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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지속가능성(3)] 일본의 지역재생① 지역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관계인구’

조희정 박사 승인 2021.09.30 17:02 | 최종 수정 2021.10.01 14:16 의견 1

최근 5년간 지역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시선과 방식으로 활기를 더하는 지역가치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이번 특집은‘키워드로 보는 지역가치창업 생태계’라는 주제를 정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지역재생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와 행정이나 제도 환경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례들도 있다. 무조건 모방할 것도 아니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도 아닌 관점에서 어떤 사례든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역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있어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특집을 통해 수많은 지역의 플레이어들이 인사이트를 얻어 자신만의 키워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본의 지역재생에 접근할 때 자주 접하게 되는 용어들이 있다. 관계인구(지역 응원인구, 2016년), 지역부흥협력대(도시청년 파견, 2009년), 로컬벤처(지역창업, 2009년), 고향납세(지역 기부금, 2008년), 지방창생(지역재생, 2014년), 마을/지역만들기, 콤팩트 시티(compact city, 압축도시) 등이다.

일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개념으로 적용되고 있다. 일본의 개념을 그대로 베껴와서 적용했다기 보다는 지역재생을 위해 사람과 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비슷한 개념도 있고 아닌 개념도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위 개념에 대한 사회 일반의 합의가 있는 경우도 있고 아직 형성중인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불완전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지역재생과 지역의 변화 흐름을 보자. 우선 사람이 변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역에 살거나 나고 드는 사람으로는 주민, 이주자, 관광객이 있다. 그런데 새로운 계층의 유입인구가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주를 돕기 위해 문화부 관광두레사업에서 선정한 관광두레PD는 중간지원활동가로서 이미 9기까지 활동하고 있다. 청년의 지역유입을 돕기 위해 일본에서 만들어진 지역부흥협력대와 유사한 제도로 경상북도에서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실시했다. 그리고 주민과 이주자 역시 다변화되어 여러 분야의 지역가치창업자들도 늘고 있다.

관광두레PD

https://tourdure.mcst.go.kr/user/member/pdMemberList.do

일본의 지역재생 전문잡지 <소토코토(SOTOKOTO)> (사진: 소토코토 홈페이지)

◆ 새로운 사람의 형성, 관계인구

관계인구는 일본에서 2016년부터 소개되었고, 국내에서도 2018년부터 몇몇 지자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개념이다. 2020년 9월, 일본 국토교통성의 조사에 따르면 주요 3대 도시권에 적어도 1,800만 명이 넘는 관계인구가 있다. 적지 않은 규모이다.

관계인구는 ‘정주인구와 교류인구(관광) 사이에 존재하는 인구로서 지역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거나 참여하는 인구층’을 의미한다. ‘소비와 납세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과 관계를 형성하는 인구’라는 정의도 있다. 돈을 뿌리거나 세금을 내지 않아도 지역재생에 기여하는 부분이 틀림없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재생전문 잡지 <소토코토(SOTOKOTO)>의 사시데 가즈마사(指出一正) 편집장은 ‘관광 이상, 이주 미만의 개념으로서 특정 지역과 계속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관여하는 제3의 인구’라고 정의한다. 기존의 협의적인 관광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과 이주자 그리고 그 운영 자체를 ‘자원’으로 하여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육성하자는 전략이기도 하다.

소토코토

https://sotokoto-online.jp

관계인구 개념의 특징과 형성방법에 대해서는 <인구의 진화: 지역소멸을 극복하는 관계인구 만들기> 참조

관계인구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구의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특정한 선호가 형성되고 있다. 물론 다수의 인구가 관광객일 수 있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관광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봤을 때, 관광의 의미를 매우 넓게 거주지나 거주지 이외의 지역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정말 여러 종류의 관광객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좀 더 자주 방문하면서 사람과 지역을 더 깊게 이해하는 인구가 생기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기점으로 지역에 자원봉사자로 간 청년들이 수도권 외 지역에 가게 되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〇〇지역에 관계하고 있다’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소토코토> 사시데 편집장은 이로 인해 여행도 관광도 아닌 개념으로서 관계인구라는 개념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둘째, 지역가치를 소개하는 지역가치창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역가치창업자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여러 종류이다. ‘우리 지역은 참 좋은 지역입니다’, ‘나는 이 지역에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내가 만드는 상품과 문화는 이런 것이에요’ 등등 지역의 가치를 중심으로 창업한 이유와 그로 인한 변화에 대해 알리고 있다. 당연히, 알리는 만큼 듣는 사람이 생기고 서로 소통하면서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그들 역시 관계인구가 된다.

