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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맥주
  • 입력 2021.02.27 18:06
  • 수정 2021.04.12 12:22

[로컬맥주(15)] 2부: 중국은 지금 맥주 춘추전국시대-"블루웨일브루하우스"장위봉 대표

남한강 맑은 물이 굽이쳐 돌아가는 물의 충주는 다양한 주종의 주류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그 중 하나인 <블루웨일브루하우스>는 호암지 옆 문화동 골목에 자리잡은 작은 로컬 브루어리에 불과하지만, <골든웨일>이라는 또 다른 브랜드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며 대한민국 크래프트비어의 자존심을 대표하고 우수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원재료의 맛과 성분에 대한 집착으로 품질을 점점 더 높여가는 박선애 대표와 중국에서 건너와 양조장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장위봉 대표 콤비의 위업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인구 20만 규모의 도시에 있는 작은 로컬 브루어리가 중국 시장의 문을 열어가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1부: 원재료에 대한 크래프트 정신, 17억 중국인 감동시킨다-"블루웨일브루하우스" 박선애 대표
2부: 중국은 지금 맥주 춘추전국시대-"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3부: 거대한 대왕고래가 가져다 주는 행운

비로컬 2월 특집 주제는 1월과 마찬가지로 "로컬 맥주"입니다.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2월 로컬맥주 특집에서는 크래프트비어 문화가 로컬브루어리를 통해 어떻게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크래프트비어를 만드시는 분이 있다고 듣고 무척 찾아 뵙고 싶었습니다. 특히 충주의 로컬 브루어리에 합류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중국과 한국 간의 무역을 했어요. 박선애 대표하고는 원래 거래처 관계로 알게 된 사이였어요. 당시에 저와 박 대표 둘 다 공동의 거래처로부터 요청을 받아 서울에 있는 어떤 브루어리에서 크래프트비어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그때 박 대표가 충동적으로 “이런 사업을 한 번 해볼까, 어때?”라고 제안한 게 일의 시작이었어요. 이때가 2017년이었어요. 처음에는 제가 반대했어요. 당시는 지금같은 크래프트비어 열풍도 없었기 때문에요.

▶무역일을 하시다가 크래프트비어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생소하게 여겨지는군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실은 중국에 계신 아버님도 20년 넘게 맥주 사업을 크게 하고 계셔요. 중국에 돌아가서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똑같이 일하는 것도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박 대표님 제안을 받아들여 크래프트비어를 시작했어요.

▶중국의 아버님 공장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생각보다큰 규모로 하고 계셔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가 양조에 쓰고 있는 발효 탱크 중에 제일 큰 게 2톤짜리인데요, 아버님 공장에선 제일 작은 게 60톤짜리에요. 크래프트비어가 아니라 인더스트리얼비어 수준이라 모든 공정이 기계화되어 있어서 여기처럼 손으로 만드는 형태가 아니어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일하실 때 따라가 공장에서 일하시는 마스터분들 어깨너머로 맥주제조를 경험할 수 있었죠.

<블루웨일브루하우스>의 Deep Crazy Lager와 NicIPA. Nic이라는 이름은 장대표를 상징한다.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어찌보면 이미 20년의 경력을 보유하고 계신 셈인데, 박 대표님이 로컬브루어리를 시작하자고 했을 때 반대했던 이유는 뭔가요? 그럼에도 지금은 4년째 브루어리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계시는 이유도 궁금하네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아이러니하게도 반대하는 이유도, 사업을 함께하는 이유도 똑같아요. 첫 번째로 그때 당시 한국에서는 크래프트비어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아 잠재된 시장이 있을 거 같았어요. 두 번째는 말씀드리기 좀 그런데, 창업을 준비하던 당시 한국의 브루어리를 많이 돌아봤는데 생각보다는 맛의 수준이 높지 않았어요.

▶중국에서 경험한 크래프트비어에 비하면 한국의 크래프트 비어가 아직 맛을 못 끌어내고 있다?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맥주의 맛을 내는 거로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았어요. 그런 자신감이 생겨 용기를 내서 같이 시작했어요.

