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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맥주
  • 입력 2021.01.30 19:20
  • 수정 2021.11.18 12:34

[로컬맥주(5)] 3부: (양조장 탐방) 맥주, 수많은 공정으로 탄생된 마시는 예술작품 - <크래프트 루트> 남도현 양조사

속초에 있는 <크래프트 루트>는 익선동에 있는 <크래프트 루>라는 펍에서 시작해 속초에 양조장을 만들고, 속초의 명소들을 담은 속초IPA, 설IPA, 동명항 페일에일 등의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요. 대중들이 크래프트비어를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라이트한 맥주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또 문화콘텐츠를 통해 로컬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크래프트비어 축제인 '비어샤워', '대한루트B급영화제' 등을 통해 크래프트비어 체험의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루트> 남도현 양조사의 안내로 양조장을 돌아보며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맥주 제조에 사용되는 장비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어보았습니다.

1부: 크래프트비어로 향하는 ‘다리’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2부: 문화콘텐츠로 로컬을 알리는 ‘로컬 브루어리’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3부: (양조장 탐방) 맥주, 수많은 공정으로 탄생된 마시는 예술작품 - 남도현 양조사
4부: 2020 KIBA 최다수상...'속초를 담은 맥주'

2021년 1월 <비로컬> 특집 주제는 "로컬맥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추구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신은 크래프트비어를 만드는 로컬 브루어리의 크래프트 정신과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통상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기존의 의미 속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의미를 찾기 위해 "로컬맥주"라는 주제로 로컬트렌드를 탐사하는 기획입니다.

<크래프트루트>는 고깃집, 키즈카페 등으로 활용되다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재탄생시켜 속초 이야기를 맥주에 담아내는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대표 맥주 외에도 시즌별로 새로운 맛을 선보이는 시즈널 비어, 양조사들의 개성을 넣은 스페셜 라인업까지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루트는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과 맥주를 마시는 펍이 함께 공존하는 형태인 브루펍입니다. 맥주 탱크를 옆에 두고 맥주를 마실 수 있어 맥주 마시는 재미가 2배가 되는 공간입니다.

일반적으로 맥주는 ‘분쇄-당화-끓임-발효-숙성’ 5가지 과정을 거쳐 탄생합니다. 맥아를 빻은 뒤 당을 추출하고, 맥주를 끓인 뒤 식혀서 발효를 거쳐 숙성하면 맥아를 끓인 즙, 맥즙에서 맥주로 탈바꿈합니다.

크래프트루트 내부 (BeLocal 윤준식 편집장)

▶맥주를 만들기 위한 첫 공정은 어떤 것인가요?

☞남도현 양조사: 발아된 보리(맥아)를 분쇄하면서부터 맥주를 만드는 공정이 시작됩니다. 맥아는 싹틔운 보리인데, 맥아를 어떻게 분쇄하느냐에 따라 맥주의 풍미가 달라지거든요? 따라서 맥아의 분말 크기를 좌우하는 분쇄과정은 중요합니다.

빻은 맥아는 일정한 온도의 물과 함께 당화조에 옮겨 당을 추출하는 데 사용됩니다. 당화조에서 추출된 당은 액체 상태로 끓임조로 옮겨 끓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끓인 맥즙은 효모가 번식할 수 있는 온도로 식힌 뒤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5가지의 단계를 거쳐 맥주가 완성됩니다.

▶분쇄기에서 맥아를 빻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남도현 양조사: 분쇄한 맥아가 물과 만났을 때 반죽으로 바뀌지 않도록 입자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너무 곱게 분쇄한 맥아는 물과 만날 경우 수제비 반죽처럼 변화하게 됩니다. 반죽상태에서는 곡물이 지닌 당을 추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맥아를 어느 정도 크기로 분쇄하는가는 맥주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크래프트루트 양조장에서 사용하는 당화조와 끓임조 (BeLocal 윤준식 편집장)

▶‘당화조’라는 말이 생소한데요? 당화조에서는 어떤 과정이 이루어지나요?

