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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맥주(9)] 동네 어른들도 즐기는 크래프트비어 "개항로 맥주"-이창길대장

beLocal 유민정 에디터 승인 2021.02.23 13:19 | 최종 수정 2021.02.26 14:40 의견 0

우리나라에 맥주가 공식적으로 처음 들어온 때는 ‘강화도 조약’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료에는 그보다 더 먼저 앞선 1871년에 인천 월미도의 한 마을 이장이 맥주병을 안고 있는 사진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어떤 것이 앞섰든 가장 먼저 맥주를 받아들였던 곳이 인천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런 인천에서 지역 주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크래프트비어가 나왔는데요. 바로 ‘개항로프로젝트’ 이창길 대장과 로컬브루어리인 ‘인천맥주’가 콜라보레이션해서 만든 <개항로 맥주>입니다. 밀레니얼과 MZ세대 사이에서 주로 향유되는 것처럼 보였던 ‘로컬’ 세계관을 지역에서 노포를 운영하는 어르신들과 주민 모두가 함께 즐기는 ‘로컬 커뮤니티’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항로 맥주>가 어떤 문화를 새롭게 형성하고 있는지 인터뷰 영상을 통해 소개합니다.

비로컬 2월 특집 주제는 1월과 마찬가지로 "로컬 맥주"입니다.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2월 로컬맥주 특집에서는 크래프트비어 문화가 로컬브루어리를 통해 어떻게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0NR3rCCYK8&feature=youtu.be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영국 유학시절에 사회학 공부하셨다고 들었는데, <개항로 맥주>까지 그간 ‘개항로 프로젝트’로 하신 일들을 쭉 보니까 대장님이 하고 계신 건 사회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항로 맥주> 출시 광고를 봤을 때, 이창길 대장님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기서 만든 로컬맥주는 굉장히 의미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개항로 맥주>를 출시할 생각을 하셨나요?

●이창길 대장(이하 ‘이’): 저는 로컬맥주가 “많은 사람이 함께 마실 수 있는 맥주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어요. 요즘 풍미 있고 홉 향도 세고 디자인도 잘된 멋진 맥주들 많죠. 그런데 저는 정말 아저씨나 동네 어른들까지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수제맥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테라’나 ‘카스’는 부담 없이 마시잖아요? 그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우면서, 누구나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수제맥주요.

◇윤: 저는 ‘개항로’를 떠올렸을 때, 오래된 느낌이라면 차라리 맥주보다는 소주 쪽이 더 잘 맞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왜 ‘개항로 소주’가 아닌 ‘개항로 맥주’였나요?

●이: 저는 소주보다 맥주가 더 가볍고, 대중적이라고 생각해요. 맥주는 안 먹는 사람은 있어도, 아예 못 먹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더 캐주얼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중적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보니까 외형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보통 로컬맥주나 수입맥주는 용량이 330mL인데, 저는 무조건 500mL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이 맥주를 손에 잡고 마실 어르신들이 조그마한 거 팔면 돈 아깝다고 말할 게 빤한데, ‘테라’나 ‘카스’만 한 500mL면 더 친숙하니까요! 그래서 “꼭 500mL여야 한다”고 했죠.

<개항로 맥주> 콘셉트는 기본적으로 제가 잡았어요. 영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술이 라거 ‘칼링’이거든요. 일본 맥주들도, 중국의 칭다오도 결국엔 라거죠! 저는 ‘테라’랑 ‘카스’보다 조금 더 맛있는 정도면서 편해야 거부감 없이 경험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크래프트비어(수제 맥주)를 만들고 싶었던 이창길 대장은 로컬 브루어리인 <인천맥주>와 협업해 <개항로 맥주>를 만들었다.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윤: ‘대중성’을 강조하셨는데요. 보통 로컬크리에이터가 로컬에서 추구하는 건 대중성이 아니라 극소수의 취향공동체를 타깃팅한 형태의 제품이나 식음료 서비스 거든요. 그런데 대장님은 같은 로컬크리에이터면서도 대중성을 계속 강조하시는데, 왜 이 지역에서 벌이는 프로젝트에서는 대중성이 더 강조되나요?

●이: 대중성이란 표현보다는 ‘공존’이 어울릴 듯해요. 사람들이 “상생하고, 공존해야 한다”고 늘상 말하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무슨 공존이고 상생인지 모르겠거든요? 개항로의 특성은 어른들이 많이 다니고, 노포도 많다는 거예요. 저는 그분들이 저희가 만든 음식도 잘 드셨으면 좋겠고, 진짜로 같이 살고 싶었어요.

