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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지속가능성(1)] 지역가치창업③ 자연의 가치를 느끼며 지역을 정주행하다

지역가치창업 세 번째 이야기 - 평창 와우미탄

최근 5년간 지역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시선과 방식으로 활기를 더하는 지역가치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이번 특집은‘키워드로 보는 지역가치창업 생태계’라는 주제를 정했다.

지역의 창업가, 창업가를 지원하는 기업, 일본의 사례 소개 이 세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지역가치 창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핵심 키워드를 뽑아보았다. 키워드의 의미는 지역창업에 관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직면하고 있는‘현장’의 고민 혹은 가치를 담고 있다. 플레이어들과의 인터뷰, 전국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일본 사례 등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역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있어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특집을 통해 수많은 지역의 플레이어들이 인사이트를 얻어 자신만의 키워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와우미탄>을 함께하는 청년들 (사진: 와우미탄 제공)
<와우미탄>을 함께하는 청년들 (사진: 와우미탄 제공)

평창군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미탄면. 어름치 마을에 위치한 동강레포츠 사무실을 찾아가는 길은 산, 그리고 또 산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푸른 숲을 지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어름치마을로 들어섰다.

미탄면에서 활동하는 청년 조합인 <와우미탄> 최영석 단장은 어름치마을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청정 자연을 지키는 미탄 청년 공동체’라는 슬로건으로 운영되는 <와우미탄>은 <평창연화농원> 김은솔, <산너미목장> 임성남, 임성환, <청옥산농원> 이재용, <어름치마을> 최영석 다섯 명의 청년들이 함께 하고 있다. 평창 와우미탄의 활동 키워드는 청년, 로컬, 농업, 연결 그리고 지속가능성이었다.

<와우미탄> 최영석 단장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와우미탄> 최영석 단장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농사짓는 청년 조합

먼저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만난 지 이제 1년 반이 넘은 5명 미탄의 청년들은 농업회사 법인과 협동조합법인으로 존재한다. <와우미탄>에서 ‘와우(WOW)’는 ‘Wind’, ‘yOung’, ‘Water’를 의미한다. 또 미탄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다는 뜻에서 ‘미탄’을 넣었다. 육백마지기의 바람, 젊은 청년, 동강이라는 의미를 담은 ‘와우’는 자연 속의 청년, 미탄에 살고 있는 청년을 나타낸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가 그냥 1더하기 1더하기 1을 주욱 더하여 5가 되는 것이 아니라 10이상이 됐다. 그러면서 조금씩 더 확장하게 됐다. 우리도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서로 자기할 일 하느라 바쁜 사람들이 좋은 의미로 모였는데 조합까지 만들게 됐다.”

각자 자신의 일을 하던 청년 농부들은 마케팅 공부를 하려고 모였다가 <와우미탄>이라는 공동체를 운영하게 됐다. 농업에 농촌 관광을 접목시켜 미탄을 지속 가능한 마을로 만들자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가능하면 만장일치를 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한다.

<와우미탄>으로 연결된 장소들에 대한 스토리를 소개하고 입장권처럼 뜯어서 사용할 수 있는 와우미탄 패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와우미탄>으로 연결된 장소들에 대한 스토리를 소개하고 입장권처럼 뜯어서 사용할 수 있는 와우미탄 패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미탄이라는 지역

육백마지기 고원은 차박 캠핑 장소로 유명하다. 15~18만 평 가까이 되는 넓은 들에 바람이 많이 불어 풍력발전기가 있다. 몇 년 전 군에서 샤스타 데이지 꽃을 엄청나게 심으면서 2019년부터는 차박 캠핑 장소로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주변에 상가 하나 변변히 형성되어 있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육백마지기를 즐기고 나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곤 했다. 그들을 미탄 시내에 들르게 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와우미탄> 청년들은 ‘농업’과 ‘관광’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1년에 5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지만 그게 마을이나 주변 스팟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와우미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20년 ‘미탄 소풍’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농장과 농장을 연결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면서다.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자연 뿐이다. 미탄면에는 1,600여명이 사는데, 평창군 제일 남부에 있고 제일 낙후되어 있어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고 사람도 많이 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덕분에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와우미탄>에게 로컬의 의미는 지역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탄다움’이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도시와는 전혀 거리가 멀지만 잘 보존된 자연이 있고 그 자연을 활용하여 미탄의 지역색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권이 없다는 점은 어쩌면 관광 측면에서 불리함으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이 부분을 장점으로 전환시키고자 활동을 전개했다. 2020년에 진행한 ‘미탄 소풍’ 프로그램에서는 지도와 포스터를 만들고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게 설계를 했다. 두 군데 이상을 방문하면 꿀, 잡곡 세트, 흑염소 엑기스, 다래청과 같은 기념품을 제공했다. 또 짚라인을 포함한 액티비티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마을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와우미탄>은 농업을 강조하며 자연과 함께하고자 하는 명확한 미션을 가지고 있다. (사진: 와우미탄 제공)
<와우미탄>은 농업을 강조하며 자연과 함께하고자 하는 명확한 미션을 가지고 있다. (사진: 와우미탄 제공)

