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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맥주
  • 입력 2021.01.31 20:35
  • 수정 2021.02.01 12:23

[로컬맥주(7)] 2부: "문화 콘텐츠로 정착해가는 크래프트 정신" - <댄싱사이더> 이대로 대표

로컬맥주 특집 팟캐스트로 만나는 로컬크리에이터는 충북 충주의 <댄싱사이더> 이대로 대표입니다.

<댄싱사이더>는 충주가 가진 보배인 수자원과 과일을 원재료로 운영되는 '로컬사이더리'입니다. 보통 곡물로 만든 술을 'Beer(맥주)', 과실로 담은 술을 'Wine(와인)'으로 부릅니다. 이 때문에 사과를 원재료로 주류를 생산하는 <댄싱사이더>를 맥주와 같은 주종에 놓고 보는 건 애매할 수 있지만, 대표적인 크래프트비어 전시회인 KIBEX 등 크래프트비어 씬에서 <댄싱사이더>의 제품을 볼 수 있기에 로컬맥주의 범주에 놓았습니다.

미국에서조차도 흔치않은 사이더에 대한 도전, 마니아들을 '댄서'라 부르며 소통하는 커뮤니티 문화 등은 크래프트 정신으로 크래프트 문화를 형성해가는 전형적인 로컬맥주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또 미국에서 사이더를 공부한 후, 충주에 정착해 사이더리를 운영한다는 점은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행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1부: 로컬사이더리 <댄싱사이더> 창업기 - <댄싱사이더> 이대로 대표
2부: 문화 콘텐츠로 정착해가는 크래프트 정신 - <댄싱사이더> 이대로 대표

2021년 1월 <비로컬> 특집 주제는 "로컬맥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추구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신은 크래프트비어를 만드는 로컬 브루어리의 크래프트 정신과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통상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기존의 의미 속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의미를 찾기 위해 "로컬맥주"라는 주제로 로컬트렌드를 탐사하는 기획입니다.

<댄싱사이더>에서 제조한 애플사이더 제품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로컬 주류들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유통 자체가 어려워서잖아요?

▶<댄싱사이더> 이대로대표(이하 '이'): 저희도 다른 영세 주류 제조업체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마케팅, 영업, 잠재 소비자들을 만나 소비를 유도할 수 있게 배치하고 유통을 하는 부분은 발로 뛰는 부분을 선택했어요. 일단 소비자들이 ‘애플사이더’가 뭔지 알 수 있도록 무료 시음회나 컨퍼런스에 참여해서 홍보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오프라인 마케팅 보다 온라인에서 더 전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어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 찾아가고 있습니다.

◇윤: 지난 8월 말 키벡스 행사도 코로나 영향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았는데 <댄싱사이더> 부스 앞에는 많은 분들이 모여있는 걸 봤어요. 그걸 보고 매니악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지금은 한국 내에도 크래프트비어를 제조하는 회사들이 많아요. 퀄리티가 높은 맥주를 만드는 회사들이 많아 새로운 것, 혹은 다른 주류가 나오면 그걸 마셔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애플사이더’ 같은 경우 한국의 농산물, 한국 사과로 만든 술이고, 기존에 없었던 맛이기 때문에 그 점을 마케팅을 통해 전달하고 있어요. 궁금해서 마셔보시는 것도 있고, 새로운 주류를 경험해보고 싶은 게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애플사이더’라는 장르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해외에서 수입되는 해외 대기업 제품들이 한국에서 유통이 많이 되고 있는데, 한국에서 만든 ‘애플사이더’를 접하면서 응원해주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댄싱사이더>에서 판매하는 애플사이더 3종 (사진 출처: <댄싱사이더> 스토어팜)

◇윤: 마시는 소비자들의 생각은 그렇다?

▶이: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정말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계시네요.

▶이: 저희가 엄청난 파이오니어처럼 보여지는 게 사실인 것 같기는 한데, 중압감과 책임감이 더 느껴지고요. 제품 퀄리티가 떨어지게 되면 마셔보고 ‘한국 ’애플사이더‘는 이런 수준이구나’ 라고 평가하실 것 같아 많은 책임감을 느끼며 제조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댄싱사이더>)

◇윤: 사실 <댄싱사이더>는 병의 모양, 라벨을 보면 외국에서 수입해온 듯 한 느낌이 들어요. ‘수입 맥주구나’라는 느낌이 드는데 제품의 대한 발상은 어디서 얻으셨는지 궁금해요. KIBEX같은 박람회를 통해 한국시장을 보러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 분들이 바이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품 디자인을 누가 하셨는지?

▶이: 디자인은 저희와 협업하는 스튜디오 대표님께서 작업해주셨어요. 처음에 저희가 다양한 방법으로 로고 작업도 했었다가 지금 라벨 디자인을 해주고 계신 스튜디오 대표님을 만나게 돼서 로고까지 작업을 해주셨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한국의 맛과 멋을 잘 이해해주셔서 한국 민화에서 많이 활용되는 캐릭터를 소재로 디자인 해주셨어요.

◇윤: 이국적인 느낌이 나도록 의도하신건지?

▶이: 이국적이게 하려고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한국스럽게 가는 게 저희 취지였어요. 한국의 사과, 한국의 미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에 더 오리지널한 느낌으로 제품 기획 단계부터 접근을 한 건데 디자인을 해주시는 대표님이 워낙 실력이 좋으셔서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요.

◇윤: 로컬라이즈를 목표로 했는데 오히려 글로벌라이즈가 돼버린...?

