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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창업
  • 입력 2021.03.19 19:45
  • 수정 2021.04.09 11:28

[로컬창업(1)] 라이프스타일로 창업하는 밀레니얼 - 에디토크

제주를 대표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재주상회>의 팝업스토어가 롯데백화점 공항점 <월간 시시호시>를 통해 열렸습니다. 로컬의 라이프스타일 상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이프스타일 소비에서 창업으로 이어지는 맥락을 밀레니얼 세대의 관점에서 다뤄봤습니다.

(사진= beLocal 김혜령 에디터)

☆비로컬 김혜령 기자(이하'김기자'): 오늘은 제가 다녀온 롯데백화점 월간 <시시호시>에서 열린 <재주상회> 팝업스토어 얘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시시호시>는 현재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과 인천터미널점에서 운영되는데, 저는 김포공항 롯데백화점 내 <시시호시>에 다녀왔어요.

<시시호시>는 기존에 롯데백화점에서 운영하던 라이프스타일 리빙숍을 리뉴얼해서 작년 4월에 새롭게 선보인 브랜드인데, ‘시시호시’란 ‘때 시(時)’, ‘좋을 호(好)’를 써서 “매일 매일 좋은 날”이라는 뜻의 한자어에요. 영어로는 ‘Things For Every Good Day’입니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화이트톤의 매장인데, 상품을 두드러지게 보이게 하려고 잡다한 사인이나 조명을 최대한 배제해 인테리어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번에 월간 <시시호시>는 2월 26일부터 3월 7일까지 “제주에서 만들엄쪄”라고 젊은 세대를 겨냥한 헤드로 제품을 큐레이션 했는데, 이 큐레이션을 <재주상회>에서 했습니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재주상회>에서 나름의 가치를 담아 보여주고 싶은 브랜드를 큐레이션 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어요.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윤’): <재주상회>는 지난 2020년 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최한 로컬크리에이터 행사에서 최우수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된 로컬크리에이터죠.

○비로컬 이연지 기자(이하'이기자'): <재주상회>는 스스로를 ‘콘텐츠 큐레이션 기업’이라고 정의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일을 하죠. 창작자들과 브랜드를 만들기를 하기도 하고, 굿즈도 직접 만들고, 매거진도 계간지로 계속 내면서 제주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일을 합니다.

제주의 식재료와 로컬 생산자를 소개하는 ‘사계 미식회’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했었고, 제주의 식문화를 연구하는 ‘인 테이블 연구소’를 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로컬푸드를 정기구독하는 ‘계절 제주’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사진=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윤: <재주상회>는 제주 사계리에 있는 공간 <사계생활>을 통해서 사실 항상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죠! 어떤 면에서는 <사계생활>이 롯데백화점으로 넘어왔다고도 볼 수도 있어요.

○이기자: 먼저 콘텐츠 생산을 시작한 다음에 ‘인스토어’라는 가매장을 내고, 그 안에서 클래스도 열고, 편집숍 형태로 운영도 했거든요? ‘인스토어’ 활동이 <시시호시>로 연장됐다고도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지금 <재주상회>가 사용하는 <사계생활>은 40년 된 농협은행을 리모델링해서 사무실로 쓰면서 전시회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로컬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컨시어지”라는 모토로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지역 주민이 그동안 농협을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그 기억을 지우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해요. 지역 주민과 상생을 위해 <사계생활> 곳곳에 농협의 흔적들을 남긴 게 특징입니다.

◇윤: <재주상회>가 서울에서 가끔씩 팝업을 열긴 했지만, 롯데백화점이 월간 <시시호시>를 통해 <재주상회>를 소개했다는 점에는 조금은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기자: 이번 “제주에서 만들엄쪄”의 경우, “Eat Local, Buy Local, Meet Local”의 세 부분으로 보여주고 싶은 브랜드들을 선보였는데요. 저는 바닥을 한라산 모양으로 깎아서 만든 컵이 인상 깊었어요. ‘바닥이 왜 이렇게 파였지?’생각하며 자세히 보니까 한라산 모양이었죠! 사람들이 그 컵을 보고 “신기하다”고 반응하기도 했고, 의류도 처음에는 “이런 데에서 옷도 파네?” 신기해만 하다가 옷에 쓰인 ‘제주’라는 글자를 보고, “어? 제주네?”라고 반응하는 모습도 봤습니다. 몽돌 모양의 천연비누도 인상 깊었어요.

(사진=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윤: 이렇게 의류에 글자로 직접적인 메시지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의류 업계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직설적인 방식이 아니라 은유로 풀면 사람들에게 ‘로컬’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그런 면에서는 로컬이 어떤 이미지로 브랜딩 된다는 건 큰 의미인 것 같습니다.

