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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맥주(8)] 2부: 사우어? 헤이지? '효모 이야기'- 월간 <비로컬> 편집부

beLocal 유민정 에디터 승인 2021.02.22 17:12 | 최종 수정 2021.02.28 19:19 의견 0

비로컬 2월 특집 주제는 1월과 마찬가지로 "로컬 맥주"입니다.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로컬브루어리 역시 지역에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며 로컬크리에이터와 같이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로컬 맥주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2월 "로컬 맥주" 특집 첫 이야기는 팟캐스트로, 방문했던 브루어리들이 만들고 있는 맥주를 짚어보면서 맥주 종류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 이연지 에디터, 김혜령 에디터가 함께합니다.

1부: 세션? 세종? IPA? '다양한 맥주 이야기'
2부: 사우어? 헤이지? '효모 이야기'

에딩거 바이스브로이(Erdinger Weissbier)의 에딩거 둔켈 (Erdinger Dunkel) (사진 출처= 에딩거 바이스브로이 홈페이지)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저희가 1부에서 ‘둔켈 바이젠복’까지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김혜령 에디터(이하 ‘김’): 이어서 말씀드리면 둔켈 같은 경우에는 노블 품종의 홉을 사용하는 맥주에요. 어두운 라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까 라거가 뮌헨으로 넘어가서 뮌헨에서 대세를 이루었다고 말씀드렸죠? 보리 싹을 자르고 남은 씨앗인 맥아는 고온에서 볶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당시에는 맥아 볶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지금처럼 황금빛 색깔을 내지 못했고, 짙은 호박색에서 검붉은 갈색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기술력이 떨어지다 보니 잘못하면 타거나 덜 볶아질까 봐 대충 볶았던 거죠. 그래서 ‘어둡다, 검다’라는 뜻의 ‘둔켈’이라는 용어가 쓰인 거예요. 영국에서 새로운 연료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일정한 온도나 기술에서 맥아를 볶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윤: 맥아 이야기를 하다보니 연료 이야기까지 나오네요. 파면 팔수록 더 신기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이연지 에디터(이하 ‘이’): 저희가 부산에서는 <와일드 웨이브>와 <고릴라브루잉> 브루어리에 다녀왔죠! <와일드 웨이브>는 ‘사우어 비어’가 주인 브루어리였고, <고릴라브루잉>은 다양한 종류의 모험적인 맥주들을 많이 만드는 브루어리였어요.

특히 <와일드 웨이브>는 ‘사우어 와일드 비어’를 집중해서 생산하고 있거든요. ‘사우어’도 맥주 종류 중 하나 같은데, 같은 사우어인데 뒤에 ‘IPA’가 붙는 맥주가 있고, ‘에일’이 붙는 맥주도 있어서 헷갈리더라고요? 또, ‘헤이지 비어’도 유행인데, 앞서 방문한 <버드나무 브루어리>와 <크래프트 브루>에도 ‘헤이지 비어’가 있었어요.

●김: 이름 앞에 붙는 ‘사우어’나 ‘헤이지’는 형용사에요. ‘사우어’는 신맛을 추구한다는 뜻이에요. 쉽게 “신맛을 내는 맥주”라고 이해하면 되죠. ‘헤이지’는 ‘색이 탁하다’는 의미인데, 보통 맥주를 잔에 따르면 투명하게 비치는 모습을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헤이지 비어’는 잘 보이지 않아요. 석회 가루를 푼 것처럼 탁해서 잔을 들어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죠.

<와일드 웨이브>는 오크통 숙성과 자연 효모를 통해 <와일드 웨이브>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beLocal 윤준식 편집장)

◎이: 그럼 <와일드 웨이브>의 ‘사우어 와일드 비어’에서 말하는 와일드 비어는 어떤 종류인가요?

●김: ‘와일드 비어’는 에일 중에서도 자연 발효 방식을 이용한 맥주입니다. <와일드 웨이브> 김관열 대표님이 오크통을 공기 중에 열어놓고 숙성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셨잖아요. 자연 효모를 많이 강조하신 건데, 벨기에의 ‘람빅(Lambie) 맥주’처럼 공기 중에 있는 효모나 박테리아와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방식을 통해 독특한 맛을 자아냅니다.

