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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편집장
  • 인터뷰
  • 입력 2021.06.02 10:30
  • 수정 2022.05.16 21:53

[크라우드펀딩(3)] 2부: 로컬과 와디즈의 언어로 맺는 '관계' - 황인범 이사

로컬에서 만들어진 상품과 다양한 액티비티가 활발히 거래되는 비즈니스의 장으로서 크라우드펀딩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라이프스타일에 투자하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의 대표주자 <와디즈>는 2019년 1,400억, 2020년에는 2,000억 원의 펀딩이 이뤄졌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번 회에서는 <와디즈> 황인범 이사를 만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와디즈>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비로컬 이연지 기자(이하 ‘이’): 로컬 기획자를 뽑는 프로그램이 이번에 새로 하신다는‘the Next Maker’ 프로그램의 일환인가요?

◆와디즈 황인범 이사(이하 ‘황’): ‘the Next Maker’는 저희가 로컬의 많은 메이커분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과정에서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저희가 로컬에 가보면 펀딩 수요가 정말 많은데, 그 수요가 어느 스팟에 있는지 정확히 몰라요.

<와디즈> 황인범 이사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와디즈> 황인범 이사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이: 새로 준비하고 계시는 ‘the Next Maker’라는 프로그램이 어떤 건지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황: ‘the Next Maker’는 로컬만 보고 있는 건 아니고요. 로컬, 대학생, 그리고 창작자. 이 3개의 영역을 다뤄요. 창작자의 영역은 <와디즈>가 좀 어려운 것도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제품을 좀 많이 다루는 서비스다 보니까요.

로컬의 경우 <와디즈>에서 이미 펀딩을 경험했던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그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더 확장하고 싶은 니즈에요. <와디즈>에서 이미 펀딩에 성공한 팀들도 프로그램에 다시 들어올 수가 있어요. 그럼 혜택을 제공할 수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로컬크리에이터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요.

대학생은 한 5~6년 전 <와디즈>가 만난 ‘코드잇’이라는 온라인 코딩 교육 스타트업이 있어요. 대학교를 다니며 2~3학년 때 창업한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50~60억 이상 투자를 받아서 큰 회사가 되었어요.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던 스타트업이 약간 그런 느낌인 건가 싶은 정도죠.

그래서 “제2, 제3의 코드잇이 나올 거다” 생각했어요. 최근 대학생 대상 강의를 2번 했거든요? 그때 만난 친구들이 모두 <와디즈> 다 알고 있었고, “<와디즈>에서 펀딩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친구들도 수두룩해요. Next Generation이죠.

<와디즈>에서 펀딩할 다음 세대를 봤을 때 저보다 5~6년 혹은 10년 차이나는 세대일 텐데, 지금 그들이 대학생이고 어느 때보다 창업이 더 많이 활성화되어 있는 세대이죠. <와디즈>가 펀딩 성공 경험 혹은 실패 경험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플랫폼으로서 포지셔닝이 된다면, 그들에게는 창업이 어려운 게 아니라는 도전 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겠죠. 그런 측면에서 ‘the Next Maker’라는 이름을 붙인 거예요.

로컬에서는 “로컬 성공 사례 많습니다. 다음 분 나오세요” 이런 의미이고요, 창작자들에게는 “<와디즈>에서 창작자들이 더 많아지길 희망합니다”라는 뜻이에요. 사실 이 창작자들은 로컬에 많아요. 그래서 이들이 들어오길 희망하는 것이고요. 대학생들은 Next Generation이니까 더 크게, 더 빨리, 더 많이 와디즈를 경험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기획을 하게 되었죠.

●이: 로컬크리에이터들도 <와디즈>, <텀블벅>이 뭔지 알고 펀딩도 많이 이뤄졌다는 것도 알아요. 제일 어려워하는 건 내가 그걸 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부분인 것 같아요.