☞남도현 양조사: 당화조에서는 ‘당화’라는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당화란 분쇄한 맥아와 온수를 결합해 당을 추출하는 과정입니다. 맥아에 숨어있는 효소는 63도 이상의 물을 만나 당화를 시작하는데요. 전분은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분해하면 당으로 변화하며, 당을 추출한 물은 맥주를 만드는 기본 액체인 맥즙이 됩니다. 이 맥즙에 담긴 당은 이후 발효조에서 효모들의 먹이가 됩니다.

▶당화된 맥주를 끓임조에 넣어 가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남도현 양조사: 가열하지 않으면 DMS(다이메틸 설파이드)라는 성분이 맥주에 발생해 맥주의 풍미를 떨어 뜨리게 됩니다. DMS는 옥수수와 비슷한 향을 풍기는데, 식품이 부패하며 냄새가 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성분 때문입니다. 이 향은 휘발성이기 때문에 맥주에 좋은 향을 입히기 위해서는 한 번 가열해 날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맥주의 풍미를 담당하는 ‘홉’을 첨가합니다.

▶끓임 과정에 홉을 넣는 이유가 있는지?

☞남도현 양조사: 홉은 맥주에 풍미를 더해주는 식물입니다. 홉은 솔방울 같이 생긴 암꽃이 피는데, 암꽃이 성숙하면서 노란색 알갱이를 맺게 돼요. 우리가 알고 있는 홉이란 이 열매를 일컬으며 맥주에 독특한 향료로써 활용됩니다. 홉은 맥주의 풍미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홉을 몇 도에서 얼마만큼 끓이는가에 따라 맥주의 맛과 향은 쌉쌀한 맛과 꽃 향, 시트러스 향 등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게 돼요.

맥주에 홉 향을 넣어 끓이는 과정은 차를 끓이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차를 우려낼 때 일정한 온도에 일정 시간 동안 두면 찻잎에서 나오는 향과 차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끓이거나 추출하면 떫고 쓴맛만 남게 될 뿐, 차가 지닌 고유의 맛은 사라지게 되지요.

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끓임조에 넣어 일정한 시간 동안 고온에서 끓이면 홉이 지닌 아로마 향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끓이는 과정에 홉을 넣게 되는 겁니다. 이때 홉을 넣고 끓이는 시간은 홉의 종류, 맥주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크래프트루트 양조장투어를 함께한 남도현 양조사 (BeLocal 윤준식 편집장)

▶이렇게 끓임조를 거친 맥주는 발효조로 들어가는 거군요?

☞남도현 양조사: 갓 끓인 맥주를 일정한 온도로 냉각을 시켜 발효조에서 발효 과정을 거칩니다. 아까 당화와 끓임을 거친 액체는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맥주가 아니라 맥즙입니다. 식힌 맥즙에 효모를 넣어 발효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맥주로 완성됩니다.

효모는 박테리아나 세균이 아니라 미생물인데요, 미생물이 생존하기 위해서도 먹이와 적절한 온도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거쳐 추출된 당은 효모의 먹이가 되거든요? 효모는 당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배출합니다. 이들이 배출한 2가지 요소는 맥즙이 맥주로 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최종적으로 맥주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공정을 맡은 셈입니다.

▶발효조 하단부는 뾰족한 모습인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남도현 양조사: 맥즙 내부에 가라앉아있는 홉과 맥아의 찌꺼기 등 침전물 등을 맥주와 걸러내기 위해서입니다. 맥주 제조과정에서 침전물들을 끊임없이 걸러내긴 하지만 약간의 침전물들은 계속해서 남아있습니다. 맥아를 분쇄한 가루와 끓이는 과정에서 들어간 홉, 숙성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침전물은 맥주의 맛을 해칩니다. 발효조는 침전물이 가라앉을 수 있도록 뾰족한 형태로 되어 있으며 내부에 2개의 수로를 두어 맑은 맥주를 추출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남도현 양조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양조장을 돌아보고 나니, 맥주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나면 그 가치가 마음에 더 와 닿기 마련입니다. 맥주 역시 만들어지는 공정과 들어가는 재료들을 이해하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과정을 거쳐 완성된 하나의 예술품을 마신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크래프트 루트>는 한적한 도시에서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과 속초에서만 만날 수 있는 로컬 브루어리라는 개성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시선을 돌리는 곳 마다 익어가는 맥주 탱크가 있어 오감으로 맥주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욱 특별함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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