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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창업
  • 입력 2021.03.30 11:48
  • 수정 2021.11.18 11:07

[로컬창업(3)] 크리에이티브 컴퍼니가 로컬에서 하는 일① –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인터뷰) 밀레니얼 로컬크리에이터의 창업 이야기 1부

청주의 대표적인 로컬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한 <원더러스트>는 얼핏 보면 디자인 회사나 문화기획 업무를 하는 회사로 여겨집니다. <원더러스트> 특유의 감성에 반한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디자인, 출판, 문화기획 등의 업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서입니다.

쇄도하는 요청 탓에 가을 즈음 “올해 업무가 마감되었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려야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청년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일들 탓에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원더러스트>의 특징을 알아채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원더러스트>는 로컬을 기록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로컬크리에이터입니다. 평범한 로컬라이프를 기록함으로써 특별한 의미를 되새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출판, 문화기획 등은 그들의 크리에이티브함이 비즈니스 형태로 표현된 일부에 불과합니다.

<원더러스트>는 밀레니얼이 창업하는 동기, 로컬에서 창업하는 이들의 독창성과 독특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1부: 크리에이티브 컴퍼니가 로컬에서 하는 일① –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2부: 크리에이티브 컴퍼니가 로컬에서 하는 일② – <유자차스튜디오> 이소현 실장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beLocal)

▶<원더러스트>라는 이름이 독특한데요.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이하 이옥수 대표): <원더러스트>는 “Wander(하이킹)”과 “Lust(강한 욕망)”라는 뜻의 독일어를 결합해 만든 단어에요. “여행하고 싶어 하는 욕구”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요. ‘우리 콘텐츠를 보면 사람들에게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 <원더러스트>로 지었습니다.

저희는 ‘로컬 아카이빙’을 꿈꾸며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청주시, 충북과 연관된 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콘텐츠로 개발하는 중입니다. 아카이빙의 결과물이 다양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굿즈, 책, 보드게임 같은 여러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하고 있어요. 지역의 신화를 담은 보드게임,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굿즈, 동네잡지 등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요.

▶로컬 이야기를 통해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이옥수 대표: 저는 짧은 기간에 여러 곳을 돌아보기보다는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며 여행하는 스타일이에요. 그 동네에 머물면서 그 나라 언어로 쓰인 책과 엽서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한국에 택배로 보낼 정도로 기념품, 문화 상품, 책 등을 둘러보는 것과 구매하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러스트>가 '소녀들을 위한 굿즈'를 콘셉트로 '소녀 보틀'을 제작했다.
(사진출처: 원더러스트 인스타그램)

그런데 청주에는 제가 원하는 것이 없었어요. “청주에 오는 사람 중에서도 로컬이 담긴 상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텐데, 왜 없을까? 예쁜 마그넷 하나, 예쁜 엽서 하나 있으면 참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죠. 그 생각이 “내가 만들자!”라는 결심으로 이어져서 직접 제작했습니다.

지역이 로컬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로컬 이야기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해외에 가서도 로컬의 일상을 체험해보고 싶어 재래시장이나 동네 골목길을 걷잖아요. 청주의 동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을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서 창업했습니다.

지금 저희가 제작하는 콘텐츠들은 전부 저희가 좋아해서 만드는 것들이에요. 제가 이곳을 여행한다면 사고 싶을 만한 것들, 참여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해서 기획하고 생산합니다. 저희가 만든 모든 제작물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는 없지만, 제가 즐겁게 기획한다면 나중에 더 좋은 반응이 터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원더러스트>가 청주 성안동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아카이북 성안동』을 발간했다.
(사진출처: 원더러스트 홈페이지)

▶그간의 활동을 지켜보니 <원더러스트>와 <유자차스튜디오>라는 2가지 이름으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제3자가 보기에 <유자차스튜디오>는 <원더러스트>의 부속기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옥수 대표: <유자차스튜디오>는 지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며 로컬에 숨겨진 문화적 공간과 문화예술인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지역민들과의 소통방법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데요. 동네를 콘텐츠화해서 소개하는 ‘동네컨시어지’, 동네 이야기를 독립출판으로 엮어내는 ‘동네탐험대’, 잘 알려진 곳으로 소풍을 떠나는 ‘필름피크닉’, 퇴근길에 문화예술공간에서 네트워킹하는 ‘퇴근길 바캉스’ 등이 있습니다.

<원더러스트>가 로컬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면, <유자차스튜디오>는 지역 내 문화예술 관련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주민들과 밀착해서 움직이고 있어요. 참여하는 사람들은 거의 비슷하지만 운영체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원더러스트>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어서 급여를 받는 직원이 함께하는 기업입니다. 반면에, <유자차스튜디오>는 비영리단체로 운영되고 있지요. <원더러스트>와 <유자차스튜디오>는 서로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라고 생각해주셔야 합니다.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와 <유자차스튜디오> 이소현 실장 (beLocal)

▶<원더러스트>가 이옥수 대표님 이미지라면 <유자차스튜디오>에는 이소현 실장님 이미지가 있어서 “두 분이 따로따로 사업을 리드하다 합병한 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듭니다. 두 공간이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어서요.

