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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맥주(8)] 1부: 세션? 세종? IPA? '다양한 맥주 이야기' - 월간 <비로컬> 편집부

beLocal 유민정 에디터 승인 2021.02.19 18:25 | 최종 수정 2021.02.22 19:22 의견 0

비로컬 2월 특집 주제는 1월과 마찬가지로 "로컬 맥주"입니다.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로컬브루어리 역시 지역에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며 로컬크리에이터와 같이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로컬 맥주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2월 "로컬 맥주" 특집 첫 이야기는 팟캐스트로, 방문했던 브루어리들이 만들고 있는 맥주를 짚어보면서 맥주 종류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 이연지 에디터, 김혜령 에디터가 함께합니다.

1부: 세션? 세종? IPA? '다양한 맥주 이야기'

2부: 사우어? 헤이지? '효모 이야기'

버드나무 브루어리 입구 (beLocal 윤준식 편집장)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1, 2월은 로컬맥주 특집인데요.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과 로컬 브루어리의 연관성을 찾아보는 탐방을 했고, 2월은 로컬맥주가 어떻게 로컬 문화로 정착해 가고 있는지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그중 처음 방문했던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와 속초 <크래프트 루트> 브루어리 얘기를 취재를 다녀온 기자들과 해보려고 합니다! 저희가 몇 안 되는 브루어리를 가고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맥주보다 더 많은 맥주를 소개받았죠? 강릉의 대표적인 로컬 브루어리 <버드나무 브루어리> 얘기부터 해보죠.

미노리 세션 (출처: 버드나무 브루어리 페이스북)

◎이연지 에디터(이하 ‘이’):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 소개받은 대표 맥주 이름은 굉장히 특이했어요. ‘미노리 세션(Minori Session)’이었는데요. 강릉시 사천면에 있는 마을 이름을 따온 데다, 미노리에서 수확한 쌀을 40% 이상 사용해서 만든 맥주였죠. 저는 ‘세션’도 그냥 작명의 일부라고 생각했거든요. 찾아보니 술 종류라고까지 하기는 어렵지만, 약하게 편하게 마시도록 만든 술을 ‘세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윤: 일단 많은 분이 맥주는 보리로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인류 역사를 보면 곡류로 만든 술을 ‘비어’, 과실로 만든 술을 ‘와인’이라고 표현했어요. 우리나라에 전래되면서 “비어는 맥주, 와인은 포도주”라는 도식으로 굳어졌죠. 그래서 많은 분이 “사과로 만든 와인이나 밀이나 쌀로 만든 맥주가 있다”라고 말하면, “쌀이 재료면 막걸리지! 어떻게 맥주야?”라고 얘기하시기도 하거든요.

◎이: 맞아요! 저희가 인터뷰한 브루어리의 브루마스터들도 막걸리와 맥주 만드는 과정이 비슷하다고 말씀하셨고,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고두밥을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해서 맥주를 만드신다고도 하셨어요.

맥주의 원료가 되는 '홉' (출처: 픽사베이)

◇윤: 충북 제천에서 홉 재배를 하는 장동희 대표님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분이 홉을 재배하게 된 계기도 “바리스타가 되는 법을 배우러 갔는데, 옆방에서 막걸리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에 막걸리 만드는 법을 배웠더니 ‘맥주 만드는 거랑 똑같잖아!’”라고 느꼈다고 했거든요! 곡식으로 술을 담근다는 공통점이 있는 거죠.

그런데 맥주의 재료가 되는 보리와 보리밥을 만들 때 넣는 보리가 달라요. 맥주를 만드는 데 적합한 보리는 국내 생산이 안 되거든요. 맥주 생산을 목적으로 하려면 다른 종의 보리를 심어야 하는데, 특정 작물을 재배하려면 기후, 토양 조건이 맞아야 하죠. 보통 “귀촌해서 귀농하겠다!”라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도 자신이 계획한 상품 작물을 생산하기까지 땅이 바뀌길 최소 3~5년 기다려야 해서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로컬 브루어리가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맥주가 뭘까?” 생각하다 보면 로컬에서 구할 수 있는 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바로 이 점 때문에 로컬 브루어리가 외국에서 가져온 재료로 맥주를 만들고, 지역 특산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그럼에도 브루어리들은 로컬의 색을 담기 위해서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계셨죠.

●김혜령 에디터(이하 ‘김’): 네.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다른 맥주도 특이한데, 대표 라인 중 ‘즈므 블랑(zeumeu blanc)’에는 국화와 산초가 들어가요! 맥주에 고수가 들어가는 경우는 있지만, 국화와 산초는 특이했어요.

