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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더로컬(8)]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in KIBEX 2021

BELOCAL 이연지 에디터 승인 2021.06.24 12:24 의견 0

인천에서 맥주 만들고 있는 <인천맥주> 대표 박지훈입니다.

저희는 인천에서 <칼리가리 브루잉(CALIGARI BREWING)>이라는 양조장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 전신은 2016년도에 시작한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라는 조그만 펍인데요. 브루어리는 2017년도에 인천의 신포동,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민박 근처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에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펍으로서 더 전문성을 살리고, 브루어리는 인천이라는 브랜드와 맥주에 더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인천의 아이덴티티와 맥주의 자유스러움을 높이기 위해 <인천 맥주>로 다시 탄생했죠.

저희가 생산하고 있는 맥주들을 간단하게 설명드릴게요. ‘사브작IPA’는 헤이지 IPA이고요. ‘바나나 화이트’와 ‘신포우리맥주’, ‘개항장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만들고 있고요. 그리고 오늘 주제인 ‘개항로 라거’가 있습니다.

'개항로 맥주'는 저희 <인천 맥주>와 <개항로 프로젝트>가 같이 협업해서 만든 맥주입니다. 국내 최초로 비건 인증을 받았어요.

저희가 왜 '개항로 맥주'를 라거로 만들었고 디자인을 이렇게 했는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씀 드릴게요. 처음에 <개항로 프로젝트> 이창길 대표가 라거를 만들자고 했을 때 저도 라거가 좋다고 했어요.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고, 저희가 있는 지역 자체가 노포 어르신들이 많으시니까 동네 분들이 즐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라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진짜 라거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왜냐하면 라거라는 스타일은 너무나 친숙하잖아요. <KIBEX 2021>에 오신 여러분은 맥주에 관심이 좀 더 많으실테니까 라거도 좋아하시면서 에일과 같은 여러 종류의 스타일을 맛보고 즐기시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타깃으로 했던 동네 분들은 정말로 ‘카스’나 ‘테라’만을 오랫동안 드신 분들이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저희가 ‘카스’와 ‘테라’에 대적할 만한 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막상 그 시기가 오니까 굉장히 부담스럽더라고요.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테스트를 다섯 번 정도 한 것 같아요. 기존의 라거나 해외 라거들을 테이스팅하면서 우리가 만든 것들을 맛 보는데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게다가 이 맛을 판별해줄 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사실 대중분들은 에일 종류에 대해 평가를 잘 안 하세요. “어? 괜찮은데?”, “난 이 향은 좀 싫은데?” 정도의 평가이죠. “이건 탄산이 없고 쾌감이 없어”이렇게 디테일한 평가는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라거는 전문가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몰트와 홉이라는 재료들이 있는데, 아무리 대중적인 맥주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크래프트 정신이나 저희 아이덴티티를 버릴 순 없기 때문에 아마릴로라는 홉을 조금 더 부각시키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올몬트를 당연히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평범하게 라거를 즐기시는 아저씨들, 동네 동생들한테 드려보니까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조금 더 가볍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올몬트를 만들지 않기로 선택을 했고 저희의 방향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개항로 맥주'가 탄생이 되었고요.

현재 이창길 대표님이 운영하는 매장과 저희가 운영하는 매장 몇 군데서 판매 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개항로 부근, 그 동네에서 정말 많이 판매가 되고 있어요.

사실 크래프트비어가 가격 책정이 굉장히 어렵거든요. 아무리 좋은 맥주이고 맛있고 콘셉트가 좋아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에는 어떤 한계선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카스’와 ‘테라’보다는 딱 천 원 더 비싸면 먹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매장 판매가를 오천 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아주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저희 옆에 계시는 오래된 횟집에 개항로 맥주가 한 번 입점을 하게 되었는데, 가게에 놀러온 손님이 “그 맥주가 뭔데? 인천에서 만드는 거라고?” 하시더니 드셔보신 거예요. 그런데 그 분이 그 옆에 옆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이어서 발주를 하시게 된 거죠. 지금까지 영업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또 저희가 이 맥주를 만들 때 사람들이 ‘카스’나 ‘테라’를 7~8병 마신다면, 우리 맥주는 1병 정도 마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떤 매장에서는 저희 맥주 판매량이 30%를 넘어가고 있어요. 개항로에 있는 음식점들에서는 거의 50%를 차지합니다. 저희가 생각지도 못했던 스코어를 내고 있는 거예요. 생각보다 너무 큰 반응을 주셔서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이 맥주 때문에 인사만 나누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잘 나누지 않았었던 이웃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어요. 옆집 할아버님, 앞집 사모님, 근방 상인 분들이랑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죠. 그러면서 맥주 입점도 더 수월하게 잘 진행이 되고 생각지도 못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개항로 맥주를 세트로도 판매하는데요. 이 세트가 술처럼 팔리지 않는다는 점도 신기했어요. 술을 마시지 않는 분들이 오히려 꽤 많이 사가시더라고요. 라거인지 에일인지도 모르는데 선물하려고 사가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많이 팔릴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리미티드로 500세트만 만들었는데, 하루만에 다 판매가 된 거예요. 하나하나 접고 포장해야 하는 세트라서 속도가 느리다보니 조금씩 조금씩 해서 2000세트를 준비했는데요. 현재는 모두 팔린 상태입니다.

이후에도 입고 문의가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젊은 분들도 있었지만, 자식들 선물해주고 싶다는 어르신들 문의가 많았어요. 큰 회사의 물량에 비하면 정말 적은 거지만, 저희와 같은 작은 브루어리로서는 2000개의 선물 세트가 모두 팔렸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인천 시장님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보라”고 제안을 해주시기도 해서 이제부터는 저희도 물량을 늘리려고 하고요. 저희가 거래하고 있는 노포 매장들에도 매대를 마련하고 전시하면서 인천의 관광 굿즈로서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칼리가리 브루잉>이라는 브루어리에서 <인천 맥주>로 브랜드를 바꾸는데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브랜드 정체성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시작한 첫 번째 프로젝트를 좋은 팀과 함께 해서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협업을 해 이런 좋은 결과를 낸 상황이 벌어진 게 어려웠던 시기를 보상해주는 것 같아 너무 즐거웠고요.

저도 모르게 지역을 대표하는 브루어리로서 지역의 농산물을 맥주 재료로 사용해 농가와 수익을 쉐어하고 지역에서 로테이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 동네는 오랜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더 중요한 자산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사람과 동네, 인천이 가지고 있는 오랜 세월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서 맥주를 만들어가는 브루어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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