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로컬의 지속가능성(3)] 일본의 지역재생⑤ '관계인구, 고향납세, 로컬벤처' 일본사례 이야기

일본의 지역재생 다섯 번째 이야기 -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팀 조희정 박사

최근 5년간 지역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시선과 방식으로 활기를 더하는 지역가치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이번 특집은‘키워드로 보는 지역가치창업 생태계’라는 주제를 정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지역재생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와 행정이나 제도 환경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례들도 있다. 무조건 모방할 것도 아니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도 아닌 관점에서 어떤 사례든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역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있어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특집을 통해 수많은 지역의 플레이어들이 인사이트를 얻어 자신만의 키워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연지 편집장(이하 ‘이’): 지난 시간에 이어서 대한민국 로컬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팟캐스트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제 오늘이 마지막 시간입니다. 앞선 시간에는 지역 가치 창업하고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했던 지역가치 창업에 관한 설문조사 이야기를 나눴고요. 또 기업의 사회 공원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눠보았는데요. 오늘 시간에는 일본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서강대학교 ssk 지역재생연구팀 조희정 박사님 자리해 주셨습니다.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조희정 박사(이하 ‘조’): 안녕하세요. 조희정입니다.

◇이: 저희가 로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일본 사례를 이야기할 거예요. 그런데 저희가 우리나라 로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의 사례를 보아야 할 특별한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조: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부분은 없어요. 어떻게 보면 비슷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단지 이제 시기적으로 좀 일찍 시작했다는 부분이 있죠. 먼저 시작했으면 당연히 시행착오가 있기때문에 거기서 발생하는 폐단, 이런 부분들을 우리가 좀 참고하면서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미가 있고요. 개념상으로도 그대로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적절하게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죠.

물론 유럽이나 미국권에서도 그런 지역재생 흐름이 있어요. 창업의 흐름이 있고 훨씬 더 잘 돼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분야의 연구자들이 속설로 얘기하는 거는 유럽이나 미국은 시민사회가 굉장히 많이 오랫동안 발전돼 있어서 시민혁명의 역사 속에서 시민사회가 발전했으니까 시민들이 되게 자율적이다. 근데 아시아는 그렇지 못하다. 그런 속설이 있거든요. 근데 그게 지금은 사실 별로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굉장히 자기주도적인 성격이 강한 세대가 나타났죠. 물론 이제 그게 공동체로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그래서 시간이 된다면 유럽이나 미국이나 중국이나 일본 우리나라랑 비교해 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그 시작을 일단은 일본에서 찾는 그런 상황인 거죠.

또 일본 사회가 굉장히 독특하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가져와야 된다는건 아니고 “아 이나라는 이렇게 하네. 그럼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겠다” 혹은 “우리 이런 거 조심해야겠다” 이런 식의 느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들이 많이 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라는 의미가 있네요. 저희가 그동안 시리즈로 일본의 지역 재생에 대한 기사를 비로컬에 연재 했는데요.

첫 번째 이야기가 관계 인구에 관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관계 인구라는 말이 어떤 분들한테는 조금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좀 설명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 지역재생전문잡지 <소토코토>의 사시데 가즈마사(指出一正) 편집장 (사진: 사시데 가즈마사 제공)
일본 지역재생전문잡지 <소토코토>의 사시데 가즈마사(指出一正) 편집장 (사진: 사시데 가즈마사 제공)

●조: 이 관계 인구라는 말은 일본에서 쓰는 용어로 정부가 정식화된 용어로 사용하고 있어요. 관계 인구 육성 정책으로 사용하는데요. ‘관계 하다’라는 거잖아요. 보통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 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관계 인구’의 ‘관계’는 지역 관계를 뜻합니다. 그래서 ‘지역에 관계하다’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냥 인구학 쪽에서 연구하는 개념으로 보면 살고 있는 인구인 정주 인구, 잠깐 왔다 가는 관광인구 두 종류의 인구층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거죠. 거주하는 인구도 있고 이주하는 인구도 있고 관광하는 인구도 있고 출장을 오고가는 인구도 있고 자주 그 지역에 놀러가는 인구도 있고 한 달 살다가 가는 인구도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인구의 스펙트럼을 굉장히 넓게 볼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거예요.

