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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맥주
  • 입력 2021.02.26 14:34
  • 수정 2021.02.26 16:05

[로컬맥주(12)] 문화콘텐츠를 품은 크래프트비어-"소호259"의 로컬맥주 콜라보 이야기

2020년 9월 속초의 대표적인 로컬크리에이터 <소호259>가 로컬 브루어리 <크래프트 루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커뮤니티 맥주 ‘Soho259 IPA’를 출시했습니다.

공간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로컬크리에이터가 시그니쳐 음료로 크래프트비어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독특함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크래프트비어는 상대적으로 소량주문에 대응한 OEM이 가능하다는 크래프트비어의 특징을 충분히 활용한 시도라는 점 외에도 로컬의 의미를 맥주로 재해석하고, 크래프트비어에 로컬을 입힌다는 점에서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주목받은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비로컬 편집부는 <크래프트 루트>와 <소호259>를 방문해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질문했고, 관계자 모두가 함께하는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독자 여러분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비로컬 2월 특집 주제는 1월과 마찬가지로 "로컬 맥주"입니다.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2월 로컬맥주 특집에서는 크래프트비어 문화가 로컬브루어리를 통해 어떻게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Soho259 IPA’ (출처: 소호259 인스타그램)

●비로컬: 2020년 9월 ‘Soho259 IPA’ 맥주가 출시되었어요. <소호259>와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교류할 기회가 있어 출시 직후 바로 맛볼 수 있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니 이곳 <크래프트 루트>에서 생산했다는 표시가 적혀있더라고요.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 브루어리의 콜라보레이션이 어떻게 진행된 건가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이하 ‘윤본’): <크래프트 루트>가 생각한 <소호259>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맥주를 함께 만들어 판매한다기 보다는 문화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체험해 나가는 거라 생각했어요.

●비로컬: 매년 1만여 명의 밀레니얼이 방문하는 <소호259>지만 방문자를 중심으로 한 ‘소둥이’ 커뮤니티가 크래프트맥주의 매출을 담보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맥주를 출시하고 싶었던 이유는 뭔가요?

◆<소호259> 이승아 대표(이하 ‘주인2호’): 저희가 매일 진행하는 ‘소톡’ 프로그램에서 생맥주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소호259>만의 특별함을 제공하고 싶었고 ‘소둥이’ 커뮤니티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속초 중앙시장을 통해 안주 차별화를 시도하다가 로컬브루어리를 통해 저희만의 맥주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비로컬: 그렇다면 매출을 올리려는 차원의 콜라보라기 보다는, 프로그램이나 굿즈를 만들어가는 콜라보에 가깝군요?

◆주인2호: 그래서 속초의 브루어리를 탐색하다보니까 <크래프트 루트>가 로컬을 아이템으로 다양한 제품을 내더라고요. ‘동명항’, ‘영금정’, ‘속초IPA’ 등 출시한 맥주들이 우리와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고 로컬을 주제로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같이 하고 싶다고 컨택을 했죠.

<크래프트 루트> 김정현 대표가 직접 찍은 속초의 명소들을 일러스트화 해서 담은 대표 맥주들. (beLocal 이상현 에디터)

●비로컬: 처음 반응이 어땠나요?

◆주인2호: 저희 연락을 받고 떨떠름해 하실 줄 알았는데, 좋게 받아들여주셨어요. 저희에 대해 이미 알고 계셨고, 젊은 밀레니얼이 모인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계셨어요. 콜라보 요청하자마자 1주일 안에 대표님과 본부장님이 방문하셨는데 그때 하셨던 말씀이 “너무 에너지가 넘치고 분위기 밝다”였어요. 브루어리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받지 못한 느낌을 받으신 것 같았어요.

◇윤본: <소호259>가 하고 있는 ‘속초 5일 살아보기 프로젝트’같은 것을 보면 속초 해수욕장에서 다양한 이벤트도 하고 여기저기 탐방도 하고 그러는데, 그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크래프트 루트> 양조장 투어도 하고 맥주 재료로 각자의 굿즈도 만들어보고, 더 나아가 맥주도 함께 만들 수 있고...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면 다같이 맥주 한 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가는 그런 여유도 즐길 수 있죠.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시도해보지 못해 아쉽네요.

(소호259 제공)

●비로컬: 로컬 브루어리끼리의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로컬크리에이터와 시도하셨던 이유가 궁금하군요.

◇윤본: 브루어리끼리의 콜라보는 서로 레시피를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책임제조를 할거냐, 또 세금문제 등이 따라붙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더 어려워요. 그런데 로컬크리에이터하고는 각자의 영역이 있어서 콜라보하기가 수월했어요.

