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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창업
  • 입력 2021.03.26 13:28
  • 수정 2021.11.18 11:08

[로컬창업(2)] 밀레니얼의 특성⓶ 내가 하는 모든 것에서 ‘재미’를 찾는 세대

로컬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시장의 중심이 된 밀레니얼 3부

인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류를 다양한 방식으로 규정해왔습니다. 생물학에서는 ‘슬기로운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로 인류를 분류하죠.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은 인류의 발전이 도구 제작에서 시작되었다며 ‘도구의 인간’이라는 뜻으로 ‘호모 파베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인간의 문화가 유희에서 발전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후이징가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라고 인류를 규정했는데요. 요한 후이징가가 바라보는 인류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밀레니얼과 닮아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먹고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면, 밀레니얼은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자신이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닙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일에 지갑을 열고, 타인과 자신의 재미를 공유하기 위해 애쓰기도 합니다. 밀레니얼이 새로운 공간, 재미있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 공간들이 늘 새롭고 재미있는 것에 예민한 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 기사에서는 재미에 중독된 밀레니얼을 탐구해보겠습니다.

1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세대, 밀레니얼을 알아보자
2부: 밀레니얼의 특성? '간단'하고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고 싶은 세대
3부: 밀레니얼의 특성? 내가 하는 모든 것에서 '재미'를 찾는 세대
4부: 밀레니얼의 특성? 세상을 움직이는 가치는 '진정성'이라 여기는 세대

임홍택 작가는 <90년생이 온다>를 통해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등 세 가지 키워드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3부에서는 ‘재미있는 것’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밀레니얼의 특성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성이 소비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코너 '비대면 데이트'에 카페사장 '최준'으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김해준. (사진출처: 최준 인스타그램)


◆ B급 감성, 밀레니얼의 마음을 뒤흔들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업로드되는 ‘비대면 데이트’라는 코너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비대면 데이트’는 개그맨 김해준이 35세의 카페사장 ‘최준’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해 영상 시청자가 그와 영상통화를 하는 기분이 들도록 제작한 영상입니다.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쉼표머리, 느끼한 말투는 사람들을 진저리치게 하지만, 희한하게도 닭살 돋는 느끼함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어휴,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돌아서면 자꾸 생각나는 중독성을 지녔기 때문이죠. “준며들다(최준에게 스며들다)”, “준독되다(최준에게 중독되다)”라는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기겁하는 ‘복학생 오빠’의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대학에 복학한 오빠들은 “오빠가 말이야”하며 느끼함과 약간의 허세 향기를 풍기는데요. 카페 사장 ‘최준’이라는 캐릭터는 이런 완벽하지 않은 복학생 오빠를 연상시키며 밀레니얼의 공감대를 얻어냈습니다.

한국경제는 2021년 2월 27일자 “철이 없었죠, 최준을 좋아한다는 자체가...”라는 기사에서 최준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영상에서 추구하는 ‘병맛 콘셉트(병맛: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가 새로운 웃음을 원하는 요즘 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라는 설명인데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어설픈 허세를 담은 ‘병맛 콘텐츠’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에 공감대를 지닌 밀레니얼에게 호응을 얻어낸 것이죠.

‘병맛 콘텐츠’는 사람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B급 문화’의 확산을 가져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병맛 콘셉트를 지향하는 B급 감성 콘텐츠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2010년 ‘쿨하지 못해 미안해’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UV>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국관광공사 CF 등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무대도 B급 감수성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특히 ‘범내려온다’는 ‘1일 1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밀레니얼 사이에서 반복 재생과 콘텐츠 확산이 이루어지며 어마어마한 유튜브 조회수를 보였습니다.

<90년생이 온다>에서는 ‘완벽함만이 살아남은 답답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병맛 콘셉트의 유행을 불러왔다고 말합니다. 인터넷에서 ‘개드립’이라는 명목하에 시덥지 않은 멘트를 주고받고, 웃음을 유발하는 콘텐츠들이 발달한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죠. 작가는 이런 욕구가 인터넷에서 머무르지 않고 현실 세계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대 사회는 ‘경쟁사회’입니다. 남을 짓밟아야 내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죠. 남을 짓밟기 위해서는 남보다 완벽하고 뛰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실감하고, 이에 대한 괴리감을 느낀 사람들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병맛 콘텐츠’를 소비하며 답답함을 해소하기 시작한 것이죠.