그래서 옛날에는 살고 떠나고 돌아오는 것만 있었는데, 지금은 플로우처럼 흐름이 있다는 거죠. 유동적 인구층이 많아졌다는 것을 상징하는 게 하나 있어요. 디지털 노마드처럼요. 그다음 글로벌 경제 팬데믹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로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 때문에 로컬에 어떤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기사에 연재됐던 일본 지역재생전문잡지 <소토코토(SOTOKOTO)> 사시데 편집장이 관계인구 쪽으로 강연도 하고 연구도 하는 전문가급인 분인데, 이 분이 이야기하는 걸로는 관계인구는 제 3의 인구라고 표현해요. 거주인구가 제 1의 인구, 관광인구가 제2의 인구라고 한다면 그렇다는 거죠.

우리가 좀 더 와닿게 인식하는 건 소비와 납세에 매이지 않고 지역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층이라는 거에요. 주민은 주민세를 내고 관광인구는 소비를 하잖아요. 또 주민이 소중한 이유는 주민세로 지방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 거죠. 지방 재정의 수입이 주민이니까요. 관광인구는 와서 소비를 하니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요. 사실은 경제 부분이 빈약해지면 사람들이 돈 벌러 도시로 떠나고 이런 식의 상황이 되기 때문에 경제가 중요해요. 그런데 그런 경제 주체가 엄청 다변화 돼 있다는 거죠.

이 관계라는 용어 자체가 굉장이 흥미로운 표현인데 사시데 편집장의 분석에 따르면 이 관계라는 말이 고유하게 나타난 이유는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라고 해요. 일본이 교통 요금이 비싸잖아요. 그래서 일본 젊은이들이 지역에 갈 일이 특별히 없었단 말이에요. 저가 항공이 나오면서 일정 정도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교통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지역으로 잘 안 갔는데 동일본 대지진 때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그 지역으로 갔단 말이에요.

그런데 거기에서 재난 재해 피해 복구 이런 것들을 하면서 도쿄나 오사카처럼 수도권에 있는 친구들이 그 지역에 갔다가 관계를 하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거죠. 그래서 주변에서 “너 요즘 뭐 하니?” 그러면 “아 나는 재해 복구 지역에서 지역에 ‘관계’된 활동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흐름이 생긴 거예요. 이 건 자원봉사니까 출장도 아니고, 관광도 아니고, 이주하러 간 것도 아니니까 그럼 ‘관계 인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사시데 편집장이나 <인구의 진화> 책을 쓴 분이나 다른 연구자들이 이런 사람들을 ‘관계 인구’라고 불러야겠다. 이렇게 된 거죠.

◇이: 어떤 인구에 대해서 정의를 내린 거네요. 그런데 관계 인구라는 개념이 지금 조금 생소하긴 하지만 들어봤을 때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관계 인구라고 불리는 제3의 인구에 관심을 좀 가지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로컬이라든지 지역 재생을 이야기할 때 관계 인구를 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쪽 일을 하시는 분들은 아마 관계 인구라는 말이 되게 익숙하실 것 같아요. 관계 인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포인트가 뭘까요?

●조: 지금 2021년이잖아요. 일본에서 관계 인구 개념은 2016년에 소개가 됐어요. 우리나라도 검색해 보시면 2018년부터 지자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해요. 인구 유출이 많으니까 관계 인구로 인구를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관심을 갖는 거예요. 그런데 관계 인구는 어떻게 보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거잖아요. 내가 어떤 지역에 관심을 가져서 자발적인 선호 등으로 움직이는 건데, 지자체가 마치 ‘우리 지역에 관계 인구 1만 명을 양성하겠습니다’ 이러면 재미 없어지는 거죠.