동시에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싶었죠. 수제맥주는 어떻게 보면 몇몇 사람이 뭘 좀 알고 즐기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뭘 알아야만 즐기는 술 말고,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술도 필요하죠. 저는 그런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를 느꼈어요.

◇윤: 지금까지의 로컬크리에이터는 보통 “나는 개성 있는 로컬 브루어리를 열 거야!”라고 스스로 선언하고 속초, 강릉, 부산 등으로 가서 로컬에 더욱더 뛰어드는 형태였어요. 그런데 <개항로 맥주>는 로컬 브루어리가 로컬크리에이터와 소통하며 맥주를 만든 특별한 케이스인 거예요! 로컬맥주의 새로운 아이덴티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님과 형님, 동생하는 친한 사이이기도 한데, <개항로 통닭>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형님이 그 자리에서 “‘개항로 프로젝트’랑 같이 맥주를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시작된 프로젝트거든요.

로컬 브루어리인 <인천 맥주>와 '개항로 프로젝트'가 콜라보레이션 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크래프트비어 <개항로 맥주>를 만들었다. 지역의 주민들과 공감하는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윤: 그렇게 보면 ‘개항로 프로젝트’의 범위가 참 광범위하게 느껴집니다. ‘리스펙트’나 ‘개항로 개항하다’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로 점철된 느낌도 들어요. “이런 것들이 모인 개항로의 메리트는 뭘까?”, 무엇이기에 “로컬에 맥주가 필요하다는 선언까지 할 수 있는가?”가 궁금합니다.

●이: 저는 첫째로 이곳을 지키고 싶어요. 그게 핵심이에요. 전국을 돌아다니고 다른 나라에도 살아봤지만, 저는 이 개항로라는 동네가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이 지역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으니, 활성화 하려는 거죠.

그러려면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오게 만들 매력이 필요해요. 장소성만으로는 승부하기 힘들죠. “여기서만 즐기고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가장 컸던 게 바로 노포였어요. 노포는 카피가 안 되니까요. 그렇게 노포와 지속적인 콜라보를 진행해야만 그 누구도 저희를 카피할 수 없죠. 이벤트는 이 지역의 모든 주민과 저희가 공생하는 방법이에요.

‘개항로 개항하다’는 코로나 시대에 많은 사람이 예술 작품을 접할 기회 역시 적어졌으니 우리가 가진 대중적인 장소에서 광복절을 맞아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진행했어요. 아티스트는 공연하고 전시할 공간이 생겼고, 주민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작품을 관람할 기회를 다시 얻었죠.

◇윤: “노포, 주민, 코로나 시대”를 언급하셨는데, 이 세 키워드가 재생 지역이나 재건축 등 이런 철거와 연관된 지역에서 항상 나오는 내용이거든요. 여기엔 건물주와 세입자라는 관계도 있지만, 그들과 또다시 구분되는 게 소상공인이에요. 그런데 방금 말씀은 이 세 키워드를 초월해서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가거나, 지나가는 사람까지 포함한 생각 같아요! 이 ‘개항로 프로젝트’가 개항로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인연을 다 포함한다고 해석해도 되나요?

●이: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개항로 팬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거리와 관계없이 멀리서 오시기도 하니까, 요즘은 그분들 생각도 많이 해요.

'개항로 프로젝트' 이창길 대장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윤: 취재과정에서 만난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모두 로컬맥주를 하고 싶어 해요. 로컬의 색깔이 묻어난 ‘시그니처 F&B’, 자신의 브랜드를 로컬맥주에 투영해 서비스하고 싶은 경우도 있었고, 굿즈 개념으로 로컬맥주를 만들고 싶어 하는 케이스도 있었죠.

그런데 이와 달리 '개항로 프로젝트'는 유독 대중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개항로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씀하셨듯, 이 안에서도 시그니처 메뉴나 굿즈로서의 로컬맥주를 필요로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이: 맞아요. 굉장히 복합적인데, <개항로 맥주>는 굿즈도 되면서 시그니처기도 하죠. “뭘 해야지!”라고 정한 게 아니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개념이 됐어요.

만약에 멋을 내려고 로컬맥주를 만들었으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힘을 진짜 쫙 뺐잖아요. 전혀 다르죠. 정말 누구든지 편하게 고르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컸던 거예요.