셋째, 지역소멸, 인구감소, 고령화 위험에 대한 효율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다른 지역의 인구를 뺏어오는 경쟁,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당췌 앞날이 안 보인다는 절망, 노인 인구 밖에 없는데 뭘 하겠느냐는 탄식만으로 효율적인 대안이 만들어질리 없다.

대안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천방식에서 나올 수 있는데 위와 같은 비관의 밑바닥에는 정주인구 개념이 매우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나고 드는 사람보다는 나가는 사람에만 신경 쓰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역에는 당연히 오는 사람이 있고, 오게 만들 수 있는 인구층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온다는 것은 ‘살러’ 오는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들르는’ 혹은 ‘자주 들르는’ 인구도 포함한다. 그런 인구를 관계인구라고 부르는 것이다.

◆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를 확장하여 관계인구 만들기

<마을의 진화: 산골마을 가미야마에서 만난 미래>에 소개된 바 있는, 가미야마 마을의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한 오오미나미 신야(大南信也)씨는 지난 8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외지인과 주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오오미나미 신야(大南信也)씨 (사진: 오오미나미 신야 제공)

“일본 지역재생의 현장에서는 ‘외지인’, ‘주민’을 가리키는 표현으로써 ‘바람의 사람(風の人, 외지인)’과 ‘땅의 사람(地の人, 주민)’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 관점에서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많은 경우, 주민이 이주자에게 바라는 것은 ‘노력’이다. 예를 들어 마을 내의 도로변에 풀이 무성하지만 풀을 뽑을 사람이 없다, 일꾼이 없어서 가을 축제를 이어갈 수 없다, 그러니까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하는 류의 일이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오히려 ‘노력’이 아니라 외지인이 가진 ‘능력’에 착안하여 그것을 살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주민들은 이제까지의 자신들의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외지인을 신뢰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배포 큰 도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둘째, 많은 지자체들은 이주자가 주민이 되기만을 바란다. 인구를 유지하여 국가로부터 배분되는 지방교부세를 확보하여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도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가미야마에서는 20년 전부터 레지던스 사업을 왕성하게 전개하고 있다.

1999년에 시작한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의 ‘아티스트’ 부분을 워크(work), 크리에이터(creator), 셰프(chef), 스타트업(startup)으로 착착 바뀌어 현재에는 말(horse)까지 그 대상을 확장하여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즉, 이주자가 무리하게 주민이 되지 않고 쭉 이주자인 채여도 좋다. 결과적으로 가미야마는 레지던스 사업으로 인해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주자의 방문이 이어져 그들이 ‘관계인구’를 만들고 그러한 변화를 중심으로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눈앞의 이익과 현상에 갇히지 말고 지역에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진행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사시데 편집장은 지난 8월 진행한 서면인터뷰를 통해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관계인구 프로그램으로서 야마가타현 신조시(新庄市), 가네야마정( 金山町) 등의 ‘유역관계인구’ 마을 만들기, 야마가타현 오키타마지방(置賜地方)의 영상에 의한 관계인구 프로젝트 ‘라이크 어 버드 오키타마(Like a bird okitama)’ 등을 추천했다.

지역재생전문 잡지 <소토코토> 사시데 가즈마사(指出一正) 편집장 (사진: 사시데 가즈마사 제공)

야마가타현 오구니마치(小国町)의 지속가능성을 테마로 한 관계인구 강좌 ‘하얀 숲 서쓰티나블루 디자인스쿨’은 지역의 북부 지역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려는 프로젝트다. 또한 2021년 10월부터 나라현 오쿠야마토(奥大和)에서는 예술제 ‘MIND TRAIL 오쿠야마토 마음속의 미술관(https://mindtrail.okuyamato.jp)’이라는 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지역 주민과 관계인구의 만남이라는 관계성을 강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시데 편집장은 오쿠야마토가 오랫동안 관계인구와 지속가능성, 창의성있는 프로젝트를 전개하여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웰빙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철도가 좋아서 오난정(인구 10,274명, 4787세대, 2021년 4월 기준) 하스미(羽須美)지구가 좋아졌다는 사례도 있다. 지역에서는 DIY 나무학교, 작은 거점 만들기 등을 실시하며 될 수 있는 한 많은 ‘핵’을 만들어 관계인구를 늘리고 싶다는 취지로 2020년에 ‘관광 그만둡니다, 관계 시작합니다’라는 전략을 수립했다.

