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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리칼럼(41)] 인생을 바꿔줄 어른의 존재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1.02.03 14:00 | 최종 수정 2021.02.17 16:14 의견 0

청소년 주위에 어떤 어른이 있는지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농산어촌 청소년들에게 제3의 어른으로서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유년시절의 나와 주변의 어른들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역시 가장 좋은 어른은 ‘부모님’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토바이가 왜 필요한지? 스스로를 위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

고등학생인 아들이 밑도 끝도 없이 오토바이가 필요하다고 하면 보통 부모님은 어떤 말을 하실까요? 어머니는 놀라며 “위험한데?”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다르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제가 알아본 오토바이 리스트와 가격, 헬멧 쓰기, 60킬로 이하 주행, 혼자 타기, 다리 건너지 않기 등 나름의 안전대책을 문서로 정리해서 제출했고, 이 문서는 아직도 아버지의 추억함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아버지께 오토바이 구입을 승인받은 뒤 어머니의 걱정을 뒤로하고, 아버지와 공터에서 오토바이 운전을 연습했습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 고향인 상주에서 이장 아재의 지원사격 속에 트랙터, 경운기 코스까지 마스터할 수 있었고, 곧 원동기 면허를 취득하며 줌머라는 스쿠터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철이 없어서 아버지가 남다르다고 생각하거나 아버지께 감사해야 한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런 건 어때?”

어머니는 제 취향을 저보다 더 잘 아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빡빡이들 사이의 군대식 운동부에서도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듯한 제게, 저만의 ‘취향’을 찾게 해주셨습니다. 까다로운 아들의 취향에 맞춰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프랑스 영화 비디오를 직구로 구해주셨습니다. 이런 시각적인 자료들을 보면서 삶에서 취향과 감성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1년에 두세 번은 함께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제 취향이 확고해질 때,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내한한 <파르지팔>이라는 8시간짜리 오페라를 함께 보며 아버지와는 또다른 유대감을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가자마자 돈을 모아 여행을 가라고 세상에 내던져 제 가치관을 만들 기회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여전히 철이 없던 저는 세상 모든 어머니는 이런 줄 알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제게 어머니는 “이런 건 어때?”라며 한 전시회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이 사례에서 핵심은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93일이나 되는 시간을 들여서 아들과 모험을 할 수 있는 부모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그 이전에 '허무맹랑하다'고 평가하지 않고 끝까지 이 상상을 구체화만 시켜주어도 대단하다 싶습니다.

마음도 마음이지만 결국 경제적인 요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겠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부모의 마인드와 태도, 경제적 요건에 의해 청소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의 질과 양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갭을 메우는 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제 주변에는 좋은 어른들이 많았습니다. 그 어른들은 본인이 저를 성장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소스를 던져주고, 성장하고픈 욕구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어른들을 떠올리면, 오늘도 <멘토리> 크루들에게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되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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