소개해 주신 ‘the Next Maker’ 같은 경우에도 “이미 기존에 있는 사례들이 있으니 다음 주자 오세요”라는 의미라 했잖아요? 그러면 “그다음 주자들이 올 때는 적어도 어떤 부분 정도는 알고 왔으면 좋겠다” 하는 점을 설명해 주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펀딩을 성공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학습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도 설명해 주셨고, 그런 이유로 멘토링도 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지금 이 자리에서 다 풀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인 몇 가지라도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황: 플랫폼마다 성격이 좀 다르고 제공하는 서비스, 절차들도 다 달라요. 꼭 알아야 할 것은 “그 플랫폼의 특성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게 먼저죠. 예를 들면, 정산은 언제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부분요.

옆 사람이 펀딩을 했다 하더라도 옆에서 보는 걸로 이 프로세스를 경험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펀딩도 한 번 참여 해보고, 서포터로서 물건도 한 번 받아보는 경험을 해보는 거죠. 그리고 그 창작자가 펀딩에 참여한 나에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지켜보는 거예요. 온전히 이 서비스를 이용을 해보는 경험을 반드시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결국 “내가 메이커가 됐을 때 이렇게 해야겠구나”하는 감을 주는, 기본적인 베이스를 깔아주는 것이거든요.

두 번째로 <와디즈>는 ‘와디즈 스쿨’이라고 해서 이미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번 달에는 클럽 하우스 5번, 유튜브 라이브 1번을 하거든요. 그리고 기본적인 VOD 강의들을 올려 두었어요. 제가 유튜브 라이브로 녹화한 한 2시간짜리 버전이 있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실무 멤버들이 “펀딩은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라는 정보들을 VOD로 다 넣어놨어요.

“초기에 고객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서는 <와디즈>의 어떤 서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 서비스는 이렇게 신청하는 겁니다. 이 서비스 신청하고 끝이 아닙니다. 어떻게 만드셔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저희가 ‘와디즈 스쿨’에다가 다 넣어놨어요.

그 영상들을 보면 “아! 펀딩 어떻게 하는지 알겠다.” 혹은 “펀딩은 쉽게 접근하면 큰일 날 수 있겠구나. 전략을 나름대로 잘 세워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 거에요. 엄청 대단한 전략을 세우라는 게 아니거든요.

집중하고 있는 포인트는 뭐냐면 저희가 이미 만들어둔 수많은 교육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잘 도달될 수 있게끔 하는 거예요. 콘텐츠를 만들때도 "똑같은 스쿨은 하면 안 된다", "이 교육 콘텐츠가 독도같이 외딴 어딘가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자영업 하시는 분한테 도달될 수 있게끔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라는 비유를 해요.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비로컬>이 2020년에는 사람(로컬크리에이터)에게 집중했다면, 2021년은 비즈니스 자체에 집중하고 있어요. 사람이 해내는 일, 일을 함으로써 얻어내는 어떤 성과 같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요. 작년에는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찾아다니고 유형화하는 작업을 했다면 지금은 그 유형화된 걸 가지고 로컬크리에이터가 하고 있는 일, 로컬의 비즈니스, 그 결과 나오는 로컬 브랜드. 이런 것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죠.

그래서 저희가 로컬에서 이루어지는 컬래버레이션을 중심으로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 브루어리의 컬래버를 올 초에 ‘로컬 맥주’ 특집으로 다뤘고요. 그다음엔 ‘로컬 창업’ 밀레니얼들의 창업 현상을 통해서 로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창업을 다뤘습니다.. 창업도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이니까요. 그에 이어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어떻게 로컬이 판매되는가. 어떻게 팔 수 있는가. 이런 가능성들을 찾으면서 <와디즈>를 찾아오게 된 겁니다.

◆황: 로컬에서 펀딩해서 물건을 많이 파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만, 펀딩을 통해서 제공하고 싶은 가치가 있어요. 그 팀이 물리적으로 수도권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어도 자생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게 펀딩이 주는 굉장히 큰 효과라고 생각해요.

