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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인터뷰
  • 입력 2021.05.14 14:26
  • 수정 2022.05.16 23:28

[로컬창업자들] “컨설턴트에서 컴퍼니빌더로”, 나주 청년들의 숨은 조력자 남우진 대표

천년 고도 나주읍성은 많은 역사적인 스토리와 문화 자원들을 품고 있다. 고적한 향교와 낮은 돌담, 작은 골목들, 높은 건물에 방해받지 않고 즐기는 밤하늘, 훌륭한 접근성. 가진 것으로 충분한 나머지 어설프게 손을 댔다가는 지금의 아름다움이 외려 희석될지도 모른다.

<3917마중>(이하 마중)의 남우진 대표의 생각도 그렇다. 나주향교를 담 사이에 둔 멋진 장소, 마중의 모습 역시 그의 생각만큼이나 자연스럽다. <3917마중>은 ‘1939년의 나주 근대 문화’를 ‘2017년에 마중하는’ 곳이다. 30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던 폐가와 공터를 리뉴얼한 4,000평의 유례없는 문화 공간이자,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넓은 정원이 마련된 나주 창업 청년들의 인큐베이팅 센터이기도 하다.

청년 크리에이터들이 자립할 수 있게 돕고, 그들과 함께 나주를 살릴 미래의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이들은 나주를 청년들이, 외지인들이 오고 싶게 만드는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 나주의 아름다움을 지키면서 말이다. 근본적으로 도시 재생이다. 이러한 대단한 이야기들을 가진 남우진 대표는 자신을 커다란 문화 공간의 대표가 아니라, 마당 쓰는 남자라고 소박하게 소개했다.

<3917마중> 남우진 대표 (사진: beLocal 이상현)
<3917마중> 남우진 대표 (사진: beLocal 이상현)

▶어젯밤 늦게 나주에 도착해 <3917마중>(이하 마중)의 야경을 구경하며 하룻밤 묵었는데요.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몰라도 별이 너무 예뻤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면서, 또 100년 전 느낌이 고스란히 남은 옛집에서 잠을 청하면서 굉장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참 좋았습니다.

☞남우진 대표(이하 ‘남’): 마중의 메인 건물이자 게스트하우스인 <목서원>은 1939년도에 지어진 건물이에요. 30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던 폐가였다가 2017년 리뉴얼한 것이죠. <3917마중>이란 이름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1939년도의 나주 근대 문화’를 ‘2017년에 마중하다’라는 뜻입니다.

마중이 ‘맞이하다’라는 순우리말이잖아요. 전라남도에 오시는 분들을 마중한다는 마음으로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나주향교 바로 옆에 있는 총 4천 평의 공간에 목서원을 포함해 한옥 3채, 양옥 2채 총 5채의 폐가를 복원했죠.

나주 원도심은 20년 전부터 사적 지구로 묶여 있어서 개발 제한도 많고, 가까운 곳에 혁신 도시가 생기면서 인구가 빠져나가 인구 공동화 현상이 상당히 심해진 지역입니다. 남아 있던 어르신들마저 돌아가시면서 폐가들이 생겨났죠. 나주역에서 5분 거리인 도심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요.

저는 전주에서 사업을 하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이 공간을 알게 되었어요. 향교와 함께 담 하나를 둔 고즈넉한 풍경, 오랜 세월 동안 자라온 고목들, 건축물들.... 이런 모습들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오랜 시간 빈 건물이라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긴 했지만, 이 공간을 살리고 싶었어요. 3년 전에는 조금 젊었을 때니 과감하게 시작했죠. 열심히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고즈넉한 '3917 마중' (사진: beLocal 이상현)
고즈넉한 '3917 마중' (사진: beLocal 이상현)

▶어떻게 이런 멋진 곳이 30년 동안 폐가로 방치될 수 있었죠?

☞남: 이곳 건물들은 원래 나주 세도가들의 주택이었어요. 특히 <목서원>은 100년 전에는 무려 나주 최고 권력자의 집이었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나주에서 손꼽히는 부자였던 재일동포 출신 사업가 소유의 장학회 건물이었죠. 1990년대 초반 그분이 돌아가시면서 약 30년 동안 비게 되었어요.

다른 집들도 하나하나 폐가가 되어갔지만 말씀 드렸듯 문화재 구역이라는 한계 때문에 많은 집들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토지개혁 후에 지주 세력들이 쇠퇴해 가는데 자녀들은 타지에 살고 있으니, 부모님 세대가 모두 돌아가시면서 비게 된 거죠.

1973년도에 재일동포 출신의 사업가 서상록 씨가 전체를 인수를 해서 금하장학회라는 장학회 사무실로 운영을 하다가, 그분이 돌아가신 뒤에는 장학회가 소속된 서울의 한 기업 소유의 건물로 남게 되었습니다.

