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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맥주(16)] 2부: 크래프트 비어의 '마이스' - GMEG 이해정 대표

2021년 5월, 우리나라 마이스 산업의 중심지인 삼성동 코엑스에서 '키벡스(KIBEX)' 3회가 열립니다. 키벡스는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를 말하는데요. 키벡스를 통해 우리나라 크래프트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박람회입니다.

키벡스를 만든 <GMEG> 이해정 대표는 그 이전에 '비어페스트 코리아', '신촌 맥주축제' 등을 통해 크래프트비어가 주인공이 되는 축제를 만들어 오기도 했는데요. 소비자들의 취향과 개성이 드러나고 묻혀있었던 군소 양조장 산업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해 열리는 키벡스는 호텔쇼와 함께 진행되는데요. 호텔쇼를 방문하는 관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크래프트비어를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유럽이나 미국과 연결을 할 계획인데요. 장비, 원료, 수출 등의 상담이 이뤄질 수 있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회 키벡스에서 진행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보완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주문 후 키벡스에서 제품 픽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혔습니다.

이렇게 크래프트비어 산업의 저변을 앞장서서 넓혀가고 있는 이해정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나라 크래프트비어 산업의 발전 과정과 의미 등을 짚어보았습니다.

1부: KIBEX를 시작하기까지 - GMEG 이해정 대표
2부: 2부: 크래프트 비어의 '마이스' - GMEG 이해정 대표
3부: 세계로 가는 한국 로컬맥주 - GMEG 이해정 대표

비로컬 2월 특집 주제는 1월과 마찬가지로 "로컬 맥주"입니다.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2월 로컬맥주 특집에서는 크래프트비어 문화가 로컬브루어리를 통해 어떻게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 로컬맥주 16편 1,2부의 팟캐스트 오디오클립은 지난 2020년 8월 제2회 키벡스를 마치고 난 시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녹음 상태가 고르지 못해 많은 부분을 편집을 통해 들어냈지만, 한국 크래프트비어의 발전과정과 우수성, 세계화 가능성, 라이프스타일과 로컬트렌드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기에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키벡스’ 1,2회를 비교해 봐도 좋을 듯한데요. 1회는 첫 회고, 2회는 코로나라는 특수성 때문에 규모나 성격을 명확히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1회 때 반응을 보고 2회 때 오신 분들도 있을 듯해서요. 제가 가보니, 목요일은 비즈니스 데이라 사람이 없었는데, 금요일은 오후부터 사람이 몰려오는 걸 보면서 “코로나라도 오는 사람은 온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러한 행사에 반응하는 정도를 보면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고 있다는 지표이면서, 산업적으로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가 어디까지 왔나 보여주는 지표 같아서 여쭤봅니다.

'KIBEX 2020' (출처: KIBEX 홈페이지 내 포토갤러리)

▶GMEG 이해정 대표(이하 '이'): ‘키벡스’ 1회는 2019년 3월에 개최했어요. 비즈니스 전시회를 지향하다 보니 해외 기업들을 국내 전시회에 끌어들이는 게 주된 목표라 미국 전시회와 중국 상해 전시회와 일정을 조율해서 개최 일정을 잡았습니다.

2019년에는 ‘aT센터’ 3층만 썼는데요. 맥주대회는 없었지만 ‘키벡스’와 ‘킵콘’이 있었고, ‘키벡스 탭룸(Tab Room)’이란 것을 운영했습니다. 입장권을 사면 5천 원 크레딧이 포함된 팔찌를 드렸어요. 요즘 셀프 탭 시스템이 많이 보급돼 있잖아요. 시스템을 깔아서 “본인이 마시고 싶은 맥주를 마시고 싶은 용량만큼만” 따라서 맛보는 셀프탭 룸을 제안한 거예요. 전시회에도 콘텐츠 콘셉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올해에 눈여겨봐야 하는 새로운 것들을 매년 제안하자”는 취지였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죠. 첫 회임에도 프랑스에 “포맨티스”라는 이스트(효모) 업체가 콘퍼런스 스폰서로 들어왔고, 1회를 마치고 2주 정도 뒤에 미국에서 전시회가 있었는데, 바로 출장 가서 마케팅을 해보니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국내 평가가 괜찮았는데, 소문이 해외 마케터들한테까지 났던 듯합니다. 사실 대기업에서 맥주의 원·부재료는 중국이나 미국 쪽으로 고정 물량이 잡혀있거든요. 한국이 아시아 시장에서 이머징 마켓으로 잠재력을 보이던 상황에서 “이런 맥주 전시회가 열렸다!”는 것이 관심사가 됐던 것 같습니다.

