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로컬맥주(13)] 1부: 크래프트비어 문화의 씨앗을 심은 풍요의 땅 '바네하임' - 김정하 대표

국내 크래프트비어 문화는 이제서야 싹이 트고 있는 모습인데요. 1세대 브루어리로서 불모지였던 국내 크래프트시장을 개척해 나간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을 다녀왔습니다. 국내 여성 1호 브루마스터로 잘 알려진 김정하 대표님은 '아시아 비어컵'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대회인 미국의 '월드 비어컵' 등 각종 국제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이라는 장점을 살려 감성을 담은 '벚꽃 라거'로 '인터네셔널 비어컵'에서 금메달을 딴 뒤 각종 상을 휩쓸기도 했는데요. 크래프트산업의 발전을 위해 우직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부: 크래프트비어 문화의 씨앗을 심은 풍요의 땅 '바네하임' - 김정하 대표

비로컬 2월 특집 주제는 1월과 마찬가지로 "로컬 맥주"입니다.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2월 로컬맥주 특집에서는 크래프트비어 문화가 로컬브루어리를 통해 어떻게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국내 여성 1호 브루마스터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의 김정하 대표 (beLocal 윤준식 편집장)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외국에서는 슬리퍼 끌고 동네에 맛있는 펍이나 브루어리에 가서 맛있는 맥주를 먹는 문화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가 브루어리를 연 게 2004년도인데요. 그 때 국내에는 상업지구에 대규모 매장들뿐이어서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곳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나고 자란 공릉동에 이런 브루어리펍이 하나 있으면 이슈가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당시에는 법규상 레스토랑과 펍이 같이 운영되어야지만 제조면허를 받을 수 있어서 브루어리와 펍을 함께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대표님의 저서 <맥주 만드는 여자>를 보니 지역 친화적인 브루어리를 하고 싶다고 하셨더라고요.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오픈했던 건 아니고요. 운영을 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동네에서 운영하는 게 좋았거든요. 주민분들과 소통을 하다보니 맥주 축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는데요. 신촌이나 강남에서 대규모로 하는 그런 맥주 축제가 아니라 동네에 지역 축제가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했어요. 그러면서 지역 친화적인 브루어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이제 크래프트비어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시작점이지 않나 싶어요. 취재를 다녀보니 브루어리들의 공통된 고민이 "어떻게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고, 우리를 알릴 것인가?"이더라고요. 국내 크래프트 브루어리 1세대로서 어떻게 크래프트비어를 알리셨나요?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저는 이런저런 매체에 요청에 많이 응했어요. 유명한 프로가 아니더라도요. 그 때는 SNS가 많이 있던 시절이 아니거든요. 과학 프로그램, 직업 프로그램 가리지 않고 다 나가고, 별의별 신문에 잡지까지 출연했어요. 그게 조금씩 쌓여서 알려지게 됐던 것 같아요.

그때는 바이럴 마케팅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거든요. 네이버 블로그에 많이 올려주시더라고요. 그걸 통해서 피드백도 많이 받았고요. 저희도 댓글을 많이 남겼는데, 소비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맥주 맛에 대해 소비자분들께 물어보고 피드백 받아 개선하고 오프라인에서도 매장 방문 손님들과 대화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2004년부터 공릉동에 자리잡은 <바네하임>. 로컬 브루어리로서 오래도록 지역에 남고 싶은 것이 김정하 대표의 바람이다. (beLocal 윤준식 편집장)

▶소통을 많이 하신 거네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브루어리를 찾는 발길이 끊어지다 보니 많은 브루어리들이 크래프트비어 문화를 어떻게 알릴지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대표님 말씀을 들어보니 꼭 맥주에 대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대표님을 통해 전해지는 맥주 이야기나, 댓글로 하는 소통으로도 크래프트비어를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가능할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크래프트비어의 맛을 알리는 것도 되게 중요하지만, 브랜드를 알리면서 크래프트비어 자체를 소개하는 과정이 또 하나의 창구가 되기도 하거든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브루어리 자체를 알리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서 저희도 “유튜브를 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SNS를 통해 저희 맥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크래프트비어도 소개하고 있고요. 코로나가 풀린다면 방송에서 맥주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시도해보려고 해요. 음식에 관한 방송은 많지만 맥주 자체를 조명하는 방송은 많이 다뤄지지 않고 있어서요.