아직 지자체들의 관심은 그정도에 머무르는 거 같긴 한데, 일본 정부에서 2020년 9월쯤에 대대적으로 조사를 했어요. 일본 인구 1억 2천만 명 중 1천 800만 명이 관계 인구라는 통계가 나왔거든요. 굉장히 높은 비율이죠.

그런데 저희가 지난번 설문조사 이야기를 한 것처럼 유동인구가 많을 것 같기는 해요. 지역 소멸론의 영향으로 관계 인구가 주목받다 보니까, 지자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거죠. 일본의 지역 소멸론이 본격화된 게 2014년이거든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 7월에 감사원 보고서가 나왔는데 100년 뒤에 우리나라 인구가 1500만 명이 될거라고 해요. 그러면 지금 2021년이니까 100년 뒤 면 인구가 줄다가 그럴 수도 있겠지 느긋하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이 말의 뒷면에는 어떤 뜻이 있냐면 어떤 지역들은 사라질 거라는 거예요. 그렇게 지역이 소멸되는 와중에도 취직을 위해 수도권으로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올거라는 거죠. 지역에 일자리나 교육이 없기 때문에. 그럼 지금 수도권 인구가 2천 만인데, 나머지 인구가 3천 만이라고 가정하면 인구가 1천 500만 규모로 줄어들었을 때 우리나라는 굉장히 희한한 기형적 구조가 될 거 아니예요. 정말로 “소는 누가 키우나”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거죠.

일본은 2014년에 마스다 보고서로 지역 소멸론이 나왔죠. 그래서 정부에서 시정촌이라는 행정구역을 강제 합병 시켰어요. 자발적으로 합병하면 혜택을 주겠지만 안 하면 지방 교부금 같은 지원을 끊어버리겠다고 한 거예요. <시골의 진화> 책에 보면 표현이 되게 웃긴데, “‘합병 안 하면 용돈 안 줄거예요’라는 식으로 중앙정부가 나왔다.” 이런 표현이 있어요. 그래서 지자체들이 여러 가지 지역 재생을 위한 정책을 펴요. 그 안에 로컬 벤처도 있고 고향 납세도 있고 관계 인구도 있는 거죠. 물론 고향 납세는 정부에서 하는 거지만.

우리나라에서 이거를 도입하는 유사한 사례도 있었어요.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도시 청년을 시골 파견제 식으로 보내는 프로그램을 경북에서 했는데, 아직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도 아니고 표현도 굉장히 낯설죠. 단지 관계 인구의 어떤 의미라면 지역이 지역 소멸론에 맞서서, 아니면 지역 소멸론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자구책 중에 하나에요.

또 하나는 정주 인구나 농경사회나 굉장히 오래된 인구 개념을 조금 더 개방적으로 하면서 유동적인 인구 개념을 도입한다는 의미가 있죠. 그게 아직 통계로 잡히지는 않지만, 그런 인구에도 신경 쓸 수 있는 거 아니냐 정도입니다.

일본의 어느 학자는 그렇게 자주 지역에 오가는 사람들은 하이패스나 톨게이트, 고속버스 승차권 등으로 지역에 자주간다는 증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들에게 마치 제2 주민권처럼 지역의 혜택을 주자고도 해요. 자주 방문하는 사람은 지역의 문화재나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 이용할 때 할인도 해주고 하자는 거죠. 관계 인구도 정도가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어요. 가볍게 관계할 수 도 있고 무겁게 관계할 수도 있잖아요. 그게 싫은 사람은 지역 주민권 아니어도 그냥 그 지역이 좋아서 가서 멍때리는 걸로 충분하다고 할 수도 있고요. 그래도 지역의 자원봉사자처럼 조금 더 진지하게 관여하는 사람들은 풀로 묶어서 공공쪽으로 좀 끌고온다든지 할 수 있는 거죠.

