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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창업
  • 입력 2021.03.31 22:46
  • 수정 2021.04.01 17:18

[로컬창업(5)] Z세대 SNS문방구 사장님이 된 밀레니얼 - <정예다움> 김정예 대표

(인터뷰) 밀레니얼 로컬크리에이터의 창업 이야기 4부

<정예다움> 김정예 대표는 개성이 넘치는 노트와 메모용지를 디자인합니다. 제품이 로컬을 테마로 하거나 로컬의 색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김정예 대표를 새롭게 떠오르는 로컬크리에이터로 바라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정예다움>이 걸어온 길을 쫓아가보면 라이프스타일로 연결되는 관념적 세계관이 갖는 새로운 로컬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라이프스타일에서 출발한 새로운 로컬을 창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컬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지역명이나 지역 특산품을 재해석하는 정도로 로컬을 한정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정예다움>은 팬시상품을 만드는 디자인회사로 보여지지만, ‘필기’라는 행위를 소중히 여기는 인류(?)를 위한 ‘필기 세계관’을 새로운 로컬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학습을 위해 필기에 열중하는 경우가 많은 Z세대 중에는 필기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여기며 필기자체를 즐기기도 합니다.

필기 결과물이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디자인으로 Z세대의 감성을 사로잡은 <정예다움>. SNS를 통해, 특히 필기를 함께 즐기는 실시간 라이브 등을 통해, 과거 세대가 등하교길에 단골로 들르던 문방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정예다움> 김정예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정예다움>, 이름이 참 예쁜데요.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정예다움> 김정예 대표(이하 ‘정예다움’): 제 이름에 “정예롭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아 만들었어요. “정예롭다”의 뜻은 “기운차게 앞질러 나설 힘이 있고 날카로운 구석이 있다. 정교하고 날카로운 구석이 있다”입니다. 저희 제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정예다움>을 창업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예다움: <정예다움>은 2019년 4월 1일 만들어진 브랜드입니다. 저는 현재 8년 차 프리랜서 디자이너입니다.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 지금의 경력을 만들었고, 지금도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어요. 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기 힘들었어요. 야근과 철야를 밥먹듯 반복하면서 연차가 쌓이고, 직책은 올라갔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계속 일해야 했습니다. 회사 수익은 올랐지만 제 월급은 제자리인 것이 너무 속상했죠.

이런 생활이 반복되자, ‘한 달에 10~20만원 밖에 못벌더라도 내가 일하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전환했습니다. 처음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한달에 10만 원이 채 안되는 수익을 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자, 저를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도 생겼는데요. 업무량이 증가하니까 집에서 일을 하는 게 어려워지더라고요.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던 중 “내가 만든 물건을 판매해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 제 노력과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창업을 선택했어요.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지 스스로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26살 때부터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어요. 무너지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했지만 좋은 성과도 올리며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정예다움>은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제품을 제작한다. 특히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사진출처: 정예다움 인스타그램)

▶다른 제품이 아니라 문구류로 사업을 시작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정예다움: 어릴 때부터 펜이 가득 든 필통을 세 개씩 들고 다닐 정도로 필기를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시중에 나온 노트들이 아예 무지이거나 너무 화려하더라고요. 그 중간쯤 되는 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만들어보자 했어요.

<정예다움>은 빈 종이를 보면 낙서하고 싶은 본능을 자극하는 콘셉트에요. 저희 브랜드의 슬로건은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 연구소’, ‘아임 화이트, 메이크 미 컬러풀(I am white, make me colorful)’ 2가지인데요. “나는 하얀색이니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도 되고 색칠을 해도 되고 아무 것도 안 써도 된다. 그러니까 씀으로써 완성된다”라고 말합니다.

▶<정예다움>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정예다움: <정예다움>은 사용하는 사람이 가장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잡았습니다. 로고에도 브랜드 이름을 ‘ㅈㅇㄷㅇ' 자음으로 표기를 했어요. 여기에 어떤 글자를 붙이느냐에 따라 자신이 직접 상상력을 펼치며 내가 쓰고 싶은 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죠.