백종원 대표는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을 운영중이다. 그는 간단하고 쉽게 요리하는 법을 전수하며 많은 요리초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사진출처: 백종원의 요리비책 인스타그램)

◆ 내가 재미있어하는 건 뭘까?

병맛 콘텐츠나 웃긴 콘텐츠에서만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개성과 취향에 따라 각자의 재미는 달라집니다. 밀레니얼은 기성세대보다 간접경험을 늘릴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하기 때문에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습니다.

기성세대가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넓혔다면, 밀레니얼들과 Z세대는 유튜브, SNS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얻습니다. 이들에게 유튜브나 SNS는 타인의 경험에 공감하고, 내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창구의 의미를 갖는 거지요. 업로드된 영상, 사진, 텍스트를 보며 시각, 청각을 사용해 간접경험을 극대화합니다. 그중 내가 해보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을 골라 실제로 경험해봅니다. 반대로 자신이 무엇을 재미있어하는지 모르지만, 다양한 간접경험을 통해 자신의 취미나 재미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특히 요리 유튜브는 간접경험과 재미를 활용하는 밀레니얼에 대한 적절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코로나19로 외식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음식 조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요리 초보들은 음식을 어떻게 조리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겪었죠. 이때 <백종원의 요리비책> 등 요리 유튜버들이 초보들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영상을 업로드하며 요리 선생님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영상을 반복해 시청하며 요리에 대한 간접경험을 늘려가다가 어느 틈에 창의성을 발휘하며 간접경험에서 직접경험으로 옮겨갑니다. 실제로 요리 유튜브나 먹방 유튜브의 댓글을 살피면 “이 방송 덕에 음식 만들기에 재미를 붙였다”고 말하는 밀레니얼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간접경험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볼까요?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가 실험해볼 수 없는 음식들을 대신해서 해주는 <승우아빠>와 같은 유튜버입니다. <승우아빠>는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만 함부로 도전하기 힘든 요리를 실험하는 콘텐츠를 통해 공감대를 얻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흔하게 먹는 봉지라면에 들어간 면을 똑같이 구현하기 위해 밀가루를 반죽하고 튀겨서 건조하는 과정까지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요리에 성공하지 않지만 실패하는 과정마저 솔직하게 드러내며 시청자에게 또 다른 간접경험과 재미를 주고 공감대를 얻어냅니다.

유재석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산슬, 지미유재석 등 다양한 부캐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놀면 뭐하니? 인스타그램)

◆ 재미를 즐기기 위한 끝없는 노력: 부캐 현상

유튜브의 등장은 콘텐츠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놓았습니다. 방송인, 콘텐츠 제작자, 마케팅 담당자들만이 아닌 개인들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재미를 즐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기도 하는데,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급부상한 ‘부캐 현상’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부캐 현상’이란 원래 컴퓨터 게임에서 등장한 말입니다. 판타지 요소가 강한 게임의 경우, 성별, 연령, 인종, 직업, 외모 등을 별도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캐릭터 설정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재미 요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래 설정한 모습을 ‘본캐(본 캐릭터)’, 또 다른 캐릭터를 ‘부캐(부 캐릭터)’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부캐 현상’은 게임으로만 그치지 않고 실생활 속 활동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놀면 뭐하니> 방송이 반향을 일으키는 가운데 매우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서울신문>의 2020년 7월 16일자 “‘또 다른 나’ 부캐의 사회학-니가 왜 거기서 나와 부캐 몰라?”라는 기사가 새로운 문화현상을 잘 설명 해주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는 “과거엔 익명성에 기대 나의 부정적이고 은밀한 모습을 몰래 꺼내 놓는 듯한 이미지가 있었다면, 최근 부캐 현상은 나의 장점, 개성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캐 현상’이 확산되며 자신을 어딘가에 가두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시켜 새로운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아는 나’에 틀을 가두지 않고, ‘나만 아는 나’가 180도 다른 취미를 즐기도록 스스로 장려하는 것이죠. <2020년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이를 ‘멀티 페르소나 현상’으로 주목한 바 있는데요. 다른 페르소나를 만들어 ‘나’라는 존재가 가진 가능성과 다양성을 드러내는 현상입니다. 즉, 부캐는 내가 아닌 다른 자아이기 때문에 기존에 나라는 사람과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부캐’란 결국 ‘그동안 규정되고 제한당한 나의 모습’에서 해방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한정하지 않고, 하나의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즐기는 다양한 나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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