◇이: 기사에서 관계 인구를 손님으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공유하는 동료라고 표현을 한다는 문장이 있어서 되게 인상 깊었는데, 저희도 취재를 다녀보면서 느낀 거지만 아직까지는 지자체나 정부에서 이 관계 인구로 불릴 만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정책적으로도 아직 좀 약한 것도 사실이에요. 그리고 지역의 주민들도 이들을 받아들일 때 왔다가 갈 사람이라든지, 요즘 우리나라 부동산이 핫하잖아요.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고 가는 사람들이라든지 그냥 관광객이라든지 아직은 그렇게만 받아들이는 인식이 좀 있긴 한 것 같아요. 관계 인구라는 표현이 잘 받아들여지고 잘 적용이 되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제2의 주민처럼 또 하나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 취재 갔던 곳 중에서 좀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관계 인구가 가장 잘 형성되어 있다 하는 사례가 혹시 있었을까요?

<퍼즐랩>이 운영하는 공간 <크림>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퍼즐랩>이 운영하는 공간 <크림>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조: 공주의 <퍼즐랩>이 일종의 관계안내소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낯선 사람 왔을 때 손 끌어당겨서 우린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일방적으로 안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지역을 느끼게 해주는 거잖아요. 뭔가 좀 존재와 존재가 만나게끔 정당하게, 당당하게 이런 식의 관계로 가는 거죠. 낯선 사람이 가서 선뜻 진입하기 힘들 때 그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 같고요.

꼭 우리나라에 산다고 누구나 지역을 다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고 다 애착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요. 지역에 관심있는 사람을 안내해주는 역할이 관공서나 관광 안내소는 아니라는 거죠. 관광 안내소에 관광 지도가 있긴 하지만 유적지나 핫플레이스 소개하는 식이잖아요. 그런 것 말고 의미상의 핫플레이스들을 안내해주는 것처럼, 관계 인구가 가지는 기능 중 하나는 중간에 연결성 매개체와 마중물로서 기능이 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 <마을의 진화>에서 나왔던 가미야마라는 마을 있잖아요. 여기가 참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도 이미 많지만,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가 있잖아요. 예술가들이 창작활동 할 때 어느 지역에 가서 작업할 공간인 건데, 지역 주민들과 공동작업도 할 수 있는, 그래서 ‘아티서트 레지던스’라고 부르는데요. 가미야마는 이 게 확장됐더라고요.

‘워크 인 레지던스’, ‘크리에이터 인 레지던스’, ‘셰프 인 레지던스’, ‘스타트업 인 레지던스’ 이런 식으로 갖다 붙이는 거예요. 그럼 그 사람들이 왔다가 눌러앉아 쓸 수도 있고 왔다 갈 수도 있겠죠. ‘아티스트 레지던스’ 같은 경우는 보통 한 달 이상, 세 달 정도는 머물러요. 그리고 지역을 알려면 한 달 살기로는 말도 안 된다고 하잖아요. 춘하추동을 다 겪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은데, 이런 식의 확장성이 생기는 거죠.

그러니까 관객으로 누군가가 가볍게 오든 무겁게 오든 진지하게 오든 했을 때 그게 크리에이터나 셰프나 스타트업 이런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때 그 지역의 매력이 좀 더 올라가죠. 그럼 나도 저기 한번 가볼까 이런식으로 넓어지니까요. 그러니 관계 인구가 우리나라에도 정책이든 사업이든 되든 안 되든 참고할만한 개념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관계 인구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다음 주제로 고향 납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먼저 우리나라도 고향납세 관련해서 법이 통과가 되었다고 하던데 일단 이 고향납세가 어떤 개념인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 고향 납세라는 게 고향에 세금을 낸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세금을 내는 건 맞는데 이게 기부금이에요. 그런데 자기 거주 지역이 아닌 지역에는 어디든 낼 수 있어요. 우리나라 말로 그냥 풀면 결국은 지역 기부금이라는 얘기거든요.

