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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뚜벅이 여행자, 협업으로 달리다-춘천일기 최정혜 대표

비로컬X와디즈 컬래버레이션 인터뷰

BELOCAL 이연지 에디터 승인 2021.06.29 15:38 | 최종 수정 2021.06.29 18:53 의견 0

최근 로컬 씬에서는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려는 시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로컬디자인스튜디오 <춘천일기>에서는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간다. <춘천일기> 최정혜 대표는 강원도를 기반으로 창작자들과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지역에서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협업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혼자 일하면 뚜벅이 여행자이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렌터카를 타는 것과 같다는 최 대표. 어떤 일들을 협업으로 풀어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함께 진행했다. ‘와디즈’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잘 알릴 수 있도록 ‘더넥스트메이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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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춘천일기 제공)

●와디즈 황미나 에디터(이하 ‘황’): <춘천일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춘천일기 최정혜 대표(이하 ‘최’): 안녕하세요. 춘천을 다룬 로컬을 창작하는 로컬 디자인 스튜디오 <춘천일기>와 로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최정혜입니다. 저는 광고 회사를 다니다가 비영리 기관에서 홍보 담당자로 일을 했었는데요. 그러다가 춘천의 매력에 빠져서 2017년 이사를 했고요. 2018년 <춘천일기>를 시작하면서 지역에서 만난 분들과의 경험들을 다양한 콘텐츠와 디자인으로 풀어가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춘천일기>의 시작은 어떻게 보면 ‘상인’이에요. 춘천에 청년몰이라는 공간이 생기면서 청년상인을 모집했어요. 저는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을 운영해보고 싶었거든요! 왜 여행 가서 슬리퍼 신고 나가서 음료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사장님이 “여기 가봤어? 내일 가봐. 버스 예약해줄까?” 하며 소개하는 공간을 생각했어요. 춘천이 관광지라지만, 사람들이 오면 닭갈비만 먹고 가고 늘 가던 곳만 보고 가더라고요. 본인이 관심 있는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했어요. 그래서 ‘아이디어 상품 분야’로 청년몰 청년상인에 지원했던 게 <춘천일기>의 시작이었죠.

●황: 원래 춘천에 연고가 없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춘천의 어떤 매력에 빠져서 오게 되신 건가요?

◆최: 저희 부모님이 춘천 출신이세요. 그런데 어릴 때 말고는 춘천을 올 일이 없었어요. 제가 결혼하고 어느 날 우연히 닭갈비를 먹으려고 춘천에 여행을 왔어요. 여행자로서 춘천이라는 도시를 경험하니 새롭더라고요. 춘천은 분지 지역이에요. 360도 어디를 보아도 산이 보여요. 춘천을 호반의 도시라고 하잖아요? 호수가 정말 많아요. 호수, 산, 강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북유럽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춘천의 이국적인 풍경이 매력이랄까요?

또 춘천의 면적이 서울의 두 배 가까이 되는데, 인구는 서울에 비하면 1/30 수준이에요. 그래서 사람과 사람 간 거리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요. 출퇴근 시간에 교통체증이 없는 것도 장점이죠.(웃음) 마지막으로 춘천은 서울과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울과의 거리감도 적당해요.

춘천에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매력에 빠져서 왔다 갔다 하시거나 정착하시거든요. 그렇다 보니 춘천에는 느린 속도로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요. 비슷한 생각을 가져서인지 만나면 대화가 참 잘 통하는데요. 그게 춘천에 정착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닭갈비 먹으러 춘천에 여행 왔을 때 게스트하우스에 묵었거든요. 그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를 지금 저희가 운영을 하고 있으니, 신기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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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춘천일기 제공)

●황: 3년 만에 게스트하우스부터 로컬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공간과 상점까지 하신 게 놀라워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의가 있을까요?