◆김: 전통을 크게 바꾸신 것 같지는 않아요. 이런 게 새로운 콘텐츠로 다가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대가 됐네요. 대표님이 주신 명함을 관찰해보면, 한국에서 독특한 콘텐츠, 새로운 문화를 지향하시지만, 반대로 외부에 대한 신경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전화번호에 ‘82+’를 붙여두셨더라고요.

▶이: KIBEX 때 섹션들이 있었고요. 현재 유럽에서 한국 주류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재 저희의 목표는 국내 소비자 분들께 ‘애플사이더’라는 좋은 술을 알리는 것이 목표예요. 국내에서도 목표 달성하기도 힘든데, 아직 해외까지 신경을 쓰는 건 너무 이른 것 같고 나중에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과가 브랜딩이 잘 되어있고, 품종 개량도 계속 하고 있고, 사과뿐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과 블렌딩을 해서 지구상에 없던 새로운 맛을 만들면 충분히 해외에서도 통할 거라고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김: <댄싱사이더>는 많은 분들을 만나는 유통 채널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을까요?

▶이: 어느 업체나 대형마트, 편의점에 입점해서 젊은 소비자와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저희도 당연히 그렇게 되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큰 마트에 대량생산과 납품하는 건 쉽지 않아요. 조금씩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펍, 음식점, 카페처럼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하려고 해요.

◆김: 일반적인 유통 채널이나 보편적인 공간보다는 특별한 장소, 특별한 경험의 공간들에서 <댄싱사이더>를 만나는 분들은 더욱 특별하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댄싱사이더>에서 제조한 애플사이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이: 저희도 그렇게 영업과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닌 특별한 제품으로 인식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면 유통은 수월하지만 아직 큰 회사가 아니고, 좋은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과 원가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참고로 저희 제품 병 한 병에 사과가 2개 이상이 들어갑니다. 사과가 많이 들어가는 대신 물이 거의 안 들어가요. 그런 면에서도 대기업 제품과 가격 경쟁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품력으로 더 승부를 보려해요. 펍 또는 음식점들도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좋게 봐주시며 응원해 주시고요. 품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업장 사장님들이 저희 제품을 찾아주시고 계신 것 같아요.

◇윤: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어떤 인식을 하고 계시는지, 충주를 대표하는 로컬크리에이터 기업으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왼쪽) <댄싱사이더> 이대로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이: 충청도 쪽에 젊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으로 운영하는 게 많지 않다보니 주변에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용기있다고 봐주시는 것 같고, 창업할 때도 공동창업자를 비롯해 3~4명이 같이 만들어보자고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서울에서 일하다 충청도로 내려가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비전만 가지고 저희가 이상적인 꿈을 가지고 시작을 한 거라, 비즈니스 플랜은 있엇지만 믿음을 갖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사업을 하는 중에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고 한국에서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주변 분들이 확신과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저희의 역할이 중요함과 동시에 저희가 상업적으로 더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역할은 좋은 제품,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서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김: 기존에 없었던 걸 새로 만들었다는 것도 중요지만, 주변에서 응원과 소비를 해주니 제품 자체로 경쟁력을 갖겠다라는 점이 미래가 있다는거죠.

◇윤: 충주는 산업적으로 비운의 도시에요. 우리나라 역사와도 관련이 있는데 약 600년 전 조선 초기에는 도청 소재지인 충청감영을 충주에 뒀어요. 그런데 임진왜란 중 한양을 향하는 왜군의 진격지에 충주가 있게 되니 충청감영을 공주로 옮긴 겁니다. 지금도 충청북도 인구 180~190만 중 절반에 해당되는 85만 명 정도가 청주에 살고 충주는 15만 정도 규모의 도시로 머물러 있어요. 그런데 고도 성장기였던 80년대에도 충주의 성장이 멈추게 된 이유는 이곳이 남한강이라 수도권을 담당하는 상수원 보호지역었기 때문에 개발을 할 수 없었던 거예요.

이로 인해 충주는 가진 게 물, 과일, 농산물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요. 그 동안은 이게 충주의 약점이자 결점이었어요. 충주의 주류 산업이라고 놓고 보면 “로컬F&B가 무슨 대단한 거라고?”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크리에이티브함이 남다르다는 겁니다. 게다가 현재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교차시켜간다는 점에서 로컬크리에이터의 활동이 대단하다는 거죠.

◆김: 고도성장을 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돈을 번 다음에는 개성이 사라지며 콘텐츠는 외면 받잖아요? MZ세대가 콘텐츠에 환호하는 이유가 경제적 성장은 덜 이루더라도 다양성을 찾고, 내가 즐길게 뭘까, 새로운 게 뭘까 고민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네요.

◇윤: 로컬 주류가 한때 위축된 이유가 막걸리 중심으로 재편이 되면서 “막걸리만이 우리의 전통주류다”라는 생각이 굳어져서 였지만, 다양한 농산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다양한 주류의 하나로서 굵직하게 나타나고 있는 <댄싱사이더>는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 지역 특산주로 분류가 되서 온라인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요.

◆김: 택배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좋네요.

▶이: 충북 충주에 위치한 로컬크리에이터로써 많이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서울·경기권 밖에 있는 업체가 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까지 “지방에 있는 업체는 멋없고 잘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요. 그 점이 저와 공동창업자가 많이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예요. 인력을 뽑을 때도 충주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좋은 인력 풀을 확보해서 좋은 브랜드를 가지고 가고 좋은 회사가 되어 “지방에 있는 스타트업들도 멋있게 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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