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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126년간 숨쉬어 온 노포 중의 노포 <애관극장>

1883년 개항과 더불어 형성된 거리답게 인천 개항로는 여기저기 노포(老鋪)가 많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노포’라고 하면 대개 식당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먹거리이기 때문에 가장 수요가 많기도 하지만, 한번 길들여진 맛은 사람의 발걸음을 계속해서 이어지게 하는 마력이 있기 때문에 오래된 가게라고 하면 보통 음식점을 생각하기 마련이죠.

이번에 소개하는 노포는 맛집이 아닌 ‘극장’입니다. 개항로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 있습니다.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재조명받았던 1907년에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상설 영화 상영관 <단성사>보다 더 오래된 극장이 있으니 바로 <애관극장>입니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간직한 <애관극장>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간직한 <애관극장>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애관극장>은 개항로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 친근하고 편안한 공간입니다. 인천의 개항기부터 발전해 온 경동사거리에 자리 잡고 있어 인천 시민들에게 익숙한 곳인 이유도 있지만, 오래된 건축물인 <애관극장>만이 갖는 독특한 매력이 발걸음이 끊이지 않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인근의 <미림극장>처럼 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최신 개봉작을 상영합니다. 게다가 영화표도 한층 저렴해서 가족단위 관람에는 제격인 곳이지요.

또한 멀티플렉스에 익숙한 요즘 2층이 있는 극장구조는 매우 특이한 경험을 하게 합니다. 2층 맨 앞자리에 걸터앉아 2층 난간에 다리를 올리고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빠와 아들이 극장에 와서 2층 난간에 다리를 올리고 영화를 관람하며 아빠 어릴 적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나 할까요?

영화 관람을 마친 후에는 가까운 신포시장에서 신포닭강정을 먹으며 배를 채우고, 배다리 헌책방 골목으로 넘어가 책구경을 하거나, 신포시장 구경을 마친 후 중구청을 지나 차이나타운, 혹은 내친 김에 인천 자유공원까지 즐길 수 있는 도보여행 코스의 기점이 되어줍니다.

<애관극장>의 역사는 1895년 당시 인천 경동사거리에 <협률사(協律舍)>라는 한국최초의 실내극장에서 출발합니다. 지금은 굉장히 낯선 한자어인 ‘협률(協律)’은 “음악의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공연을 뜻하는 표현이었습니다.

서울 정동에도 <협률사(協律社)>라는 곳이 생겼으나 그때는 1902년이었고, <단성사>가 1907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공연장으로도 유명했던 <원각사(圓覺寺)>도 1908년에 개관했으니 <애관극장>이 자리 잡았던 인천은 서울보다 먼저 근대 공연예술문화를 선도했던 장소였던 곳입니다.

‘축항사(築港舍)’라는 이름을 거쳐 ‘애관(愛館)’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 1921년부터로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926년에 신축을 단행하기도 했지만 6.25 전쟁 당시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도 겪습니다. 1960년 재건축을 통해 400석 규모의 대극장으로 다시 문을 열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그러나 전통을 이어오던 <애관극장>도 인천 구도심의 쇠퇴와 대중의 소비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침체기를 겪게 됩니다. 전통적인 단관 상영관에 불과했던 <애관극장>은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또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됩니다. 결국 2004년 전면 개보수를 통해 5개의 스크린, 860석의 좌석을 보유한 멀티플렉스로 변신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애관극장>이기에 역사적 가치를 후손에게 남겨주기 위해 인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는 <애관극장>이 영화관이나 공연장으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애환과 함께했던 곳이라서 입니다.

1920년대 천연두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장소로 사용되었다거나 집회, 강연의 장으로도 사용되며 인천 시민사회 형성을 위한 장이 되었기에 인천의 공공문화유산으로 보존해달라는 요청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누구보다 영화와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애관극장>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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