벨기에식 맥주 중에 오렌지 껍질과 고수가 들어가는 ‘윗비어(Witbier)’라는 맥주가 있거든요? 벨기에에서 밀맥주의 맥이 끊겼었는데, 1957년에 양조장을 인수한 사람이 과거의 레시피를 기억해 내려고 애쓰다가, 핵심 재료였던 오렌지 껍질과 고수가 생각나서 이 맥주를 되살렸다고 해요. 산초는 약간 “코리안 고수”, 즉 향신료 느낌으로 쓰인 게 아닐까 합니다.

◎이: 저는 맨 처음에 만드셨다는 맥주 ‘파인시티 세종’이 눈에 띄었어요. 강릉이 ‘파인시티(Pine City)’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있잖아요? 실제 ‘강릉’하면 떠오르는 소나무숲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고, 그 솔잎을 활용해 만든 맥주인데, ‘세종’도 에일의 한 종류더군요?

●김: ‘세션’처럼 ‘세종’도 맥주 이름인데, 벨기에 맥주 중 하나에요. 당시 농사짓던 사람들이 농번기에는 맥주를 만들어 먹을 수 없으니까, 겨울과 봄, 농한기에 농번기를 대비해서 만든 맥주입니다. 오렌지 껍질, 고수, 생강 향이 들어가서 여름에 신선하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에일이에요!

색은 흔히 라거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금색, 밝은 오렌지색인데요. 농번기에 마셔야 하니까 가볍게 3도 정도로 만들었다가 나중에는 9도까지 가는 딥한 스트롱 에일로까지 발전했다고 합니다.

파인시티 세종 (출처: 버드나무 브루어리 페이스북)

◇윤: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 저는 ‘버드나무’의 한 글자, 한 글자를 따서 잔에 새긴 게 참 좋았거든요? 강릉 로컬에도 최적화돼 있지만, 맥주가 해외에서 들어온 외래 주류인데, 맥주 종주국이 아닌 한국에서 한국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돋보여서요.

“로컬 브루어리가 로컬을 재해석하는 방식이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렇듯 유난스럽지 않다는 느낌 때문이에요. 자신들이 발견한 가치를 크게 자랑하지 않고, 이름이나 맛을 통해서 전달하거든요. ‘파인시티 세종’만 봐도 하나의 맥주 안에 벨기에와 강릉, 파인시티라는 이미지가 결합되죠. 이것이 로컬을 재해석하는 방식이 아닐까요?

◆미지근한 온도에서 풍미가 살아나는 '에일'

◎이: 맞아요. 저희가 방문했던 <크래프트 루트>도 속초라는 지역을 맥주에 입혀보려고 노력하는 브루어리인데요. 여러 로컬 브루어리들을 다니다 보니 에일 종류와 새로운 시도를 가미한 IPA(인디아 페일에일)를 많이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버드나무 브루어리>에는 ‘백일홍 레드에일’과 ‘하슬라 IPA’가 있었고, <크래프트 루트>에는 지역 이름을 붙인 ‘동명항 페일에일’과 ‘영랑호 벨지안 화이트에일’, ‘설 IPA’와 ‘속초 IPA’가 있었죠! 그런데 IPA도 사실 에일의 한 종류잖아요?

동명한 페일에일 (출처: 크래프트 루트 홈페이지

●김: 네. 맥주는 크게 ‘에일’과 ‘라거’로 나뉘어요. 라거는 저온 숙성으로 나중에 개발됐으니, 처음으로 나온 맥주가 따뜻한 온도에서 발효해서 먹는 에일이죠! 당시에는 상온 발효도 기반시설이 있어서 가능했던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던 야생 효소가 붙어서 갑자기 발효가 시작된 게 맥주에요. 이를 ‘상면발효’라고 해요.

◎이: 그러면 에일은 상온 온도로 마셨을 때, 가장 풍미가 좋겠네요?

●김: 네! 실제로 권장 온도가 10도 정도에요. 라거는 더 낮은 온도에서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라거의 효모는 파타고니아종이에요. 파타고니아숲이 보통 6~8도의 서늘한 온도기 때문에 그 종이 가진 성격대로 라거 맥주도 그렇게 시원한 곳에서 천천히 발효된다고 합니다!

◇윤: 재미있네요! 파타고니아가 맥주의 기원…?

●김: 기원이라기보단, 어느 날 발견한 거죠. 파타고니아에 사는 효모와 대조해 보니 거의 일치했다고 하는데요. 이 효모가 언제 유럽으로 건너갔는지는 또 미스터리입니다.

14세기에 독일에서 발견되면서 뮌헨에서 라거가 발전했는데요. 우리가 아는 맥주 중에 생각 이상으로 라거가 많아요! 저는 흑맥주도 라거와 에일로 나뉘어서 신기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발효종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기 때문이죠.

