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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지속가능성(1)] 지역가치창업⑤ 로컬 커뮤니티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지역창업 생태계

지역가치창업 다섯 번째 이야기 -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팀 조희정 박사

최근 5년간 지역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시선과 방식으로 활기를 더하는 지역가치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이번 특집은‘키워드로 보는 지역가치창업 생태계’라는 주제를 정했다.

지역의 창업가, 창업가를 지원하는 기업, 일본의 사례 소개 이 세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지역가치 창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핵심 키워드를 뽑아보았다. 키워드의 의미는 지역창업에 관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직면하고 있는‘현장’의 고민 혹은 가치를 담고 있다. 플레이어들과의 인터뷰, 전국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일본 사례 등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역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있어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특집을 통해 수많은 지역의 플레이어들이 인사이트를 얻어 자신만의 키워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연지 편집장(이하 ‘이’): 이번 팟캐스트는 <대한민국 로컬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기획과 취재를 함께 했던 조희정 박사님 모셨습니다.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조희정 박사(이하 ‘조’): 네 안녕하세요.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의 조희정입니다.

◇이: 박사님과 함께 지역 가치 창업 그리고 기업의 사회공원 그리고 일본의 사례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로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먼저 이번 기획을 왜 시작하게 됐는지 짚어보고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하는 기획취재 지원 사업에서 국민 제안 주제 중 하나인 ‘대한민국 로컬의 미래’를 바탕으로 기획을 세운 건데요. 저희가 로컬을 중점적으로 취재하는 미디어잖아요. 저희도 로컬의 미래에 대해서 언제나 궁금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로컬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잡아 보았습니다. 기획을 하는 과정에서 조 박사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조: 이번 기획에서 저희가 중점을 두었던 것은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치 창업입니다. 지역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창업이나 지역을 바탕으로 한 창업이 본격화 된 지 5년 정도 됐는데, 최근의 현상이거든요. 2010년대 후반부터의 현상이라고 파악되는데요. IMF나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영향을 받기도 했고, 더 이전으로 올라가면 2000년대 초반 IT를 중심으로 한 벤처 창업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1인 창업이 많았는데, 201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 간 창업의 흐름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보통 자영업의 사이클이 3년, 5년, 7년이고 견디면 10년 이렇게 가는데 대부분은 3년 정도에서 좌절하는 부분이 많잖아요. 이런 상황을 감안했을 때 1인 창업자가 어느 정도 스케일업이나 빌드업을 해야 하는 단계에서 비로컬과 저희 연구팀에서 실질적인 키워드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지역가치창업자’들을 봤을 때 1인 창업보다는 커뮤니티 창업자들 중심으로 어느정도 주변 네트워크 확장 가능성이 있는 분들을 만나고 왔어요. 성장을 염두에 둔 지역가치 창업자들에게 이런 창업도 있더라고 쉽게 설명을 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 그렇습니다. 조금 거창하긴 하지만 대한민국 로컬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또 생존해 가는가를 중점적으로 파악해보기 위해서 지역의 로컬 창업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취재를 했고요. 또 로컬과 함께 생존하려는 기업들의 사회공원 사업들도 취재를 해보았습니다. 이어 일본에는 어떤 사례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았는데요. 조 박사님께서 지역 창업 관련 설문조사도 진행을 해주셨어요.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 9월에 저희 비로컬에 연재가 될 텐데요. 기사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번 팟캐스트를 통해서 전달해보고자 합니다.

◇이: 먼저 이번 시간에는 지역 가치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앞서 조 박사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저희가 커뮤니티를 중점적으로 약간 느슨한 연대를 강조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가치창업가들을 만나고 왔어요.

첫 번째로는 인천의 <개항로프로젝트> 분들을 만나고 왔고요. 또 공주에서 청년 마을 자유도를 운영하고 있는 <퍼즐랩>, 충북 괴산의 청년 농부 조합 <뭐하농>, 평창군 미탄면에 있는 <와우미탄> 조합 등을 만나고 왔습니다. 이 지역가치창업가들의 공통점은 뭐가 있을까요?