람빅 맥주는 대개 3년 정도 숙성하는데요. 오래 숙성한 건 ‘올드 람빅’, 짧게 숙성한 건 ‘영 람빅’이라고 해요. 이렇게 자연적인 발효법을 활용한 맥주들을 ‘와일드 비어’라고 하고, 여기에 신맛을 내는 효모를 사용하면 ‘사우어 와일드 비어’라고 표현합니다.

◎이: ‘헤이지 비어’ 얘기도 해보면, 저는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홍시 헤이지 IPA’가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강릉에 감나무가 엄청 많아서 감이 익어서 홍시가 되는 걸 보고 만드셨대요.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홍시 헤이지 (출처: 버드나무 브루어리 페이스북)

●김: 우리가 “맥주” 하면 맥아의 고소한 맛을 떠올리는데요. ‘헤이지’는 그 맛을 줄이고 과일처럼 다른 재료의 풍미나 향이 많이 느껴지게 만든, 목 넘김이 굉장히 주시(juicy)한 맥주에요. 망고주스를 떠올리면 삼킬 때 약간 걸쭉하면서 무언가 목구멍을 통과해 들어가는 느낌이 나잖아요? 약간의 바디감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해요. 홍시는 끈적끈적하니까 헤이지 스타일과 굉장히 잘 어울리죠.

◎이: ‘주시하다’는 표현에 포인트가 있네요. 정말 주스 느낌으로 마시니까요! 잉글리시 블랙 퍼스트와 얼그레이를 넣어서 만든 <크래프트 루트>의 ‘블티나 맥주’도 ‘주시 페일에일’이라는 표현을 하거든요. 헤이지가 요즘 미국에서도 유행이라던데 크래프트비어 맛이 약간 주스처럼 마시기 편한 쪽으로 넘어가나 봐요.

<크래프트 루트>의 블티나 1, 블티나 2 (출처: 크래프트 루트 페이스북)

●김: ‘헤이지 비어’는 영국 효모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 만들었을 때 너무 탁해서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뜻으로 “뉴 잉글랜드 스타일”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맥주 특유의 씁쓸한 맛이나 풍부한 거품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맥주를 잘 몰랐던 사람들도 더 쉽게 유입되도록 가볍고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하는 듯합니다.

◎이: 왠지 <와일드 웨이브>에서 만드는 ‘사우어 비어’의 인기도 계속 많아질 것 같은데요?

●김: 저는 ‘사우어 비어’를 맛봤을 때, 요구르트나 동치미가 떠올랐는데, 사람들이 “어? 이거 쓰고 맛없어…”라고 느끼기보다 “익숙한 맛이 나네!”라고 느낄 것 같아서 흥행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윤: 실제로 <와일드 웨이브> ‘사우어 비어’에 들어가는 발효종은 우리나라 김치에도 있는 발효종입니다. 바로 그게 우리 몸속 DNA를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조상들도 마셨던 맥주 같은데?” 같은 느낌이요. 저는 참 좋았어요. 특히 함께 먹고 싶은 한식이 많았어요. 보통 “맥주” 하면 치킨이나 피자를 떠올리고, 실제로 잘 어울리기도 하는데, “김치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그런데 <고릴라브루잉>에서 마신 사우어 비어와 <와일드 웨이브>에서 표현하는 사우어 비어의 신맛은 많이 달랐어요. <고릴라브루잉>의 신맛은 약간 더 레몬 맛에 가까웠다고 할까요? <고릴라브루잉>의 두 대표님이 모두 영국에서 오셨다고 하셨잖아요? 신맛의 종류도 정말 다양한 듯해서 신기했어요.

●김: 제가 <비로컬> 연재기사인 ‘로컬의 맛’ 첫 기사에서 신맛에 관해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데, 과일만 해도 신맛이 굉장히 다양해요!

[로컬의 맛-맥주편] 고래가 맥주바다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 –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크레이지 라거’
http://belocal.kr/View.aspx?No=1417424

‘신맛’ 하면 쨍한 레몬 맛을 떠올리니까, 한국인에게는 친숙하지 않죠. 그런데 사실 한국인도 신맛 나는 음식을 많이 먹어요. 발효 음식의 경우, 발효되며 신맛이 나니까요.