<정예다움>에서 추구하는 이미지는 하얗고,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는 것들입니다. 제품에 자체적인 색감은 없지만, 저는 “색이 없는 것이 나의 색깔”이라고 항상 이야기 하고 있어요. 제품에 색깔이 없어서 가끔 필기하거나 샘플을 보여줄 때, 색 테마를 맞출 때가 있어요. “빨간색으로 해야지”, “노란색으로 해야지”처럼 테마를 정해서 마음대로 꾸밀 수 있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로 채워가는 게 <정예다움>만의 특징이에요. 나는 색깔이 없으니 당신들이 사용하면서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무색은 모든 색깔을 담을 수 있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모든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좋으면 좋은 기분, 우중충하면 우중충한 기분까지 오늘 내 기분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죠. 그런데 색이 지정되어 있으면 노란색은 항상 밝은 느낌, 파란색은 우울한 느낌이라 변화하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흡수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오늘 기분과 색깔과 느낌을 그대로 담을 수 있도록 무색을 정예다움의 컬러로 잡았습니다.

<정예다움>에서 제작한 노트에 필기를 하고 있는 김정예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빈 종이일때보다 글씨를 썼을 때 예뻐보이는 노트라니, 개발하는 단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을 것 같아요.

☞정예다움: 저희 제품은 글을 쓰기 전에는 노트에 그어진 선이 눈에 보이지만, 필기 후에는 줄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도록 회색 바탕에 흰색 선을 그어 패턴을 완성했습니다. 내가 필기한 것들만 눈에 들어와 쓰는 사람의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불편한 요소들을 모두 배제했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인스타그램 DM, 메일, 오픈 채팅 등으로 20명, 많게는 50~60명의 필기 자료들을 수집했어요. 내가 불편하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쓰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쓸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이분들이 노트를 사용하는 방식, 글씨 크기, 필기패턴을 분석하며 쓰는 사람이 편하게 쓸 수 있는 노트를 제작하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현재 <정예다움> 팬들끼리 쓰는 줄임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고 들었습니다.

☞정예다움: 첫 제품 판매를 시작한지 2분 만에 전 제품이 품절됐고, 이틀 만에 2~30명이었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500명으로 늘어났어요. 회색 베이스의 문구류가 없었기 때문에 제품 반응도 좋아서 8개 종류로 시작했다가 5개월 만에 130여 가지로 늘렸어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4개월 정도 지나고는 자사 홈페이지도 만들었죠.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6개월 만에 매출 1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지금은 1만 6,000명 이상의 팔로워 분들과 소통을 하고 있고 공식 몰에는 5,000명 이상의 회원 분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예다움>을 좋아하는 팬층은 10대가 많아서 작은 것에도 아주 행복해하세요. 처음에는 “이걸 이 돈 주고 산다고?” 하셨던 분들도 써보고 나서 팬이 되기도 하셨어요. 실제로 후기 보면 쓰고 나면 글씨가 예뻐 보인다며 기뻐하기도 하시고요.

저는 소통을 통해 고민을 들어주는 재미있고 따뜻한 사장님이 되고 싶어요. 제품과는 다른 이미지라 사장을 부르는 별명도 따로 짱님이라 지었죠! <정예다움> 제품들에 존재하는 심플하고 간결한 느낌에는 무언가를 채우고 싶게 하는 요인이 있어요.

<정예다움>은 로고에도 브랜드 이름을 ‘ㅈㅇㄷㅇ' 자음으로 표기했다.
(사진출처: 정예다움 인스타그램)

▶<정예다움>에 열광하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예다움: 제가 만든 문구류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새 제품을 만들 때 저희 제품을 사랑해주는 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라이브 방송으로 디자인, 색깔은 어떤 것이 좋은지 물어보고, 의견을 70%이상 반영해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암기 스티커’라는 제품은 100% 색깔부터 문구까지 소비자 친구들이랑 라이브로 실시간 제작을 했어요.

