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로컬의 지속가능성(3)] 일본의 지역재생② 가미야마 마을의 크리에이터 육성 전문학교

‘가미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

조희정 박사 승인 2021.09.30 17:13 | 최종 수정 2021.10.01 14:16 의견 0

최근 5년간 지역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시선과 방식으로 활기를 더하는 지역가치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이번 특집은‘키워드로 보는 지역가치창업 생태계’라는 주제를 정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지역재생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와 행정이나 제도 환경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례들도 있다. 무조건 모방할 것도 아니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도 아닌 관점에서 어떤 사례든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역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있어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특집을 통해 수많은 지역의 플레이어들이 인사이트를 얻어 자신만의 키워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관계인구가 최근에 나타난 지역으로의 사람의 흐름이라면, 고향납세는 비교적 오래된 지역으로의 돈의 흐름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2008년 고향납세 제도가 처음 시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에 대선 공약으로 처음 제안된 개념이다. 일본에서도 논의는 2007년부터 진행되기 시작했으니 거의 동시에 소개가 된 셈이다. 2021년 9월 24일에는 우리나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고향납세의 한국판 제도형성이 시작되는 것이다.

고향납세는 단순하게 보면 외지인이 고향에 보내는 기부금이다. 그런데 제도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은 많은 문제들이 있다. 세제 혜택이 있는 기부금이기 때문에 지방세 이전 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고, 현대인에게 ‘고향’이란 말이 무슨 의미냐는 의미의 모호성 문제도 있고, 기부금에 대한 답례품 경쟁이 과다하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기부금을 받아서 주민 의향대로 혹은 지역에 도움되도록 쓰는 것이 아니라 허망한 랜드마크 만들기나 이용하지 않는 건물 짓기에 매몰될 뿐 고향 살리기나 지역재생이라는 본래의 제도 도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이 글에서는 <마을의 진화>에 소개되었던 일본 가미야마 지역에서 책이 출판된 후 진행한 크리에이터 육성 전문학교인 가미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에 대해 알아본다. 말하자면 ‘가미야마, 그 후의 이야기’이다.

준비중인 가미야마 마루코토 고등전문학교 홈페이지

가미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는 일본 최초로 (기업) 고향납세 기부금을 재원으로 설립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제 제기부터 지역재생까지 근 30년의 과정을 겪어온 가미야마에서 현재 진행중인 재생전략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크고 작은 지역재생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어떤 지역에서 만약 괜찮은 지역재생전문학교를 만들고 싶다면 참조할 수 있는 사례이다.

가미야마 마을의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한 오오미나미 신야(大南信也)씨와 지난 8월 진행한 서면인터뷰 내용을 통해 크리에이터 육성 전문학교의 준비와 계획에 대해 알아보았다. 오오미나미 신야씨는 가미야마의 변화를 주도하며 열정적으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그 방식에 있어서도 참신함과 협력 능력이 탁월하다. 지역 내 그린밸리라는 비영리법인을 만들었고 지금은 학교 설립에 매진하고 있다.

오오미나미 신야(大南信也) (사진: 오오미나미 신야 제공)

◆ 가미야마 마루고토고등전문학교는 왜 만들게 되었나요?

☞오오미나미: 2010년에 가미야마에 위성사무실을 만들겠다고 방문한 주식회사 산산(Sansan)의 데라다 사장으로부터 “우선 회사의 성장에 전력을 다하고 그 후에 에너지와 교육에 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후 2015년 말에 산산의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어 예전에 제시했던 제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중 교육프로젝트로서 가미야마에 학교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해 저와 데라다 사장이 동의했습니다.

기존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라는 형태가 있긴 하지만 어떤 학교 형태여야 가미야마의 주민들이 받아들이고 또한 지금까지 가미야마에서 형성된 크리에이티브한 풍토를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여러 곳에 자문을 구했습니다.

원래 일본의 고등전문학교는 실천적이고 창조적인 기술자 양성을 목적으로 1962년에 창설된 5년제 학교로서 중학교 졸업생이 입학하는 학교입니다. 그 의도대로 고도성장기에 일본의 제조업을 지원하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왔습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IT 등으로 변화하면서 이에 대한 충분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일본 고유의 교육기관인 고등전문학교라는 형태를 업데이트하여 차세대 고등전문학교를 창설하면 가미야마뿐만 아니라 사회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고, 2023년 4월 개교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10여명의 전문가 프로보노 멤버들이 설립준비위원회를 조직해 2019년 6월 21일 주민설명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설립준비위원회의 멤버 수는 50여명이며 각자 전문 분야를 커버해 가면서 2021년 10월에 문부과학성에 설립허가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에 설립한 일반재단법인 가마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 설립준비재단이 주체가 되어 허가신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교 규모는 1학년 40명(5년제, 학생 총수 200명)의 자그마한 학교로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신축교실과 함께 가마야마로부터 양도받을 예정인 가미야마 중학교 건물을 고등전문학교에 맞춰 개조하여 활용합니다.