한 달 전에 <카카오 패밀리> 김정아 대표님을 뵙고 왔거든요? 제가 대표님께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한데, 왜 이렇게 많이 크셨어요?”라고 물었어요. 제가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초콜릿 만드는 가족 회사였어요. 카카오닙스 맷돌 개발하셔서 가게에서 기계 돌려 나오는 초콜릿을 테이블의 도마에 얹어 놓고 틱하고 갈아서 병에 담아서 파는 가게였어요.

그걸 넘어서서 브랜드가 만들어졌고요. 그 브랜드 안에서 또 다른 브랜드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고, 제품군도 다양해졌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어떤 파트너와 어떤 시도들을 해가고 있는지까지 그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어? 내가 알고 있는 <카카오 패밀리>가 아니다” 생각했죠.

◎윤: 그게 가능한 게 '가치 소비'라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요. <와디즈>식으로 따지면 '가치 소비하는 서포터즈'가 '가치 생산을 하고있는 메이커'를 후원하고 펀딩을 해주기 때문에 더욱 더 가속화되고 있는 거 거든요.

<와디즈>는 대한민국의 자금 물줄기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회의실에 여러 나라의 강 이름을 붙였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와디즈>는 대한민국의 자금 물줄기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회의실에 여러 나라의 강 이름을 붙였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이: <와디즈> 플랫폼 안에서는 이게 일상적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앞에서 일상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말을 나눴어요.

지금에 와서야 로컬에서 이루어지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을 향한 소비가 '가치 소비'에 접목되는 부분이 많아지기 시작한 거예요. 또 코로나의 영향으로 활동 반경이 줄어들면서 그렇게 된 것들도 있었거든요.

로컬크리에이터들을 만나봤을 때 가장 목말라 했던 부분이 첫째가 네트워킹이었어요. 저희가 로컬크리에이터를 유형화 하면서 저희가 시도한 프로그램인 ‘인투더로컬’처럼 그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자리들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로컬크리에이터들도 성장하고 싶어 하고 더 확장하고 싶어 하거든요. 선두 주자들이 있어 주면 뒤따라오는 분들이 같이 보고 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아까 말씀해주신 <카카오 패밀리>처럼 더 큰 기업으로 성장했거나 더 발전한 로컬 브랜드는 무엇이 있나에 대해서 저희도 지켜보고 있어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이걸 보고 따라갈 수 있게끔 그 내용들을 만들어 보려고 하던 찰나였던 거죠. 그리고 그 여러 수단 중의 하나인 펀딩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있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소비자와의 접점들을 펀딩에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다가 저희도 펀딩에 집중하게 된 거고요.

◎윤: 소개 해주신 로컬크리에이터 <카카오 패밀리>가 보여주는 로컬은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제주 로컬을 담고 있어요. 그리고 카카오가 생산되고 있는 과테말라 로컬을 얘기하거든요. 두 가지가 중첩돼서 그분들이 바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서의 로컬이, 자기 세계관으로서의 로컬이 있는 거죠. 그 세계관으로서의 로컬이 <카카오 패밀리>의 상품이 되어서 초창기에는 펀딩 플랫폼을 통해 판매가 되는 건데요. 서포터즈 입장에서는 그들의 로컬을 일종의 판타지 형태로 보게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카카오 패밀리>의 매장을 들어가면 매장 문을 여는 순간, 게임처럼 현실 세계에서 또 다른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고요.

그게 그 지역인 세화마을에서는 앵커 스토어 역할을 하고 있고, 마을에 새로운 거리가 생기는 것들을 변혁시키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20명 정도나 되는 고용을 창출하고 있죠. 인구 67만밖에 안 되는 섬에서 20명을 고용했으면 굉장히 큰 기업인 거죠. 엄청나게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로컬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즈니스, 로컬 브랜드가 갖고 있는 파급력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크라우드펀딩이 그런 창작자, 메이커의 세계관을 보여주고 그 세계관을 돈이라고 하는 가치로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그런 면이 많다고 생각해서 가치 소비 얘기를 드렸던 거였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로컬을 물리적 세계로서의 로컬만 생각하거든요.