스테이로 사용되고 있는 '3917 마중' (사진: beLocal 이상현)
스테이로 사용되고 있는 '3917 마중' (사진: beLocal 이상현)

▶그러니까 장학회 자산으로만 남아 있었던 거군요?

☞남: 그렇죠. 그런데 이곳이 나름대로 건축학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나주시에서도 매입을 해서 도시 재생 사업을 하려는 계획이 있었어요. 공공 공간으로 활용하는 거죠. 그런데 부지가 너무 커서 공기관이 매수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민간에서도 움직임은 있었지만, 나주향교 옆의 개발 제한 구역이라 선뜻 개발을 할 수가 없는, 그런 애매한 상태였죠.

사실 한국에서 한옥이나 오래된 집들을 활용해서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상업적으로 활성화시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요즘엔 옛 자산들을 보존하면서 그에 맞는 공간을 조성하는 게 상당히 좋은 트렌드지만, 10년 전을 생각해 보면 오래된 건물들은 헐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추세였잖아요. 효용성 있는 몇 층짜리 숙박 공간으로 만든다거나... 그런데 이곳은 그게 전혀 불가능한 공간이니,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생각이 안 맞아서 이렇게 계속 미뤄졌던 것 같습니다.

(사진: beLocal 이상현)
(사진: beLocal 이상현)

▶그럼에도 대표님은 이곳을 매입해서 사업을 하고 계시는데, 아까 말씀하셨듯 공공에서도 부담스러워 하던 이곳을 어떻게 매입하고 운영할 결심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남: 제 고향은 내장산이 가까운 정읍입니다. 대학 때부터는 전주에서 쭉 생활했고, 그곳에 자리를 잡아 컨설팅 회사를 운영했죠. 그러면서 이전까지는 큰 특색이 없던 전주라는 도시가 전주한옥마을이라는 브랜드를 입고 문화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주를 눈여겨보게 되었죠.

사실 2015년에 이 공간을 소개받기 전까지는 나주를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어요. 전라도가 전주와 나주의 이름을 합해서 생긴 이름이잖아요. 지어진 지 1,000년도 더 된 이름이죠. 알고 보니 약 100년 전에는 나주가 전주보다도 훨씬 더 번성했던 도시였고, 남아 있는 문화유산들을 비롯해서 많은 문화 자원을 갖고 있더라고요. 전주보다 나주에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들던 차에, 이 공간을 거점으로 문화 사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의지가 생겼죠.

처음에는 폐허를 살려야 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저는 건축이라든가 인테리어, 문화 공간 조성에 문외한이었던 터라 시행착오도 상당히 겪었고요. 다행히 주변에서 고증하는 것을 많이 도와주셨고, 지금은 젊은 청년 창업자들과 함께하고 있어서 감각도 많이 익혔습니다.

마중을 오픈한 지 3년이 되었는데요, 현 시점으로는 결과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마중이 훗날 지역의 문화예술 관광의 거점 역할을 하면서 청년 사업을 인큐베이팅하고, 같이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져요. 나주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도 제공하고요.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막막하긴 했어요. 관리해야 할 영역이 너무 넓은데 코로나19라는 복병까지 닥치고, 조금 답답한 감이 있었죠. 올해부터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까 든든하기도 하고 희망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예쁜 카페로 다시 꾸며진 '3917 마중' (사진: beLocal 이상현)
예쁜 카페로 다시 꾸며진 '3917 마중' (사진: beLocal 이상현)

▶어떤 분들과 함께하나요?

☞남: 먼저 전남에 관련된 유튜브 채널인 ‘오지는 오진다’를 만드는 <바바프로덕션>(이 있습니다. 전남에 남은 한옥과 폐가들을 영상으로 정갈하게 담아 소개해요. 실제로 그렇게 지역의 폐가들을 되살리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죠. 영상을 보고 폐가를 구매하고, 귀촌하셔서 사시는 분들도 많고요. 지난해 여름에 마중에도 촬영을 하러 와서 알게 되었어요. 가만히 보니 이 친구들이 하는 일들이 마음에 들고 응원해줘야 할 것 같아서, 한쪽 공간을 마련해서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주에서 ‘골목청년’이라는 문화 공간을 운영하는 <니나노플래닝>, 인테리어 회사인 <돌빛나무>와도 함께 합니다. 이렇게 나온 것이 폐가를 소개해 구매를 돕고, 또 전문적으로 고치는 것까지 연결되는 하나의 프로젝트인데요.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하청을 받는 게 아니라 청년 기업들끼리 기획하고 연계하는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죠.

▶그러니까 유튜버가 폐가를 찾아 방송하고, 그 폐가에 대해서 누군가 문의를 하면 컨설팅을 주선하고, 리모델링은 또 다른 기업이 맡는 이런 협업 클러스터인 셈이군요?