●조: 네 지역가치창업자들의 특징은 지속 가능성을 깊게 생각한다는 건데요. 사업하는 누구나 오래 하고 싶겠죠. 그리고 잘하고 싶고요. 그런데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는 방식이 예전과 좀 다른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가령 내가 창업했고 그다음에 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들어왔을 때 전통이 굉장히 강하게 있기 때문에 그 새로운 전통을 계속 고수하고 싶어 하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분들이 굉장히 쿨하게 ‘나 이후에 이 지역에서 또 누가 창업을 하면 내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라든지 아니면 본인이 생각했던 가치를 교집합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열린 결말처럼 둔다는 거죠. 이후에 오는 후배? 청년들 혹은 어떤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보전해주는데, 나머지는 그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가치나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는 거예요. 같이 잘 어우러지기를 강하게 의무화 시키지 않는 다는 점이 오히려 쿨하고 매력적이더라고요.

◇이: 자신들의 색깔을 그대로 입힐 수 있는 사람들이 오기보다는 먼저 우리가 자리 잡은 위치에서 이런 정보를 전달은 해 주겠지만, 후에 오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다시 형성하기를 바라는 그런 모습이었죠.

●조: 그게 약간 디지털 노마드 특성하고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유동적인 생활이라든지 아니면 약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사는 것 자체가 별로 낯설지 않은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어하고 구속하고 싶어하고 끈끈해지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좋다 나쁘다는 부분이 아니라, 그런 면에서 결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그러니까 지금 나타나고있는 지역가치창업의 경우 소셜벤처의 특징과 굉장히 중첩 돼 있죠. 소셜벤처, 로컬벤처 등 여러 개념들이 있는데, 이런 개념을 확정시키는 건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난 다음의 문제이겠지만, 어쨌든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한 애착심, 지역에 대한 집중, 지역 청년과 이주 청년, 이들이 어울려 사는 건데요.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강하고 지역에 집중한다고 ‘너무 구속하면 사람들이 안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음으로 공통적으로 재미있는 건 이제 사람들에게 학습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는 점이에요. 이전에는 어떤 지역을 힙하게 만들고, 카페를 하든 서점을 하든 게스트하우스를 하든 마을 호텔을 하든, 이런 걸 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의 주범인 것처럼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도 그걸 모를 리가 없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학습효과가 되어 있어서 단단하게 결심한 것 같더라고요. 그게 협동조합 형태나 사회적기업의 형태 등으로 나타나는 것 같고요. 젠트리피케이션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우리끼리 각출을 하든 어떻게든 해서 소유를 해서 끌고 간다.

◇이: 우리가 만든 터전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유로 밀려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셨죠.

●조: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응력과 물적 토대를 가지고 간다는 부분도 뭐랄까 장삿속으로 들어오는 부분들을 막으면서 조금 더 본인들과 결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은다든지, 지역에 대해 다른 결로 활동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는 게 굉장히 절실한 거죠. 솔직히 창업도 사업이니까 유지가 돼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인적 기반뿐 아니라 물적 기반도 생각하는 게 더 형태가 선명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게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개항로 본부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개항로 본부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이: 비슷한 점이 있다면 각 커뮤니티마다 차별화된 점도 있었어요. 각자의 특징이 굉장히 뚜렷하게 보이기도 했는데요. 박사님께서 보셨던 특징은 어떤 점이 있었나요?

●조: 4개 사례가 너무나 독창적이고 재미있었어요. 정리하면서 키워드가 3개~5개로 나왔는데 키워드가 많다고 의미가 더 강조되는 건 아니고요.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한 키워드죠.

