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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맥주
  • 입력 2021.01.27 21:28
  • 수정 2022.04.04 11:57

[로컬맥주(3)] 1부: 탭하우스의 크래프트 정신은 "로테이션" F64 변성진 대표

성북동에 위치한 탭하우스 "F64"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더 많은 크래프트비어를 소개하기 위해 15개의 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탭의 숫자는 탭하우스가 취급할 수 있는 맥주의 가짓수를 의미합니다. 이미 15종에 달하는 다양한 맥주를 제공하고 있지만, 수시로 새로운 맥주로 교체하며 크래프트비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진작가로서의 크리에이티브함을 살려 스튜디오와 갤러리로도 활용하고 있는데요. 전시공간을 원하는 다른 작가들에게무료로 갤러리를 대관하면서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성북동 로컬씬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변성진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로컬펍(탭하우스)가 추구하는 ‘크래프트 정신’이란 무엇인지, 로컬펍(탭하우스)가 만들어나가야 할 ‘진짜 로컬’이란 어떤 의미인지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1부: 탭하우스의 크래프트 정신은 "로테이션"
2부: 100년 가는 로컬 펍? 로컬 문화는 지금부터

2021년 1월 <비로컬> 특집 주제는 "로컬맥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추구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신은 크래프트비어를 만드는 로컬 브루어리의 크래프트 정신과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통상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기존의 의미 속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의미를 찾기 위해 "로컬맥주"라는 주제로 로컬트렌드를 탐사하는 기획입니다.

탭하우스 <F64> 변성진 대표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사진기자로 일하다가 크래프트비어의 매력에 빠지셔서 탭하우스를 열게 됐다고 들었어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F64> 변성진 대표: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에 하우스 맥주 붐이 일었어요. 그래서 관련한 취재를 갔었거든요. 어느 허름한 술집에 혼자 공부해서 만든 수제맥주를 파는 분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 수제맥주를 마셔봤는데, 딱 마시는 순간 ‘최악이다’ 싶더라고요. 엄청 쓰고 맛도 이상한데다 차갑지도 않았어요. 지금은 저도 수제맥주 공부를 했기에 알게 되었지만, 도수가 높은 에일은 차갑게 마시면 향이 안 나기 때문에 풍미를 즐기려면 적당한 온도로 마셔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 분이 맛을 즐기라고 차갑지 않은 맥주를 주신 건데, 차갑게 냉장된 기존 맥주에 익숙했던 저로서는 맛이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이런 맥주는 곧 망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한두 달 후에 보니 그 분의 이야기가 다른 매체의 기사로 나왔더라고요. 장사가 엄청 잘 된다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찾아가 봤어요. 두 번째 갔을 땐 시원하게 칠링된 맥주를 마셨는데 괜찮더라고요. 처음 마셨을 때랑 다른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 호기심이 생겨 이런 맥주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이때까지는 직접 크래프트비어를 만들고 싶었다기보다 남과 다른 방식으로 크래프트비어를 취재해보고 싶어 공부한 거였는데요. 구글링을 해보니 아마존에서 홈브루잉이라는 맥주 키트를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맥주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결국 직접 맥주를 만들고 싶어져서 맥주 레시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죠. 벨기에, 체코, 독일, 영국 등 다양한 레시피가 있었는데요. 우리나라는 맥주 회사가 대표적으로 두세 개였지만, 외국은 한 나라에 2,500개~3,000개의 회사가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각 회사에서 하나의 맥주만 만들어도 외국은 3,000가지의 맥주가 존재하겠구나 싶었어요.

외국에 다녀온 지인에게 물어보니 벨기에나 네덜란드는 ‘하이네켄’이라는 맥주를 생수처럼 먹는다는 거예요. 그걸 계기로 ‘하이네켄’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하이네켄’은 저에게는 수입 맥주 하나에 불과했거든요. 당시 우리나라에서 맥주는 폭탄주 제조용으로만 생각됐지, 맥주 자체가 주목받지는 못했는데요. 맥주를 공부를 해보니 새로운 세계더라고요.

다양한 탭 핸들이 진열되어 있는 <F64> (beLocal 이상현 에디터)

▶비어소믈리에 자격증도 따셨다고 들었어요.

☞<F64> 변성진 대표: 맥주 종주국이라고 하면 독일을 먼저 떠올리잖아요. 실제로 독일 뮌헨공대에는 맥주학과가 있어요. 아무리 맥주 종주국이라지만 연구할 게 얼마나 많으면 맥주학과가 따로 존재할까 싶더라고요. 다 그만두고 독일로 떠나고 싶었는데요. 당시 나이도 적지 않았고 가정도 있어서 고민을 하다가 한국에서도 맥주를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무작정 아카데미를 등록했죠.