☞이옥수 대표: <원더러스트>와 <유자차스튜디오> 모두 제가 시작한 사업입니다. 창업하고 나서 10개월 동안 1인 기업으로 운영했는데, 혼자 운영하다 보니 콘텐츠를 제작할 때 제 색깔이 강해졌죠. 외주로 다양한 작가님도 섭외해 작업해 봤지만,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젠 팀을 꾸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팀을 구성했습니다.

저는 이 지역에 연고가 없어서 추천받을 사람도, 아는 선후배도 없었어요. “어떤 사람과 어떻게 같이 일을 해야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사람들과 일하게 되어 만족합니다. 저는 저희 팀에 자부심이 있고, 잘 꾸렸다고 생각해요.

▶알고 지낸 사람이 없다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뽑는 일이 어려웠을 텐데요. 어떻게 이소현 실장님을 만나게 되셨나요?

☞이옥수 대표: 인력을 채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채용사이트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인 회사는 서류로 면접 볼 사람들을 선택해서 면접관이 묻고 면접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면접을 진행합니다. 저희는 일방적으로 묻는 방식이 아니라 한 명당 1시간 30분 정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면접자에게는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할 건데 궁금한 점을 물어도 되고, 포트폴리오를 갖고 오면 우리가 질문을 할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시간을 넉넉히 생각하고 오라고 말씀드렸어요.

긴 인터뷰를 거쳐 사람을 채용하다 보니 결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 것 같아요. 이소현 실장님은 원래 청주 사람이었는데 다른 곳에서 거주하다 다시 청주로 오신 분이거든요. 굉장히 자세하게 지원서를 작성해서 인상에 남았습니다. 지원서를 보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결과, 함께 일하기로 서로 결정했죠.

▶<원더러스트>와 <유자차스튜디오>가 디자인 기업, 교육 기업, 여성운동 단체, 지역 역사 기록관등 를 기록하는 곳으로 변모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어서인지 기업보다는 평생교육원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옥수 대표: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궁극적인 목표는 로컬 아카이빙입니다. 로컬색을 담은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데, 저희 같은 기업이 적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수요가 많은 것도 아니라 한계에 부딪혔어요.

저희처럼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작은 기업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유자차스튜디오>를 문화예술·교육 플랫폼으로 기획했습니다. 문화예술 체험에 그치지 않고 지역 기반을 다지는 창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젊은 청년들을 육성하고 교육할 생각을 하게 되었죠. 지금은 굿즈 기획 및 제작 과정, 독립출판 교육 등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원더러스트>에서 운영중인 <라이트하우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2020년도에 <라이트하우스>를 만들어 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옥수 대표: 그동안 저희만의 공간이 없어서 협업을 통해 지역 기관, 창작자들의 문화예술 공간, 로컬크리에이터들의 공간을 대관해왔습니다. <홀리데이>, <촌스런> 등 충북의 로컬크리에이터들, 다양한 공간과 협업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대관을 위해서 협업을 시작했지만, 협업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은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다양하게 경험하신 분들이었는데도 “이 공간에 처음 와 봐요.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는데 프로그램 때문에 한 번 와 봤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몰랐던 공간을 알게 되고, 공간이 익숙해진 사람들이 로컬크리에이터들의 공간에 편하게 방문하는 선순환이 일어났죠.

그러다 코로나 19로 대관이 어려워지면서 공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우리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 청주 운천동에 <라이트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라이트하우스>는 ‘Light’가 아니라 ‘Write’라는 뜻으로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공간인데요. 특히 운천동은 2018년 첫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했던 곳이라 더 의미가 깊습니다.

<라이트하우스>에 있으면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저희가 문을 열고 작업을 하고 있으면, 동네 분들이 편하게 오가며 말도 걸어오세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지나가시는 주민분들께 “프로그램이 있으니 다음 주에 참여하셔야 해요”라고 말하면 “아, 그래? 그러면 다음 주에 와야지”라고 말씀하시면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세요.

<원더러스트>에서 운영중인 <라이트하우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다른 지역에서 우리 공간과 콘텐츠를 이용해주는 것보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 우리를 아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주민분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공간을 통해 지역 내에서 콘텐츠가 활발하게 소비될 수 있으면, 로컬 색깔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다른 곳보다 투자를 더 받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청주의 로컬을 만들어가는 데에 일조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라이트하우스>에서 만들어가고 싶어요.

(자료정리: beLocal 채인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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