맥주는 위스키처럼 한 병에 50만 원 하는 술이 아니에요. 끽해야 4,000~5,000원.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니까 싸야 하는 거죠. 저희 생각에는 이게 답이었어요. 그러면서도 동네 어른들이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윤: 요즘 “동네, 골목”을 조금 편한 각도에서 보면 “로컬”이 되는데, 보통 여행자가 로컬과 로컬크리에이터를 관람하고 관찰하는 형태라 로컬이 대상화돼요. 그런데 <개항로 맥주>는 복잡미묘한 콜라보를 통해서 이 개항로라는 로컬 안에서 자급자족을 만들었어요.

“형님, 동생” 하면서 의기투합해서 로컬에서 제품을 조달하고, 필요한 광고를 찍기 위해서 모델도 노포의 대명사로 섭외하고, 광고에 필요한 사진은 로컬 사진관에서 찍고, 로고는 50년 넘게 이 지역에서 계속 일하셨던 업력 있는 장인의 글씨죠. 이 과정과 결과물들을 통해서 개항로가 결집되는 형태로 하나의 로컬 문화를 형성한 거예요. 이 로컬의 주체들이 대상화되는 게 아니라 진짜 주인공이면서 스스로 사랑하는 상품들이 나온 거죠.

●이: “어떻게 하면 지역성을 담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방법은 동시에 유니크해지는 방법이기도 하죠. 어른들이 주인공이 되니 다들 즐거워하고, 뭔가 한 것 같아서 기뻐하시잖아요? 인터뷰한다고 옷도 멋지게 입으시고, 글도 써주세요. 게다가 어떤 분은 모델이 됐잖아요!

작지만 동네잔치 느낌이 나거든요. 이 동네의 분위기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도 저는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유니크해지면 누가 따라 하려 해도 할 수 없죠.

저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포들과 작업할 때 저의 철칙은 마치 내가 뭘 아는 사람이고 철학이 있는 것처럼 접근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하면 이분들께 돈을 벌어다 드릴 수 있을까?”, “어떤 행동을 해야 이분들에게 수익이 날까?”를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 어른들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새로운 수입 창출이기 때문이에요.

대한민국의 노포 어른들은 우리보다 못 사는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고, 공부도 많이 못 했어요. 먹고살기 위해서 진짜 힘들게 살다 보니 50~60년이 흐른 것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장사가 너무 안돼요. 그분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돈이에요. 저는 이분들이 가장 멋있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자존심을 지키고 능력을 키워내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이분들이 유명해지면 기분도 좋고, 수입도 생기잖아요.

'개항로 프로젝트'의 이창길 대장은 지역 노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주민들과 상생하면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윤: ‘개항로 프로젝트’, 특히 <개항로 맥주>를 보면 그동안 우리가 숨 쉬듯이 함께하면서도 몇십 년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노포들을 발견해서 그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로컬에 대한 진정성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제가 노포에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그만큼 실력이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작업하는 거죠.

만약 제가 ‘개항로 맥주’ 병에 ‘개항로’라는 글씨를 옛날 글씨를 배우고 나서 흉내 내서 쓰면 레트로에요. 그런데 <전원공예사> 사장님께서 직접 쓰셨단 말이에요. 이건 클래식인 거죠. 젊은 가수가 옛날 가수 히트곡을 따라 부른 게 아니라, 저분이 요즘 비트에 맞춰서 옛날 노래를 본인의 방식으로 부른 거죠.

◇윤: 맥주병에 ‘개항로’ 글씨를 쓰신 사장님이 인터뷰할 때 하신 말씀이 “컴퓨터로 만들면 더 예쁘고 좋은 글씨 나오죠. 나는 내 글씨 써주는 게 고마워요~”였거든요.

병에다 글자를 새긴 스텐실 기법 자체도 오래된 기법이지만, “오래된 골목인 개항로에 대한 향수를 더 자아내는 에너지가 있지 않나”, “저분의 글씨 안에 그 모든 세월과 인내의 기가 담겨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좋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극장 간판을 그리시던 사장님을 모델로 모셔오고, 목간판 만드시던 사장님을 로고 디자인에 참여하게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이: 앞서 말했듯 노포 어른들과 함께하면서, 이 지역을 담고 싶었어요. ‘공존’이죠. 만약에 ‘개항로 맥주’가 아닌 그냥 힙한 로컬맥주를 만들었다면, 우리들만의 파티이지 않을까요?