‘제주’를 떠올릴 때, 보통 제주도의 땅덩어리 모양이나 한라산을 떠올리니까 “이게 제주에서 온 거다!”라는 느낌, ‘로컬’을 확실히 연상시켜 주려면 전형적인 이미지를 써야 하는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김기자: 음식의 경우, 감귤을 넣어 만든 면을 사용한 ‘감귤 국수’가 인상 깊었어요. 색깔이 감귤 색이어서 예뻤습니다. 제주도에서 난 간장이나 기름도 선보여서 관심이 갔어요.

◇윤: 롯데백화점은 대기업이고, 대규모 유통사인데, 왜 로컬을 취급할까요?

☆김기자: 그 부분은 <시시호시>가 아까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을 지향하고 있다던 데에 착안점을 둘 수 있어요.

원래 <시시호시>가 기존에 검증된 브랜드보다는 SNS에서 인기 있거나 사람들이 요즘 주목하는 아이템들을 큐레이션 해서 선보이는 경우들이 있었다고 해요. 아무래도 대기업에서 지금 집중하는 의식주 콘텐츠들이 라이프스타일과 직접적으로 닿아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윤: 대기업에서 왜 라이프스타일에 이렇게 집중해오는 걸까요?

☆김기자: 라이프스타일에서 소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는 게 직접적일 것 같아요. 라이프스타일 지향에서 소비가 발생하고, 그 소비에서 사람들이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윤: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소비가 재구성된다! 요즘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 굉장히 복잡해진 데다가 저마다의 양식이 있기 때문에 마케팅이 정말 중요해진 이 시점에 사람마다의 타겟팅 포인트를 찾아가기 위해서 이런 시도들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팝업스토어를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구매하는지”,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를 실험해서 더 큰 대중의 소비를 끌어낼 포인트를 찾고자 하는 거죠.

마케팅에서 흔히 이런 걸 ‘STP 전략’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S-Segmentation’는 세분화, 그다음 ‘T-Targeting’이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표적 시장을 찾아내는 타겟팅, 마지막 ‘P-Positioning’으로 판매하거나 생산할 위치를 찾죠. “우리의 소비자는 누구이며, 얼마를 소비하고, 뭘 사고자 하는가?”를 판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시장세분화 차원에서 큰 유통사가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진= beLocal 김혜령 에디터)

☆김기자: <시시호시>가 꼭 팝업스토어만 운영하는 건 아니라서 내부에 입점된 브랜드들도 만나봤는데요. 인상적이었던 건 <부엉이 곳간>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전통 장류들이나 군산의 유명 빵집인 <이성당>의 롯데백화점 콜라보레이션 지점인 <이성당 과자점>이었어요. 여기서는 기존 <이성당>에서 파는 빵이 아닌 과자류를 팔아요.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이 쇼핑하러도 가니까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 유동인구가 많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서 여행 관련 산업이 많이 묶여 있고, 로컬도 만나기 쉽지 않으니 롯데백화점이 나서서 로컬을 큐레이션하고, 이를 하나로 묶으면 사람들의 접근성이 더 뛰어나지면서 소비 시장을 촉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 로컬이 소비되고, 소개되는 팝업스토어, 상설 매장 이야기로 나가고 있는데요! 로컬을 소비하는 트렌드섹터 역할을 하는 계층은 역시 밀레니얼이거든요? “밀레니얼이 왜 로컬로 소비를 할까? 밀레니얼이 좋아하는 소비 패턴은 무엇일까?”가 궁금하네요.

☆김기자: 밀레니얼들의 소비 특징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특징이 ‘가치 소비’에요. 예를 들어, 천만 원짜리 가방을 사면 밀레니얼은 “나는 이걸 700만 원에 팔 거기 때문에 300만 원 주고 산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기성세대가 볼 때는 “이게 천만 원이지, 무슨 300만 원이야?”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윤: 일단 300만 원짜리라도 어마어마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죠.

☆김기자: 밀레니얼의 경우, 일단 “메이커 브랜드를 소비했다”에 첫 번째 의미를 두고, 두 번째는 말했듯 “나는 이걸 700만 원에 되팔 거기 때문에 300만 원짜리 소비를 한 거야”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에서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기자: 방금 말한 ‘가치’가 예를 들어 요즘 ‘착한 소비’라고 착한 기업 제품을 일부러 사주는 등의 일을 MZ 세대가 많이 하잖아요? ‘가치관’이 적용된 소비 사례인데, 말하신 ‘가치’에 이 ‘가치관’적인 의미도 포함되는 거죠?

(사진= beLocal 김혜령 에디터)

☆김기자: 가치관의 가치랑도 연관된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가치관이 될 수도 있고, “기업의 가치에 소비를 보탠다”는 의미의 가치일 수도 있죠.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확실히 소비 패턴이 하나로 일괄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소비하는 영역이 다르잖아요?