관계인구로 지역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소감을 이야기했다.

“철도가 좋아서 지역에서 기획한 레일카페에 참가한 이후 지역사람들과 만나면서 마음이 치유되어 지금은 모심기 이벤트에 참가하는 등 하스미 지역에 흠뻑 빠져 활동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관계인구를 손님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공유하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라이크 어 버드 오키타마(Like a bird okitama)’

https://arcadia-kanko.jp/ja/news/2021/04/13/like-a-bird

오난정 사례는 일본 학술지『国際文化研修』 2021년 여름호 특집 ‘관계인구’ 참조

https://www.jiam.jp/journal/vol112-2248.html

◆ 관광안내소가 아닌 관계안내소

<인구의 진화>에는 시마네현에서 관계인구를 늘리기 위해 도쿄에서 운영하는 시마코토 아카데미 사례가 나온다. 찾아오지 않으면 찾아가서 지역을 알리겠다는 의미도 있는 이 아카데미는 몇 주 코스로 운영되는데 그 안에는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직접 사람과 공간 등의 자원을 만나는 프로그램도 있다.

시마코토 아카데미는 2020년부터 ‘시마코토 DIGITAL’이라는 온라인 강좌로 변경되었다. (사진: 시마코토 아카데미 홈페이지)

시마코토아카데미

https://www.shimakoto.com

일종의 출장 지역부흥협력대 모집 프로그램 같기도 하지만 도쿄뿐만 아니라 지역 자체에도 관계안내소가 필요하다. 낯선 지역에 갔을 때 어디에서 정보를 얻겠는가. 지역 단체에 들어가 봐야 서로 알지 못하니 외톨이고, 이웃에게 번죽 좋게 가서 말을 건다는 건 등에 식은땀 나도록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럴 때 손을 잡아끌면서 지역 이야기를 해주고 큰 부담이 없는 선에서 지역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관계안내소가 된다. 기념품과 특산품을 파는 관광안내소가 아니라 사람과 자원을 소개해주는 그런 관계안내소 말이다.

팬데믹 위기를 기점으로 관계인구의 종류도 변화하고 있다. 사시데 편집장은 최근 일본의 관계인구는 ‘온라인’ 관계인구(온라인 강좌, 커뮤니티, 가상의 숙박체험 등을 통한 교류), ‘지역내’ 관계인구(인근 지역의 우호인), ‘유역’ 관계인구(예전에는 큰 강(江)이 (일종의) 고속도로 역할을 했고 사람과 정보가 교류되는 장소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큰 강에 인접한 지역에서 형성되는 관계인구 커뮤니티)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관계인구 개념은 이런 식의 형성이유와 사례가 있지만 그건 일본의 이야기고 우리나라에서 반드시 관계인구라고 표현할 이유는 전혀 없다. 우리사회에서 관계인구의 ‘관계’라는 표현이 임팩트있고 큰 확장성이 있는 개념일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이 상황에서 왜 관계인구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주민등록인구를 확장하면 주민세가 늘고 결과적으로 지역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사고방식에 머물러서는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

2021년 7월 감사원이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감사보고서는 최초로 100년 인구추계를 발표하였고 그 안에는 아찔할 정도로 비관적인 지역소멸예견이 포함되어 있어서 화제를 모았다. 이제 슬슬 이에 대한 본격적인 지자체의 자구책들이 속속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지역이라도 관계인구는 생길 수 있다. 정답은 없다. 사시데 편집장의 말로 결론을 대신한다.

“관계인구는 결코 관계인구가 되는 쪽만 배우고 성장하고 경험을 축적해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땅을 찾는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성에서 지역주민에게도 큰 영향과 인식의 변화를 줍니다. 마치 즐거운 캐치볼 같은 것입니다.”

*이 기획은 비로컬,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더가능연구소가 함께 기획,취재,조사했다.

*이 기사는 더가능연구소 조희정 박사의 자문을 받았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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