의 유기농 홉을 만들 수 있었고 국내 최초로 유기농 홉 인증도 받았습니다.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충주 <블루웨일 브루어리>하고 콜라보를 준비하고 있어요. 2017년에 귀농했을 때 팜파티 형식으로 조그맣게 수제 맥주 파티를 열었거든요. 그 때 <블루웨일 브루어리>에 박선혜 대표가 사업 하려고 서류 준비할 때였어요.

국내에 여성 양조사는 <바네하임 브루어리>에 한 분 있었는데, 충북의 여성 브루어리 1호가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친해져서 홉으로 “이런 일을 해보려 한다”고 했더니 공감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홉을 사용해서 ‘충북 홉 수제맥주’ 콘셉트로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지난해 테스트 생산을 했고 올해 제품으로 나왔습니다.

<블루웨일 브루어리>와 <맥주만드는농부>가 콜라보로 제작한 맥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맥주만드는농부> 장동희 대표: 수제맥주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하다는 거거든요. 맥주가 맛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자기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아가는 거예요.

충주가 술의 고장이 돼 버렸잖아요. <댄싱사이더>, <레돔시드르>, <토끼소주>, <블루웨일 브루어리> 같은 기업들이 있고, 청명주라는 전통주도 있고요. 또 도자기 마을에 가면 전통소주 내리는 분들이 있죠. 박선혜 대표랑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개인 양조장들은 소규모라서 양조만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마케팅이 어렵거든요. 그래서 술 투어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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