▶박선애 대표님 인터뷰에서 로컬브루어리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겠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이제 4년된 브루어리가 컨설팅을 한다는 말이 굉장히 도전적으로 다가왔어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창업하고 두 번째 해였던 2018년부터 브루어리를 설립하고 싶은 분들로부터 문의를 많이 받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그분들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고 서로 도와 나중에 잘 되면 더 큰 사업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도움을 드렸어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의 내부 (beLocal 이상현 에디터)

▶그러면 이미 컨설팅을 진행한지 3년이 넘었다는 이야기군요? 장 대표님께서는 주로 어떤 분야의 컨설팅을 담당하셨나요? 부모님께서 하시는 공장에서 터득한 노하우같은 건가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사실 한국의 브루어리가 사용하는 양조장비의 95%가 중국에서 제작된 기계예요. 독일 장비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지만 거의 없어요. 가격 차이도 있지만 독일은 거리도 멀고, 정비를 위해 엔지니어를 초청하더라도 항공료나 인건비도 비싸고, 서로 소통하기 위한 언어의 어려움도 있어요.

저는 중국 사람이다보니 언어는 당연히 되는 거구요, 장비 선택과 운영, 유지보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전화해서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으니 커뮤니케이션 부분도 해결할 수 있죠.

그게 다가 아니어요. 양조장비를 생산하는 중국회사들이 많고, 각각의 업체들이 다양한 규격과 용도의 장비를 내놓고 있기 때문에 장비의 특성을 파악하고 선택하는 분야도 컨설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었어요.

처음 시작하는 브루어리의 경우, 공정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장비가 배치되기 위한 설계가 중요한데, 이런 부분은 20년에 걸쳐 공장을 확장해 오신 부모님의 노하우가 도움이 됩니다.

맥주를 따라서 마실 수 있는 작은 탭. 장난감 모형을 연상시키며 브루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준다. (beLocal 이상현 에디터)

▶말씀을 들어보니 신생 양조장 <블루웨일브루하우스>가 높은 수준의 맛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장 대표님의 역할도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부모님께서 하신다는 중국의 공장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는데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아버님 맥주 공장이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OEM 방식으로 90%의 매출을 올렸어요. 그 당시 OEM했던 맥주가 바로 <칭다오 맥주>였어요. 그런데 <칭다오 맥주>의 인지도가 커지고 이미지도 높아지면서 새로운 전략을 내세웠어요. OEM 생산방식을 버리고 칭다오에 있는 공장을 확장해 집중생산하는 방식으로요. 그걸 계기로 새로운 레시피의 맥주를 생산하면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공장을 키워나갔어요.

▶크래프트 정신으로 위기를 이겨낸 좋은 사례라고 보여져요. 그 정신을 장대표도 물려받으신 것 같습니다. <칭다오 맥주>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국 사람들은 <칭다오 맥주>가 <카스>나 <테라>보다 맛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특히 <칭다오 맥주>는 19세기부터 칭다오를 조차하며 들어온 독일의 기술이 녹아들어갔다고 여기고 있거든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물론 <칭다오 맥주>가 옛날에는 독일 기술을 많이 받아서 시작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담당 브루어도 많이 바뀌었고, 기술도 계속 개발하며 이제는 중국 사람의 입맛에 맞춘 맥주로 완전히 변신했어요. 지금의 <칭다오 맥주>는 그냥 중국의 라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칭다오 맥주>하고 한국의 맥주는 각자 다른 장단점이 있어요. <칭다오 맥주>가 청량감이 많고 좀 더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지만, 단점을 말하자면 바디감? 한국에서 나오는 맥주들이 조금 더 깊은 바디감이 있어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중국내 OEM을 통해 어려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중국 수출이 어렵다는 생각은 안 해요."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인더스트리얼비어의 비교를 통해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하셨는데, 한국의 크래프트비어도 중국의 크래프트비어와 비교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시나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한국의 크래프트비어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어요. 외국의 브루 마스터들과도 많이 교류하는 아카데미도 운영되고 있어 뭔가 잘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한국 시장과 중국 시장이랑 좀 차이가 있긴 있지만, 관심과 열정을 보면 기술이든 시장이든 얼마 안 가 중국보다 높은 수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가 <골든웨일>로 중국에 진출한 것처럼 다른 한국 크래프트비어도 수출이 유망해질까요?

☞<블루웨일브루하우스> 장위봉 대표: 한국 크래프트비어 이미지가 높아지면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요. 이미 중국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맥주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새로운 수입 맥주가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워요. 한국 맥주가 독일 맥주처럼 좋은 이미지를 가진 게 아니라서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는 굉장히 힘들어요.

중국 맥주와 비교해도 로컬 브루어리가 가진 브랜드 파워와 경쟁력이 세서 저희도 많이 힘들었어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중국내 OEM을 통해 어려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중국 수출이 어렵다는 생각은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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