지금 브루어리들이 가장 많이 만드는 게 ‘페일에일’, 그다음 ‘레드에일’, ‘화이트에일’, ‘골든에일’ 등입니다. 이 종류는 맥아를 볶을 때나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차이가 나요. 레드에일은 빨간색 맥아를, 화이트에일은 상대적으로 하얀 맥아를 사용하거나, 아주 덜 볶은 맥아를 사용하죠!

맥아 (출처: 픽사베이)

◎이: 지난번에 IPA는 에일 종류인데, 홉이 더 많이 들어갔다고 했죠?!

●김: 네, 에일의 종주국이 영국인데요. 종류에 상관없이 그냥 ‘에일’이라고 불렀죠. 그들이 신대륙을 개척해서 인도 쪽으로 건너갔는데 먹고 싶은 맥주를 당시엔 상하지 않게 가져올 방법이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을 넣는 거였어요.

1700년대 전후 영국에서는 버튼 지역이 에일 산업을 선도했는데요. 특히 러시아 황제가 좋아해서 많이 수입해 먹었는데, 1700년대 후반이 되면서 영국과 러시아 사이가 멀어졌죠. 세금도 많이 부과했고,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이 대륙 봉쇄령도 내렸으니까요!

그래서 에일을 더이상 수출할 수가 없어서 마을에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해요. 게다가 IPA를 개발해서 수입하기 시작한 ‘호지슨’ 사람이 폭리를 취했죠. 그 때 동인도 회사의 ‘마조리 뱅크’라는 직원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버튼 지역 사람들과 미팅을 한 거예요! “혹시 이 맥주를 만들 수 있냐?”며 보여줬는데 “만들 수 있다!”라고 해서 이 지역에 있던 사람들이 고난을 타개했다고 합니다.

◎이: 방부제 역할로 쓰였던 홉이 지금은 홉의 맛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거네요. “더블 IPA”, “트리플 IPA” 등으로요.

●김: 네. 버튼 지역에서 IPA가 잘 만들어진 이유는 물 때문이에요. 이 지역의 물에 들어있는 다량의 황산칼슘이 홉의 쓴맛을 극대화하고 효모 작용을 활발하게 도와서 맥아즙에 있는 효모가 먹을 당을 다 소모하고, 발효가 활발해지는 데 도움을 주었죠. 지금도 아무 물에나 황산염 성분을 섞으면 버튼식 페일에일이 만들어진다고 해요. 신기하죠?

◇윤: 얘기를 들을수록 맥주는 과학이네요. 화학 물질의 결합이자, 발효 과정의 과학! 그리고 홉이 사람한테 정말 좋아요. 불면증에도 도움이 되고 탈모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거든요.

◎이: 맞아요. <맥주만드는 남자> 장동희 대표님께서 지난 인터뷰에서 홉의 장점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해주셨죠. 브루어리도 맥주의 재료로서 체험활동을 많이 고민하는 것 같더라고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님은 사람들이 크래프트비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홉 체험 프로그램들을 기획하셨다고 해요. 홉 베개 만들기나 직접 만져보는 등의 체험이요! 비록 코로나 때문에 시행하시지는 못했지만요.

◇윤: 크래프트비어에 들어가는 재료와 연관된 액티비티를 제공하면 수제맥주 경험이 없거나 술을 못 드시는 분도 즐길 수 있겠네요. “이 문화를 더 가깝고 친숙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활문화와 로컬 속에 들어오고, 라이프 스타일의 일부로 정착하게 돕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출처: 픽사베이)

◆독일의 밀맥주 '바이젠'

◎이: 그렇죠. <크래프트 루트>는 <비어바나>라는 브루어리와 최근 콜라보를 해서 특이하게 티라미수를 페어링하는 ‘루트바나 둔켈 바이젠복(Dunkel weizenbock)’라는 맥주를 만들기도 했어요. 이름에 ‘복’이 붙으면 도수가 높은 바이젠을 말한다던데요?

●김: ‘둔켈 바이젤복’은 색이 짙은 맥아를 사용해 어두운색을 띄는 바이젠 비어를 얘기해요. ‘바이젠’은 독일에서 만들어 먹던 밀맥주로, 전체 맥아 중 50%가 밀 맥아죠. ‘브라운에일’이라고 맥아를 볶는 과정에서 약간 색깔이 어둡게 나오는 것을 활용해 밀맥주 중에서도 도수가 높고 색이 어두운 맥주를 말하죠. ‘바이젠’의 발효 방식은 상면발효로 에일과 같아요.

즉, ‘둔켈 바이젠복’이란 “둔켈, 바이젠, 복”의 세 가지 스타일이 합쳐진 거예요! ‘바이젠’은 밀맥주, ‘둔켈’은 색깔이 약간 어두운 라거 종류, ‘복’은 보리가 많이 들어가서 달고 진하고 깊은 로스팅 풍미에 체리향, 초코향이 많이 나는 도수 높은 술로 쌉싸름함은 조금 덜한, 수도원에서 넘어온 스타일이에요.