사립학교로 개설되기 때문에 개교자금은 개인과 민간기업, 자본가, 투자가로부터 기부받았습니다. 면사무소로부터는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아니라 고향납세를 통해 모인 기부금을 받았습니다. 현재 개인 고향납세 3억엔, 기업 고향납세 8억 8000만엔, 크라우드펀딩 5000만엔, 직접기부금 등 총 약 20억엔의 기부가 확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2019년 6월 21일 주민설명회에서 발표한 계획

https://kamiyama-marugoto.com/feature

가미야마 마을 이야기가 담긴 <마을의 진화>

◆ 학교의 교육 이념과 교육 콘텐츠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오오미나미: 가미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는 ‘기술과 디자인으로 인간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를 미션으로 합니다. 15세부터 입학할 수 있는데 학생 스스로 과제를 발견하고 물건을 만드는 힘을 갖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리고 사회에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 ‘물건을 만드는 힘(일본식 표현으로는 모노츠쿠리)으로 일을 일으키는 사람’을 길러내고자 기술․디자인․창업가 정신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기존의 기술계 고등전문학교와 달리 프로그래밍을 중심으로 한 테크놀로지교육과 UI/UX , 건축, 현대아트 등 디자인 교육, 그리고 창업가 정신을 육성하는 교육이라는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합니다.

문부과학성 설치인가기준을 통과하는 20명이 듣는 수업으로서, 일반과학(자연과학, 사회과학, 국어, 영어, 미술 등) 및 전문과목(정보공학, 디자인공학, 비즈니스)의 교원에 더하여 매월 이제까지 자기 사업을 해온 수십명의 창업가 강사가 특강도 합니다.

특강 강사 리스트

https://kamiyama-marugoto.com/special-lecturer

기본적으로는 전원 기숙사생활을 전제로 하면서 다앙햔 강사진로부터 지도받기위해 온라인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설치하는 학과는 5년제의 디자인 엔지니어링 학과입니다. 정보공학을 기초로 한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분야의 기술자로서 실천적 기술과 지식 습득을 기본으로 하며 사회가 원하는 매력있는 서비스, 제품 설계를 하기 위한 디자인공학, 사업과 산업,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기업가정신을 몸에 익혀 과제해결을 위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미야마 마루코토 고등전문학교 교실 모습

◆ 학교 설립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오오미나미: 대다수의 주민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제까지 전례 없던 학교만들기가 지역재생의 새로운 방안이 될지 않을까 하는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한편 면사무소로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사립학교로 설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을 예산은 투입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는데, 경영이 어려워지면 마을 예산의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지자체들은 인구과소화가 진행되는 마을에 학교가 설립된다는 것만으로 놀라는 상황이고 ‘잘 되면 멋진 일이지만 설립도 경영도 어려운 것은 아닌가’ 하고 예의주시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 및 문부과학성은 대단히 호의적입니다. 정부가 설치한 ‘마을‧사람‧일 창생회의’ 위원을 2019년부터 2년간 맡은 산산(Sansan)의 데라다 대표는 이 회의에서 몇 번이고 가미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에 대해 설명하여 2기째를 맞는 창생 전략에서 눈에 띄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한 담당부처인 문부과학성에서도 창설 60년 가까이 된 고등전문학교를 현재의 산업구조에 부응한 형태로 변혁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방향을 제시하는 하나의 사례로서 가미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미야마 마루코토 고등전문학교 홈페이지

https://kamiyama-marugoto.com

◆ 학교 설립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을 유의하여 준비하고 있나요?

☞오오미나미: 개설비용 목표가 있습니다. 교원 모집은 이미 완료 되었고, 어떤 가정환경의 학생이라도 다닐 수 있는 장학금을 모으기 위해 현재 충실히 기부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1차 교원 모집을 할 때는 모집정원의 10배가 넘는 인원이 응시했습니다. 학생 모집은 문부과학성의 설치인가 후 2022년 여름경에 실시할 예정입니다. 전원기숙제를 하기 위해 학생은 부모의 품을 떠나 가미야마에 이주하게 되므로 멘탈 케어 등에 정통한 학생기숙사 관리인 등을 배치하여 배우기 편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준비하고 있으며 보호자분들도 편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지역 숙박시설 등과의 연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오오미나미: 2023년 4월 개교가 목표입니다. 5학년 전원 기숙제 고등전문학교이기 때문에 일반 고등학교보다 학비는 높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욕이 있다면 어떤 학생이라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충분한 장학금 비축을 목표로 새로운 자금 모금을 준비중입니다.

그저 지역에 새로운 학교가 하나 지어진다는 의미보다 긴 시간을 준비해 새로운 미래를 위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고향납세라는 새로운 형태의 재원이 기반이 되었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들어오는 기부금을 그저 한 번에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위해 의미 있게 투자하고, 당장의 답례품이 아니라 무형의 답례품이지만 의미 있는 답례로 기부자의 관심과 성의에 제대로 보답하는 그 의도가 소중한 것이다. 또한, 정규교육 학교 제도로 담아내기 어려운 창의적인 교육 콘텐츠로 수많은 전문가가 협업하여 기술과 디자인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학교를 준비하는 모습은 미래 교육의 가치와 방법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가를 시사한다.

고항사랑기부제 논란과 지역에서의 활용현황에 대해서는 류석진․조희정. 2021. “고향납세 제도 도입 논의와 과제: 통합적 지역재생관점을 중심으로.”『지역과 정치』4(2): 41-77. 참조,

고향납세로 지역에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시골의 진화: 고향납세의 기적, 가미시호로 이야기> 참조

*이 기획은 비로컬,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더가능연구소가 함께 기획,취재,조사했다.

*이 기사는 더가능연구소 조희정 박사의 자문을 받았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다.

저작권자 비로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