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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체험기
  • 입력 2021.01.14 18:06
  • 수정 2021.01.14 18:17

[로컬의 맛-맥주편] 고래가 맥주바다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 –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크레이지 라거’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크레이지 라거' (김혜령 에디터)

술과 처음으로 만나는 감각은 시각이다. 라벨, 병의 색, 병 모양 등에 따라 맥주의 인상은 천차만별로 변한다. 예쁘고 독특한 병에 담긴 맥주는 눈으로 먼저 즐기면서 특별함을 느끼기 때문에 맛이 덜하더라도 만족감을 극대화시킨다.

‘블루웨일 브루 하우스’에서 출시한 ‘크레이지 라거’는 제품 라벨 디자인이 돋보이는 맥주다. 라벨에 커다란 고래를 등장시켰는데, 이 고래는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로고에도 사용된 시그니처다. 시원한 맥주 바다에 거품 파도를 더한 라벨 디자인을 보니 ‘맥주 바다 위를 망나니처럼 헤엄치는 만취 고래’가 절로 연상된다.

라거란 모름지기 잔에 가득 따라 ‘벌컥벌컥, 캬~’하면서 마실 수 있는 가벼움이 매력인 맥주다. 거품의 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그만큼 많이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뜻. 유리잔에 맥주를 따르자, 액체에 유제품을 섞은 것처럼 탁한 버터 크림색 맥주가 잔을 채웠다. 예상대로 거품은 금방 사그라들며 컵 표면에 자글자글하게 흔적만 남겼다.

라거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 '크레이지 라거' (김혜령 에디터)

알코올 도수 5%인 크레이지라거의 첫 향은 새콤달달했다. 새콤한 향도 종류가 많다. 오렌지처럼 달콤함을 기반으로 풍기는 가벼운 새콤함이 있을 수 있고, 레몬처럼 코를 톡 쏘는 새콤함일 수도 있다. 자몽처럼 쌉싸래함을 동반한 새콤함도 있다. ‘크레이지 라거’에서가 주는 새콤함은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칼라만시에서 풍기는 새콤한 향이었다. 향만 맡아도 침이 가득 고이는 새콤함에 바나나가 주는 텁텁하고 농도 짙은 달달한 향이 더해져 없던 입맛도 돋아났다.

맥주는 역시 목넘김이 관건. 목젖을 짜릿하게 때리는 탄산은 아니지만, 적당히 기분 좋은 청량감이 목구멍을 강타한다. 바나나 향과 새콤한 맛이 혀를 톡톡 두드리면서 시작된 술의 맛은 쌉쌀한 홉의 맛으로 넘어가며 클라이맥스로 다다른다. 상대적으로 홉의 풍미를 살리는 데 집중한 에일처럼 입 안에 홉 향이 지배적으로 남지는 않지만, ‘여기 내가 있었다’라는 존재감은 드러낸다.

“맥주는 역시 라거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이 사람들은 앞서 말한 가벼운 목 넘김, 진하지 않은 향과 더불어 깔끔한 뒷맛을 매력으로 꼽는다. ‘크레이지 라거’는 뒤끝 없이 깔끔한 맛으로 마침표를 확실하게 찍는 라거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과일 향으로 시작해 홉 향을 지나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직전에는 입에 가득 땅콩을 씹고 나면 입안에 맴도는 옅은 견과류 향을 선사한다. 물론 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표와 함께 흩어진다.

잔을 끝까지 비우자, ‘술맛이 나는 청량음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처음부터 코를 두드린 과일 향은 식욕을 돋우며 음식과 함께 곁들이기에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맥주다. 단숨에 마시며 경쾌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을 거는 맥주, 단숨에 들이키다 보면 라벨 디자인에 담긴 의미를 어렴풋하게 알게 된다. 고래가 만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맥주의 맛, 향이 너무 뛰어나서 한 잔만 마실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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