개항로 같은 경우는 이창길 대장님이 확언하셨잖아요. 카피 불가능. 그다음에 서울에서 인천이라는 거리가 어떻게 보면 되게 가까운 거리인데도 사람들이 일박은 하지 않으니까, 머물게 하려고 노력하고, 카피 불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노포를 강조하고 노포 주민들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끌고 왔죠. 이게 이창길 대장의 네트워크 능력인 것 같기도 하고요. 또 개항로는 독점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인천에 1박을 하는 것보다 더 머물게 하려는 것. 좀 스트레이트 포워드한 표현이지만 ‘일회용 개항로는 싫다.’ 이런 부분이 굉장히 선명했고요. 개항로 본부 사무실 갔을 때 여기가 갤러리인지 사무실인지 보통의 사무실과 굉장히 달랐잖아요. 그게 결국 개항로 네트워크의 특징 같아요. 빈 공간에 아무나 와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개방성. 또 라이트한 컬래버레이션 네트워크들이 재미있었고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건물을 계속 사들이고요.

◇이: 개항로는 이창길 대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커뮤니티이면서도 이창길 대장의 리더십 때문만이 아니라 거기 같이 모여 있던 크루들이 진짜 그 결에 너무 공감을 하고 힘을 실어주고 싶어 하고 그래서 따라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조: 그 크루의 연령대가 넓다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너 대장해라” 그래서 어르신이 대장이라고 했다고. 그러니까 보통은 통상적으로 대표라고 부르잖아요. 잘 모르는 사람은 저 사람 왜 대장으로 부르지 이런 거 되게 궁금할 것 같은데, 그런 거 자체를 호방하게 얘기하고 웃고 그런 부분들이 참 탄탄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주 <퍼즐랩>의 공유스페이스 <업스테어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공주 <퍼즐랩>의 공유스페이스 <업스테어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이: 그게 개항로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다음으로는 공주를 갔는데 공주는 또 인천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어요.

●조: 가령 창업을 하러 간다거나 우리가 힙하다고 매력적으로 느끼는 지역들이 있잖아요? 누가 들어도 거기 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역이 있죠. 그런데 공주는 사실 조금 더 오래된 세대들에게는 그냥 교육의 도시? 조용한 곳. 이럴 수 있어요. 그런데 처음에 권오상님이 봉황재부터 시작한 거잖아요.

이번에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 되면서 자유도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자유도라는 콘셉트가 정말 좋은 거죠. 외지인이나 방문자나 주민들이 봤을 때 일단 ‘자유’라는 말이 편안해요. ‘도(度)’에서 약간 막히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러니까 ‘내가 자유도가 높아야 하나’ 그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뭔가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다음에 커뮤니티 베이스가 굉장히 세다는 부분과 거기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한다는 점이 특징이죠.

우리 인터뷰할 때도 주민들이 놀라울 정도로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느 지역이나 그렇지는 않잖아요. 주민들이 그렇게 뭔가 적극적으로 나올 때 교육의 고장이라서 하숙생들을 가르쳐주던 하숙 집 주인의 마인드도 약간 반영돼 있다 뭐 이런 식의 얘기들도 있었지만, 낯선 사람들이 가서 쭈삣쭈삣할 수도 있는데 주민들이 그렇게 적극적이고 호의적으로 손을 먼저 건네면 정말 좋은 거죠. 그래서 주민과의 공존이라는 부분이 되게 잘 작동하는 것 같았고요. 역시 <퍼즐랩>의 팀들이 그런 부분에 신경 써서 주민들한테 더 다가가는 부분들도 있는 것 같고요.

프로젝트를 받는 것도 특징이었어요. 정부 프로젝트 기획서 쓰는게 굉장히 힘들다고 하는데요. <퍼즐랩>은 “우리 이런 거 했어요. 이걸 더 빌드업 하거나 넓히거나 색다르게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을 한다는 거죠. 그걸 위해 축적한 자료들을 우리가 봤잖아요. 2년 정도 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어떤 프로젝트를 하기에 준비된 상태였다는 게 인상적이었죠. 벌써 6기, 7기 이렇게 넘어가니까 청년마을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요.

