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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창업
  • 입력 2021.03.25 15:55
  • 수정 2021.11.18 11:08

[로컬창업(2)] 밀레니얼의 특성⓵ '간단'하고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고 싶은 세대

로컬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시장의 중심이 된 밀레니얼 2부

지난 1월 28일, 세븐일레븐이 친환경 캠페인 ‘라떼는 말이야’를 전개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는 주로 ‘나 때는 말이야’라며 훈수를 두는 어른들을 풍자하는 말로 쓰이는데요. 캠페인 슬로건인 ‘라떼는 말이야’는 ‘라벨 떼기는 말이야’를 줄인 말입니다. 분리수거를 하기 전에 페트병에 붙어있는 라벨을 제거하자는 뜻입니다. 밀레니얼에게 친숙한 언어를 줄임말 슬로건으로 활용한 마케팅 포인트가 돋보입니다.

방송가도 줄임말을 활용해 프로그램명을 정합니다. 2019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방영 중인 KBS2 예능 ‘편스토랑’은 ‘편의점 레스토랑’의 준말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편의점에서도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업, 방송가 등에서 줄임말을 활용하는 이유는 밀레니얼에게 주목받기 위함입니다. 이들에게 친숙한 단어를 사용해 기업, 제품, 프로그램 등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밀레니얼에게 줄임말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1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세대, 밀레니얼을 알아보자
2부: 밀레니얼의 특성? '간단'하고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고 싶은 세대
3부: 밀레니얼의 특성? 내가 하는 모든 것에서 '재미'를 찾는 세대
4부: 밀레니얼의 특성? 세상을 움직이는 가치는 '진정성'이라 여기는 세대

임홍택 작가의 저서 <90년생이 온다> (사진출처: 교보문고 홈페이지)

<90년생이 온다>의 임홍택 작가는 자신의 책을 통해 밀레니얼 1세대와 2세대의 중간에 해당하는 90년대 생을 설명합니다. 임 작가는 개성 넘치는 밀레니얼의 성격을 ①‘간단하거나’, ②‘재미있거나’, ③‘정직하거나’의 세 가지 키워드로 특정하고 있는데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직장, 소비, 삶의 태도에서 폭넓게 나타나는 90년생들의 특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밀레니얼이 창업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70~80년대 유행보다 파격적인 줄임말 문화

먼저 살펴보면 좋을 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국민일보에 2019년 9월 4일 자로 기고된 문화라 작가의 “줄임말 문화”라는 제목의 짧은 칼럼인데요.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들어 줄임말 현상을 짚어내고, 앞으로 줄임말 문화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진단합니다. 문 작가는 “예전에는 줄임말의 양상들이 단어 몇 개를 줄여서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문장 전체를 줄이는 경우도 많다. 줄임말만 들어서는 원래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전혀 짐작하기 어려운 이유다”라는 내용을 통해 밀레니얼의 특성을 잘 설명했습니다.

임홍택 작가 또한 그의 저서 <90년생이 온다>에서 “밀레니얼은 간단한 것을 좋아한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그는 “90년대 생들의 줄임말은 70~80년대생들에게서 나타났던 줄임말 문화보다 훨씬 더 폭넓고, 다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임 작가는 줄임말 양상을 ‘축약형’, ‘초성형’, ‘합성형’, ‘오타형’ 4가지로 정리합니다. 말을 간편하고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발전한 ‘축약형’을 먼저 언급하며, 이보다 더 축약된 ‘초성형’에 대해서도 보여줍니다. 이어 영어와 한글을 합쳐서 만든 ‘합성형’, 타자의 오타나 비슷해 보이는 글자의 모양을 빌려 만든 ‘오타형’까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CU편의점>은 줄임말 현상을 활용해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의 초성)'를 시작으로 디저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위 사진은 초성 시리즈 중 하나인 'ㄷㅇ? ㅇㅂㄱ (동의? 어보감의 초성)'이다. (사진출처: CU 인스타그램)

<CU 편의점>은 이런 줄임말 현상을 통해 재미있는 디저트 마케팅을 선보였습니다.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의 초성)라는 이름의 편의점 케이크를 출시했는데요. 이 디저트는 SNS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며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ㅇㅈ? ㅇㅇㅈ’(‘인정? 어인정’의 초성) 등 다양한 시리즈로 확장되기까지 했습니다.

줄임말은 텍스트를 벗어나 이미지로까지 확장됩니다. 재미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캡처해 대화 대신 활용하는 ‘짤(주로 인터넷상에서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이르는 말. ‘짤방’에서 비롯된 말이다.)’이라던가, 카카오톡에서 활발하게 이용되는 이모티콘의 발달로 넘어가죠. 각종 메신저의 사용이 익숙해 채팅방 문화가 일상이 된 밀레니얼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과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 효율적인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인데요. 임 작가는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나의 기분과 상태를 언어로 표현하기보다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이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라 해석합니다.