‘복’ 관련된 일화도 재밌는데요! 14세기경 홉 농장 한가운데 있던 아인벡(Einbeck) 마을에서 만들어 먹던 ‘아인벡 맥주’가 “아인벡 주세요”에서 “복 주세요”로 간략하게 바뀌며 자리 잡은 용어라고 해요.

당시 아인벡 지방과 바이에른 왕국은 다른 국가였는데, 1500년대 바이에른 왕국에 이 맥주를 수출했어요. 그런데 바이에른 빌헬름 왕이 수입해서 먹는 걸로는 부족해서 1612년에 양조사를 데려와요. 그때, 아인벡 지방의 맥주와 둔켈 레시피가 합쳐진 ‘복’이 생겨났어요. 당시 아인벡 지방은 맥주가 약간 쇠퇴하던 시기라 하니, 빌헬름 왕이 양조사를 잘 데려왔다고도 볼 수 있죠.

이 ‘복’도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마이복(Maigbock)’이라고 더 밝은색의 맥주가 있고, ‘도펠복’도 있어요. 이건 파울라너 수도원에서 처음 개발했다고 합니다! 당시 파울라너 수도원에는 수도승들이 46일간 금식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어떻게 배를 채울까?’ 고민하다 보니 액체로 채우겠다는 개념에서 만들었다고 해요. 재밌는 건, 수도승들이 먹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교황에게 마셔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려고 맥주를 보냈는데, 유통이 발달돼 있지 않으니까 당연히 다 상한 거예요! 그래서 교황이 “이렇게 상한 것을 먹고도 수행할 수 있다면 됐다”고 해서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맥주는 민가에도 판매했대요.

(출처: 픽사베이)

◇윤: 수도원에서 맥주를 민가에 보급한 것은 수입 창출 목적도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빈민을 구제하는 행위로도 맥주를 이용했으니까요. 질병이 창궐할 때 수도원이 보관하던 맥주를 마실 수 있게 제공해 구제와 병 치유 활동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중세 수도원과 개신교에서도 술과 관련된 일화가 많죠.

●김: 바이젠 비어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는데요. 1516년에 바이에른 지방에 ‘맥주순수령’이 내려졌어요. “물, 보리, 홉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말라!”고 한 거예요. 당시 밀이 중요한 식량이고, 야생허브 대신 불법으로 독기 있는 풀을 사용하는 일이 있었고, 자국 맥주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밀맥주를 금지시킨 거예요.

그런데 당시 ‘비텔스 바흐’라는 공작이 밀맥주가 너무 먹고 싶어서, 밀맥주 양조 허가를 내줘요. 그렇게 밀맥주 산업이 암암리에 명맥을 이어가는데, 독일에서 뮌헨 라거가 유행하면서 소멸 위기에 처한 거예요! 그때, ‘게오르그 슈나이더’라는 사람이 밀맥주 공장을 헐값에 인수하면서 연구를 계속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일의 지원을 받으면서 산업이 확 커졌다고 합니다!

바이젠은 특이한 게 정향이나 바나나 물질로 생성한 효모를 사용해요. 왜 가끔 ‘스파이시한 향’이라고 표현하잖아요? 그게 보통 정향과 비슷한 향신료 향이에요. 또, 밀맥주 먹으면 “바나나 향이 난다”고 얘기하는 이유도 효모에 있죠.

◇윤: 방금 16세기의 ‘맥주순수령’을 이야기했는데, 이 맥주순수령은 기원전에도 있었어요. 무려 <함무라비 법전> 108조에 이 맥주순수령이 나와요! “맥주를 파는 아낙네가 좋지 않은 재료를 써서 맥주의 품질을 떨어뜨리면, 여인을 붙들어 처벌을 내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물속에 빠뜨릴 수 있다”라고 합니다. 진짜 맥주가 역사적으로 오래된 술인 거죠! 맥주의 순도가 떨어지면 사형시킨다는 거예요. 처벌이 엄격해요.

당시 맥주는 여성 신관들이 만들었고, 깨끗하지 않은 물 대신 음용했기 때문에 단순히 술맛이 좋아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생명을 보호하려고 엄격하게 법제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복’ 관련해서는 아인벡 지방과 바이에른 얘기를 했는데, 바이에른은 남부 독일의 대표적인 주로, 예전부터 독립 성향이 아주 강했어요. 옛날 독일 문학을 보면 ‘남독의 수도 뮌헨’ 식의 표현도 나오죠. 강한 독립성 때문에 진짜 독립을 도모하기도 했다던데, ‘복’이라고 하는 맥주의 탄생도 그러한 지역의 성격과 관련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맥주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재밌는 얘기들이 많네요.

◎이: 네, 그리고 그만큼 크래프트비어의 세계도 굉장히 심오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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