다음으로는 휴먼 인프라 플랫폼이라고 할까요. 관계안내소처럼. 관광 안내소처럼 상품 팔고 끝나는 게 아닌 관계인구를 만드는 역할을 <퍼즐랩>이 하는 것 같아요. 또 여기도 굉장히 개방적이고 유연했죠. 우리만 해야된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요. 네트워크에 있지 않은 지역 내 창업자들과도 일정 정도 수익을 공유 하고 있었고요. 사람들이 많이 오면 지역 내 숙소, 카페, 식당들을 연결해주고 쿨하게 ‘우린 소개를 하는 것 뿐인데, 온 김에 여기 여기 가면 좋은 분들 만날 수 있다’라는 거죠. 상상을 해보면 여행을 가든 창업을 하러 가든 그런 사람들이 있으면 좋잖아요. 그런 역할을 하니까 관계안내소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다른 지역도 그런 게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참가자로 공주 왔다가 스태프 되고 강사 되고 그랬다는 이야기도 정말 좋은 거죠. 이런 활동의 특징도 다른 지역에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관계안내소라는 표현을 해 주셨는데 정말 적합한 것 같은 게 그 동네에 사실 뭐 ‘창업을 해야지’라고 생각해서 간 게 아니라 그냥 놀러 갔다가 <퍼즐랩>의 프로그램을 경험하거나 지역분들을 만났다가 ‘이 동네 좀 신기하네’ 해서 하루 더 자고 가야지 이런 식으로 그 지역을 경험해보다가 나중에는 진짜 프로그램 참가자에서 스태프가 되기도 하고, 내가 직접 창업을 하기도 하는 그런 연쇄 효과가 굉장히 많이 일어난 지역이었다는 인상이 저도 깊게 남아 있고요.

그리고 주민분들이 참여를 많이 해 주신 부분도 나중에 들어보니까 권오상 대표님이 그 지역에 오기 전에도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 그런 활동들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활발해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제 권오상 대표님이 오시고 이제 <퍼즐랩>에 관련된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어떤 하나의 네트워킹이 형성되고 서로 연결이 되었던 거죠.

<와우미탄> 조합의 일원인 <산너미목장> (사진: BELOCL 장군 에디터)
<와우미탄> 조합의 일원인 <산너미목장> (사진: BELOCL 장군 에디터)

◇이: 다음으로는 저희가 평창에 <와우미탄> 협동조합을 다녀왔어요. <와우미탄>의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조: <와우미탄> 하고 괴산 <뭐하농>. 다음에 얘기할 이 두 곳이 아이템이 어떻게 보면 좀 비슷하잖아요. 농사, 농업, 농부, 자연 이 핵심인데요. 다만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와우미탄> 같은 경우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를 했는데요. 농사를 짓는 청년 조합으로 <와우미탄> 네트워크 안에 있는 독립된 사업 주체들, 그리고 그 청년들이 그들의 활동을 독립적인 사업체를 유지하면서 굉장히 잘 되고 있죠. 그런데 왜 모였을까. 우리가 한번 뭉쳐보자 이런 의미였죠. 그리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뭔가를 더 해보자는 의미가 있었을 텐데, 청년 조합이라는 부분이 재미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농사를 지을 경우에 사실 굉장히 바쁘잖아요. 자주 볼 것 같아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서로 만날 일이 지역 내에서 많이 있을까 싶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데 힘을 모은 부분이 인상 깊었고요.