저는 아까워서 못쓰겠다고 말하는 팬분들께 항상 “<정예다움>은 여러분이 사용해야 완성된다”라고 말씀드려요. “빨리 쓰고 인증해주세요”라고 말씀드리면 고객들이 사용한 인증샷을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려주세요.

라이브 방송할 때도 제가 필기할 색깔을 팬들과 함께 대화하고, “OO님이 추천한 색으로 필기했어요”라고 인스타 피드를 올리면 자신이 추천한 색이 사용됐다는 데에서 작은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제가 쓰는 펜에 고객의 색깔을 더해 <정예다움>을 완성시키는 모습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정예다움을> 운영하다보니 “무언가를 판매해서 좋은 게 아니라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정예다움>에 더 애착이 가요.

<정예다움>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정예다움>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로컬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정예다움: <정예다움>은 저 혼자 만들어가는 브랜드가 아니에요. 김춘수의 시 <꽃>에 보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잖아요. 누군가 사용하고 누군가 이름 붙여주고 별명을 붙여주었을 때, 제품에 글씨를 썼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정예다움>은 결국 쓰는 사람들의 습관을 파악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그림을 넣고, 더 편하게 쓰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에요. 일정한 틀을 주면 제약이 되지만, 그 틀을 깨고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감성을 반영할 수 있는 디자인과 제품을 위해 많은 연구를 거듭하고 있어요.

제가 인스타그램 피드나 라이브 방송에서 “나와 <정예다움>을 만들어주고, 예쁘게 해주고, 완성시키는 건 당신들이에요”라고 자주 말하거든요. 운영자는 저지만 한 분 한 분이 같이 완성해 주시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로컬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제가 가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어요. 저와 함께해주는 분들이 이 로컬을 완성해가고 있죠.

제 팬들은 제가 어디에 있든 저를 보러 와주고, <정예다움>을 사랑해주는 분들이에요. 이것이 제가 <정예다움>을 운영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이제는 온라인을 넘어서서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꿈을 꾸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예다움: 저는 소통왕, 소통 꿈나무를 꿈꾸며 평소에도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서울에서 오프라인 플리마켓을 진행할 때 고객을 실제로 만나면서 더 큰 감동을 받았어요. 현장에서 나눈 그 한 마디가 오히려 더 큰 파장을 일으키더라고요. 그 때가 <정예다움>을 운영하면서 가장 매력적인 순간이었어요.

진심으로 사람들과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며 이 일을 계속하려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예다움> 제품은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어서, 쇼룸이 생긴다면 ‘정예다움’을 보고 싶은 분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오실 것 같아요. 공간을 만들게 된다면 <정예다움>스러운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싶어요.

<정예다움> 김정예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앞으로 <정예다움>이 나아갈 행보가 궁금합니다.

☞정예다움: 저도 제천에 살지만 제천을 잘 몰라요. 단양과 제천을 강원도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죠. 충북은 전국 팔도 중 가장 숨겨진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충북에 숨겨진 명소를 찾아내고 충북만의 색깔을 소개하고 싶어요.

2020년에는 홍길동이 돼서 동서남북 방방곳곳 다 뛰어다녀보자고 호기롭게 다짐을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졌어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국에 있는 지역들의 색을 담은 문구를 만들고 싶어요.

코로나 19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제약을 겪고 있잖아요. 제가 문구 로컬 투어로 가고 싶은 곳들이나 예뻐 보이는 곳들을 담아서 대리 만족이라도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지역을 담은 일러스트나 사진, 엽서, 새로운 유형의 굿즈로 만들어서 <정예다움>을 로컬에 녹이고 싶어요.

‘서울’하면 서울타워, 롯데타워같은 랜드마크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빛나는 네온사인과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야경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잖아요. 각 도시가 지닌 감성을 담고 싶어요.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아, 이곳에는 이런 감성이 있구나. 이곳에는 이런 장소가 있고 이런 게 있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자료정리: beLocal 채인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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