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멘토리칼럼(49)] 2021년을 더욱 기대합니다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1.04.07 13:05 의견 0

얼마 전 <MYSC(엠와이소셜컴퍼니)> 초대로 재미있는 자리에 다녀왔습니다. 그리운 영월에 말입니다.

농산어촌으로 분류되는 작은 도시에서 대학을 보유한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2, 3, 4년제 상관없이 대학이 가진 자원은 지방 소도시에 굉장히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신입생, 전문가 풀, 산학 네트워크, 첨단 장비 등 유·무형의 재미난 자원이 가득한 대학. 하지만 이 대학의 문은 정작 우리 동네, 주민에겐 꼭 닫혀 있었습니다. 이 대학을 어떻게든 활용해보고 싶었지만, 지역에 있는 대학의 문턱은 굉장히 높았습니다. 특히 청소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걸림돌은 상당했습니다.

◇ 그런 대학

이럴 때,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인식’입니다. 많은 주민이 정작 지역의 대학을 싫어합니다. 공부 못 하는 애들이 다니는 대학이라고 말이죠. 그들로 인해 먹고살 수 있는 주변인마저도 자기 자식이 ‘그런 대학’에 가는 것만은 반대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의 청소년은 동네 대학생을 우습게 여깁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그렇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강원도 내 청소년은 <강원대학교>의 멘토보다, 인서울 대학의 멘토를 원합니다. 2, 3년제 대학생은 명함도 꺼내기 어렵습니다. 어떤 청년이 “자기들(청소년)은 강원대도 갈 수 없는 수준이면서…”라고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던 모습을 결코 잊지 못합니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참으로 못난 이 사회적 굴레를 끊고 싶었지만 당장은 어려웠습니다.

‘그런 대학’ 같은 인식을 전면으로 깨지 않고서는 지역 대학은 앞으로 더욱 존속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특히 2, 3년제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부터 요원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파격적인 시도가 필요합니다.

◇ 대학이 지역에 있을 이유

방법은 어렵겠지만 답은 간단할 수 있습니다. 이미 줄 세우기가 끝난 학벌체제에서는 공부 아닌 다른 것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지역 대학이 서울의 대학과 비교해 가질 수 있는 이점은 이곳이 ‘지역’이라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대학이 가진 자원을 지역에서 활용하는, 실행 중심의 대학으로 바뀐다면 분명 경쟁력은 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대부분 지역과 연계한 학과 수업은 관광, 조리, 의료보건, 사회복지 분야에서 많이 활용됩니다. 하지만 이조차 대부분 단순 실습이나 인턴 연계 정도로 결코 긴밀한 연계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강원랜드’가 있으니까 카지노학과! 병원이 있으니까 물리치료학과! 포도가 잘 생산되니까 와인학과!” 하는 식의 1차원적인 연결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복잡하고 긴밀한 연계를 설계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단순 실습을 대체할 예는 많습니다. 만약 지역 대학에 호텔관광학과가 있다면 단순한 호텔 인턴십 연계에서 벗어나 마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마을호텔과 연계해 마을호텔 기획자를 육성해도 됩니다.

특산물 활용을 예로 들면, 충북 영동의 <유원대학교>는 포도를 바탕으로 와인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데, 국내 유일의 와인연구소와 소믈리에 관련 학과라며 과를 홍보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전투적으로, 마을 주민과 함께 와이너리와 연계한 비스트로(작은 식당)를 운영하면서 로컬푸드 전문가를 육성할 수도 있습니다.

하드웨어 쪽 예를 들면, 중장비 관련 학과가 있는 경우, 비싼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이 하드웨어를 주민에게 개방해 면허취득을 지원하거나 필요한 곳에서 실습 겸 자원봉사를 하도록 연계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지역 대학이 드론 관련 학과를 신설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거의 모든 농산어촌 초중고교에는 드론이 배치되어 있지만, 청소년들의 장난감 정도로 그치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 드론에 관한 최고 전문가인 교수들이 있음에도 강사를 못 구해 아이들끼리 유튜브로 공부하며 가지고 놀고 있죠. 지역 대학이 지역의 어린 학생들을 품고 먼저 드론 관련 교육과 실습을 시켜주면 어떨까요?

지역의 대학은 대학이 가진 자원을 가지고 지역으로, 마을로 깊게 침투해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마을의 대학, 지역의 대학이 되고, 동시에 지역에서 뭔가를 해보길 고민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역시 제일 먼저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지역 대학이 되어야 대체불가능한 경쟁력이 만들어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이상적인 소리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저는 지역 대학이 그렇게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마주한 영월과의 인연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지역의 든든한 대학인 <세경대학교>가 변화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평소 팬이던 <유니크굿컴퍼니>의 ‘리얼월드’를 접목한 프로젝트를 비롯해 아마 조만간 멋진 시도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대학과 지역 간 연계의 밑그림을 그려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고민을 할 때 제가 반드시 한 번 더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역 대학의 학생들을 위해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이런 고민을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대도시에 살며, 이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최고라 인정받는 좋은 학벌과 스펙,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진짜 학생과 주민의 입장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일을 끊임없이 점검하겠습니다.

저작권자 비로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