◆황: 세계관이라는 말이 진짜 로컬이랑 잘 매칭이 되네요.

◎윤: <카카오 패밀리> 같은 경우 제주에서 만들었으니까 제주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분들이 생각하는 제주의 로컬 콘텐츠는 바람이에요. 제주의 삼다도라고 하잖아요? 삼다도 중 하나가 바람입니다. 그리고 또 세화라는 곳이 바람이 굉장히 심합니다. 영어로 Wind... 그런데 그 바람을 조금 더 추상적으로 표현한 게 ‘우리 모두의 바람’이라는 Wish... 거기에 이제 돈을 벌고 싶은 목적을 가진 과테말라의 농부들의 비즈니스적인 바람.

이런 것들을 합쳐 나오는 세계관이 홈스쿨로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나왔던, 우발적으로 발생한 아이템 ‘카카오’인데요. 그 아이템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 계속 성장하게 됐고 지금은 세계의 카카오 제조 공법을 바꿔놓는 그런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으로 가고 있어요. 이제는 동네에서 창업하는 재미있는 창업자, 창의적 창업자.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카카오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일을 하는 게 <카카오 패밀리>가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황: 맞아요. 그 개념을 넘어 버렸죠.

◎윤: 로컬크리에이터에서 로컬 스타트업으로 가고 있는데 불구하고 제주도에 있고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들만 보면서 이색 점포, 이색 아이템. 이렇게만 보인다는 거죠.

◆황: 그러니까 로컬을 지역별로 구분하는 건 굉장히 중간 유통자 입장에서 편의상 나눈 개념인 거에요. 중간 매개체가, 미디어가 혹은 유통사들이요. 특산품이 딱 정점에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이건 또 다른 얘기인데요. 대한민국 관광상품 경진대회인가 그게 있었는데 작년에 제주의 <재주상회> 고선영 대표님이 그 사업 주관을 맡으면서 아예 이름을 바꿔 버렸어요. ‘대한민국 관광상품 공모전’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바꿔 버렸거든요? 아까 말씀하셨던 이색 점포, 이색 상품 이런 개념이 전혀 아닌 관점의 변화잖아요. 그냥 하나의 사업이거든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 바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와디즈>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윤: 한편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하고 있는 ‘같이 삽시다’라든가 이런 데도 로컬크리에이터들이나 로컬에서 나오는 콘텐츠, 제품들을 판매해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관에서 주도한 일들은 왠지 모르게 창의성의 한계랄까 벽이 있는 거 같고요. 다음으로는 새로운 시도보다는 어느 정도 실적이 나올 수 있는 무난한 것 쪽으로 선호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습니다. 바꿔 말하면 <와디즈>도 너무 파격적인 시도를 하다가 펀딩 실패하는 사례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황: 기억나는 게 하나 있어요. 아주 파격적인 건 아닌데 제가 하자고 했다가 망한 게 있거든요. 저는 이태원도 로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태원의 골목마다 다 분위기가 다르니까요. 녹사평 대로 인근에 <네키드윙즈>라는 윙 집이 있어요. 거기 창업자분들이랑 제가 초기 창업할 때부터 알고 지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고 재미난 시도들을 많이 해요.

사람들은 편의상 치킨집이라 부르지만 치킨은 안 팔고 윙을 파는 거죠. 본인들이 유학하면서 윙을 정말 맛있게 많이 먹었는데 한국에서는 먹을 곳이 없으니 우리가 한 번 해보자고 해서 모여 창업한 F&B 스타트업이에요. 그런데 거기가 윙 소스를 계속 개발 했어요. 인근에 미군 부대가 있을 때는 미군들이 진짜 많이 찾아왔는데 이제 미군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후부터는 지역에서 인정받고, 지역에서 좀 더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정말 다양한 시도들을 했거든요.

