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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맥주
  • 입력 2021.02.27 09:05
  • 수정 2021.03.10 21:05

[로컬맥주(14)] 2부: 협업을 통해 로컬문화의 외연을 확장하다-“고릴라 브루잉” 김경아 매니저

부산 광안리에 위치한 <고릴라 브루잉>은 외국인 대표님들을 필두로 해외 트렌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협업을 통해 로컬의 문화적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브루어리입니다. 특히 지난 2020년 4월, 부산의 <베르크 로스터스>와 커피를 활용한 사워 맥주를 생산했는데요. 부산에 있는 두 로컬크리에이터의 이야기가 맥주라는 음료에 담겨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커피 사워맥주라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낸 <고릴라 브루잉>과 <베르크 로스터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부: 에너제틱한 부산을 닮은 맥주-“고릴라 브루잉” 김경아 매니저
2부: 협업을 통해 로컬문화의 외연을 확장하다-“고릴라 브루잉” 김경아 매니저
3부: 지역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다 - “베르크 로스터스” 김석봉 대표
4부: 생동감 넘치는 라벨링과 유쾌한 맛

비로컬 2월 특집 주제는 1월과 마찬가지로 "로컬 맥주"입니다.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2월 로컬맥주 특집에서는 크래프트비어 문화가 로컬브루어리를 통해 어떻게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고릴라 브루잉>과 <베르크 로스터스>가 함께 작업한 '베이비 사워'. 시큼한 맛이 나는 원두를 활용해 사워 맥주를 만들었다. (beLocal 이상현 에디터)

▶<고릴라 브루잉>만의 크래프트비어를 만든다고 하셨는데요. 뿐만아니라 다른 로컬크리에이터와 협업하며 로컬 브루어리 저변을 확대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릴라 브루잉> 김경아 매니저: 저희가 컬래버레이션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유는 협업을 통해 우리 맥주의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더 좋은 맥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협업을 진행하며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로컬크리에이터의 팬들과 고릴라 브루잉의 팬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도 있고요. 또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배울 수 있는 테크닉과 기술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도 하죠. 꼭 맥주가 아니라도 기획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의 생각이 확장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컬래버레이션을 하시는데 그중에서도 지난 4월, 부산의 로컬크리에이터인 <베르크 로스터스>와 진행했던 협업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릴라 브루잉> 김경아 매니저: <고릴라 브루잉>을 찾는 고객은 대부분 40~50대가 주류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베르크>를 찾는 고객분들은 20~30대 층이 많았습니다. <베르크>를 찾는 고객분들께는 <고릴라 브루잉>을, 저희 브루어리 고객분들께는 <베르크>를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부산을 대표하는 로스터스와 브루어리가 함께 작업을 하다 보면 시너지를 얻을 수 있고,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저희가 먼저 제안을 드렸습니다. 우선적으로 우리가 재미있어야 더 멋진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했거든요. ‘영 앤 프로페셔널’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젊지만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어요.

사실 커피와 맥주 컬래버레이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맥주가 흑맥주입니다. <베르크>와 오랜 시간 협의 끝에 나온 결론은 “너무 뻔한 흑맥주 대신 다른 맛을 선택해 보자”였습니다. 언제 만들어도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맥주 대신 신선한 충격을 주기 위한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 ‘베이비 사워’에요.

<고릴라 브루잉>과 <베르크 로스터스>는 '베이비 사워'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쳤다. 처음에는 너무 시큼해서 놀랄정도였다고 한다. (사진 출처 = 고릴라 브루잉 인스타그램)

▶<베르크 로스터스>와의 작업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셨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고릴라 브루잉> 김경아 매니저: 맛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원두를 배합하는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과정 중 ‘커핑’이라고 원두의 특성을 느끼는 작업이 동반되는데요. 커피가 뿜어내는 향을 알아내고, 맥주와 어울리는 원두를 찾아내는 데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맥주는 굉장히 과학적인 술이라 생각한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완벽한 레시피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레시피를 고안해내기 위해 <베르크>에 자주 방문해 대표님들과 많은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처음엔 사워 맥주이기 때문에 신향이 진하게 올라오는 원두를 골라는데요. 첫 맥주가 출시된 이후 신향이 너무 강렬하다는 이야기들을 전달해주셔서 2차 생산 제품부터는 신향을 줄였습니다.