무엇보다 미탄이라는 지역 자체를 강하게 드러낸 것도 의미가 있었어요. 저도 이번에 취재하고 조사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됐는데요. ‘육백마지기’가 차박으로 유명해서 몇 천 대, 몇 백 대의 차들이 온다는 거죠. 그런데 차박만 하고 미탄면으로는 가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게 인터뷰에서 엄청 느껴지잖아요. 그 안타까움이 결국 조합으로 뭉치게 된 계기가 된 건데, 특히나 후계농인 분들한테 부모님들이 왜 농사를 짓지 않고 노느냐고 하니까 부모님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보통은 부모자식 간에 이런 논쟁이 생기면 “할 거예요!” 이런 식의 통보나 적당한 의논이지 사업체 사업 설명회 하듯이 하지는 않잖아요. 정말 어떤 준비가 돼 있었고 그 각오를 표현하는 그런 부분들이 재미있었는데요. 그 안에서도 미탄이라는 지역 정체성을 깊이 고민한 부분들이 특징이었고요.

또 생산하는 산물들에 대한 애착심과 그 것들을 가공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부분들도 놀라웠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사람, 공간, 시간, 자원, 소식 등을 이어가려는 부분이에요. 부모님들께도 설득을 하면서 연결점을 만들었고, 이 청년 조합이 움직이니 부녀회 등 마을 사람들이 와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했다는 부분들이 결국 지역이 연결되는 거거든요. 산 하나만 넘어도 마을의 특색이 다르다고 하는데 정선하고도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연결했다는 점도 인상적이고요.

이 모든 특징을 아울러서 미탄의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미탄을 넷플릭스 시즌 정주행하는 것처럼 ‘미탄을 정주행 해달라’고 표현하게 되는 부분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사실 지역을 정주행한다는 개념은 한 번 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지역을 구독한다’는 개념은 있거든요. 그런데 구독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계속 본다는 뜻이잖아요. 빨리감기 하지 않고요. 이 개념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이: <와우미탄>의 최영석 단장님이 “미탄을 정주행 해주세요”라고 직접 표현해주신 말씀이었는데요. 이 곳에서도 그랬거든요. 후에 <와우미탄>과 같은 다른 청년 조합이 생길 경우에 우리와 똑같이 하기 보다 그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그들의 시선에서 미탄을 바라보고 해석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우리 <와우미탄>이 만든 시즌이 있으면 후에 활동하는 청년들이 만들 시즌도 있을 거니까, 이어지는 일들을 시즌처럼 생각하면서 미탄이라는 지역을 정주행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었어요. 저도 인터뷰하면서 이 부분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조: 저희가 방문했던 곳들이 대체적으로 본격화된 지 5년은 안 넘은 데란 말이에요. 그런데 거기서 다 그런 얘기를 들었단 말이에요. 초기에는 안 그랬거든요. 초기에 저희가 인터뷰하고 돌아다니고 때는 ‘다음에 하는 사람들’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나의 생존 그리고 같이 할 친구를 찾고 싶다. 이런 얘기들은 왕왕 들었었는데 미래까지 생각하지 않았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취재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부분들이 조금 더 실감나게 다가왔는데 그만큼 환경이 좀 무르익었다 이런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농업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뭐하농>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농업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뭐하농>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이: <와우미탄>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괴산의 <뭐하농>이라는 조합도 있었어요. 여기는 ‘뭐하는 농부들’을 줄여서 <뭐하농>이라는 이름을 짓고 활동하고 있죠.

●조: <뭐하농>은 ‘청년 마을’ 사업에 선정 됐잖아요. 후계농도 있지만 대부분 도시에서 전문직을 꽤 했던 분들인데, 농사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정말 실감나게 이야기를 하셨단 말이죠. 그러니까 자연을 접하면서 사람이 도시에서 느끼는 것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냥 자연 풍광을 보고 느끼는 여유로움이 아니라, ‘내 시간, 내 존재, 내 삶’ 이런 것에 대한 평온함을 표현하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농업이나 어업을 생각하면, 손이 흙범벅이 되도록 고되게 매일 일을 하는데 자연재해라도 만나면 상품 가격도 제대로 못 받고 그러면 부모님 세대처럼 계속 고생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새벽부터 밤까지 고생을 했는데 남는 돈도 없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개념이 아니라 아예 농업에 대한 가치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다는게 흥미로웠어요.