거리에 맥주 모델 포스터가 붙어있는데, 동네 어른들 입에서 “(내가 아는) 저놈이 저기 왜 붙어있어?”라는 말이 나오고, 그 말로 동네에는 축제 분위기가 형성돼요. 같이 상생하는 거예요.

◇윤: 제가 작업에 참여하신 노포 사장님들 인터뷰하면서 느낀 게 ‘개항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고 더 젊어지신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사진 포즈도 더 좋게 취해주려고 하시면서, “인천 사랑해 달라, 인천 맥주 많이 마셔달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이: 진짜요? 좋네요. 진짜 재밌네요.

<라이트하우스>에서 <개항로 맥주> 전시가 열렸다. <개항로 맥주> 글자는 <전원공예사>의 전종원 사장님이, 포스터 모델은 <삼화페인트>의 최명선 사장님이 참여했다.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윤: ‘로컬’이라는 개념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중심으로 등장한 것 같지만 지금 ‘개항로 프로젝트’에서 레트로가 아닌 클래식을 강조하면서 로컬의 개념이 오히려 세대를 초월했어요. 확실히 “로컬은 지역적인 개념, 특정 스폿, 공간의 개념이 아니다. 역시 세계관에 관련된 문제다”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기존에는 미세 취향의 형태로만 얘기됐지만, <개항로 맥주>가 로컬커뮤니티, 혹은 새로운 로컬의 개념을 형성했고, 조금 더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로컬의 가능성을 보여줬달까요?

●이: 감사하죠. 지금 하도 “로컬, 로컬” 하니 ‘그런가 보다’ 하지만, 제가 6년 정도 영국에 살면서 본 유럽은 모든 곳이 다 로컬이에요. 저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로컬이 트렌드라기 보다는 현상 같아요. 여기가 ‘로컬(지방)’이어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이 동네에 있는 어떤 것들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거죠. 다른 데에서는 따라 할 수 없는 거예요. 노포 어른들과 함께 작업했기 때문에, 그분들의 고유함을 결합했기 때문에 유일무이해진 건데, 어떻게 이걸 따라 하겠어요?

◇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컬맥주야말로 상업적이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을 수 없거든요…. 그동안 ‘개항로 프로젝트’에서 보여줬던 점포들이 주로 F&B 매장인데, 전통적인 노포를 재해석한 메뉴들을 내걸고, 혹은 그 메뉴들을 새롭게 개선한 콜라보 형태로 보였어요.

선술집 <개항면>은 <광신제면>과 콜라보 하고, 카페 <라이트하우스>는 지역에 오래된 공장을 재해석하고, 기존 산부인과 공간을 리모델링해 사람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형태로 변형했죠. 그렇게 총 14개의 F&B 점포를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어요.

저는 ‘개항로 맥주’를 에일이 아닌 라거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서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항로 프로젝트’의 14개 매장에 활용할 맥주로 라거를 선택한 게 아닐까?

●이: 그건 아니에요. 아까 말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많은 사람이 편하게 즐기는 맥주가 ‘라거’잖아요. 수제맥주는 일부 사람들이 즐기는 것 같으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쉽게 접근해 마실 수 있는 수제맥주를 만들자고 생각했을 때 에일보다는 라거여서지, 요식업을 해서는 아니에요.

<개항로 통닭>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치찜 통닭'. <개항로 맥주>는 자꾸 술안주에 손이 가게 하는 맛이다. (beLocal 이연지 에디터)

◇윤: <개항로 맥주>가 ‘개항로 프로젝트’ 음식점의 메뉴들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맛이거든요. 상업적인 측면에서 잘 설계된 맥주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보통 로컬맥주가 공급되면 생맥주(드래프트비어) 형태로 탭하우스에 들어가거든요. 생맥주는 관리하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서 맛의 차이도 생기고 관리도 어려운데, 병입 제품이면 아르바이트생도 로컬맥주를 쉽게 취급할 수 있죠.

그 측면에서 ‘개항로 맥주’가 병입이니까 영업장에서 활용하기 정말 좋더라고요. 또, 따로 구입을 원하면 얼마든지 구매해서 집으로도 가져갈 수도 있잖아요. 앞서 대중성에 관해 여러 얘기를 나눴는데, 좀 말을 바꿔 ‘범용성’적인 면에서 “라거+병입” 제품으로 설계된 것이 아닐까 했어요.