한마디로 신맛의 방향성이 다른 거죠.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신맛이 과일의 쨍한 신맛이라면 한국인 관점에서의 신맛은 숙성의 관점에서 약간 쿰쿰하고 구수해진 맛이니까요. 단백질이 발효되면서 나는 깊이 있는 맛을 말하는 건데, 해석하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죠! 같은 ‘사우어 비어’지만 각 브루어리들이 추구하는 맛의 방향성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윤: 하루에 두 군데를 다 방문하면서 서로의 방향성을 비교할 수 있어서 즐거움도 배가 됐습니다!

◎이: 맞아요. 같은 종류의 맥주여도 브루어리가 추구하는 맛의 중점이 다르기에 비교하면서 먹는 재미가 커요. <와일드 웨이브>는 앞으로도 사우어 비어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전에 다른 종류의 맥주도 만드셨거든요? 저는 그중 ‘레일로드 포터’라는 맥주를 통해, ‘포터’를 처음 접했어요.

<와일드 웨이브>의 레일로드 포터 (출처: 와일드웨이브 페이스북)

●김: ‘포터’는 보통 ‘스타우트’와 연결해서 이야기하는데, 둘 다 흑맥주 종류에요. 앞서 흑맥주도 에일과 라거 두 종류로 나뉜다고 말씀드렸죠? ‘포터’랑 ‘스타우트’는 에일 흑맥주에요.

◎이: ‘스타우트’는 모든 브루어리에서 기본적으로 하나씩은 만드시는 듯했어요. <크래프트 루트>의 ‘대포항 스타우트’, <고릴라브루잉>의 ‘브리티시 스타우트’, <고릴라브루잉>이 <베르크>라는 로스터리 카페와 콜라보해 만든 ‘임페리얼 스타우트’도 있었죠! 빨간색 라벨이 붙어있는 강렬한 인상의 12도짜리 맥주였는데….

◇윤: 참 맛있었어요.

●김: ‘포터’라는 이름은 강변에서 짐을 나르던 노동자들이 즐겨 먹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해요.

‘포터’는 맥아를 까맣게 태우면 나오는데요. 당시에는 지푸라기를 태워서 보리를 볶았는데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으니까 탄맛과 당이 충분하게 추출되지 않아서 발효가 잘 안 된 거예요. 그 단맛이 그대로 남아서 “흑맥주는 달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재밌는 건 맥아를 볶을 때, 너무 까맣게 태우거나 혹은 너무 안 익을까 봐 일부러 대충 볶았대요. 그래서 구수한 맛 대신에 단맛과 탄맛이 두드러졌다고 해요. 또, 당시에는 보관 기술이 떨어져서 시큼한 맛도 났다고 합니다.

사실 흑맥주는 태운 맥아가 10%만 들어가도 까매져요. 흑미밥 만들 때, 검은 쌀을 조금만 섞어도 흰쌀까지 까맣게 물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에요. 다 태운 맥아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반 맥아에 태운 맥아를 섞어서 활용하는 거죠. 흑맥주를 표현할 때 “커피 향이 난다”는 표현도 많이 하는데, 커피콩도 콩이니 단백질이어서 약간 단백질 탄 맛이 나서 그렇죠. “커피랑 맥주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또, 흑맥주를 만들 때 볶은 보리를 함께 넣기도 하는데 껍질을 안 까면 타닌 때문에 쌉싸름하고 바싹 탄 떫은맛을 내요. 앞서 여러 번 언급한 ‘둔켈’은 까맣지는 않지만 어둡다고 했잖아요? 껍질을 제거하고 볶아서 색깔이 흑맥주보다 상대적으로 밝은 거예요!

<홀리데이> 브루어리의 ‘선데이 ESB’ (출처: <홀리데이> 브루어리 페이스북)

◎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불현듯 로컬맥주 특집의 발단이 된 청주 <홀리데이> 브루어리의 ‘선데이 ESB’가 떠오르네요.