◆주인2호: 맛을 선정하는 것부터 디자인까지 저희만의 색깔을 녹여낼 수 있게 함께 고민을 많이 했어요. <크래프트 루트>에서 추천해주신 맛을 중심으로 시작할 수 있었죠.

◇윤본: 맥주 제조는 저희가 주도해서 만들었습니다. 주인1호, 2호 두 분이 맥주를 잘 드시긴 하지만, 맥주 자체에 대해서는 모르시잖아요?

◆주인2호: 일반적인 맛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매니아 층을 설득시킬 수 있는 맛을 골랐어요. 단, 라벨도 저희가 고민해 직접 제작했어요. 나중에 시리즈물로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에 첫 시작은 저희 랜드마크인 골목길과 동명동 소호거리와 <소호259> 건물을 담아보았어요.

<소호259> 2호점 (beLocal)

●비로컬: 라벨을 자세히 보면 석양이 지는 무렵 저녁시간의 소호거리에요. 그런데 이 야자수는 여기 없는 거잖아요? 소호거리는 현실의 공간이고 야자수는 가상의 공간인데 마치 소호259의 커뮤니티인 소둥이들이 이곳을 찾아와 체크인하는 모습과 소호259가 제공하는 로컬이 공존하는 모습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어요. 야자수가 소호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게 아닐까?

◎<소호259> 이상혁 대표(이하 '주인1호'): 일단 석양을 선택한 것은 SNS에 인증샷을 남길 수 있도록 잔잔한 감성의 시간대를 색감으로 표현했고, 야자수는 저희의 꿈이 들어갔어요. 일상을 떨쳐버리고 동명동에 들어와서 저 멀리 있는 세계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갔어요.

●비로컬: 로컬맥주의 맛을 보기 전에는 그들의 생각과 철학, 세계관을 알 수가 없더군요. 라벨로 그것을 표현하고는 있는데, 의미를 물어보지 않으면 설명해주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도수가 6.3도나 되는 에일맥주인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맥주보다 2도나 높은데 소둥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주인1호: 생각보다는 반응이 좋아요. 가격도 좀 비싼 것도 있지만, 도수가 있다 보니 한 캔만 마시고도 만족하는 편이고요. 와인으로 따져보면 도수가 낮은 와인과 비슷한 느낌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비로컬: 맥주와 와인 사이의 느낌?

◎주인1호: 라거는 청량감이 있어 자꾸 마시게 되지만, <소호259> 맥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미하면서 처언~천히 마시는 장점도 있어요. 도수도 있어서 굳이 많이 마시지 않는...

●비로컬: 그런데 다른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로컬 브루어리와의 콜라보를 원한다는 말이 간간이 나와요? 무슨 이유일까요?

◇윤본: 제가 답변해 드릴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커뮤니티가 모이면 저녁에 뭘 해요? 한 잔 하죠? 그런데 소주는 독하잖아요? 그런대 맥주는 캐주얼하잖아요? 술을 많이 못 드시는 분들도 한두 잔 정도는 마실 수 있으니까. 크래프트비어가 일반 맥주보다 비싸 부담스럽다고는 해도 커뮤니티나 프로그램에 참여해 즐기며 자기 취향을 찾아가는 건 또 괜찮잖아요? 이런 욕구가 복합적으로 해소되다 보니까...

●비로컬: 밀레니얼의 음주문화에 맞춰 이런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군요. 기성세대는 ‘소맥’을 말아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잖아요? 진행하는 ‘소톡’ 프로그램과도 이 맥주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소호259>에서 진행하는 '소톡 프로그램' (소호259 제공)

◎주인1호: 저희는 소통과 이야기가 중심인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기성맥주를 활용하다보니 밖에서 보여지는 시각은 마시고 취하는 술집이나 클럽과 같은 곳과의 차이를 못 느끼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과감히 기존 맥주를 빼버렸어요. 맥주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 정도?

●비로컬: 혹시 이밖에 다른 계획도 세우고 있으신지?

◎주인1호: 2번째 맥주를 준비하고 싶은데, <크래프트 루트>와 진행해도 되지만 속초의 다른 로컬 브루어리인 <몽트비어>와 진행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몽트비어>는 병맥주도 만들고 있어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소호259>뿐만 아니라 공간이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 중에는 자기만의 맥주를 출시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존재합니다. 크래프트비어만이 제공하는 맛과 감수성을 통해 공간과 커뮤니티가 추구하는 세계관을 전달할 수 있고, 공간과 커뮤니티를 추억할 수 있는 굿즈의 역할을 하면서 함께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실용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시제품 개발을 위한 시행착오에 대한 비용문제, 너무 적은 수량의 주문량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보니 아직까지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 브루어리의 콜라보 소식이 쉽게 귀에 들어오지는 않고 있지만 마이크로 브루잉이 가능해지면 보다 다양한 콜라보 사례가 쏟아져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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