◆농업을 기반으로

관광객이 매번 많으면 좋겠지만 외지인의 방문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이 관광업이라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농업과 관광을 두 축의 가치로 수립한 <와우미탄>의 원칙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관광으로 5만 명이 왔던 곳인데 코로나 때문에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0%로 곤두박질 쳤다. 농업을 강조하는 이유다. 1차 산업이 없으면 이런 식으로 위기가 발생할 때 버틸 수가 없다. 그 위에 관광업을 얹으면 부가적 수익이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므로 농업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가치다.”

물론 관광에서의 가치도 일방적인 자연 홍보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미니멀 캠핑을 통해 좀 더 소비를 줄이면서 생태친화적인 캠핑의 의미를 알리고, 액티비티를 하더라도 지역에서 소비되는 순환구조를 만들면서, 일회성에 그치는 관광이 아닌 지역의 의미와 삶의 의미를 연결하는 자연주의 가치관광의 구조를 계속 만들어간다.

◆‘사람-공간-시간-자원-소식’을 잇다

‘나만 성공하겠다, 나의 뜻이 옳다’고만 하면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공감해줄까. ‘그래, 너 똑똑하고 장하구나. 팍팍 밀어줄게’ 이런 분위기가 절로 형성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모두 살아가는 일이 바쁘고 자기 자식은 자기보다 더 나은 일을 하면 좋겠고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 땅의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갖고 있는 기대감의 본질은 무엇보다 ‘더 나은 삶’인 것 같다.

미탄의 청년농부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가장 큰 반대는 그들의 부모님들이었다. 농사 안 짓고 무슨 일을 하는 거냐고 우려하는 부모님들을 설득하기 위해 부모님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일단 가족의 이해와 가족과의 연결이 중요했다. 한번 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계속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부모님들을 이해시켰다.

내부적으로 부모님들과 연결되는 것 외에 지역 주민과의 연결도 중요했다. 우선 응원을 만들어야 했다. 의기소침하고 침체되어 있던 지역에 청년의 활기를 제공하면서 주민과 연결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2021년에는 지역 화폐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평창그린투어사업단’과 협력해 육백마지기 꼭대기에서 평창군에서 생산한 농산물 꾸러미를 팔았다. 그리고 농산물 값어치 만큼을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3일정도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이를 통해 인근 식당 등이 활성화 되면서 많은 응원군이 생겼다.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이제는 미탄 인근의 정선 지역과도 결합한 관광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있는 것을 잇는다’는 의미의 <이따-이따 프로젝트>는 사람, 공간, 시간, 자원, 소식을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2021년에는 청년공동체를 활성화 하고 지역과 사람을 잇는 작업을 했다면 2022년부터는 미탄에 청년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새로운 청년들이 유입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탬프 투어로 만들었던 '미탄소풍'. 관광객들이 미탄이라는 지역을 제대로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사진: 와우미탄 제공)
스탬프 투어로 만들었던 '미탄소풍'. 관광객들이 미탄이라는 지역을 제대로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사진: 와우미탄 제공)

◆미탄을 정주행하다

창업이 직업도 아니고 창업 단계에만 머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업이든 활동이든 계속 하려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24시간을 해도 모자라다.

“우리는 여기에서 평생 살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우리 사업만 잘되고 돈을 잘 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지역이 같이 움직여줘야만 가능하다. 이제 어느 정도 지역이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와우미탄 2기가 생기면 그들 나름대로 미탄을 이끌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와우미탄 1기의 핵심 콘셉트가 농업과 관광이었다면 2기는 또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정주행하는 것처럼 와우미탄을 정주행 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2021년이 시즌 1이라면 2022년은 공동체활동과 사업화를 통해 시즌 2가 이어질 것이다.”

복잡한 성공방정식이 아니라 농업과 자연주의 관광이라는 심플한 원칙을 기반으로 미탄이라는 지역에 집중하고 주민들이나 인근의 지역과도 상생을 도모하려는 <와우미탄>의 튼튼한 의지는 육백마지기 고원에 높이 뜬 별들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들의 시즌 2를 정주행하고 싶다.

*이 기획은 비로컬,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더가능연구소가 함께 기획,취재,조사했다.

*이 기사는 더가능연구소 조희정 박사의 자문을 받았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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