지자체에서도 밀레니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리스티클 콘텐츠를
카드뉴스로 제작하고 있다. (사진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인스타그램)

◆ 이미지? 큐레이션? “많은 정보를 빠르게!”

밀레니얼이 간단하고 빠르게 습득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는 리스티클 콘텐츠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SNS에는 ‘OOO 맛집 리스트’, ‘봄철 환절기에 좋은 화장품 Top 5’ 등 리스트 형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많습니다. 리스티클로 정리된 콘텐츠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하나의 지역, 테마와 연관된 다양한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리스티클 콘텐츠가 이미지와 간단한 텍스트를 곁들인 카드뉴스 형식으로 제작되면 ‘공유’나 ‘좋아요’, 해시태그 등의 반응을 얻어내며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SNS 콘텐츠는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시각적 정보’를 얻는 데에 최적화된 플랫폼입니다. 이 중 페이스북은 긴 텍스트를 담는 컨테이너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는 이미지나 동영상 같은 시각적 콘텐츠 위주로 업데이트됩니다. 예쁜 사진, 영상은 SNS를 배회하는 사람들을 한 군데로 불러 모으는 힘을 만들어줍니다.

이제는 정보를 읽지 않고 사진을 보듯 인식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임홍택 작가는 이를 ‘비선형적 사고로 전환되었다’라고 표현합니다. 차례대로 정보를 접하는 ‘선형적인 사고’가 아니라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듯 텍스트를 이미지로 전환해 정보를 습득한다는 것이죠. 사진은 다양한 정보를 한 장의 사진에 담아냅니다. 밀레니얼은 한 장의 사진에 담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는 데 능숙합니다.

밀레니얼에서 Z세대로 넘어갈수록 영상, 이미지를 활용해 정보를 습득하는 비율이 증가한다. (사진출처: Pixabay)

M세대에서 Z세대로 넘어갈수록 비선형적 사고가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Z세대는 M세대보다 영상이나 이미지를 더욱 활발하게 활용하며 정보를 습득하는데요. 전편에서도 인용했던 <더에스엠씨그룹>이 2021년 2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30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정보 습득 수단은 포털사이트이며, 10대는 동영상과 멀티미디어라고 합니다.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수단으로 유튜브, 틱톡을 많이 활용한다는 것이죠. 유튜브보다 영상 클립 길이가 짧은 틱톡에 Z세대들의 참여가 활발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 습득 행위로 읽기보다 보기를 선택한다는 점은 문해력 저하로 연결됩니다. 문해력이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모두 가능한 상태를 말하는데요. MZ세대에서 문해력 저하 현상이 두드러지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EBS에서 2021년 3월 8일부터 방영 중인 <당신의 문해력>은 대한민국 문해력 실태를 점검하고 문해력을 높이는 방법을 토론하는 총 6회의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은 방영 초기부터 사회적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1회 방송에서는 성인 883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테스트는 15분 동안 총 11개 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테스트실시 결과, 7점 이하가 50%에 육박한다는 충격적인 결론이 나왔습니다. “까만색은 글씨고 하얀색은 종이네?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라는 속담이 현실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이는 많은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오히려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이 저하되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은 모든것을 스마트 기기로 해결한다. (사진출처: Pixabay)

뼛속 깊이 흐르는 디지털 DNA

밀레니얼이 정보습득 시 빠르고 간단한 방법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에게 흐르는 ‘디지털 DNA’에 주목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들을 지식인, 권력자로 인정했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며 모두가 평등하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회로 변모하면서 지식이 권력이 되는 사회는 무너졌습니다. 스마트 기기의 발달은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특히 밀레니얼은 모든 것을 스마트 기기로 해결합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사회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정보를 습득하는 창,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수단 모두 스마트폰 안에 들어 있습니다. 여행을 떠났다가 여정 중에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파손당하기라도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무기력감에 사로잡히기까지도 합니다.

또한 하드웨어 플랫폼으로는 스마트 기기,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는 SNS를 활발히 활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과 교류를 하는 것이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다른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내가 알리고 싶은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에게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인스타그램의 ‘하트’, 공유, 댓글 등을 통하면 자신이 보이고 싶은 반응을 쉽게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들을 편하게 얻을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서일까요? 역설적으로 밀레니얼은 불필요한 절차를 매우 불편해합니다. 그만큼 더 간단하고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반으로 사람들과 의견을 교류하고, 새로운 정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합니다. 이는 ‘디지털 DNA’를 가진 이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일 수도 있겠네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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