▶이: 출장을 가보니 주세법 개정에 따른 패키징 장비나 맥주를 만드는 브루하우스 장비 등 해외 장비나 원, 부재료 쪽 반응이 상당히 좋아서 2020년 2회는 1층과 3층을 다 임대해서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해외 업체들이 95% 못 나왔지만, 그래도 독일과 미국 맥주공동관은 참가했습니다.

미국은 양조장에서는 직접 못 오고 “USATO(우사토)”라고 미 농무부에서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원래 미 농무부와 “BAE(브루어소시에이션)”라고 미국 양조협회에서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못 오셨죠.

미국관의 경우,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레스토랑이나 펍을 운영하는 분들이 상당히 주목하는 게 “한국이 미국의 크래프트맥주를 맛이나 트렌드 등 모든 면에서 많이 따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공동관에서는 맥주를 항공 콜드체인으로 가지고 오는데요! ‘키벡스’ 전시회 때만 미국에서 가장 신선하고 새로운 맥주, 절반 이상은 수입되지 않는 맥주를 가지고 와서 파트너를 찾고 수입산을 찾습니다. 마케팅의 장인 거죠.

◇윤: B2C, B2B가 다 되는 거네요?

▶이: 일반인에게는 맛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는 분들께는 공급을, 맥주 수입하시는 분들께는 수요를 매칭할 수 있는 시장으로 미국이 매년 참가했고요. 독일은 2020년에 처음 참가했습니다. 양조장 일곱 군데가 참가했는데요. 독일도 한국 수입사를 찾아서 성과를 내고 돌아갔고, 독일 대사관에서는 부대사님까지 오셔서 “21년도 3회 전시회 때는 좀 더 규모를 확장하겠다”는 멘션을 주셨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서 많이 불참하고, 1층과 3층으로 장소가 나뉘다 보니 원재료와 부재료, 맥주 장비 패키징으로 구성해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던 1층에서 취소 자리가 많아 대응도 쉽지 않아 제일 아쉬웠어요. 한 층에서 했으면 유연성을 발휘해 대응했을 텐데 1, 3층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더 쉽지 않았죠.

3층은 소비재로 파이널 프로덕트 맥주와 음식으로 구성했는데, 질병관리본부에서 취식을 금지하니까 음식 부스의 상당수도 취소되어서 “맥주는 많은데 식품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피드백도 많았어요. 어쩔 수 없었죠.

▶이: 이번에 미국 대사관에 초청돼 미국 맥주 수입하시는 분들과 함께 식사했는데, 미국 워싱턴 본부에도 성공적으로 진행된 맥주대회 개최가 보고됐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전시회를 했느냐?”, “미국이 국가에서 지원해서 공동관 전시부스를 연 것은 이번이 전 세계적으로 처음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주목도 받았고요. 방역에서도 안전했고 잘 끝났다고 말씀해주셔서 그런 부분에서 감사하고,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 밖에 스페인, 체코, 캐나다 대사관에서도 직접 와서 보시고 다음 키벡스 이야기를 하고 가신 분들도 계셔서 2021년엔 좀 더 글로벌한 행사를 꾸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 ‘맥덕(맥주 덕후)’들은 행복하겠네요!

▶이: 우리나라에 엄청난 기회도 되는 거죠! ‘키벡스’ 2회는 2020년 7월 30일에서 8월 1일까지 진행했는데, 첫날을 제외하고 비가 온 데다가 코로나도 겹쳐서 참관객은 예상보다 조금 적었어요. 사전등록한 바이어는 작년 대비 200% 넘게 증가했고, 티켓을 구매하신 분들은 거의 160% 정도 증가했는데, 그분들 중에도 못 오신 분들이 상당수에요. 작년에는 현장구매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취소한 업체들을 제외해도 참가업체 수가 작년보다 증가했고, 부스 수도 증가해서 코로나인 걸 감안 하면 뜨거운 열기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서 위안을 삼고 있고요. 이번에 참가를 취소한 업체들도 다음해로 다 이월계약을 했고, 추가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을 거라 생각해서 3회차에 참가국, 부스, 기업이 늘어날 것은 분명합니다!

◇윤: 한국의 크래프트비어가 성장하는 걸 한국을 넘어 산업에 직접 종사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쩌면 더 잘 알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혹시, ‘키벡스’를 통해서 수출된 크래프트비어도 나왔나요?