●이: 아무래도 라거니까 청량감과 함께 아무 음식과도 편하게 어울리는 것 아닐까요? 저희끼리는 정말 <개항로 맥주>가 잘될 가능성을 0.001% 정도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하는 일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구나, 돈 벌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만, 다른 사람도 따라 하거든요. 그래서 잘될 가능성은 미비해도 잘 되도록 최선을 다 한 거예요.

제 여동생 이야긴데요. 제가 어느 날 수제맥주를 먹어보라고 한 거예요. “맛이 어때?” 물으니 여동생이, “아, 오빠…. 나는 솔직하게 이런 향이 너무 싫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도 의외로 많아요. 그런 친구들에게도 <개항로 맥주>가 조금 더 친근할 수 있죠. 시작은 “어떻게 하면 어른들이 더 편할까?”, “수제맥주의 ‘수’ 자도 몰라도 ‘거, 좀 줘 봐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가 더 컸지만, 그러면서도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었으면 했어요.

◇윤: 코로나 시기에 <개항로 맥주>를 출시하셨고, 팝업스토어 개최도 성공해 1차분이 완판됐죠?

●이: 네, 금방 완판됐어요. 지금은 출시 한 달 만에 4차 생산 중입니다. 저희가 영업장에서 볼 때는 “(맥주를) 시킨 다음에 또 시키는지 아닌지”가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또 주문하는 사람이 50%는 되는 것 같고, 지금 카페 <라이트하우스>에서도 사람들이 하루에 10병씩 사 간다고 해요.

◇윤: 술집에서 사람들이 맥주를 사간다는 건, 로컬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얘기네요.

●이: 최소한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거나, 큰 거부감이 있는 술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지금 호응이 저희가 느끼기에는 굉장히 세서 좋기도 하면서, 많이 놀라고 있어요!

카페 <라이트하우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개항로 맥주>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윤: 이 정도면 융합적인 이벤트도 나올 수 있을 듯한데, 다른 계획도 있으신가요?

●이: 저는 뭔가를 계획적으로 정해놓고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저랑 친한 분이 “누가 부르면 어디든지 가서, ‘개항로 프로젝트’에 대해서 많이 말해라”라고 조언해서 2020년도에 제가 여기저기 많이 다녔거든요?

다니면서 느낀 것은 “‘개항로 프로젝트’만이 진행할 수 있는 교육의 영역이 있겠구나”, “어떤 부분들은 진짜 사람들이 잘 모르는구나”였어요. 그래서 2021년도에는 ‘교육’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고, 아주 작지만 이미 시작했어요.

지금 한 8개 정도의 조그마한 가게가 들어올 자리가 있어서, 입점할 가게들의 품목을 얼추 정했고요. 그 품목으로 장사할 사람을 뽑을 거예요. 선발 기준은 “내가 OO 가게를 하고 싶지만, 아직 잘 몰라”일 거예요. 그래서 사람을 뽑을 때 드릴 5개의 질문을 만들고 있어요. 그 답을 보고 뽑은 다음, 그 친구들이 자생할 수 있게 ‘개항로 프로젝트’가 가진 디자인, SNS 활용법 등 모든 마케팅 전략을 알려줄 거예요.

◇윤: 개항로 안에서 하신다는 거죠?

●이: 다른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바뀔 수도 있지만, 일단은 여기서요. 물론 또 다른 거대한 생각도 있죠. “우리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 할까?”를 더 고민하고 있어요. 그게 아마 2021년도의 ‘개항로 프로젝트’가 갈 길 아닐까 해요! 또 한번 개항로스럽게 해보려고 합니다!

◇윤: 약간 린스타트업 방식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종의 에어리어 매니지먼트(주: 특정 지역 단위의 민간이 주체가 되어 마을재생이나 지역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로 어떤 발전 단계나 로컬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시는 듯합니다.

비단 로컬맥주에 관한 얘기가 아닌 개항로만을 두고 봐도 지역관리기업의 형태, 그런데 소상공인들과의 연합체로서의 프로젝트인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대장’이 골목대장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르신들 보시기에는 ‘골목대장 이창길’, ‘만년 청년인 좋은 동네 녀석’으로 더 오래오래 남을 겁니다.

●이: 아마 어른들도 제가 정확히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를걸요? 상관도 없고. 저는 어른들이랑 계속 재미있게 놀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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