저는 먹는 일에 돈을 많이 써서, 로컬에서 나오는 푸드 제품도 궁금하면 사서 먹어보거든요. 이번 <재주상회> 팝업스토어에서도 ‘제주 푸른콩 간장’이 작지만 5,000원이기에 신기해서 샀단 말이죠. 그런데 어떤 사람은 “100mL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간장을 5,000원이나 주고 사?”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 가치관과 연관되는 거 같아요.

◇윤: 그렇죠. 마트에 가면 같은 돈으로 1.5L를 살 수 있는데!

<알맹상점> (사진 출처= 껍데기는가라 알맹이만 오라 알맹상점 인스타그램)

☆김기자: ‘착한 소비’, ‘착한 상점’ 말씀을 하셨는데 혹시 <알맹 상점>이라고 아시나요? 이 가게는 “일회용품을 만들지 않겠다”라는 가치관 하에 운영돼요. 샴푸를 살 때도 직접 용기를 가져가서 돈을 주고 덜어서 사야 해요. 제 생각에 ‘착한 상점’이라는 개념이 발달하면서 일회용품을 줄여보겠다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결국 <알맹 상점> 같은 곳의 운영 바탕과 계기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윤: 여기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분이 착각하는데, 이 세대는 돈이 많지 않은 세대예요. 부모가 엄청 부자여서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사람은 밀레니얼 세대 내에 1%도 안 되겠죠. 대기업 재직자나 고급 기술자,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면 크게 만족스러운 연봉이 아닐 텐데, 도시생활을 하려면 일단 주거 비용이 많이 필요하고요.

특히 1인 가구 밀레니얼의 경우 새로운 빈곤층을 구성하기도 하는데, 생활병에서 먹는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엥겔지수가 굉장히 높아요. 그런 밀레니얼인데 조금 전에 얘기했듯 ‘가치 소비’를 한다는 거죠. 이 지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기자: 실제로 나이를 생각하면 돈을 모아야 할 시기이죠. 결혼했든, 혼자 살든 안정된 자신의 공간을 구하려면 버는 돈을 모아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소득 기준으로 봐도 그렇지만 생애 주기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쓰기보다는 모아야 하는 시기죠.

☆김기자: 저도 밀레니얼 세대이고, 소득 수준이 엄청 높지는 않아요. 그런데 저만 해도 아까 말씀드렸듯, 처음 듣거나 신기한 먹거리나 있으면 산단 말이에요. 그렇다고 엄청 사치를 부리는 건 아니죠. 다만 제 가치관이 새로운 음식이나 문화를 접하는 데에 있는 거죠.

아까 1,000만 원짜리 가방을 예로 들어서 거액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꼭 거액 소비를 의미하지는 않아요. 작은 것 여러 개를 경험하는 사람도 있고, 가치관이 ‘브랜드 소비’라면 다른 곳에 쓸 돈을 절약해서 브랜드에 소비하기도 하죠.

◇윤: 그렇다면 더더욱 ‘가치 소비’라는 말이 힘을 얻네요. 여기서 한 번 더 집중해야 할 부분은 “왜 거기에 돈을 쓰는가?”에요. 여태까지 수많은 경영, 마케팅 기법에서 얘기하던 지점은 “어떻게 더더욱 많은 소비를 촉진할까?”였죠. 그 소비 촉진 방법 중의 하나가 신용카드여서, 일단 사게 하고, 대금을 갚으면서 또 계속 소비하게 만들었죠.

☆김기자: 일단 사람은 안 쓰고는 살 수 없죠. 그다음 그러면 “왜 이런 데에 돈을 쓰냐?”라고 생각해볼 때, “새로운 무형 자본에서 사람들을 얻는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본이라고 꼭 유형 자본만 있지는 않죠. 부동산, 돈 등 내 손에 쥐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구성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단 말이죠. 내 안을 채우는 가치관, 즉,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소비에서 일어난다”는 관점에서 소비를 통해 새로운 무형 자본인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정예다움>에서 제작한 노트에 필기를 하고 있는 김정예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윤: 소비를 통해서 획득되는 무형 자본은 대체 어디에 사용되는 걸까요? 청주의 <서리나래> 대표님은 ‘개량한복’을 만드는 분인데요. “멋진 옷을 입고 싶다!”는 의류에 대한 관심이 패션 업체 창업으로 이어진 경우에요. 또 <정예다움> 김정예 대표님은 문구류에 심취해서, 한창 학교 다니면서 필기하고, 노트 정리를 하는, 문구를 소비하는 Z세대에게 새로운 형태의 문방구 사장님으로 등장하면서 나름의 비즈니스를 펼쳐가기도 하죠.

○이기자: 김정예 대표님의 창업 계기가 “내가 글씨 쓰는 걸 진짜 좋아하는데 내 글씨가 예쁘게 담기는 문구류가 없어서 내가 만들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었다고 해서 인상 깊었어요.

