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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맥주
  • 입력 2021.01.30 19:15
  • 수정 2021.02.01 01:01

[로컬맥주(5)] 2부: 문화콘텐츠로 로컬을 알리는 ‘로컬 브루어리’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속초에 있는 <크래프트 루트>는 양조장과 펍이 함께 있는 브루펍입니다. 익선동에 있는 <크래프트 루>라는 펍에서 시작해 속초에 <크래프트 루트> 양조장을 만들고, 속초의 명소들을 담은 속초IPA, 설IPA, 동명항 페일에일 등의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요. 대중들이 크래프트비어를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라이트한 맥주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또 문화콘텐츠를 통해 로컬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크래프트비어 축제인 '비어샤워', '대한루트B급영화제' 등을 통해 크래프트비어 체험의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역 양조장으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를 만들고 있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을 만나 로컬 맥주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부: 크래프트비어로 향하는 ‘다리’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2부: 문화콘텐츠로 로컬을 알리는 ‘로컬 브루어리’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3부: (양조장 탐방) 맥주, 수많은 공정으로 탄생된 마시는 예술작품 - 남도현 양조사
4부: 2020 KIBA 최다수상...'속초를 담은 맥주'

2021년 1월 <비로컬> 특집 주제는 "로컬맥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추구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신은 크래프트비어를 만드는 로컬 브루어리의 크래프트 정신과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통상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기존의 의미 속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의미를 찾기 위해 "로컬맥주"라는 주제로 로컬트렌드를 탐사하는 기획입니다.

<크래프트 루트>는 '비어샤워', '대한루트B급영화제' 등 문화콘텐츠와 함께 크래프트비어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 (beLocal 윤준식 편집장)

▶로컬맥주 특집을 기획하면서 ‘크래프트 정신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힙합이라는 장르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힙합이 대중문화는 아니었잖아요. ‘쇼미더머니’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나오고 힙합을 듣는 사람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이제는 대중적으로 힙합이라는 장르를 즐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죠. 이 과정에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대중 힙합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짜 힙합이 무엇인가’를 두고 설왕설래 했고요. 크래프트비어도 대중적이지 않았다가, 편의점 맥주로 편입되면서 대중적인 맥주가 되어가는 과정인 걸까 싶기도 했어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우리나라에서는 ‘크래프트’라는 말의 정의가 애매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크래프트’라는 말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 양조장 이름이 <크래프트루트>라 조금 아이러니하긴 하죠?(웃음)

크래프트비어 산업이 커지려면 규모가 큰 맥주회사들이 OEM을 하거나, 편의점이나 마트에 입점해서 수입 맥주들을 대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세금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그 부담을 많이 줄여주고 있고요.

수입맥주를 대체할 국내 맥주를 소매점에서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은 크래프트비어 대중화라는 측면에서는 무척 좋다고 보는데요. 문제는 그렇게 편의점에 진입할 수 있는 기업이 소수이기 때문에 독과점이 형성될 수 있다는 거예요. 전체 시장은 커지지만 그 파이를 많은 지역 브루어리들이 함께 나누게 되는 건 아닌 셈이죠.

앞서 말한 것처럼 대량생산에는 필연적으로 다양성의 부재가 따라오기 때문에 과연 이 맥주들을 크래프트비어라고 부를 수 있느냐 하는 점도 고민해봐야 할 거예요.

▶소규모 브루어리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게 될 것 같네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영세한 양조장들은 이런 판매라인에 참여하기가 어려워요. 캔 인 라인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거든요. 그러니까 소규모 양조장들은 단가를 맞출 수 없어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만 원에 네 캔 라인에 들어갈 수 없어요.