☞남: 그렇죠.

<니나노 플래닝>이 운영하는 <골목청년> (사진: beLocal 이상현)
<니나노 플래닝>이 운영하는 <골목청년> (사진: beLocal 이상현)

▶마중이 여행자 플랫폼이 아니라 청년 창업 플랫폼 역할도 같이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청년 창업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사무 공간이잖아요. 꼭 사무실이라기보다, 요즘에는 카페에서 회의를 하거나 어떤 다용도의 공간에서 기획하고 모임을 갖는데, 마중에 그런 공간이 많으니까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 마중은 우선 녹지 공간이 넓죠. 4,000평 공간에 큰 나무들과 숲이 있고요.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이다 보니 계절마다 참 아름답기는 합니다. 겨울이 지나면 녹음이 우거지고... 좋지만 관리가 힘드네요. 잡초가 자라는 시기쯤이면 저와 직원들은 한의원을 다닐 정도로요.

제가 나주를 처음 보고 받은 느낌은 어떤 문화적인 잠재력이었어요. <니나노플래닝>의 임재환 대표가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나주가 강릉보다 3배의 자산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더라고요. 나주읍성이라는 자체가 현 시대에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기도 하고요, 주변 어떤 도시들과의 거리, 교통 연결성, 이런 걸 따졌을 때 이 정도의 인프라를 가지면서도 이렇게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 없는 거죠, 전국 어디를 찾아봐도. 그래서 제가 갖는 확신은 여기는 망할 일은 없다, 특히 나주읍성은 망할 일이 없다!

제가 이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서 3년 동안 무얼 했느냐, 정체성이 무엇이냐, 하면 근본적으로 도시 재생입니다. 폐가의 복원은 지역의 정체성에 맞게끔 풀어나가야 합니다. 나주읍성은 천년 고도이면서 많은 역사적인 스토리와 문화 자원들을 갖고 있습니다.

작은 골목들을 비롯해서, 높은 건물에 방해받지 않고 즐기는 밤하늘의 아름다운 모습들, 이런 것들이 장점이죠. 새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는 거죠. 오히려 그런다면 지금의 가치들이 희석될 것이고, 잘못하면 더 나빠질 수도 있어요. 지금의 좋은 모습 그대로를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게끔 잘 복원하고 관리하는 것만 해도 충분해요. 나주읍성은 가진 아름다움에 비해 찾아오는 사람이 적어요. 많은 이들에게 나주라는 도시, 그리고 나주읍성이라는 공간이 왜 좋은지 알리는 게 가장 급선무입니다.

<니나노플래닝> 노건휘, 임재환 대표 (사진: beLocal 이상현)
<니나노플래닝> 노건휘, 임재환 대표 (사진: beLocal 이상현)

▶그런 역할들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남: 로컬크리에이터들이죠. 로컬크리에이터의 역할은 결국 자발적으로 이 지역이 좋아서 이곳에서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이에요. 초기 단계에서는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돈보다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해요. 저희와 협업하는 분들도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죠.

각자가 모두 훌륭한 크리에이터들임에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그게 힘든 점이죠. 알려져야 하니까, 일거리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하니까요. 청년들이 이 정도 역할을 한다면 나주시 차원에서 상을 준다거나, 행정적으로 같이 프로젝트를 구상한다거나 그러면 좋지 않을까 해요.

실제 로컬의 영역이 활성화되어 있는 수도권이나 규모 있는 도시의 로컬과, 소멸 도시 즉 인구 15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나 5만 이하의 군 단위 로컬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청년들이 부각되는 것을 싫어하는 분위기도 있죠. 청년 창업은 대부분 정부 지원을 통해서 운영되는데, 지원 관리자의 생각을 따르다 보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자기들 생각에 맞게 활동하는 청년들은 오히려 인정을 못 받게 되거든요. 제가 마중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그런 과정들을 다른 청년들도 아마 겪고 있을 겁니다.

<바바프로덕션> 김현우, 정태준 대표 (사진: beLocal 이상현)
<바바프로덕션> 김현우, 정태준 대표 (사진: beLocal 이상현)

▶이런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남: 어찌 보면 저는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큰 규모의 사업을 시작했지만, 작은 사업장에서 시작하는 어린 청년들은 더 힘든 과정을 겪게 될 거예요. 이 친구들이 만약 실패하고 물러나면 지역은 또다시 비게 되고요. 지역 사람들에게는 ‘여기는 안 되는 곳인가 봐.’, 패배감만 남겠죠. 밖에서도 ‘저기는 안 되는 곳인가 봐.’ 보일 테고요.