◇윤: 제가 지난번에 ‘로컬 인사이트 트립 in 충주’에 가서 처음 출시된 걸 마셔보고 좋아서 캔 제품이 나왔을 때 사왔잖아요! 함께 맛보면서 로컬맥주 특집을 구체화했죠.

◎이: 제 기억에는 굉장히 강렬한 맛으로 남아있는데요. 종류가 ‘비터(bitter)’였죠.

●김: ‘비터’는 ‘브리시티 비터’라고 해서 영국의 페일에일이 발전한 형식이에요. 색깔도 다양하고 영국 홉을 써요. 영국 홉의 특성상 탄산감이 덜하고 거품이 진하게 올라오죠. 우리가 떠올리는 맥주의 꼴딱꼴딱한 목 넘김을 느끼기는 조금 어렵죠.

‘ESB(엑스트라 스페셜 비터)’는 비터의 맛을 3단계로 나눴을 때 가장 쓴맛이 많이 나고, 풍미도 높은 단계에요. 그래서 아마도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3단계 중 ‘오디너리 비터(스탠다드)’는 가장 낮은 도수에 적은 맥아 향이 나고, 탄산감도 가장 낮아요. 그다음이 ‘베스트, 스페셜, 프리미엄 비터’인데 우리가 흔히 맛보는 기본 페일의 정도에요. 적당한 풍미와 밝은색, 쓴맛.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에일 중 하나죠. ‘ESB’는 가장 높은 단계여서 보편적으로 접근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앞서 영국에서 맥주가 발달했고, ‘에일’로 통용됐다고 했잖아요? 볶는 기술의 한계도 말씀드렸는데, 그 한계 때문에 ‘브라운 에일’이 주였죠. 그런데 16세기 영국에서 ‘코크스’라는 연료가 발견되면서 맥아 볶는 기술이 굉장히 발전합니다!

◇윤: ‘코크스’는 석탄 산업과 철강 산업이 발전하면서 철을 녹이기 위해서 쓰인 연료죠.

●김: 네! 짚에다 불을 붙이면 불이 확 붙었다가 사그라지니까 온도 조절이 힘들지만, 연료를 사용하면 열이 일정하게 공급되니까 볶는 기술도 발달하기 시작한 거죠. 덕분에 밝은색의 맥아도 볶게 됐고요! ‘페일에일’은 ‘페일(pale, 색이 옅다)’과 ‘에일’의 합성어인데, 처음에 사람들이 접했을 때 “맥주 색깔이 왜 이렇게 옅어?” 하고 놀라면서 ‘창백한 라거’라고 불리게 된 겁니다.

그런데 영국식 페일에일과 미국식 페일에일은 또 달라요. 사용하는 홉이 달라서 생긴 차이인데요. 미국식 페일에일의 상큼한 풍미는 과일이 들어가서 나는 경우도 있지만, 홉을 잘 발효시켰을 때 나는 향이기도 해요. 차를 우렸을 때와 비슷한 향이 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런데 영국식 페일에일은 허브나 꽃, 흙냄새를 연상시킨다고 해요. 결이 완전히 다른 페일에일인 거죠.

◎이: 브루어리를 취재할 때 “우리나라 사람이 허브 맛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영국식보다는 미국식 페일에일의 선호도가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브루어리들이 우리나라 사람의 취향에 맞춰서 미국식 페일에일에 가깝게 만들었을 것 같아요.

●김: 영국식 페일에일을 만드는 브루어리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더군요. 맛으로 볼 때, 영국식 페일에일보다는 미국식 페일에일에 접근하기가 훨씬 편한 거죠. 로컬맥주를 말할 때 ‘크래프트 정신’을 강조하는데 사실 “크래프트 정신” 하면 딱 떠오르는 게 미국이잖아요? 미국 크래프트 씬의 주류 문화가 많이 넘어온 거죠.

◎이: <고릴라브루잉>은 맥주 맛이 진짜 다양했어요. 그중 ‘고제’라는 이름의 맥주가 있거든요? ‘블랙 커런트 고제’에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을 넣고, ‘사천 고제’는 마라탕을 좋아하는 분을 위해 사천 후추 맛이 나게 만든 맥주래요.

