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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지속가능성(1)] 지역가치창업① 모방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로컬의 활기

지역가치창업 첫 번째 이야기 - 인천 개항로프로젝트

이연지 편집장, 조희정 박사 승인 2021.09.15 18:55 | 최종 수정 2021.09.16 15:03 의견 0

최근 5년간 지역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시선과 방식으로 활기를 더하는 지역가치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이번 특집은‘키워드로 보는 지역가치창업 생태계’라는 주제를 정했다.

지역의 창업가, 창업가를 지원하는 기업, 일본의 사례 소개 이 세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지역가치 창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핵심 키워드를 뽑아보았다. 키워드의 의미는 지역창업에 관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직면하고 있는‘현장’의 고민 혹은 가치를 담고 있다. 플레이어들과의 인터뷰, 전국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일본 사례 등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역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있어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특집을 통해 수많은 지역의 플레이어들이 인사이트를 얻어 자신만의 키워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개항로프로젝트> 본부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인천 개항로본부에 처음 들어가면 누구나 당황할 것 같다. 건물 한 층의 공간이 휑 하기 때문이다. 큰 테이블과 십여개의 큰 액자가 벽면에 나란히 걸려있어 갤러리에 잘못 들어왔나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어리둥절한다”고 이창길 대표(이하 이 대장: 동네에서 불리는 호칭)는 유쾌하게 웃었다.

탁월한 추진력과 안정감을 가진 이 대장이 ‘개항로프로젝트’를 시작해 인천 개항로의 변신을 주도한 이유는 무엇이고 이곳에서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있을까. 개항로 활동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를 뽑아 달라고 했더니 주저하지 않고 ‘노포, 카피 불가능, 협업’을 꼽았다.

카피 불가능한 '노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상생하려 노력한다는 <개항로프로젝트> 이창길 대표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매개체이자 마중물, 노포의 가치 재창출

‘개항로프로젝트’는 오래된 것의 가치와 지역에 대한 정서를 아는 사람들이 시작했다. 1883년 개항으로부터 만들어진 도시, 인천 중구에는 한때는 인기 절정의 산부인과가 있었고, 끊이지 않고 밀가루를 들여오는 트럭 행렬을 받아 국수를 뽑던 제면소가 있었다. 지금 그곳들은 조명을 콘텐츠로 한 카페 <라이트하우스>와 <개항면>이라는 식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지역창업지원프로그램이나 도시재생프로그램이 있지만 그만큼 청년 스스로의 창업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지원’이 있어야 창업할 수 있다면 지원이 끊긴 경우의 자생력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개항로팀들이 노포에 주목했던 이유는 오래된 점포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단순한 동기는 아니었다.

개항로팀의 고민도 지속 가능성에 있었다. 노포의 어른들과 청년 장사꾼이 상생한다면,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가 같은 노포 공간에서 만난다면, 서울의 근거리라는 이유로 숙박의 필요성을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인천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을 것이고, 매력을 느껴 오래 머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만큼 지역의 문화와 경제가 풍성해져 개항로의 옛 부흥을 다시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해 노포에 주목한 것이다.

즉, 개항로팀에게 노포는 단순한 창업 소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경제와 새로운 경제를 연결하고, 연륜 있는 어른과 도전하는 청년이 연결되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지역의 매력을 환기시키는 마중물과 같은 것이다.

매개체이자 마중물로서의 노포를 파악하기 위해 이 대장은 개항로본부 반경 도보 20분 거리의 노포 60군데를 찾았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대를 이은 가게들, 그러나 업종이 다양한 가게들에 주목했다.

주목만 한다고 노포와 연결될 리 만무하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매일 같이 노포를 찾아갔고, 노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기 위해 2시간 가량 인터뷰한 내용을 영상으로 남겼다. 그렇게 노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노포에게 손을 건넸다.

인천의 노포들을 인터뷰하고 <개항로 이웃사람>이라는 내용으로 전시를 했다. <개항로프로젝트> 본부에 들어가면 이렇게 노포 어르신들의 사진이 한 쪽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일회용 개항로는 싫다”...지속가능한 고유의 매력

“카피가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비슷한 것들이 생겨난다. 카피가 되지 않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만의 철학이고 두 번째는 흘러간 세월이다”(이창길 대장)

개항로팀은 공간을 개조할 때 아무리 잘 만들어도 누군가가 카피할 수 있다면 굳이 인천을 찾아올 이유가 없어질 것 같다는 고민을 했다. 카피 불가능한 것이 뭘까 오랜 고민 끝에 철학과 세월을 담아 오래된 건물에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를 넣어 <라이트 하우스>, <개항로통닭>, <브라운핸즈> 등을 만들었다. 개발보다 재생이 우선이라는 원칙하에 각 건물과 공간의 용도는 팀원끼리 합의하여 정했다.