더 재미있었던 건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농업과 다르지만 접목시키려 한다는 거죠. 농부가 세미나를 열면 그것도 농업의 영역이고, 농부가 포럼을 열면 그것도 농업이라고 표현하면서, 농업을 기초로 다른 곁가지들을 펼치며 농업의 영역을 확장시킨다는 부분이 굉장히 전략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러면서도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까지 생각할까 싶더라고요. 이 일을 하고 있는 <뭐하농> 주체들이 정말 좋아서 이 일을 하니까 이 곳에 오는 사람들도 그걸 느끼는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청년 마을 했던 분들이 모두 다 괴산에 남았다고 했잖아요. 괴산 인구 기준으로 13명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제대로 남아서 자기가 할 거를 찾았다는 건데 굉장히 고무적인 숫자죠. 굉장히 소중한 숫자고 그분들을 통해서 네트워킹이 또 넓혀질 수도 있는 거고요. 물론 다 농업을 하시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괴산을 베이스로 해서 청년들이 남았다는 부분들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다음에 채소 단맛 얘기하는 것도 너무 너무 실감 났었는데, 저도 오이를 막 따면 그렇게 단맛이 나는데 그게 유통 과정 수분이 날아가면서 쓴맛으로 변질되는 건지 몰랐어요. 길러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생생한 지식이죠. 그러니까 누가 봐도 본인들이 기른 농산물로 안전하게 만들어서 1년 동안 연구해 가지고 그 농산물을 채소디저트카페라는 콘셉트로 반영하고, 시즌마다 바뀌는 시그니처 메뉴 개발을 하잖아요. 안 갈 이유가 없는 거죠. 그리고 한 번 가지 않게 되겠죠. 그 다음 시즌에 또 뭐가 나올지 궁금할 거고.

그다음에 이분들은 ‘청년 마을’ 프로그램을 굉장히 많이 돌리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너무 재밌있더라고요. 어느 때는 주변 마을도 가고 어느 때는 사업했던 분들 리더를 데려와서 강의를 듣기도 하고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서 먹어보고 얘기하고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그림이 너무 상상이 되고 그런 걸 위해서 여기도 공간이 필요하니까 앞으로 확보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했죠.

◇이: <뭐하농 하우스>라는 카페에서 채소디저트카페 운영을 하고 있고 그 뒤편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이번에 자리 잡기로 한 13명의 친구들을 위한 공간을 또 만드는 거죠.

●조: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농촌을 제대로 알리려고 작정을 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콘셉트로 ‘청년 마을’ 선정이 됐다는 것. 올해 12군데가 됐는데, 같은 청년 마을이면서도 그 안에서 어떤 창업 생태계를 보여주는가.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그 창업 생태계 속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하는가. 그래서 ‘청년 마을’ 하고 있는 공주랑 괴산이 만나서 서로 너희는 어떤 청년마을을 하느냐며 서로 교류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농업이라는 부분이 1차 산업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여태까지는 사실 중요하다 하면서도 도시인을 위한 일회성 체험 프로그램이 많았고, 아니면 스마트농업만 너무 강조한다든지, 6차산업화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식으로 강제 적용하는 느낌이었는데요. <뭐하농>은 굉장히 순차적이고 편안하게 무엇보다도 참여자들이 행복해 보이니까 같이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끔 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저희 지금 너무 미화하고 있나요.(웃음)