◇윤: 나주 <니나노 컴퍼니>의 노건희 대표님은 강릉 사람이 나주에 간 케이스라 재밌어요. 25살 때 번아웃을 겪으면서 번아웃을 이기기 위해 자기 지속성이 있는 일을 해보기 위해서 나주에 가서 놀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해요. 처음에는 청년 카페, 청년 다방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지역의 크리에이티브 컴퍼니가 돼서 문화와 공연 기획 작업들을 하면서 나주에서 건실한 창업을 일궈내는 모습들도 봅니다.

결국 “밀레니얼이 ‘가치 소비’를 하는 것은 새로운 무형 자본을 얻는 일이고, 그 무형 자본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온다”라는 가정이 가능할 것 같아요. 바꿔 말하면 라이프스타일 상품의 소비는 이들이 무형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이고, 기업으로 따지면 R&D(Research and Development), 그러니까 제품과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거든요.

☆김기자: 저는 사람들이 리프레쉬가 필요할 때 쉽게 떠올리는 것에 ‘자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로컬로 가는 이유도 개인의 R&D와 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물론 SNS나 서울이라는 공간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게 얻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그래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거 같아요.

그렇게 지방에 내려가서 보니 그동안 습득했던 콘텐츠들이 있으니까 “내가 이 지방과 함께 무언가 만들어갈 게 있겠다”, “여기 필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고민하다 지역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결국, 라이프스타일이 창업으로 연결되고, <비로컬>이 맨날 말하는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라는 모토도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윤: 나주에서 만난 밀레니얼 창업자분들은 공교롭게도 다 남자분들이셨어요. 그중에 “오지 탐험대-오지는 오진다”라는 아주 재미있는 제목의 유튜브를 운영하는 분들이 있어요. 나주에 있는 폐가를 탐험하는 유튜버들입니다. 지방이 소멸되면서 폐가나 공가들이 많아지는데 처음에는 만들 소재가 없어서 시골길을 걷다가, 그 가운데 발견된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구독자랑 조회 수가 늘면서 나주로 귀촌하겠다는 사람들이 등장한 거예요!

흉가를 보여줘서 나주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걸 보는 사람들이 “나주에 저렇게 빈집이 많으니까 내가 가서 살면 되겠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거죠. 굉장히 뜻밖인 데다, 재미난 크리에이티브입니다.

☆김기자: 비슷한 사례로 MBC PD가 김제에 폐가를 사서 이사해서 리모델링하는 콘텐츠를 봤는데, 그분 영상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런 걸 누가 봐?” 생각했는데, 폐가가 점점 예쁜 집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힐링이나 마음의 위안을 주면서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보는 사람이 직접 내려가서 한적한 생활을 체험하는 듯한 간접경험 요소를 심어줘서 아까 “나주로 내려가겠다”라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처럼 “나도 지방에 내려가서 뭔가를 해보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윤: ‘로컬’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촉발점과 촉매제가 되는 거네요! 밀레니얼 세대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즐긴 게 컴퓨터게임이잖아요? 어떤 분이 “던전 하나 발견한 거지, 뭐”라고도 얘기하시던데,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것, 청년기 때 일시적으로 로컬에 가서 창업하는 게 던전을 발견하고 거기서 보물을 캐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거죠.

나의 페르소나인 게임 캐릭터로 자유도가 높은 모험을 즐기는 형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크리에이티브한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의 무형 자산은 바로 콘텐츠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이 계속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가 R&D 과정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2021 트렌드 코리아> (사진 출처=예스24)

☆김기자: <2021 트렌드 코리아>를 보면 ‘레이블링 게임’이라는 단어가 나와요. 사람이 자기 자신을 라벨링하는 거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으니까 규정하기 위해서 외부 요인을 다 가져온단 말이에요. 저는 사실 ‘멀티 페르소나’도 라벨링 게임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런 사람일 수도 있어”라고 라벨링하는 거죠.

예를 들어 한동안 핫했던 MBTI 검사 있잖아요? 그때 MBTI와 유사한, MBTI에서 기반한 게임, 콘텐츠들도 엄청 유행했었는데, 결국 “내가 로컬에 가서 뭔가를 할 수 있어! 난 그런 사람이야”라는 라벨을 붙이는 일종의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죠.

◇윤: 오늘 월간 <시시호시>의 <재주상회> 팝업스토어 이야기에서 밀레니얼 창업 이야기까지 쭉 나눴는데요. 이번 3월은 밀레니얼 창업자들 이야기로 풀어보려 합니다. 이미 청주와 나주에서 밀레니얼 창업자들을 만났는데, 다는 아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로컬에서 창업하는 이유”“밀레니얼이 창업하는 이유”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로컬 콘텐츠를 활용한 창업들은 어떤 방향성을 가질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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