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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기효 멘토리 대표
  • 칼럼
  • 입력 2021.02.24 14:15
  • 수정 2022.12.26 17:54

[멘토리칼럼(43)] 청소년들의 목소리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2020년 최고의 순간을 꼽으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어제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 콘퍼런스에 초대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강화에서 3년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우리 지역을 살리자, 지역에서 살아야 한다”와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죠. 이제라도 대본을 짜야 하나, 말을 잘할 수 있을까 오만가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콘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역시 또 혼자 고민이 많았구나, 미래세대들은 다 답이 있구나’ 느꼈습니다. 청소년들은 우리의 품 안에서도 훌륭했지만, 밖에 내놨을 때는 더욱 훌륭해지는구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파르르 떨던 두 어른과 비교하면 더 훌륭했죠.

“강화다움, 지역의 훼손, 재정 자립도… 그리고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영상을 본 사람 중에는 청소년들이 뚱딴지같은 소리를 한다거나 말을 잘 못 한다고 느낀 분도 계실 테죠. 하지만 어제 무대에 올라온 친구들은 18년간 강화에서 살아오면서 강화에 대한 생각이 이제 막 깨지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는 저희로서는 뿌듯했습니다.

지역의 지역다움이라는 것을 지워가면서 서울을 쫓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 서울과 다른 강점인 자연을 훼손하는 것, 자립할 수 없는 우리 지역의 곳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강화를 걱정하는 모습은 “우리가 함께하면서 같은 생각을 공유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는 안타까움에서 비롯한 막연한 애향심과는 다른데요. 이 안타까움 속에서 ‘자신이 할 일’을 찾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 동네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것을 위해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청소년기를 마무리하고 청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함께한 고민과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진짜 지역의 인재들을 강화가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온더레코드>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3년.

어떤 분께서 청소년 크루는 안 떠는데 운영진들은 왜 그렇게 떠냐고 청심환을 보내주겠다고 할 정도로, 저와 홍준 님은 온더레코드라는 공간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8년 초, 패기롭게 홈페이지에 소개된 메일로 미팅을 요청하고, 청심환을 먹고 윤미 님을 만난 뒤 “이곳에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자!”라고 마음먹었는데, 딱 3년 뒤 이곳에서 강화의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지켜보니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벅차고 떨렸습니다.

<온더레코드>라는 공간에 전시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자리였기에, 여기서 저희의 목소리를 내고 그 동료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의미에서 어제의 자리는 저희에게는 올해 최고의 자리였습니다.

콘퍼런스의 주제인 ‘우리는 러닝메이트’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도시에서는 참 좋은 메이트들과 함께 고민했는데 지역에서는 참 외로웠구나….’

강화도의 청소년들이 한 이야기는 서울에서는 박수를 받아도, 정작 강화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아직도 저희가 보낸 메일의 수신확인 표시는 ‘읽지 않음’인데요. 강화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생활기록부 혜택이 사라진 우리의 프로젝트는 더더욱 외로운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농산어촌에 너무나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지역의 제1, 2 어른들이 귀찮다며 기피하고, 청소년들은 왜 필요한지를 몰라 주저할 때, 외부에서 온 우리만의 오만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질까 너무나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갑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갈 것입니다. 어제와 같은 감동을 받기 위해, 더 재밌는 일을 하기 위해 방법을 또 찾을 겁니다. 그때는 덜 고독하고 외로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분이 함께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멘토리>가 보내는 메일을 받으면, 꼭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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