<고릴라브루잉>의 ‘사천 고제’ (출처: <고릴라브루잉> 페이스북)

●김: ‘고제’는 ‘고슬라’라는 마을에서 유래한 맥주에요. 특이하게 소금을 넣는 게 특징입니다. 왜 소금이 들어가는지 기원조사를 했는데, 1천 년 전에 짠 강물을 활용해 만들다 보니까 염도가 들어갔다는 기록은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고 해요. 즉, 물이 짰다는 것이 기록으로만 남아있지 고증된 건 아니에요. ‘람빅’과 비슷하게 약간의 신맛이 난다고 합니다.

◎이: 그렇군요. 신맛이 나는 맥주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한데, <와일드 웨이브> 취재 때 들은 자연 발효 얘기를 떠올리면 신맛도 자연적인 발효 과정, 어떤 맛이 발효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발견된 맛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탱크 안에서 잘 관리해서 만든 맛이 아닌 자연스럽게 발견된 맛이요!

그리고 저희가 1월에 이어 2월에도 브루어리를 방문하고 있는데요. <인천 맥주>도 인상적이에요. 원래 <칼리가리박사의 밀실>이라는 탭하우스를 같이 운영하시면서 <칼리가리브루잉> 브루어리로 활동하셨는데, 이번에 <인천 맥주>로 이름을 바꿨어요. 그중 ‘신포 우리 맥주’가 인천의 지역색을 잘 담았다고 생각했어요.

“신포 우리” 하면 <신포우리만두> 생각나잖아요! <인천 맥주>가 신포동에 있는데, <신포우리만두> 본점도 거기 있어요. 만두와 쫄면이 대표 메뉴라 그 음식에 어울리는 맥주를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맥주 종류가 ‘쾰쉬(Kolsch)’에요.

'가펠 쾰쉬' (출처: 도아인터내쇼날 공식 페이스북)

●김: 독일 쾰른 지방에서 만든, 에일과 라거의 특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맥주에요. 맥주를 마시다 보면 라거인지 에일인지 모르겠는 맥주들이 많은데, ‘퀼쉬’가 그래요. 에일 효모가 풍길 수 있는 향과 저온 숙성에서 나오는 맛이 어우러져 특이하죠.

‘에스테르’는 맥주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 중 하나인데 향을 담당해요. 그런데 퀼쉬 주변의 라인강 물에서 나는 효모에 에스테르가 약해서 향이 약했던 거죠. 에일 효모가 완전히 발효되지 못해 살짝 향만 나서 에일과 라거의 특성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인천 맥주>와 ‘개항로 프로젝트’가 협업해 만든 ‘개항로 맥주’ (출처: beLocal)

◇윤: <인천 맥주>에 갔던 이유는 ‘개항로 프로젝트’와 함께 콜라보한 <개항로 맥주> 때문이죠. ‘개항로 맥주’는 라거고요.

◎이: 맞아요. 크래프트비어에는 풍미가 살아있는 IPA나 에일 류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라거가 익숙한 맥주기 때문에 브루어리들도 라거를 생산합니다. 부산 <와일드 웨이브>에도 서퍼가 서핑을 하고 돌아왔을 때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는 이미지를 연상하면서 만든 ‘서핑 하이’라는 라거가 있죠.

◇윤: 참 재미있는 라거였어요. 3병을 마셨는데 모두 뚜껑을 따자마자 거품이 확 올라와서 맥주로 파도를 재현한 느낌이었죠!

◎이: 맞아요. 여성 1호 브루마스터로 이름을 알리신 <바네하임>의 김정하 대표님도 ‘벚꽃 라거’로 해외 무대에서 수상을 휩쓰셨죠. <고릴라브루잉>에도 ‘고릴 라거’가 있고, 가장 최근에는 <인천 맥주>와 ‘개항로 프로젝트’가 협업해 만든 ‘개항로 맥주’가 이슈인 것 같고요.

●김: 라거도 효모가 재미있는데요. 독일에서 라거가 시작됐다고 했는데, 그 라거 효모를 1883년 칼스버그 맥주 회사에서 추출하는 데 성공했어요. 그 효모의 정식 명칭은 파스퇴르 효모인데, 업계에서는 ‘칼스버그 효모’라고 부른대요.