◆최: 사실 <춘천일기>도 처음부터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우린 로컬크리에이터야”라고 시작한 건 아니거든요. 그냥 저희가 하는 일을 하다 보니 로컬크리에이터가 된 거죠. 제가 생각하는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에서 경험한 자신의 스토리를 어떤 형태의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경험 안에서 다른 매력을 찾아내서 내가 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드는 거죠.

꼭 그 지역에 사는 사람만이 로컬크리에이터인 건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파리를 너무 좋아해서 자주 오고 가고 파리의 매력을 느껴서, 한국에 있지만 파리의 매력을 굿즈에 담아 표현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 지역의 매력을 내 방식으로 표현해낸다면 로컬크리에이터 아닐까요?

●황: 지역의 아티스트분들이나 로컬크리에이터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시는데요. 이유가 궁금해요.

◆최: 제주에는 오메기떡, 돌하르방, 감귤초콜릿 같은 여행 기념 굿즈가 있잖아요. 춘천은 그런 게 없더라고요. 춘천 굿즈를 만들고 싶었는데, 저 혼자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창작자가 다양하게 표현한 춘천이나 강원도가 있으면 다채롭잖아요.

함께 할 사람들을 찾는데 청년몰의 공간이 주는 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손님으로 디자인이나 창작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굿즈 이야기를 했더니 해보고 싶었다는 분들이 꽤 있어서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이분들과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로컬디자인포럼’이라는 걸 개최했어요. 정말 다양한 분들이 모였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창작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생계’더라고요. 우리가 같이 오래 갈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춘천일기 아트콜라보>라는 방식을 만들었어요. 제품에 참여하는 창작자에게 일회성으로 얼마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팔리는 제품의 개수만큼 일정 금액을 드리는 거예요.

<디즈니> 보면 컬래버레이션 할 때 판매 매출의 몇%를 지급하고, 책도 작가들에게 인세를 주잖아요? 그런 방식에 착안해서 저희도 실험을 해보고 있어요. 지속적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한 결과인데요. 그래서 저희가 소셜벤처의 형태로 소셜미션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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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춘천일기 제공)

●황: <춘천일기> 홈페이지에도 보면 “청년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수익을”, “로컬 플레이어 춘천일기”, “강원 및 지방에서 문화창작의 기회를”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써 두셨어요. 그 원칙과도 맥락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최: 이번에 저희가 춘천 패브릭퍼퓸을 만들었거든요. 라킷키 작가님과는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아트컬래버로 계약을 맺어서 진행했고요. 또 저희 게스트하우스 공간에 작가들 작품 전시를 해서 객실 자체가 미술관이 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요. 이 경우에도 객실 숙박비의 일부를 미술관 입장료 드리듯이 공유하는 방식을 만들고 있어요. 듣기에는 참 좋은 방식 같지만 아직은 완벽한 방법으로 정착되지는 않았어요. 사실 제품이 10개가 팔릴지 100개가 팔릴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창작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얼마를 받는 게 더 이익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를 신뢰하고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파트너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요.

▶비로컬 이광희 마케터(이하 ‘이’): 그럼 아트컬래버를 할 때 어떤 파트너와 함께 할 지를 결정하는 <춘천일기>만의 기준이 있나요?

◆최: 일단은 그 프로젝트와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분들께 제안을드려요. 아까 언급한 게스트하우스를 미술관으로 만드는 프로젝트 ‘아트스테이’ 같은 경우, 오픈해서 모집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기준을 세워본다면, 첫째 우리와 오래 함께 할 수 있는가, 둘째 <춘천일기>의 소셜미션에 공감하는가, 셋째 우리와 결이 맞는가 정도가 있어요. 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이에요. 지역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일하는 과정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결이 비슷한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두 가지 있어요. 첫째 새로운 일인가, 둘째 즐거운 일인가에요. 했던 일을 또 하기보다 새로웠으면 좋겠고, 즐거운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받는 일이어도 즐겁지 않으면 ‘내가 이러려고 춘천에 왔나’ 하며 고민될 때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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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일기가 만든 패브릭 퍼퓸 (사진 : 춘천일기 제공)

▶이: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하는 활동 중 요즘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이 있을까요?