◇이: 그런데 저도 그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일단 <뭐하농>의 이지현 대표님께서도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농사짓는 게 좋아요”라고 말씀을 하실 정도였으니까요. 더 좋았던 거는 그 1차 산업의 소중함을 알린다는 점이에요. 사실 이건 예전에도 있었던 개념이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에서 농업이라는 어떤 산업의 영역을 확장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게 참 저는 좋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에는 후계농들도 부모님들이 그동안 생산에 집중을 했다면 그걸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요. 패키징이라든지 아니면 이걸 어떻게 2차 가공할지 등을 고민하는 후계농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런데 <뭐하농> 같은 경우에는 그 농업의 영역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본인들이 만든 그 농산물을 가지고 생산에서 그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경험으로만 그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패키징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말 그대로 그 산업의 가치를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프로그램 진행을 한다는 점에서는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조: <와우미탄>에서도 얘기했던 건데 미탄에 관광객들이 차박하러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 굉장히 타격을 많이 받았다고 그랬잖아요. 관광은 사실 외지인한테 의존하는 거기 때문에 기복이 심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농업이 더 중요하다. 1차 산업은 무조건 갖고 가야 된다고 강조한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정말 중요한 말인데, 청년들이 제조업이나 1차 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조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이: 결국에는 로컬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면서 그 지역에서 그들의 가치를 추구하는 창업의 형태로 지속가능성을 로컬이라는 곳에 계속 심어주고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희 <비로컬>이 늘 얘기하듯이 그 로컬이라는 게 어떤 지역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각 플레이어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 가치관과 그들이 그리는 세계관. 이게 곧 또 다른 하나의 로컬로 정의 내려지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그 세계관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 느슨한 연대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이런 조합이나 법인의 형태로서도 활동을 하고, 또 2세대 커뮤니티까지 양성하는, 그런 미래를 그리면서 지속가능성을 계속 이어가고자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봤을 때 앞으로 또 로컬에는 어떤 바람이 불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박사님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셨나요.

●조: 일단 양적인 부분에서는요. 그러니까 허수가 아닌 실수로 잡히는 정확한 통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소상공인의 비율은 굉장히 적어요. 그러면 지역가치창업자도 아마도 소상공인 포지션에 있을 것 같아요. 비율적으로 양적으로는 적지만 던지는 메시지가 굉장히 지금 세대의 가치나 이런 부분들을 함축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첫 번째고요. 그렇게 던지는 가치들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죠. 주장하는 가치들을 문장으로 하면 사실 교과서적일 수도 있어요. 농업이 중요하다는 걸 누가 몰라요. 그런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 이런 부분들 보면서 저는 연구 초창기보다는 사례가 많아져서 훨씬 더 즐거운 부분들이 있는데요. 연구자 관점으로는 이런 걸 잘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질적 가치들이 더 많이 보이면 좋겠어요. 더욱 선명하게. 그리고 그 가치가 더 다양하게 보여야 한다는 과제가 있고요. 또 하나는 연대 같은 거죠. 유대. 사실 지역 주민과의 유대가 꼭 당위인가라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모두가 다 지역에 유연하게 흡수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런건 차치하고라도 지역가치창업자들끼리의 교류가 물론 어렵지만, 네트워킹이 잘 되면 좋겠다 싶어요. 네트워킹이 되지 않으면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까지 한 5년 동안 그런 움직임이 잠깐 있다가 사라졌지?’ 이렇게 될 수 있어요. 마치 2000년대 초반에 정부가 막 지원해주던 IT 벤처들이 있다가 사라졌지 하는 것처럼. 물론 그 베이스로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된 부분도 있지만 그러기엔 그 때 투자 규모가 굉장히 컸는데, 몇 몇 기업만 살아남은 부분도 없잖아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가치를 어떻게 계승할거냐는 부분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해요. 노동조합 이런 거 말고, 네트워킹을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형성하느냐가 과제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그런 측면에서는 저희가 앞서 소개해드린 네 군데에서 로컬 커뮤니티의 좋은 사례로 선례를 남겨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저희 지금까지 ‘대한민국 로컬의 미래’라는 좀 거창한 주제였지만 로컬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그중에서도 로컬 현장에서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지역 가치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조희정 박사님과 나눠보았습니다. 로컬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 또 로컬에서 활동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지역가치창업에 관한 설문조사>

"로컬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설문조사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오디오클립을 들어보세요.

*이 기획은 비로컬,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더가능연구소가 함께 기획,취재,조사했다.

*이 기사는 더가능연구소 조희정 박사의 자문을 받았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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