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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체험기
  • 입력 2021.06.23 16:49
  • 수정 2021.06.25 10:34

[로컬의맛-방배편] 만두 다섯 개로 채우는 든든한 점심 - 방배동 '개성집'

직장인의 점심시간. 출근과 함께 숨가쁜 오전 일정을 보내고 나면 맛있는 음식으로 작은 휴식을 누리고 싶은 법. 그래서일까? 회사 근처 맛집은 항상 붐빈다. 생각해보면 맛집에도 결이 있다. 계절과 유행에 따라 반짝하는 베스트셀러 같은 맛집이 있는 반면, 언제나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스테디셀러 같은 맛집이 있다. <개성집>은 후자다.

방배동 개성집 입구. (belocal 이연지 에디터)
방배동 개성집 입구. (belocal 이연지 에디터)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테이블 다섯 개와 하얀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특별한 건 없다. ‘개성’하면 ‘만두’가 떠오르듯 여기는 만둣국이 메인 메뉴다. 어떻게 아느냐고? 메뉴판을 보면 첫 번째 메뉴가 만둣국, 두 번째 메뉴가 만두찜이다. 그리고 사리 추가와 떡만둣국으로 이어진다. 더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자리에 앉으니 종업원이 배추김치와 깍두기, 간장을 가져다준다. 만둣국을 주문한다. 필자만의 만두국 즐기는 법이 따로 있다. 만두는 하나를 제외하고 먼저 건져 먹는다. 마지막 하나는 국물에 풀어서 후루룩 마시거나 그 국물에 밥을 말아 깍두기를 곁들이면 매우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 그 만족감을 위해서 만둣국을 먹는지도 모른다.

실내에 들어서면 메뉴판이 먼저 보인다. (belocal 이연지 에디터)
실내에 들어서면 메뉴판이 먼저 보인다. (belocal 이연지 에디터)


드디어 만둣국 등장. 그런데 밥이 없다. 메뉴판을 돌아보니 공깃밥 메뉴도 없다.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개성집은 원래 밥은 없단다. 로마에 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맛만 있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만둣국을 들여다 보았다.

파가 송송 담긴 하얀 사골 국물에 만두가 들어 있고, 위에 소고기 조각. 평범하다. 만두는 한 개, 두 개…. 다섯 개가 들어 있다. 밥도 안 주는데 만두가 다섯 개뿐이라니.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는 실망감이 들만한 개수다. 길쭉하고 두툼하면서 부드러워 보이는 소고기 살코기 몇 조각이 마음을 그나마 달래줬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떴다. 우리가 아는 설렁탕과 비슷하다. 담백한 국물 맛. 파 씹는 식감이 더해져 부담 없이 넘어간다. 만두 한 개를 건져 앞접시에 옮겼다. 동그랗게 말지 않고 일자로 빚은 만두인데 크기가 제법 크다. 만두피가 얇지 않고 울퉁불퉁한 것을 보니 손으로 빚은 태가 역력하다.

뽀안 국물, 꽉찬 만두, 두툼한 살코기가 한 눈에 보여 식감을 자극한다. (belocal 이연지 에디터)
뽀안 국물, 꽉찬 만두, 두툼한 살코기가 한 눈에 보여 식감을 자극한다. (belocal 이연지 에디터)


만두를 반으로 가르니 고추기름이 퍼지면서 두부와 부추, 숙주나물이 터져 나온다. 반쪽만 입에 넣고 음미해본다. 국물의 슴슴한 담백함과 다르게, 두부 식감에서 올라오는 든든한 담백함이 느껴진다. 간이 강하지 않지만 싱겁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네 개쯤 먹었을 때 이상할 정도로 배가 차기 시작한다. 역시 마지막 한 개는 국물에 풀었다. 여기에 배추김치를 조금 넣었더니,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으로 빨갛게 물든 만둣국이 되었다. 만두소와 파 건더기, 국물을 후루룩 먹어 본다. 매운맛이 살짝 더해진 마무리 맛이 만족스럽다. 여기에 입 속에 같이 들어오는 살코기들... 화룡점정이다.

크게 써둔 청결, 정성, 맛이 강렬하게 와닿는다. (belocal 이연지 에디터)
크게 써둔 청결, 정성, 맛이 강렬하게 와닿는다. (belocal 이연지 에디터)

이제야 메뉴에 공깃밥이 없는 이유를 알았다. 국물까지 모두 완탕(?)하니 머릿속에서 밥 생각은 사라졌다. 뱃 속은 이미 든든해져 자연스럽게 “이제 낮잠 한숨 자면 최고”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필자는 <개성집>을 이렇게 정의했다. “자극적인 음식보다 부드러운 음식이 먹고 싶은 날, 딱히 당기는 메뉴가 없는 날 따뜻하고 배부르게 부담 없이 먹을 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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