원래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처럼 외국의 브루어리들을 돌아다니는 방송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하게 됐어요. 기회가 된다면 이런 쪽으로 맥주를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김정하 대표님은 아무래도 여성 1호 브루마스터로 많이 알려지셨잖아요. 사실 국내에 크래프트비어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던 시기부터 브루어리를 운영하신 건데, 법 개정에 관한 이야기나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목소리를 잘 내시는 것 같아요. 최근 MBC에도 출연하시기도 했더라고요? 언제부터 그런 의견을 내셨나요?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과거에는 브루어리에서 생산한 맥주의 외부 유통이 불가능했어요. 제가 2013년에 처음으로 해외대회 심사를 나갔거든요. 그때 동료 심사위원들이 “네가 만든 맥주도 먹어보자!”라고 했는데 그때는 병에 담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 출품이 불가능해서 그럴 수가 없었어요. 탱크에서 탭에 연결하는 것만 가능했거든요. 케그에 담을 수도 없었고요. 서울이야 인구가 많지만 지방은 인구도 적어서 브루어리 자체에서만 소비를 하기가 어려웠어요. 유통이 꼭 필요했죠.

그래서 공청회가 열렸을 때 가서 이 이야기를 했죠. 국회의원분들도 공감하셨고 이후에 대회에 한한 출품부터 규제가 풀리기 시작했어요. 이후에 외부 유통을 할 수 있게끔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은 많아요.

지금은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이라는 규격이 너무 정해져 있어요. 지금은 주류 통신 판매가 안 되기 때문에 소비자분들이 크래프트비어를 더 쉽게 구매할 수 있으려면 편의점이나 마트가 가장 편한데, 소규모 브루어리들은 가격을 맞출 수 없어서 입점이 어렵습니다.

김정하 대표는 양조장의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강연을 나가는 것으로 크래프트비어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또한 <맥주 만드는 여자> 책을 통해 브루어리 창업 비하인드와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beLocal 윤준식 편집장)

▶최근 종량세, 종가세 이슈가 있었지만 관련 법도 개정이 되었잖아요. 앞으로 더 풀리면 좋을 규제는 온라인 판매일까요?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아무래도 그 부분이 가장 크죠. 유통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 외에도 자잘한 부분들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케그에 납세필증이라는 걸 붙여요. 또 병 뚜껑에도 인쇄하는 게 있거든요. 납세를 했다는 내용인 건데요. 그걸 하는 업체가 우리나라에 한 군데밖에 없어요. 독점이죠. 그리고 가격도 엄청 비싸요. 게다가 3년마다 그 법인체가 없어지거든요. 뭔가 수상하죠.(웃음)

이런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 좀 더 제품에 투자할 수 있어요. 유량계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시스템 절차를 간소화 시켜주면 좋은 거죠. 그런 게 다 원가에 들어가니까요. 맥주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 아니어서요.

▶이렇게 꾸준히 산업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있을까요?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남들이 잘 안 해요.(웃음) 당장 제가 불편하니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차피 내가 이 산업에 있으니까,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것처럼 내가 내 목소리를 내야 개선이 되니까요. 현장에 몸담아 오래 이 일을 하고 있으니 좀 더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거죠.