정치인들한테 기부금을 내거나 시민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가 되잖아요. 그런데 지역에 기부금을 내면 지자체가 그 돈을 받을 거 아니에요. 개인 기부도 있고 기업 고향 납세도 있어요. 액수가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세액 공제를 해줘요.

또 하나는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줘요. 정치인이나 시민단체에 기부했을 때 답례품이 의례적으로 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고향 납세는 제품이 온단 말이에요. 예를 들어 1만 원 기부를 하면 3천 원 어치의 답례품이 오는 거죠. 내가 더 많이 기부를 했다면 그 답례품은 좀 더 좋은 답례품일 수 있는 거죠. 이를테면 횡성에 한우세트, 제주도에 귤 한 박스, 강원에 감자 한 박스 이렇게 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본에는 답례품만 모으는 수집가도 있어요. 서로 좋은 거예요. 나는 지역에 이렇게 많이 기부했고 우리집 냉장고에는 지역에서 준 답례품이 꽉 차있어. 그럼 난 그 지역에 가지 않아도 그 지역의 생산물들을 어떤 상업적 플랫폼 속에 있지 않은 방법으로 받으니까요. 누군가 포장을 해서 감사하다는 편지도 정성껏 담아서 오니까. 서로 마음도 통하니까 재미있다고 생각 하는 거예요.

이런 제도가 왜 생겼냐면 <시골의 진화> 책에도 나와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이게 2008년도에 제도로 채택이 됐어요. 그런데 2004년에 어떤 지자체에서 자기네가 먼저 했다고 하는 문헌이 있거든요. 그러면 이게 한 17년 된 제도인 거잖아요. 우리나라도 2007년에 문국현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고향사랑 기부금’이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죠.

저한테는 고향이라는 느낌이 되게 생경하게 다가왔어요,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은 서울이 고향이라고 얘기 안 하잖아요. 그리고 요즘 사람들한테 고향은 할아버지 할머니 고향이고요. 지금은 고향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럼 고향 납세나 고향사랑 기부금 법이 제도로 만들어진다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고향’이 뭐지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법안의 명칭이 애매하다는 연구도 있거든요.

그래서 ‘고향사랑 기부금’의 명칭을 찾아봤는데 어쨌든 법사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가 되면 이 다음에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본 거죠. 지자체가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는가. 또 기부금의 답례품은 도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일본에서도 폐단이 나타났어요. 서로 우리 답례품이 좋으니 우리 지역에 기부해달라는 경쟁이 된 거죠. 지역 발전을 위해 만든 법이지만 답례품 전쟁처럼 된 거예요. 그리고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세액 공제를 받아요. 그럼 상한선을 둬야 하는거 아닐까? 이런 식으로 해서 일본 정부도 골머리를 앓다가 답례품으로 보내면 안되는 항목들을 지정해요. 예를 들면 귀금속이나 상품권 같은 것. 답례 금지 항목을 정부가 하나하나 짚어두었다는 건 폐단이 많이 나타났다는 거잖아요. 우리가 굉장히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죠.

반면에 일본의 홋카이도 가미시호로라는 지자체는 그 기부금을 차곡차곡 모아가지고 펀드로 만들어요. 그래서 기금으로 만들어서 보육료 무료를 해요. 공공 보육 무료 서비스가 된 거죠.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 마을에 가요. 자연 풍광도 좋고 젊은 부부들이 아이도 편하게 기를 수 있고 비용 부담이 적으니까, 도쿄에서 지하철 교통 지옥을 겪으며 힘들게 일하느니 적어도 이 곳에선 아이는 편하게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거죠.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고. 이 무료 보육이 시발점이 되어서 수십억, 수백억이 들어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겠죠. 그런데 가미시호로는 조금 특이했던 게, 거기가 우유 같은 낙농업, 축산 이런쪽으로 특화된 도시거든요. 그래서 아이스크림, 소고기 이런걸로 답례품을 했어요. 일본에서도 왜 지역에 기부했는지 앙케이트 조사를 해보면 답례품이 괜찮아서 했다는 항목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정책으로 승부를 건 거죠.