그때 한 펀딩이 제가 제안한 ‘윙 많이 먹기 대회’였어요. 캐나다, 미국 이런 데는 진짜 많거든요. 이게 먹는 기술이 있는데요. 이태원 한복판에서 한 번 해보려고 펀딩을 열었는데 월요일 저녁에 한다고 해서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대단히 공급자적인 관점에서 요일 선택을 한 거죠. 토요일에 했어야 하는데... “월요일 저녁에 소소하게 한 번 해볼까요?” 했는데 실패했어요. 언젠간 꼭 할 겁니다.

<와디즈> 판교 본사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와디즈> 판교 본사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윤: 조금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로컬크리에이터분들 만나서 펀딩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 있었어요. “이런 좋은 제품이 있는데 왜 크라우드펀딩 같은 데 하지 않으세요?” 이렇게 얘기했더니 몇몇 업체를 특정하면서 “너무 어렵다. 독점적인 제품을 원하고, 가격을 정할 때도 가이드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 “너무 어렵다”라는 말에 너무 많이 공감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로컬 전문가분들은 “로컬에서 로컬의 언어를 이해해야 된다.”라고 얘기하죠. 로컬도 전국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면 <와디즈>에서 펀딩을 하면 전국 브랜드로 만들어 준다는 보장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와디즈>라는 플랫폼이 시장에 좀 더 알려지게 할 수 있는 그런 판이라고 생각을 하신다면 <와디즈>의 언어를 이해할 필요는 있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사업을 오래 하다 보니까 “와디즈가 조금 더 로컬의 언어를 이해할 필요가 더 높더라.”가 지금의 제 생각이에요. 왜냐하면 실제로 너무 어려워하세요. 과거의 <와디즈> 난이도는 총 5레벨로 봤을 때, 2레벨 수준이었는데도 어렵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의 와디즈 레벨은 더 올라 3.5 정도 돼요. 그래서 그 장벽을 낮추는 작업들을 저희가 지난달부터 다시 하고 있어요

그런 어려운 점들을 조금 더 그들의 언어로부터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기준을 세우는 것. 예를 들면 ‘the Next Maker’를 하면서 제가 대외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듯이 <와디즈> 내부적으로 기대하는 바도 있거든요. 대학생 팀들이 “창업하면 <와디즈>에서 해야죠.”라는 인지도는 있는데 막상 도전했을 때 허들이 너무 높아서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 느끼는 게 대단히 많을 거라는 생각도 사실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전 준비를 하고 허들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대학생 펀딩은 인증이나 검사가 필요한 영역이 아니면 사후 심사하는 거죠. 절차 거치지 않고 펀딩 열게 해주고, 심사는 펀딩 시작하고 하는 거에요. 거기에서 문제가 생기면 시정조치를 하자 같은 논의를 하고 있죠.

어떻게 보면 그간 <와디즈> 평판을 지키기 위해서 해왔던 노력들로부터 생겨난 부작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걸 낮추기 위한 작업에 정말 집중하고 있어요. 시장에서 원하는 바이고 시장이 평가하고 있는 바에요.

●이: 와디즈 입장에서는 좀 어려운 부분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펀딩으로 선주문을 받고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보니까 서포터들 사이에서 품질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잖아요. 그 품질에 대한 이야기를 나오지 않게 하려고 그 허들을 만들어 두셨던 걸 거예요.

