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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인투더로컬
  • 입력 2021.03.22 13:00
  • 수정 2022.05.16 23:25

[인투더로컬(3)] 영초산방 전혜인 팀장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주최

저희는 ‘산복도로’에서 활동하는 신생 업체입니다. ‘산복도로’는 산 중턱에 있는 도로입니다. 전국에 있지만, 특히 부산은 전체 토지 면적 중 30%가 평지고, 70%가 산지라 사람들이 주로 산 위에 모여 살고 계셨습니다. 거주지는 산 위지만 경제생활은 산 아래에서 했기 때문에, 산복도로는 산 아래와 위를 연결해주는 도로였습니다.

저희가 산복도로에서 뭔가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왜 산복도로에서 해?”라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요. 산복도로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있습니다.

저는 다큐멘터리를 공부했습니다.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데 교수님이 어떤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을 건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부산에서 20년 정도 살았고, 당시 서울에 산 지는 얼마 안 된 시기라 ‘제일 잘 아는 곳에 대해서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산복도로에 방문했는데, 부산에 살던 20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을 접한 거예요.

부산역에서 버스를 타면 산복도로로 올라갈 수 있는데, 중턱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과 옛날 정취들을 보며 ‘아, 여기를 한번 담아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이 시작된 때라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기록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저는 도시재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할 때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줄 몰랐어요. ‘산복도로 르네상스’는 심지어 10년이 걸렸는데요. ‘졸업도 해야 하는데, 내가 산복도로에 살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지는 못하니 시민활동을 해보자!’라는 결심으로 도새재생 활동가로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활동가로 사는 것은 힘들었어요. 받은 보수가 50만 원 정도인데, 그 돈으로는 월세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었죠. 그때 저를 환대해준 곳이 산복도로예요.

제가 살았던 첫 집이 월세 20만 원에 보증금이 없고, 화장실은 공동으로 쓰는 곳이었는데 산복도로엔 그런 집이 많습니다. 저는 ‘이 공간은 가진 것이 없어도 나를 품어주는 곳이구나…’ 생각했어요. ‘만약 내가 활동가로 일하지 못한다면 다음에 산복도로에서 사람들을 환대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환대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여러 우여곡절 끝에 대학원에서 사회적 기업을 공부하고,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면서 좋은 인연들을 만들어서 지금 저희 회사 대표님을 만났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봐라”라고 지원해주셔서 이곳에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영초산방>은 산복도로에 있는 작은 공간이에요. ‘산방’이라고 하니 한약방인지, 화과자나 양갱을 판매하는 곳인지 많이들 궁금해하시는데, <영초산방>은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곳입니다. 처음 이 공간을 만들 때만 해도 <무명일기> 오재민 대표님처럼 “우리가 이 공간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아이덴티티를 정하기보다 우리만의 공간적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기로 했어요.

대부분 도시재생 관련 일을 하는 곳에서는 하드웨어를 많이 취급하고, 그곳 주민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역 주민이 자생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자는 취지가 많았지만 저희 생각은 달랐어요. <영초산방>을 통해 이 동네에서 살고 싶고,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게 사람을 찾자는 것이 목표였어요.

저희가 작년 2019년 8월부터 10월까지 약 2달 정도 가구 제작, 바닥 및 타일 시공 등을 했어요. 공간이 생기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민들과 함께 산복도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알리기 위해 산복도로에서 활동 중인 <소반봄>이라는 쿠킹 스튜디오 대표님을 모시고 산복도로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초량에 살고 계시는 주민들과 연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활동했습니다.

두 번째는 <영초산방>만의 아이덴티티를 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이를 정하게 해준 친구들이 있었어요. 저기 사진에 보이는 어린아이들인데요. 이 친구들이 매일 공사 장면을 보면서 “오늘은 이게 바뀌었네요?”, “오늘은 문이 달렸네요? 테이블이 생겼네요?”라며 저희와 관계를 맺고 친구처럼 지내게 됐어요.

어느 날 아이들이 “동네 어른들 중에 괜찮은 일을 하는 것 같은 사람의 직업을 인터뷰해와라”라는 주제로 <영초산방>에 인터뷰를 하러 온 거예요. 그때 당시에는 저희도 저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는데,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문화기획을 하는 사람이구나”, “문화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지?”라며 아이들과 같이 토의하게 됐어요.

한 친구가 이야기하기를 “우리의 삶을 더 빛나게 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문화기획자다”라고 말했고, 그에 우리는 “로컬에서, 동네의 삶이 더 빛날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이후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학교, 산학협력단 같은 곳에서 예산을 지원해주시면서 간단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시기도 했습니다.

처음 단계는 저희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는데 이 일을 계속하다 보니 주위에서 도움을 주시기도 했고, 주변에 있는 팀과 협업해 주민들과 함께 ‘화자과 클래스’, ‘커피 클래스’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작년 9~10월경에 <영초산방>이 오픈했는데, 12월쯤 <소반봄> 대표님과 <시선 커뮤니케이션> 최윤형 대표님께서 골목장을 제안하셨는데, 저희는 할 수 있을지 겁을 냈었어요. 최윤형 대표님은 남천동에서 골목장을 직접 기획해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저희는 경험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저희가 컨택했던 팀들과 방향성이 잘 맞아 지금도 연대하고 있죠.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아이들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요. 한 달에 1번씩 ‘공동체 상영’을 하는데, 독립영화를 보여드려요. 단순히 영화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눕니다.

“관광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산복도로의 의미와 이곳이 갖는 정취를 함께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서 “오-올드(O-old) 어반 트래킹”이라는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마이 리얼 트립>에도 입점시켰어요. 2~3시간 정도 산복도로에서 걷기 좋은 길을 걷는 프로그램인데, 요즘 여행 트렌드에는 체험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우드카빙 프로그램’을 추가했는데, “나무를 천천히 깎아내리는 과정이 산복도로를 걷는 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실크스크린으로 여러 굿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산복도로를 알릴 수 있는 굿즈를 제작하는데, ‘리마인드 카드’라고 산복도로에서 활동하는 작가님과 저희 팀원들 사진을 이용해 산복도로 곳곳을 그림으로 남겨서 기억력 게임을 할 수 있는 카드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11월 말 텀블벅에서 저희가 제작한 굿즈와 공간대여 관련 펀딩을 진행할 예정인데, ‘부산 알리기’로 검색하면 펀딩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저희가 산복도로에서 <영초산방>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연대와 지속 가능성입니다.

지속 가능성은 서비스나 제품이 확고하면 알아서 따라오지만, 저희는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함과 동시에 지원사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으로 지원사업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후로는 지원사업과 관계없이 인건비를 지킬 수 있는 커뮤니티 사업을 하고 싶다는 게 바람입니다. 지금도 산복도로에 계신 예술가 및 청년들과 함께 교류하는데 앞으로 산복도로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부산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분들도 오셔서 산복도로의 매력을 알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속 가능성의 경우, 저희가 자생할 수 있던 이유는 <짐캐리>라는 저희의 모기업과 연관이 있습니다. <짐캐리>는 부산역에 있는, 여행 수화물 운송 업체입니다.

부산에 여행을 많이 오시는데 짐 때문에 여행 동선이 많이 얽히죠. <짐캐리>는 호텔로 짐을 운송해주고, 또 호텔에서 역까지 짐을 운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서비스가 <영초산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문의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짐캐리>가 부산 여행 체류 여건을 높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영초산방>은 부산의 여러 장소 중에서도 산복도로라는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며, 부산에 여행을 오게, 여행을 와서 더 부산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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