당시 일하던 회사는 여의도에 있었고 아카데미는 강남에 있었어요. 2년 간 여의도와 강남을 오가며 맥주 이론을 배우고 실습했죠. 그랬더니 나중에 아카데미에서 독일의 3대 맥주양조 교육기관 중 하나인 되멘스 아카데미(DOEMENS Akademie) 자격증 과정에 도전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당시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그 과정이 만들어졌거든요. 그래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취득하게 되었죠.

▶그럼 <F64>는 언제 오픈하시게 되었나요?

☞<F64> 변성진 대표: 비어소믈리에 자격증을 받자마자 바로 오픈을 하려고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준비가 더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1년 간 강남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일을 했어요. 이자카야에는 일본 맥주도 있으니까 일본 맥주 연구도 하고 일도 하면서 가게 운영에 대해 배워보려고 했죠. 캠핑을 좋아해서 요리에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는데, 취미로 하는 요리와 판매를 위해 하는 요리는 정말 다른거더라고요. 내가 파는 요리에 가격을 받으려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캠핑 요리를 하던 실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래서 야끼교자라고 만두 굽는 것부터 가게 운영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배웠어요.

이자카야에서 일한 1년 중 6개월은 맥주 아카데미 심화과정을 함께 병행했어요. 심화과정에서는 맥주 가게를 오픈했을 때 손님 응대 방법, 맥주 관리, 서빙방법, 페어링 등에 대한 전반을 가르쳐주거든요. 아침에 학원 수업 듣고 오후 2시에 바로 가게로 출근해서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하는 생활을 6개월간 했죠. 사실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오히려 이때 실력이 많이 올라간 것 같아요. 가게 하면서 임기응변 능력도 많이 배우고요. 이때의 경험이 <F64>를 운영하기 위한 기본 밑거름이 되었어요. 그렇게 1년간 일하고 나서 <F64>를 열게 됐죠.

<F64> 대표메뉴인 스페셜피자와 오이 그리고 만두. 기름을 쓰지 않는다는 피자는 담백해서 맥주와 정말 잘 어울렸고, 새콤달콤한 오이는 입맛을 돋군다. 만두는 육즙이 가득했고, 유자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간장 소스는 이자카야를 떠올리게 하는 맛이다. (beLocal 이연지 에디터)

▶<F64>메뉴들도 직접 연구해서 만드신 건가요?

☞<F64> 변성진 대표: 처음 1년 정도는 배운 걸 토대로 했는데요. 나중에는 응용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맥주에 안 어울릴 만한 음식을 일부러 골랐어요. 거기에 뭔가를 첨가해서 맥주에 잘 어울리도록 연구를 좀 해봤죠. 처음에는 피자도 도우 만드는 것부터 배워서 했었는데요. 지금은 반제품으로 된 걸 사용하고 있습니다. 피자에 들어가는 소스와 토핑 등도 연구해서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저만 이렇게 하나하나 직접 다 해서 운영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분들도 다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웃음) 특히 수제맥주 하시는 분들은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습니다.

▶<F64>를 성북동에서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F64> 변성진 대표: 익숙한 동네여서요. 제 취재 구역이었거든요. 그리고 성북동에 대사관도 많고 문화예술도 발달이 잘 되어있어요. 사실 처음에 성북동에 가게를 연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다 반대했어요. 성북동에 맥주집이 웬 말이냐고요. 그 때가 2016년인데, 수제맥주 붐이 막 일어나던 때여서 탭하우스라는 이름을 걸고 맥주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는 없었어요. 당시에는 호프집에 수제맥주 2-3개를 판매하는 형태가 많았죠. 저희 가게에는 ‘워크인’이라는 맥주 전용 냉장고가 있어요. 사람이 직접 들어가 관리하는 커다란 냉장고인데, 당시에는 이런 전용 냉장고까지 갖추고 있는 가게는 없었죠.

변성진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카메라와 카메라 관련 도구들을 직접 조각해서 만든 <F64>만의 탭. (beLocal 이상현 에디터)

▶<F64>의 시그니처가 탭이라고 소개해주셨어요. 직접 디자인 하신건가요?

☞<F64> 변성진 대표: <F64>라는 가게 이름은 원래 카메라 조리개의 숫자에요. 근경, 중경, 원경이 섬세하게 표현되는 대형 필름카메라 렌즈의 최소 조리개값이 F64거든요. 카메라의 조리개는 섬세하게 관리되어야 하는데요. 맥주도 그렇게 세심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만든 이름이에요.

