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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창업
  • 입력 2021.04.14 15:40
  • 수정 2021.04.20 18:07

[로컬창업(7)] 생활권 중심의 도시, 로컬 비즈니스에 주목하다

로컬에서 창업하는 사람들 7부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교수가 최근 그의 골목길 3부작 최종권에 해당하는 책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펴냈습니다. 출간과 동시에 전국의 주요 로컬크리에이터, 로컬 비즈니스 관계자들 사이에서 로컬을 이해하는 필독 교과서로 입소문이 난 화제의 책이 되었습니다.

그간 로컬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연결하기 위한 모종린 교수님의 연구성과가 담긴 정수라 불리고 있는데요. 모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밀레니얼이 로컬에 주목하는 이유’와 ‘로컬 비즈니스의 성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우선 서두에 “오프라인 시장의 미래는 로컬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로컬이 오프라인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트렌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부: 생활권 중심의 도시, 로컬 비즈니스에 주목하다
2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갑니다, 로컬크리에이터

모종린 교수가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저술했다. (사진출처: 교보문고 홈페이지)

◇ 언택트와 온택트를 연결한 “딥택트”가 뜬다

최근 코로나19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언택트(Un-tact)”입니다. 감염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대면 접촉을 줄이려는 새로운 일상과 일맥상통하며 빠른 속도로 정착한 단어입니다.

김용섭 저자의 <언컨택트>라는 책은 언택트 현상을 좀 더 정확하게 현상을 분석해줍니다.“‘언컨택트’는 단절이 아니라 컨택트 시대의 진화다”,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연결과 교류가 되는 언컨택트 기술을 받아들인 것이다”라고 말해줍니다. 언컨택트(Uncontact), 즉 언택트(Un-tact)는 새로운 방식의 ‘컨택트(contact)’라고 말합니다.

한편 언택트와 함께 ‘딥택트(Deep-Tact)’라는 말도 같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관계 대신 소수의 친밀한 관계에 집중한다는 이야기이죠.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도 이점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모종린 교수는 “‘딥택트’는 ‘콘택트’와 ‘언택트’의 상호 보완적인 결합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 사이를 공략하고 있는 로컬이 새롭게 형성된 ‘딥택트’ 시장에서 강점을 지닐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모종린 교수 (beLocal)

이는 시장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모 교수는 “앞으로 근거리에서 모든 생활이 다 이루어질 것”이라고까지 설명하고 있는데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쏟는 걸 꺼려하고 일터와 가까운 곳에 살길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15분 도시’를 설명하며 구체화됩니다. 2014년 4월 프랑스 파리의 시장으로 취임한 안 이달고(Anne Hidalgo)는 취임 이후 자전거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안에 생활과 관련된 모든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모 교수는 사람 중심, 보행자 중심으로 도시가 점점 재정비되고 있다는 사실에 시선을 맞추고 한국 사회로의 적용점을 명확하게 시사합니다.

실제로 ‘15분 도시’ 개념은 지난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부산에서 당선된 국민의 힘 박형준 시장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이동반경을 좁혀놓으면서 이런 이야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만나기 힘든 지금, 동네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가까운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는 점은 오히려 로컬 비즈니스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을 하게 합니다.

2014년 4월 프랑스 파리의 시장으로 취임한 안 이달고(Anne Hidalgo)는 취임 이후 자전거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안에 생활과 관련된 모든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출처: 안 이달고(Anne Hidalgo) 인스타그램)

◇ 지금의 로컬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편, 모종린 교수는 현재 로컬이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중세도시와 근대도시의 특징을 통해 가까운 미래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중세 도시는 11세기 이후부터 교역이 확대되면서 상공업이 발전하면서 상인과 수공업자의 활동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습니다. 상인과 수공업자들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성벽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도시 형태로 발전한 것입니다.