그 흔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결국 팀들이 소유하며 지키는 것이었다. 3, 4년 전 텅 비어있던 거리의 건물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20개 건물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모두 오래된 건물들이다. 이를 현대식으로 개조하지 않고 기존의 것을 남기면서 현재의 새로운 가치를 반영한 개항로만의 콘텐츠를 채워 넣었다.

“개항로 프로젝트를 통해 20여개의 공간을 개조하고 그동안 관계를 이어오던 노포들을 40개 알린다면 사람들이 개항로에 왔을 때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50-60개로 늘어난다.”

카피 불가능한 노포 사장님들의 고객을 대하는 태도, 인테리어, 분위기와 개항로팀의 새로운 가게가 어우러진 개항로에서 방문자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개항로팀도 노포와 결합하면 많은 이점이 있다. 그분들의 실력과 기술을 받을 수 있고 카피되지 않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개항로에 훗날 또 다른 팀이 와서 개항로 프로젝트가 재생시키고 개조한 공간을 매입한다면 어떤 부분은 유지하고 어떤 부분은 또다시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재생하며 두 번째 역사를 만드는 것. 예전의 것과 지금의 것이 조금이라도 이어지는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이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고립된 청년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다른 자원과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점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오랜 시간 교류를 통해 신뢰가 형성되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의심과 구박은 상수인 양 극복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을 성실하게 견뎌내면 막강한 사회자본이 구축된다. 어르신들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고 튼튼한 응원군이 되어준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그런 사회자본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결과적으로는 카피 불가능한 개항로 프로젝트만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다져나가는 중이다.

이창길 대표는 다양한 방면으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협업, 라이트한 컬래버 네트워크

개항로 프로젝트는 실체를 찾기 어렵다. 실체가 없어서 찾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전면에 형식을 내세우지 않는 느슨한 형태라서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개항로본부 사무실은 비어있는데 사람도 없다. 다들 근처 공간의 건물주들이고 그곳에서 영업을 한다. 돈을 벌어서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장사를 하는 독립적 형태로 생활한다.

일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회사가 있긴 하지만 그 회사도 메인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서로 같지 않으면 조직이 와해되기 쉽다”고 말하는 이 대장은 나름의 기준으로 팀을 모았고 팀원들과 느슨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크루(crew) 형태로 팀을 형성했다.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7명 정도의 사람들과 개항로에 와서 지금은 15명의 크루가 활동 중이다. 크루 멤버의 연령 또한 다양해서 그들과 어울려 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표 보다는 대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다만, 개항로프로젝트가 점점 커지면서 법인을 만들 필요가 있었고, 외부활동을 할 때는 개항로 크루의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다.

개항로팀은 개항로를 독점하지 않는다. 개항로의 주인은 개항로팀이 아니다. 개항로 명칭도 독점 소유한 것이 아니니 누구나 쓸 수 있다. 최근 개항로로 유입되는 새로운 사람들이 이 대장을 찾아 ‘개항로 명칭을 사용해도 되느냐’ 묻곤 하는데, 이 대장은 이 거리가 우리의 것이 아닌데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개항로팀들은 동료와의 협업 뿐만 아니라 ‘개항로 이웃사람’(노포) 60여곳, ‘개항로 젊은사람’(다른 팀의 청년들) 50개팀 그리고 ‘개항로 사는 사람’(주민)과의 협업을 통해 컬래버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시도한다.

최근에 시작한 ‘개항로맥주’는 37년생이신 어르신에게 글씨를 받았고, 포스터 모델은 멋있는 동네 페인트 가게 사장님이다. 그렇게 노포와 협업한다. 지역의 소방관과 간호사가 가게를 방문하면 혜택이나 할인을 해주는 환대 이벤트, 어린이집 아이들의 작품 전시 등을 통해 주민과 연결된다. ‘개항로 개항하다’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동네의 그래피티팀과 협업하여 독립운동가 전시를 했다.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영상이나 사진도 동네 사람들이 제작해준다.

협업은 윈 윈(win win)과 공생을 위해 한다. 누구 하나 손해 보는 사람 없이 성과를 내려면 반드시 같이 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이런 원칙으로 활동하다보니 협업의 범위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 나타난 재미있는 현상은 개항로팀 내에서 두 명, 세 명씩 연결되어 또 다른 창업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A라는 사람에게 3, 4개의 회사가 걸려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외부에서도 다른 전문 집단들이 협업하자고 제안한다.

<개항로프로젝트> 이창길 대표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여느 인터뷰에서 늘 나오는 마무리처럼 이창길 대장에게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스포일러 같아서 세부적으로 알릴 수는 없지만 ‘머무는 개항로’ 프로그램을 더 다져나가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저마다의 개항로를 느끼는 장면이 눈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렇게 개항로의 매력은 점점 더 무르익고 있다.

*이 기획은 비로컬,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더가능연구소가 함께 기획,취재,조사했다.

*이 기사는 더가능연구소 조희정 박사의 자문을 받았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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