이 효모는 저온 발효가 특징인데 차도 뜨거운 물에서 확 우리는 것과 달리 낮은 물에서 차근히 우리면 맛이 은은하게 우러나잖아요. 라거도 맥아의 고소한 맛이 뚜렷하고, 심플하게 나타난다는 게 특징이에요.

<필스너 우르켈> (출처: <필스너 우르켈> 공식 인스타그램)

●김: 대표적인 라거 중 하나가 ‘필스너 우르켈’인데 하면 발효 방식으로 생산되는 체코 맥주의 한 종류에요. 양조장이 체코 플젠 지역에 있어요. 우리가 아는 라거들은 여기서 출발해 발달했어요. 오늘날 라거의 원형이죠.

이 ‘플젠’이라는 지방은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강해서 처음에 생각한 맥주 맛이 나오지 않아서 맥주를 36배럴(약 5,720L)이나 버렸대요. 그다음 새롭게 만들려고 시립 양조장을 설립했는데, 그곳이 사암 지대였어요. 애초에 지하에 지어서 서늘하고 동굴에서 숙성하는 맥주를 생각한 거죠!

바이에른 출신의 ‘브루어 요셉 그롤(Josef Groll)’이라는 사람이 밝은 맥아 공법을 갖고 와서 이곳에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게 ‘플젠 지역의 맥주’라는 뜻의 ‘필스너’ 라거입니다. 고소한 보리와 쌉싸름한 맛의 밸런스가 좋은 맥주에요.

이곳에서도 역시 물이 중요했는데요. 플젠 지방의 물은 탄산감이나 홉의 쌉싸름함, 맥아의 고소함을 잘 드러내게 도왔는데, 그 이유가 물에 든 성분이 많지 않아서예요. 불순물이 없으니까 맛을 잘 표현한 거죠! 또, 당시에 유리잔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필스너’ 유행에 한몫 했다고 합니다.

◇윤: 잔이 맥주 색을 밝고 더 예쁘게 보이도록 하니까….

●김: 네, 그리고 에일은 거품이 쫀쫀하게 유지되는데, 라거는 따랐을 때 거품이 확 일어나고 꺼지잖아요. 유리잔이 보급되면서 거품의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밝은색 맥주로서 유행을 이끌었다고 해요.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의 맥주 (출처: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홈페이지)

◎이: 이제 충주의 <블루웨일 브루하우스>(이하 <블루웨일>) 취재가 남았는데요. 사실 연재기사 ‘로컬의 맛’으로 이미 <블루웨일>의 ‘크레이지 라거’를 조명했죠! ‘필스너’를 보면 라거에서 깨끗한 물맛이 중요한데, <블루웨일>은 물이 맑기로 유명한 충주에 있잖아요.

◇윤: 남한강이 제공하는 맑은 물이 매력인 도시죠. 좋은 물맛이 라거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미칠 정도로 좋은 라거!”라고 ‘크레이지 라거’라는 이름도 붙인 것 아닐까요?

●김: 굉장히 경쾌한 맛이었어요! 땅콩을 한입에 넣고 씹어 먹으면 다 먹은 후에도 잔향이 고소하게 남잖아요? 약간 그런 느낌도 남고, 새콤한 맛도 나서 맥주가 재미있는 거예요. 직접 가서 맥주를 만드신 이야기도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윤: 이렇게 많은 장르의 맥주와 그 역사를 소개할 수 있는 걸 보니 저희가 참 좋은 브루어리들에 다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 관계상 <인천 맥주>와 <개항로 맥주>는 많이 소개하지 못했는데, ‘개항로’는 조선에 처음 외국 문물이 들어온 곳이기도 해서 의미가 굉장히 색다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맥주 회사가 생겼을 때, 생산한 맥주가 라거거든요. 우리가 라거를 친숙하게 느끼는 이유죠. 그래서 지금 크래프트비어 씬에서 만들고 선보이는 다양한 맥주 문화가 굉장히 생소한 거예요. 원래 맥주는 에일에서 시작해 라거로 발전했는데, 역행한 거니까요. 다음 시간에는 대한민국 맥주의 변천 과정도 짚어보면 우리나라의 대중적인 맥주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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