또, 저는 몇 년 후에 수입 맥주 붐이 다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때 국내 양조장이 어떤 포지션을 잡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크래프트 정신에 입각해 특이한 맥주를 만든다고 무조건 맥덕들이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저는 그 답이 로컬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로컬 브루어리로서 계속 변화를 주고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래프트 정신이 전통을 지키는 장인 정신으로 해석되기보다는 브루어리의 정체성과 색깔을 잘 보여주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크래프트루트> 입구 (beLocal 윤준식 편집장)

▶로컬 브루어리라는 말을 강조하셨는데, 그렇다면 로컬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저희는 속초라는 로컬을 알리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역적인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맥주 축제에요. 2018년에 처음으로 ‘비어샤워’라는 크래프트비어 축제를 열었는데요. 크래프트비어와 문화콘텐츠가 잘 접목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문화콘텐츠가 다양해지면 속초를 찾는 관광객도 늘어날 거고, 그 안에서 더 많은 맥주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맥주 축제가 맥주만 있으면 안 되니까, 로컬 푸드를 같이 접목시켜 봤어요. 속초에 있는 음식으로 부스를 마련했고요. 전국에 있는 로컬브루어리들을 섭외해서 함께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보통 축제를 하면 참가비를 내요. 서울에서 열리는 맥주 축제 참가비는 300~400만 원 정도인데요. 저희는 20만 원 정도의 참가비를 받았고요. 모인 참가비는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를 했습니다. ‘비어샤워’ 축제를 통해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문화콘텐츠로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크래프트 루트> (beLocal 윤준식 편집장)

▶<크래프트 루트>의 정체성은 ‘문화콘텐츠로 로컬을 알린다’는 것이네요. 이런 문화콘텐츠로 크래프트비어를 체험할 수 있는 장도 열어주고 있는 것 같고요. 또 다른 활동도 있었나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B급 감성의 독립영화제를 한 번 했습니다. <해바라기>라는 영화에 출연한 지대한 배우님과 함께 ‘대한루트B급영화제’를 같이 열었어요. 이때 지대한 배우를 담은 ‘지대한필스너’라는 크래프트비어를 함께 소개했습니다.

또 한 번은 디제잉 파티를 열었었는데, 이 파티로 인한 수익금은 저희 몇 년 전에 산불난 곳에 기부를 했고요. 원래는 재즈콘서트도 기획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진행은 못했습니다.

아직 실행은 못했지만, 하나 더 생각했던 건 스탬프에요. 유럽에서는 각 지역 양조장을 돌면 스탬프를 찍어 주거든요. 저희는 일정 기간에 속초의 스팟을 다녀오면 스탬프를 찍어주려고 했어요. 대신 누구나 아는 속초의 명소가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곳을 다녀와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인증샷을 찍거나 SNS에 올리면 속초에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장소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수 있잖아요. 또 이렇게 하면 관광객이 한 장소에 몰리지 않고 분산되어서 코로나 유행을 멈추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했고요.

여러 가지 콜라보레이션도 하고 있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콜라보레이션은 맥주 판매를 위한 게 아니라 문화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게 제공하는 하나의 요소에요. 저희가 속초 게스트하우스 <소호259>랑 콜라보레이션 할 때 ‘소호맥주’를 만들기도 했지만, ‘홉’이라는 맥주 재료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홉으로 베게를 만들거나 티셔츠를 만드는 체험도 제공하려고 했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실행은 못하고 맥주만 만들었는데 무척 아쉽습니다.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저는 <크래프트 루트>를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아니라 로컬 브루어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로컬 양조장이고 로컬 맥주라고 표현하고 싶은 거죠. 우리는 속초에 있고 속초를 대변하는 장소들을 우리 맥주에 담았으니까 로컬 브루어리라고 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생각했어요.

특히 코로나 이후에 많은 양조장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잖아요. 이 상황에서 크래프트 정신을 논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해요. 내가 아무리 독창적이고 특이한 맥주를 만들어도 먹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도태되는 거잖아요. 저희도 맥주 매니아들을 위해 스페셜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다양성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서 할 거예요. 아직은 저희도 4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무엇이든 시도해봐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아직 해보지 못한 여러 계획들을 하루라도 빨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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