▶최근에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자신들의 무드를 담은 웰컴 드링크나 문화를 표현하는 굿즈의 형태로 크래프트비어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게 크래프트비어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운영하는 공간이 새로운 관광 거점이 되거나 하면 원도심 활성화 요소 등으로도 쓰일 수 있거든요. 크래프트비어의 문화도 지금에서야 형성되어가는 중인데, 지역에서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문화 구심지 역할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 이 콜라보가 어떤 형태의 로컬을 만들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로컬의 색깔을 녹이는 맥주가 사실은 별로 없잖아요. 저는 지역의 브루어리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지역의 재료도 가능하고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맥주를 원한다면 그 이미지를 맥주에 녹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은 연계가 잘 안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중재를 로컬크리에이터 분들이 해줄 수도 있겠죠.

저희도 로컬푸드 업체에서 특산물을 활용해서 맥주를 만들자고 제안을 주시기도 했어요. 브랜드 업체에서 콜라보 연락이 오기도 하고요. 저희 연예인 정준하씨랑 ‘로라’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로라비어’ 개발도 하고 있거든요. 지역이든 회사이든 사람이든 맥주에 녹여내는 작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게 좀 많아지면 브루어리에서도 생산을 더 다양하게 할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아요.

<바네하임>은 새로운 맥주들을 소개하기 위한 시도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 (beLocal 윤준식 편집장)

▶대표님께서도 쌀로 만든 맥주인 '도담도담'을 만드셨잖아요. 로컬푸드는 있지만 지역 브루어리가 없거나 브루어리 규모가 너무 작아서 원하는 제조가 안되는 곳도 있거든요. 그런데 바네하임처럼 개발 노하우가 많고 충분한 생산시설이 있는 브루어리가 코워킹을 한다면 어떤 아이덴티티를 크래프트비어로 표현할 수 있는 멋진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바네하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원래는 바네하임을 각 도시에 하나씩 내고 싶었어요. 직영점으로요. 그래도 전국 8도에 하나씩은 바네하임 맥주가 판매되면 좋지 않을까 했거든요. 그러면 지역에도 양조장을 만들 수 있으니까 고용 창출도 될 거고요. 지역에서 생산하니 더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은 자본금이 없어서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해보고 싶어요.

▶바네하임 브루어리를 통해 대표님이 전하고 싶은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사실 이익을 추구하는 일을 하면서도 가치관을 전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이 크래프트비어라는 아이템 자체가 국가에서 인정도 잘 안 해주고 사업 규모도 작고 또 잘 안 하려고 하는 것이긴 하거든요. 그런 일을 누군가는 꾸준히 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이 자체로 보여드리는 게 어떨까 해요. 주류 업계 자체가 여성분들이 없는 분야이기도 해서, 제조하시는 여성 기업가분들도 더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고요.

김정하 대표는 필요하다면 크래프트비어 산업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beLocal 윤준식 편집장)

▶대표님이 쓰신 <맥주 만드는 여자> 책을 보니 정말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셨더라고요. 10년이 넘어가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면 로컬 브루어리로서 살아남으신 건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크래프트’의 정의와 앞으로의 바네하임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크래프트비어라는 말의 정의가 참 애매한데요. 저는 “내가 만들고 싶은 맥주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뜻이냐면, 편의점이나 마트에 들어가야 하면 아무래도 더 저렴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원료를 저렴한 걸 사용하게 되고 적은 원료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레시피를 짜야 하거든요.

그런데 ‘재료와 타협하지 않고 내가 만들고 싶은 맥주를 만들어서 돈이 되든 안 되든 출시할 수 있느냐, 내가 원하는 맥주를 얼마나 원 없이 만들 수 있느냐’가 크래프트비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지 않을까 해요. 저도 코로나 이전에는 내가 어떤 맥주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회사가 어려워지고 투자를 받으려고 하니까 잘 팔리는 맥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계속 맞춰지더라고요.

아직까지는 그래도 소비자분들에게 제가 소개하고 싶은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요. 소비자분들이 그걸 알아주셔서 잘 팔리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역 주민들과 잘 어울리며 오래오래 운영하는 브루어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비로컬ㅣ로컬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듭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