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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맥주(15)] 1부: "크래프트비어계의 대왕 고래가 되고 싶어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박선애 대표

남한강 맑은 물이 굽이쳐 돌아가는 물의 충주는 다양한 주종의 주류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그 중 하나인 <블루웨일브루하우스>는 호암지 옆 문화동 골목에 자리잡은 작은 로컬 브루어리에 불과하지만, <골든웨일>이라는 또 다른 브랜드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며 대한민국 크래프트비어의 자존심을 대표하고 우수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원재료의 맛과 성분에 대한 집착으로 품질을 점점 더 높여가는 박선애 대표와 중국에서 건너와 양조장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장위봉 대표 콤비의 위업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인구 20만 규모의 도시에 있는 작은 로컬 브루어리가 중국 시장의 문을 열어가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1부: 원재료에 대한 크래프트 정신, 17억 중국인 감동시킨다-<블루웨일브루하우스> 박선애 대표
2부: 중국은 지금 맥주 춘추전국시대-<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3부: 거대한 대왕고래가 가져다 주는 행운

비로컬 2월 특집 주제는 1월과 마찬가지로 "로컬 맥주"입니다.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2월 로컬맥주 특집에서는 크래프트비어 문화가 로컬브루어리를 통해 어떻게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 박선애 대표 (beLocal 이상현 에디터)

바다의 시원함을 맥주에 담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

<블루웨일브루하우스> 로고에는 고래, 꽃, 둥근 원까지 복합적인 요소를 담아 디자인했습니다. 각각의 요소가 상징하는 바는 다른데요. 우선 고래의 의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블루웨일 브루하우스> 로고에 등장하는 고래는 혹등고래로 지구상에 있는 고래 중 가장 큰 고래입니다. 파란색과 고래를 통해 맥주가 전달하는 탄산의 청량감과 시원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저와 장대표가 각각 하와이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하와이 풍경이 주는 시원함과 자유로운 느낌에 커다란 영감을 받았습니다. 둘이서 받은 감흥을 대화로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회사 이름이 나오게 되었죠. 우리나라에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술고래’라고 부르잖아요. 노골적으로 ‘술고래 브루어리’라고 이름을 붙일 순 없으니,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죠.”

로고에는 혹등고래뿐만 아니라 하와이를 상징하는 꽃, ‘플루메리아’라는 꽃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당신을 만난 것은 내 행운입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박선애 대표님과 장위봉 대표님의 마음도 담았습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에서 선보이는 맥주는 로고와 라벨에 고래를 포인트로 넣었습니다. 라벨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만의 색채를 넣으면서도 맥주의 맛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맥주의 가치는 맛에서는 물론이고 보여지는 요소에서도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희 라벨을 디자인해주시는 디자이너분은 <블루웨일브루하우스>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시는 분이세요. ‘베이비밀크스타우트’의 경우, 장대표님께서 알아보기 힘든 형체로 묘사해주셨는데, 단번에 이해하고 지금의 라벨을 디자인해주셨습니다. 라벨이 주는 가치는 맛에 대한 완성도를 얼마만큼 표현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디자인은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의 로고. 고래와 플루메리아 꽃, 파도가 어우러져 시원한 느낌을 준다.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원재료의 이해도가 맛을 좌우한다

“좋은 원료를 대량 투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맥주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에요. 원료의 배합, 비율에 따라 맥주의 맛은 천차만별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적은 원료로도 최대한의 맛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품질을 고민하고 연구하다 보면, 좋은 해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는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맥주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맛을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집요할 정도로 꼼꼼하게 분석해 완성도 있는 맥주를 연구중입니다. 품질은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법을 고민중인 것이죠.

크래프트비어 생산에서 뗄 수 없는 이야기로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비용’입니다. 물론, 추출물을 넣어 맥주를 생산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맥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만, 품질이 저하됩니다. 크래프트 정신이 사라진 맥주를 만드는 셈이기도 하지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는 원료의 맛을 극대화해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낼 기술적인 노하우를 고안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같다고 해서 다 같은 맥주는 아니에요. 원재료의 배합, 숙성 기간 등에 변화를 주며 재미있는 맥주를 만들어내는 것이 저희의 크래프트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실험들을 거듭하며 지난번 출시했던 맥주보다 더 나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NicIPA, Deep Crazy Lager, Jackson Hole IPA, 로얄 스타우트.
홉이 아닌 몰트에 힘을 준 맥주가 인상적이다. (beLocal 김혜령 에디터)

맥주 산업, ODM과 OEM의 공존이 브루어리의 생명력을 높여준다

블루웨일이 맥주를 수출하는 방향은 OEM이 아니라 ODM방식입니다. OEM이란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을 말합니다. 주문자의 요구에 맞춰 주문자의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형태로 전형적인 하청 방식입니다. 주문자는 설계도나 레시피 등을 제공해 생산업체가 주문자가 의도하는 제품을 제조하도록 이끌어내고, 생산업체는 제조만을 담당하는 형식입니다.