그런 의미를 담아 탭을 특별하게 디자인 했어요. 다 제가 실제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도구들이에요. 총 15개인데요. 공장에서는 이렇게 하나씩 제작을 잘 안 해줘서 목공을 하는 친한 분께 부탁했어요. 손으로 일일이 다 깎아서 만들어야 하는 거라 그 분도 처음에는 쉽지 않겠다고 했는데, 제가 열심히 부탁해서 예쁘게 만들어줬습니다. 전세계에서 정말 딱 하나밖에 없는 탭이라고 자부하고요. 외국 분들도 놀러오면 탭을 보고 놀라고, 진귀하다고 사진도 많이 찍고 갑니다.

▶탭이 여러 개라 이미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고 있는 데도 <F64> SNS를 보면 신상 입고 공지가 자주 올라오는 것 같아요.

☞<F64> 변성진 대표: 저에게 펍의 크래프트 정신이란 로테이션이에요. 맥주 15종을 항상 같은 걸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 계속 바꿔주는 거죠. 맥주는 기기 위생관리도 철저해야 해서 로테이션을 계속 돌리려면 손이 많이 가지만, 크래프트라는 건 좀 귀찮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 손이 많이 가면 갈수록 크래프트인 거죠.

사실 맥주는 관리가 정말 중요해요. 효모가 개입되기 때문에 다른 게 들어가면 맛이 변하고요. 또 온도를 잘못 맞추거나 위생 관리를 안 하면 이상한 냄새도 나요. 사실 맥주하고 사진하고 비슷한 점이 되게 많아요. 사진이 굉장히 민감한 작업이에요. 특히 암실에서 하는 필름 작업은 물 끓이고 온도 체크하고, 마지막에 위생 관리까지 먼지 하나에도 민감해야 하는 작업인데 맥주랑 거의 똑같아요. 또 사진이 사진만 찍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화학 공식도 배워야하고 수학도 배워야 하고 그렇거든요. 그런데 맥주도 그래요. 화학, 수학 공식이 다 있어요.

변성진 대표의 사진 작품 (beLocal). <F64> 한 편에는 암실로도 사용했던 공간이 있다. 주로 커플들을 이 자리로 안내한다고 한다. (beLocal 이상현 에디터)

▶탭에 들어가는 맥주들의 선정 기준이 있나요? 탭도 많고 교체 주기까지 빠른데, 다 마셔보시는 것인지도 궁금하네요.(웃음)

☞<F64> 변성진 대표: 안 마셔본 것은 안 넣는 것이 저의 원칙이지만, 미리 마셔보고 결정하기 어려운 맥주도 있기 때문에 10% 정도는 맥주 레시피나 맥주 회사의 설명을 보고 온 감으로 주문하는 것들도 있어요. 되도록 마셔본 것을 넣으려다보니 다른 가게들에 비해 '온탭'(on tap: 꼭지 달린 맥주 통 안에 들어있는 것. 여기서는 탭을 통해 맥주를 제공하는 것을 말함)이 한 박자 늦을 때도 있어요.

맥주를 선정할 때는 첫 번째로 음용성을 보고, 두 번째로 덜 알려진 맥주를 찾습니다. 에일은 워낙 많은 도전이 이뤄지는 라인인데다 맵거나 쓴 맛을 내는 쪽이어서 조금 도전적인 것들도 들여오고 있습니다. 대신 무엇이든 맛있게 도전적이어야 들여와요.

요즘 라거의 경우도 허브도 넣고 강한 향신료를 넣어서 만드는 도전정신이 강한 맥주들이 있는데요. 우리나라 맥주 소비자들의 취약점이 허브거든요. 향신료가 들어갔더라도 맛있고 특이하면 괜찮은데, 너무 새롭다는 느낌이면 잘 들여오지 않으려고 하고요.

탭이 15개가 있으니까 10개는 음용성이 좋으면서 맛있는 맥주들을 넣고, 4~5개는 조금 도전적인 맛으로 구성하죠. 예를 들면 한 잔에 2만 5천 원 하는 맥주 있잖아요. 한 잔에 이 가격이라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거든요. 그런 맥주들도 소개를 하려고 하고요.

그렇다고 10개의 탭을 다 유행하는 걸 놓지는 않아요. 저는 펍에도 크래프트 정신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맥주가 있으면 2~3달 정도 판매하고 빼요. 그리고 그 맥주와 비슷하지만 다른 회사에서 만든 것을 넣어요. 유행하고 잘 팔린다고 1년 내내 그 맥주만 파는 게 아니라 도전정신을 가지고 더 많은 맥주를 소개하려고 하는 거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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