또, 맛뿐만 아니라 보여지는 이미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라벨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베르크>로 보여서도 안 되고 <고릴라>로만 보여도 안 되기 때문에 두 업체의 색채가 잘 묻어나면서도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먼저 <고릴라>와 <베르크>의 로고를 어떻게 하나로 만들지부터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일반적인 폰트를 결합하기도 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고안했는데, 결합의 포인트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고민 끝에 탄생한 디자인은 <베르크>를 상징하는 십자가 왕관을 <고릴라>에 씌우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2019년, <고릴라 브루잉>은 미국 뉴욕에 있는 <미켈러>와 컬래버레이션을 추진했다. 해외 브루어리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계속 추진하며 자신들의 문화적 저변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출처 = 고릴라 브루잉 인스타그램)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브루어리로 제한되어 있었던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고릴라 브루잉> 김경아 매니저: 저희를 찾아오시는 손님들은 40~50대가 많아서 원활하게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베르크>는 젊은 층이 많이 찾아주셔서 그런지 제품을 출시했을 때 의견을 바로바로 주시더라고요. 빠른 의사소통이 저희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가진 플랫폼과 다른 로컬크리에이터들이 가진 플랫폼을 공유하다 보면 저희에게 부족한 점이 보완되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가 이식되기도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시너지를 만들 뿐 아니라 저희가 성장하는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그밖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릴라 브루잉> 김경아 매니저: 2020년에 미국의 유명한 브루어리인 <헤레틱>과 함께 맥주를 만들어 오는 것을 큰 프로젝트로 계획했었어요. 계획대로 되었다면 미국에 직접 가서 브루어들과 맥주 레시피를 개발하고, 배럴에서 숙성하는 ‘배럴 에이징 맥주’를 생산해 국내로 수입하는 모든 공정을 계획하고 실행하느라 분주했을 거예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가지는 못하고 언택트 방식으로 레시피를 개발했습니다.

또, 그래피티로 유명한 작가들과 협업을 하기도 했어요. 저희 라벨을 작가분들이 디자인해주셨는데, 라벨이 캔버스로, 고릴라 브루잉이 전시장으로 돌변했습니다. 1차 물량이 출고되자마자 모든 캔이 다 팔릴 정도였어요. 어디에서 자신의 예술혼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예술가들과 함께 협업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는데요. 수익금의 일부는 작가님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작업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음식, 음료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싶어요.

<고릴라 브루잉>과 미국 유명 양조장인<헤레틱>이 컬레버레이션으로 제작한 '배럴컬렉션 사워 에일' (사진 출처 = 고릴라 브루잉 인스타그램)

▶앞으로 <고릴라 브루잉>이 펼쳐나가고자 하는 지향점은 무엇일까요?

☞<고릴라 브루잉> 김경아 매니저: 대표님께서 아무래도 영국인이시다보니 국제적인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고 있어요. 어떤 것들이 해외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지를 캐치하시는 거죠. 크래프트비어는 한국에서 시작된 문화가 아니라,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에서 발전한 문화입니다. 이미 그들의 삶 속에 맥주는 일부가 되어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외국 대표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 <고릴라 브루잉>이야 말로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이 다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외국 수출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싱가폴, 대만, 미국 텍사스에는 이미 수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출을 통해서 한국의 훌륭한 브루어리를 소개하고, 대한민국의 크래프트비어를 세계로 내뻗고 싶은 마음이 강렬합니다.

또 계속해서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음용성과 대중성이 높은 맥주는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만, 저희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맥주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맥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고릴라 브루잉>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흥미로운 시도를 통해서 재미있는 맥주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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