◆최: 저희는 협업을 워낙 많이 해와서 앞으로도 협업 기반으로 많은 일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로컬크리에이터 협업 프로젝트가 나왔잖아요? 사실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 분야를 보면 지역가치, 로컬푸드 이런 식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로컬크리에이터를 분야별로 나누는 게 어떨 땐 제한하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저희가 공간을 운영하니까 여기서 춘천의 매력을 음식으로 풀어낼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로컬푸드 분야의 로컬크리에이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춘천일기> 뭐하는 데야?”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요. 설명하려고 하다 보니 찾은 단어가 “로컬디자인스튜디오”에요. 로컬크리에이터의 장점이자 단점이 혼자서 ‘다양한’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협업을 생각하는 이유로 늘 드는 예시가 있어요. 혼자 하는 건 걸어 다니는 것과 같아요. 뚜벅이 여행자죠. 두 팀이 함께하면 자전거를 타게 돼요. 세 팀, 네 팀이 되면 렌터카를 타게 되는 거죠. 더 많은 일을 더 좋은 퀄리티를 내며 더 빠른 속도로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팀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플랫폼 쪽으로 풀어보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황: 이번에 <와디즈> ‘더넥스트메이커’ 펀딩으로 참여한 제품도 협업 제품이었죠?

◆최: 패브릭퍼퓸을 만들었는데요. <르플랑> 김기환 대표님과 라킷키 작가님이 함께 해주셨어요. 처음에 춘천 굿즈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닭갈비를 먹으면 냄새가 많이 배니까 패브릭퍼퓸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게스트하우스에 오신 손님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드리고 싶었죠.

김 대표님은 춘천을 워낙 자주 오시고 춘천의 매력도 잘 알고 계셔서 저희가 콘셉트를 잡고 어떤 향을 만들고 싶다고 의견을 드리면 조향샘플을 잡아주셨거든요. 그 과정을 1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또 패키지를 만들 때는 춘천의 일러스트를 넣고 싶었는데, 라킷키 작가님 작업이 마치 풍경화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부탁을 드린 건데요. 알고 보니 전혀 연고 없는 상주에서 남편분과 함께 정착하셨더라고요. 상주가 곶감이 유명하잖아요. 감으로 마스크팩을 만드는 펀딩을 <와디즈>에서 해보셨더라고요.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고 생각이 비슷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도 워낙 잘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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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춘천일기 부스 (사진 : 춘천일기 제공)

●황: 향과 관련해서 또 하신 활동이 있다고 들었어요.

◆최: 저희가 춘천에서만 활동하는 건 아니에요. 강원도 전체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활동하거든요. 이번에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공식 굿즈를 제작했어요. 앞으로 <춘천일기> 스테이 1층에 지역의 창작자와 콘텐츠를 소개하는 큐레이션 상점 ‘베리로컬’을 오픈하려고 하는데요. 영화제에서 부스로 먼저 소개를 했어요. 큐레이션 주제는 매번 바뀔 텐데, 이번에는 ‘향’이었어요.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결핍이 ‘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강릉의 커피향, 평창의 메밀향, 화천의 들기름향, 홍천의 포도향 등 향을 주제로 강원도 지역 창작자분들의 제품과 브랜드를 큐레이션 해서 소개하는 부스 운영을 했습니다.

●황: 앞으로 <춘천일기>의 행보가 궁금해요.

◆최: 게스트하우스와 연계해서 지역에서 살아보는 것들을 가볍게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을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저희가 목포의 ‘괜찮아 마을’과 같이 마을을 만들 수는 없지만, 춘천과 ‘썸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대부분의 지역정착프로그램을 보니 백수여야지만 참여할 수 있더라고요. 저희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지역살이를 경험할 수 있는, 지역과 썸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춘천일기>가 여행자, 로컬, 크리에이터분들과 함께 삶과 경험을 나누는 커뮤니티가 됐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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