그래서 저는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 마중을 통해 지역 거점을 만들어보자 하는 마음이 큽니다. 일단 관광+문화+도시 재생의 거점을 형성해 놓으면 긴 시간을 놓고 봤을 때 나주라는 곳이 더욱 충분히 가치가 있어질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생력이 생기는 거죠. 청년들이나, 외부에서 나주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타 지역 기획자들과 정보를 주고받고요. 청년들한테는 마중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마중에도 일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함께 나아가면 좋죠.

▶청년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것. 멋진 일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청년들을 조력하나요?

☞남: <니나노플래닝>의 임재환 대표가 처음에 나주에 내려왔을 때 1년 동안 마중에서 일을 했습니다. ‘오지는 오진다’ 팀도 현재 <목서원>의 과장으로 있습니다. 돈은 못 벌어도 밥은 먹어야 되지 않습니까? 지방에서 창업을 생각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이겁니다. 밥값조차 벌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딜레마에 빠지는 거죠. 밥만 먹고 살 거면 이루고 싶은 꿈이나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야 하니까요. 지방에서는 여기저기 다니는 인부가 되는 겁니다.

<바바프로덕션> 김현우 대표 같은 경우도 방송국에서 촬영 기사를 했는데, 그러다 보니 찍으라는 것만 찍어야 하고, 사업 하청은 더 어렵죠. 니나노플래닝의 노건휘 대표는 공연 음향 시스템 분야에서 일하는데, 그럼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되지만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걸 못하고요. 최소한 밥값 벌이와 하고 싶은 일이 섞여야 하는 겁니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남에서도 여수나 목포에만 가도 어느 정도 인프라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들이 가진 콘텐츠에 노력만 가미하면 원하는 것을 시도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인프라가 형성 안 된 지역의 경우에는 정말 살아남기 힘든 상황입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바바프로덕션>과 <니나노플래닝>의 경우에는 이미 인지도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청년들인데, 이 팀들의 특징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거예요.

<돌빛나무> 최현찬 대표 (사진: beLocal 이상현)
<돌빛나무> 최현찬 대표 (사진: beLocal 이상현)

☞남: 요즘은 청년이 비즈니스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론 정책적인 수혜도 많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런 수혜들이 청년들의 자립성, 그 다음 창의성, 그 다음 독립적인 형태로 발전을 하기 위한 노력들을 무너뜨리는 독약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지원 정책에 의존하게 되는 거죠. 지원이 끊기면 또 다른 지역으로 새 지원을 찾아가는 거예요. 이것이 대한민국 청년 창업의 현주소입니다. 지원을 마다할 것은 없지만, 실제로 사업을 해 보면 초창기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이미 자기 기반을 두고 성장해 가는 청년들을 지원해서 이들을 더욱 성장시키는 게 중요해요. 자생력을 높여서 지속적인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이것이 지방 소멸 도시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창업하고 성장할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지역마다 생기는 청년 상가 같은 경우도 지원을 통해서 받게 됩니다. 사업가이던 저희 아버지께선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공짜를 바라지 말고 일단 자신의 것을 투자하라.”고 강조하셨어요. “내 돈을 써야만 그 일에 대한 진지함이 생긴다” 이렇게 얘기하셨거든요. 만약 공간도 세금도 다 지원받아서 시작하면 어느 순간 아쉬울 게 없는 겁니다. 하다가 이거 아니네, 하며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요. 반면 스스로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자립으로 시작한 청년들의 전투력은 확실히 다릅니다. 투자한 비용이 크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사진: beLocal 이상현)
(사진: beLocal 이상현)

☞남: 마중에서는 그런 전투력을 가진 청년 창업가들을 찾아 먼저 제안합니다. 이들을 더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올해 사회적기업이 될 예정이고, 현재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와 함께 일하는 <돌빛나무>의 최현찬 대표는 친환경 생태계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연남동에서 활동하다가 작년부터 담양에서 청년 창업을 했습니다. 마중 공간에 작은 공사를 하러 왔다가 얘기를 나눴는데, 그 분이 꿈꾸는 것들이 저희하고 똑같습니다. 원도심의 폐가라든가 상가 공실이 너무 많은데 조금 더 잘 꾸밀 수 있지 않을까, 여기를 정체성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낼 때 전국의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 하면 의미 있지 않을까?

이곳의 청년 창업가들의 공통된 생각이 지금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미래죠. 예를 들어 <돌빛나무>는 하드웨어 부분을 담당하겠죠. 그 외에도 정말 필요한 것은 기획이죠. 홍보 마케팅이고요.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청년들을 모아 힙한 콘셉트의 공간을 연출해내는 협업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요즘 느낌에 맞게끔 예쁘게 고쳐낼 수 있도록 말이죠. 이렇게 서로 힘을 모으다 보면 비어 있던 나주 원도심도 점점 더 활기를 띠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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