이 당시의 상인과 수공업자들은 자신의 작업장 근처에 주거시설을 두고 생활했는데요. 대부분의 생활권이 한 곳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멀리 이동하지 않고 일·생활·놀이 등 라이프스타일을 이루는 모든 것을 가까운 곳에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시장과 광장은 사람들의 생활을 모아주는 도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산업의 중심이 상업이다 보니 시장에서 많은 정보 교환이 이루어졌고, 여기를 무대로 문화예술이 꽃피었습니다. 광장은 자연스럽게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중세도시의 모습을 간직한 브뤠헤의 모습 (사진출처: pixabay)

이후 18세기로 넘어오면서 산업의 중심이 상업에서 제조업으로 옮겨갔고, 19세기부터는 가로(街路) 상권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로는 간선도로를 제외한 일반적인 시가지의 도로를 의미합니다. 오늘날의 카페, 레스토랑, 가로등과 같은 건축물과 장소는 1830년대부터 시작된 근대 도시의 유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중세 시대까지 귀족들만이 즐길 수 있었던 카페, 술집, 상업시설, 박물관 등이 가로 상권에 자리 잡았고, 이런 문화 생활공간이 늘어서면서 거리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파리는 이런 거리문화를 배경으로 산책자 중심의 보헤미안 문화가 자라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한편, 근대도시는 전형적인 자본주의 공업생산을 기반으로 발달했습니다. 시장은 생산적인 이야기들이 오가는 공간이 아니라 공산품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기차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기에 이르렀습니다.

1931년 박흥식이 설립한 지상 5층의 백화점인 화신백화점. (사진출처: 위키백과)

한편 근대 이전의 시장이 하던 역할은 새로운 소비거점인 백화점이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백화점이 처음에 생겼을 당시에는 도시 중심가에 세워진 거대한 건물에서 갤러리에 들르듯 화려한 전시품을 돌아보고 구매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던 귀족들을 중심으로 백화점 소비가 시작됐습니다. 백화점을 통해 새로운 문화상권의 중심이 등장한 것이죠.

모종린 교수는 역사 속의 시장과 상권의 변화를 토대로 “현재 오프라인 상권의 감성을 주도하는 곳은 골목지역의 가로상권”이라고 말해줍니다. 최근 예술가와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며 만들어낸 로컬을 ‘힙스터 상권’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골목길을 따라 상권이 형성되었지만 짧은 거리에서 생활에 필요한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힙스터 상권에 주목하며 즐겨 찾는 사람들이 바로 밀레니얼입니다.

밀레니얼에게 사랑받고 있는 강원 강릉 <위크엔더스> (beLocal)

◇ 밀레니얼의 라이프스타일은 골목길에 주목하고 있다

밀레니얼의 여행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보면 호텔과 같은 좋은 숙소에서 머물기도 하지만,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현지 숙소를 체험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현지 숙소를 체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현지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 같은 경험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이들은 골목길을 무대로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과 서비스를 즐기며 자신의 가치에 맞는 새로운 자원을 획득합니다.

이에 대해 모 교수는 “국내 여행산업의 미래에 다행인 점은 2010년대 이후 지역발전의 주체가 도시에서 동네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동네가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가 된 동네가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행 자체도 관광지나 유명명소를 다니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인이 다니는 골목 중에 독특한 골목, 특이한 분위기를 내는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는 브랜드 파워를 지니며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동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는 서교동, 성수동, 이태원이 있고, 지방에는 광주 동명동, 수원 행궁동, 강릉 명주동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연남동 어느 골목길에서 만난 특이한 가게 (beLocal)

밀레니얼은 필요한 가치에 자신의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미 <[로컬창업(6)] 소비를 통해 자신을 규정하는 밀레니얼>에서도 자세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쉽게 체험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권이 몰려있는 골목에 집중하게 됩니다.

골목에는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공간이 많습니다. 허름한 세탁소부터 SNS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앵커스토어까지 모든 공간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죠. 이들이 골목길 여행에 열광하고 새로운 골목길을 찾아나서는 이유는 골목길에 숨겨진 새로운 가치를 체험하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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