그런데 서포터가 많아지면서 니즈도 다양해졌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더 높은 품질의 것을 원하는 서포터들도 늘어났을 거고, 거기에 맞춰서 하다 보니까 허들도 더 올라간 거였을 텐데요. 실제로 여기에 참여하고자 하는 메이커들은 범위가 더, 이를테면 진짜 옆집 가게 사장님까지로 넓어졌으니까. 그러면 또 그 허들을 낮춰줘야 되는 상황이 돼버린 거라 <와디즈> 입장에서는 그걸 조절하기가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황: 쉽지는 않겠죠. 하나 믿음이 있다면 이 안에서 <와디즈>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프로세스만 잘 거치면 레벨 1 정도의 팀이 레벨 3 정도로 펀딩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가 만들어둔 검증 절차나 프로세스 자체가 이 분들이 몰랐던 걸 알게 해주는 개념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허들을 어느 정도 낮췄을 때 그 정도의 그 범위 안에서 벌어지는 리스크는 와디즈가 이미 서비스 쪽으로 잘 갖춰놨어요. 펀딩 제품이 약속한 것과 다르면 반환하게 돼 있어요. 그 정책은 어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도 쓰고 있지 않은 정책이거든요.

그러니까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 하나. 또 메이커를 위해 허들을 낮춰주는 것 하나. 그럼 여기에서 분명히 발생할 수 있는 뭔가 안 좋은 점도 있겠지만 좋은 점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안좋은 점은 와디즈가 정책적으로 서비스적으로 규정을 잘 만들면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수천 명의 창업자를 만나본 결과 “저희 완전 잘합니다.”라고 한 사람 중에 결과물을 봤을 때 정말 잘한 분을 보지 못했어요. 차라리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창업자가 훨씬 잘하더라고요. 완전 좋다고 이야기하면 거기에서 하나라도 뭔가 잘못되면 욕먹는 거예요.

◎윤: 오히려 와디즈 안에 있는 서포터즈는 그게 용납이 안 되는 거군요. 일반적인 제품의 상품 상세 페이지는 항상 그렇게 나오잖아요.

◆황: <와디즈>에서 펀딩에 성공하는 많은 기업들, 예를 들면 <토민>같은 경우에도 대표님이 창업 이력도 있으시고 F&B 쪽 그리고 음료 제조 쪽에서는 나름 경력이 있음에도 혼자 하시거든요. 혼자 하시면서 힘든 점이 대단히 많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점들을 본인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와디즈> 펀딩 상세 페이지나 스토리나 새 소식에 올려주세요. “저희가 어떤 점들을 지금 준비해 가고 있습니다. 다음 제품을 준비하면서 이런 게 좀 어렵더라고요.” 이런 얘기들을 한단 말이죠.

◎윤: 그러니까 펀딩 과정도 서포터즈들한텐 굉장히 중요하다?

◆황: 결국 저는 그걸 ‘관계 맺음’이라고 표현하고 있거든요. 고객과 관계 맺음을 하는 서비스는 별로 없죠. 쿠팡에서 고객과 관계 맺음을 하긴 어렵죠. 제가 쿠팡에서 물건 사는데 그 물건 파는 사람한테 “아, 감사합니다. 다음 거 나오면 또 알려주세요.” 이렇게 하진 않거든요.

<와디즈>는 리드 타임이 일단 되게 길어요. 만약에 펀딩이 30일인데 처음 시작하자마자 펀딩 참여한 사람은 30일 기다리고, 이게 끝난 이후에 배송을 한 달 뒤 한다고 하면 한 45일을 기다려야 된단 말이에요. 엄청나게 긴 서비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급자, 메이커는 기다려주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리를 해야 하는 거죠. 그런 것들을 새 소식이나 커뮤니티와 같은 서비스들로 소통할 수 있게 잘 만들어놨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와디즈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는 그런 포인트를 말하는 겁니다.

◎윤: 앞으로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와디즈> 문을 더 두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때도 많은 지원 해주시면 좋겠어요. 멘토링이라든가 교육 프로그램들이 제품의 퀄리티를 올리는 것과 성공하는 펀딩을 만들기 위해서 서포터즈들과 서로 소통하는 법. 이런 것들을 일러주시는 거고, 도움을 주시는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앞으로 더욱 더 로컬과 친해질 <와디즈>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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