▶이: 수출은 조금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패키징 문제 때문에요. 지금 편의점이나 마트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판매가 워낙 잘되다 보니까 “풀 캐퍼시티(full capacity)”로 공장을 가동하는데, 편의점 전체 납품으로 소비되다 보니 (수출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해외에서도 전시사업을 하는데요. 예전엔 에너지, IT, 환경 산업군에 있는 한국기업들을 모집해서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이제 맥주나 식음료 쪽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가능하면 2020년 가을에 국내 크래프트비어를 해외에 수출하려고 준비는 하고 있고요. 2021년에는 크래프트비어협회의 도움도 받고 협력해서 최소한 가까운 아시아 지역에는 수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어메이징 브루어리>와 <카브루>는 홍콩, 대만 쪽에 소규모지만 자체적으로 조금씩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윤: 그 말은 한국의 크래프트비어 수준이 낮지 않다?

▶이: 네! 저희가 맥주대회를 개최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대회를 열면 해외 유명한 심사위원들이 우리나라 맥주를 포함해 해외의 다양한 맥주를 평가하죠. 미국대회, 호주대회, 일본대회에 한국기업도 점차 많이 참가하고 있지만 미국대회의 경우 운송 기간이 길다 보니 패키징에 따라 맥주의 품질 자체가 변질될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홈경기를 해보자!”, “우리나라 맥주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아보자!”라고 생각하고 그걸 위해서 맥주대회를 만들었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국내 44개의 브루어리가 올해 255종의 맥주를 출품해 주셨습니다. 이런 맥주대회를 통해서 메달을 받으면 물론 좋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맥주대회를 하면 심사위원들이 ‘스코어 시트’라는 평가지를 작성하는데요. 다양한 심사위원이 나의 맥주에 대해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이 잘됐다”라는 평가지를 작성하는 거예요. 저희가 한 부는 보관하고, 각 브루어리에도 다 보내드려요. 그러면 맥주를 만들 때 도움이 되겠죠!

항상 공통된 이야기는 패키징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양조장에서 맥주를 잘 뽑아도 배송이라는 절차를 거쳐 시간이 흘렀을 때 양조장에서 나던 맛 그대로 전달이 되느냐, 퀄리티 컨트롤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맥주를 맛본 사람의 기호도 달라지니까요.

◇윤: 로컬만 강조하면 “직접 가서 마셔야 한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미가 있다!”라고 말하지만, 산업화를 위해서는 캔입이나 병입이 돼서 24시간 언제 마셔도 상관이 없어야 하죠. 로컬도 산업화가 잘되려면 로컬을 초월할 수 있어야 해요.

로컬맥주의 수출을 여쭤본 게 지금 현재 로컬 씬에 있는 분들이나 정부에서는 로컬을 한글로 번역해 “지역, 지방”에 방점을 두지만, 맥주가 가진 메시지나 특정 맥주의 콘텐츠에 동화되는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서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거든요. 크래프트비어 문화나 로컬맥주가 그런 형태를 띠면 경북 문경에서 만든 맥주인데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소비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죠!

저희가 ‘키벡스’를 보며 희망했던 것도 이 전시나 대회를 통해 한국의 로컬이 취향의 공감대를 형성하면 다른 세계의 로컬을 만날 수도 있다는 지점이었어요. 앞으로의 세대는 “미국 게 좋은 거야!”, “역시 맥주는 독일이지!”가 아니라 나의 입맛이나 코드, 가치관과 맞는 취향을 소비할 거라고 보거든요. 크래프트비어 문화의 가능성,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하는지의 양상을 ‘키벡스’에 투영된 정도로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하고 계신 일들을 보면, 마치 자신의 운명처럼 계속 씨앗을 심고 모종을 키우면서 더 큰 밭으로 향해가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 분야에 갖고 계신 기대감이나 포부가 있으시다면요?

▶이: 처음에 이 페스티벌을 하려고 전국의 양조장을 다 다니면서 인사했습니다. “이제부터 맥주 페스티벌을 열려고 합니다!” 말했더니, 다들 커피 한잔 주는 게 아니라 바로 맥주를 뽑아서 한 잔 주시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크래프트비어 만드는 사람들만의 매력을 느꼈고, 그들과 깊어진 듯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저희 회사 매출에서 ‘키벡스’ 매출은 10%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100%로 일한다면 한 60~70%는 크래프트비어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키벡스’에 많은 것을 투자하고 있고, 은연중에 애착도 많이 갑니다. “공동체는 아닌데 공동체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물론 성장 가능성도 보지만, 수치적인 성과를 위해서라기보다 더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윤: 한국에서 크래프트비어를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마이스’를 담당해 주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그렇죠! 마이스의 역할이 그거거든요. 행사 등을 통해서 산업이 더 커지고, 하나의 마케팅 툴이 되고, 플랫폼이 되어서 선한 영향력을 주고, 비즈니스적으로 더 커지게 돕는 게 마이스의 역할이거든요? 그 지점에 저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잘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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