통상적으로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 브루어리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출시하는 로컬맥주는 ODM 방식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ODM이란 ‘제조업자 개발 생산’으로 주문자는 유통과 판매만을 담당할 뿐, 제품의 개발과 제조는 생산업체가 전담해 주도합니다.

앞서 소개한 <소호259>와 <크래프트 루트>의 컬래버레이션에서도 개발과 제조를 주도한 건 로컬 브루어리였기에 엄밀히 말하면 ODM이라 표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와 반대로 후에 소개할 <고릴라 브루잉>과 <베르크 로스터스>의 컬래버레이션은 맥주와 커피라는 소재의 특성을 함께 살리기 위해 상호 노력했기에 공동개발의 의미가 더욱 커진 컬래버레이션이기도 합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에서 생산한 맥주.
독특한 라벨이 맥주의 첫 인상을 강렬하게 만든다. (beLocal 김혜령 에디터)

“브루어리 시장에는 OEM과 ODM이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입이 없는 소규모 브루어리가 대기업 OEM을 받아 맥주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브루어리의 생각이 담긴 로컬맥주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중국 맥주 ‘칭다오 맥주’ 사례를 보면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칭다오 맥주’가 지금의 위상에 오르기 전에는 중국 내에 있던 60여 개의 브루어리가 ‘칭다오 맥주’를 생산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등장한 60여 개의 브루어리는 대기업 공장이 아니라 ‘칭다오 맥주’의 레시피를 받아 맥주를 생산한 소규모 브루어리입니다.

“대기업에서 발주한 물량만큼을 생산하면, 브루어리는 고정적인 수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으로 브루어리에서 생산하고자 하는 맥주를 실험할 수 있죠. 새로운 맥주를 개발하기도 하고, 장비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집니다. 대기업에서는 브루어리가 지닌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각 브루어리는 자신들이 확보한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어 긍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 있습니다.”

"적은 원료로도 최대한의 맛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품질을 고민하고 연구하다 보면, 좋은 해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beLocal 이상현 에디터)

ODM방식으로 탄생한 ‘골든웨일’

<블루웨일브루하우스>는 2020년부터 수출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중국시장에서는 맥주를 잔에 따랐을 때 황금색을 띠는 것에서 착안한 <골든웨일>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수출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는 현지 브루마스터들과 소통하며 맥주를 생산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출시한 맥주의 경우, 처음엔 밀맥주로 구상했지만 중국 브루어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밀이 아닌 오트밀 맥주를 생산했습니다. 오트밀은 한국에서만 레시피를 고민했다면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재료입니다. 현지의 상황과 트렌드를 듣고 그에 맞는 재료를 브루어리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제조사의 기술력에 힘을 실어 주는 방식을 ODM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박선애 대표는 실질적으로 지역 브루어리의 색깔을 더욱 잘 보여줄 수 있는 건 ODM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중국 현지인의 입맛과 트렌드를 동시에 잡기 위해 현지 브루어들과 수시로 교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골든웨일> 브랜드를 통해 현지 입맛에 맞출 수 있는 맥주를 생산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이후에 국내에서 생산한 <블루웨일> 맥주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바 테이블이 마련된 곳에서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beLocal 김혜령 에디터)

더 넓은 바다를 향해 헤엄치다

어느덧, <블루웨일브루하우스>가 크래프트비어 산업에 뛰어든 지 4년이 흘렀습니다. 박선애 대표님이 처음 이 시장에 발을 디뎠을 때와 달리 목표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크래프트비어 산업에서 창업을 하고 싶어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앞으로는 크래프트비어 창업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교육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국 주류시장은 9조 원 규모이지만 크래프트비어는 산업의 1%정도 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아요. 현재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잠재적 시장 가능성은 무한하게 열려있어요.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싶어요.”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계획입니다. 외국에서의 국내 브루어리 인지도는 아직 미비한 상황입니다. 외국은 크래프트비어가 라이프 스타일로 작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은 인지도를 내세우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는 우선 해외시장 중에서도 현재는 국내와 가장 가까운 중국 시장의 문을 먼저 두드리고 있는데요. 중국에서 <골든웨일>의 위상을 높인 뒤 <블루웨일>의 맥주를 수출하며 점차 인지도를 넓혀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후에는 <골든웨일>을 다시 국내로 수입해 인지도를 확장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입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잖아요? 세상에서 제일 큰 대왕고래를 로고에 세운 만큼, 크래프트비어 시장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왕고래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 발자취를 하나씩 새겨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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