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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창업
  • 입력 2021.04.19 17:54
  • 수정 2021.04.20 18:06

[로컬창업(8)] 재미있는 건 다 하는 청년들 - <골목청년>, <니나노플래닝> 노건휘, 임재환 대표

(인터뷰) 밀레니얼 로컬크리에이터의 창업 이야기 5부

2년 전, “개미 한 마리도 안 다닌다”던 나주 서성문 작은 골목에 강릉에서 온 두 청년이 상가 하나를 개조해 <골목청년>이라는 간판을 달고 다양한 문화 기획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거리에는 전등을 달아 깜깜한 사거리를 밝혔고, 카페도 운영하고 콘서트도 열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활동했던 골목은 2년이 지난 뒤, 나주에서 ‘골목청년 사거리’라는 인지도를 지닐 정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니나노플래닝>이 죽어가는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은 셈입니다. 청년이 적은 도시, 나주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두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니나노플래닝> 노건휘, 임재환 대표 (beLocal 이상현 에디터)

▶<니나노플래닝>이란 회사 이름이 재미있네요.

☞<니나노플래닝> 노건휘 대표 (이하 노 대표): 제 삶의 모토는 ‘재미있게 살자, 긍정적으로 살자’인데요. 제 모토대로, 재미있는 일상을 기획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니나노플래닝>이라고 지었습니다.

▶두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니나노플래닝>을 함께 운영하시게 되었나요?

☞노 대표: 제가 처음 나주로 내려온 것은 25살 때였습니다. 회사에 다니다가 번아웃이 와서 휴식이 필요한 시기였죠. 서울에서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걱정하던 찰나에 나주에 오게 되었습니다. 나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느낌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이전부터 원도심에 사는 동네 어른들과 지내면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거든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내가 서울에 어느 좋은 회사를 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만나는 친구들이 한정적일 것 같고요. 고민 끝에 나주로 내려와 빈 상가를 5년간 임대했어요.

제가 처음 이곳에서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반대했지만, 당시에는 5년간 사업을 하다가 망한다고 해도 30살이니까 괜찮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 요즘은 30살 신입사원들도 많은데 뭐, 열심히 하면 채워지겠지’하는 생각이요.

처음에는 청년들이 모여서 같이 뭔가를 만들어보기 위해 카페부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마을에서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친구이자 지금은 같이 니나노플래닝을 운영하게 된 임재환 대표에게 함께 일을 해보자고 설득했어요.

임재환 대표는 미술을 전공했는데, 학교에 같이 다니면서 밴드활동도 했었습니다. 임 대표가 합류하고 난 이후에는 기획, 음악 제작, 미디어 등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2명이 시작을 했는데 벌써 직원이 5명으로 늘어났네요.

<니나노플래닝>은 전라도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콘텐츠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 니나노플래닝 인스타그램)

<니나노플래닝> 임재환 대표(이하 임 대표): 저는 사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휴학생입니다. 학교 다니면서 비교를 부추기고 내 옆에 있는 누군가를 짓밟아야 내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무한 경쟁 사회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정작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볼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 지쳐갔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이좋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노건휘 대표가 ‘나주에서 1년 정도 카페를 하고 있다’며 같이 일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여행하는 마음으로 나주에 갔는데, 막상 골목을 둘러보자, 이곳에서 머무르면 제가 고민했던 지점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강릉으로 올라가 부모님께 휴학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일주일 만에 내려왔어요. 그렇게 정착을 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골목청년>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노건휘, 임재환 대표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원래 강릉에서 태어나셨는데 나주로 오셨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강릉에는 여행, 새로운 공간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관광객도 많이 찾는 관광도시로 거듭났잖아요. 강릉이 아니라 나주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임 대표: 나주에 왔을 때, 좋은 문화적 기반을 이미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주 혁신도시가 성장하고 있는 데다가 좋은 관광지가 될 수 있는 잠재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데 도시가 침체되어 있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졌어요. ‘왜 나주는 성장이 더딜까?’ 생각해보니 이 도시에는 청년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청년들이 없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죠.

☞노 대표: 저도 강릉에 살 때 강릉의 매력은 바닷가 정도라 생각했어요. 바다 보러 가는 곳요. 여기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은 ‘나주는 안 돼’, ‘나주는 놀 게 없어’, ‘나주에 뭐 볼 게 있어?’라는 마음을 가지기가 쉬워요. 그런데 외부인이 봤을 때에는 새로운 곳으로 느껴지고,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나주는 돌담이 매력적인 동네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바다 없는 제주도 같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매력들을 새로운 사람들이 발견하는 거죠. 새로운 느낌으로요.

▶노후화 된 골목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골목청년 사거리’로 변화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노 대표: <골목청년>이 자리잡은 곳은 ‘사매기길’이 지나는 사거리예요. ‘사매기길’은 현재 고택 게스트하우스이자 문화공간인 <3917 마중>과도 연결되는 역사적인 길이죠. 지금이야 불도 밝고 상가들도 생기고 다니는 사람들도 늘었지만, 3년 전에 카페 오픈할 때만 해도 “여기에 카페가 있어?” 할 정도로 어둡고 행인이 없었어요. 원래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었어요. 어른들은 우스갯소리로 “이 동네는 개미 한 마리도 안 다닌다는 곳”이라고 이야기하시곤 하셨었죠.

길이 어두우니 사거리를 밝히고 싶은 마음에 밖에다가 등을 많이 달았어요. 나름의 어두웠던 이 길에 빛을 밝힌 시작이었지 않았나 싶어요. 다양한 공연도 기획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공연을 기획하기도 하고, 우리만의 색채를 담은 영상을 촬영하기도 합니다. 모든 일이 수익구조로 연결되면 좋겠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도 우리가 재미를 느끼면 일단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하는 일과 연결된 일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이곳은 사람들이 저녁에도 찾는 활기찬 거리로 변화했어요. 주변에 살고 계시는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골목청년>을 알고, 택시 기사님께 “<골목청년> 가 주세요.” 하면 “아, 거기요?” 하고 아시는 거죠.

그때 방송에 한 번 나왔더니. 다들 청년 거기라고 하면 골목 청년, 골목 다방, 골목 식당 이렇게 아시더라고요. 거기엔 청년들이 있다. 나주에도 뭔가가 움직이는 청년들이 있구나, 하는 인지 정도요. 이제는 다른 곳들도 많이 생기고 또 많은 청년이 활동할 수 있는 창구가 열려서 좋은 것 같습니다.

새마을금고 음악회 연출팀으로 참여한 <니나노플래닝> (사진출처: 니나노플래닝 인스타그램)

▶앞으로 <골목청년>이 나주에서 만들어나갈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노 대표: 이곳은 청년 인구가 부족한 도시입니다. 저희는 노후한 도시에서 청년의 손길이 필요한 일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면서 스스로 자극할만한 재미있는 일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있어요. <골목청년>은 경쟁을 하지 않고 우리가 하는 일을 스스로 재미있게 느끼고, 이 일을 통해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나주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곳, 많은 사람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나면 경쟁력 있는 도시로 떠오를 수 있어요. 이렇게 도시를 변화시키기는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가 주인이 되어야만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서 남에게 행복을 전달하고, 다른 이들이 이것이 부러워 보여서 결국 찾아오게 되는, 같이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들이 저희 일이지 않을까. 그래서 형체가 없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재미있는 건 다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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