그리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고향납세에 관련된 플랫폼도 있어요. 민간에서 운영하는 플랫폼도 있는데요. ‘후루사토 초이스’라고 하는데, 답례품 랭킹 순위도 있어요. 재미있게 봤던 건 정부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메뉴를 들어가보면 우리 지역에 이런 정책이 있으니 우리 지역에 기부해달라는 것들이 올라가 있습니다. 답례품 배틀보다는 정책 배틀이 낫다는 거죠. 유형 답례품도 있지만 무형 답례품도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물론 기부금을 모아서 기금을 만들기까지는 조례 개정도 되어야 하겠지만, 이걸로 랜드마크를 짓는 식으로 쓰지 않고 기금을 차곡차곡 모아서 콘텐츠나 정책으로 승부하는 게 있는 거죠. 가미시오로에는 무인 공공버스, 노인 마일리지 등 여러 가지 제도가 있어요. 결국은 지역이 창의적인 정책을 계속 보완하게 되는 거죠.

◇이: 이 부분은 우리나라도 많은 부분을 좀 참고했으면 좋겠네요. 이제 막 고향납세라는 법안이 통과가 됐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제 진통을 앓으면서 갈 거잖아요. 정책 답례품이라는 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지거든요. 우리나라도 답례품 전쟁이 되지 않도록 좋은 쪽의 전쟁이 되도록 잘 반영이 되면 좋겠습니다.

●조: 가미야마 마을도, 지난 기사에서 인터뷰했던 오오미나미씨가 이야기를 했어요.

◇이: 저도 그게 되게 인상 깊었던 게 고향납세 기금으로 크리에이터 육성 전문 학교를 세운 거잖아요.

●조: 보통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사이에 일종의 기술학교랄까, 고등전문학교라는 일본에 독특한 제도가 있어요. 그게 산업화를 이끌던 시대에는 실질적으로 현장에 딱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하는 좋은 제도였는데, 이제 네트워크 사회가 되고 정보화 사회가 되니까 고등전문학교의 의미가 애매해진 거죠. 그것을 오오미나미씨가 산산이라는 회사 대표랑 지역의 교육기관을 만든 거죠. ‘마루고토’라는 이름인데, 학교의 모토가 “기술과 디자인으로 인간의 미래를 바꾼다”에요. 굉장히 추상적일 수 있지만 기술과 디자인이라는 부분이 재미있죠. 디자인이 굉장히 폭넓은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지역을 베이스로 이런 참신한 학교를 만들려고 하는데, 거기에 고향 납세 기부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는 거에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으는 것도 있긴 하지만요. 이런 식으로 돈이 헛되이 쓰이지 않고 미래 교육이나 정책에 쓰인다면 지속가능성이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으니까, 기부금을 받는다는 자체에만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건데요.

우리나라도 법은 통과 됐고,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죠. 이게 시행되려면 몇 개월, 혹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 관련 조례를 만들 때 이런 부분을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미야마 마루코토 고등전문학교 교실 모습
가미야마 마루코토 고등전문학교 교실 모습

◇이: 네. 저희 고향납세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고향사랑 기부제라는 법으로 통과가 되었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고향 사랑 기부제로 한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우리나라에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일본 사례 이야기 지금 쭉 나누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는 로컬 벤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번 나눠볼까 합니다. 저희가 나갔었던 기사에서는 이제 로컬 벤처 백서죠. 어떤 분이 쓰신 백서였죠?

●조: 지자체가 연합을 해서 로컬 벤처협의회라는 게 만들어졌어요. 시정촌 합병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로컬 벤처에 대해서 지자체 연합으로 로컬 벤처협의회라는 게 만들어졌는데 거기에 있는 회원 지자체는 열 몇 개밖에 안 돼요. 그런데 일본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지역 창업 같은 부분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코어라고 볼 수 있죠. 전국에 지자체가 있어서 떨어져 있으니까 협의회를 만든 건데, 그럼 사무국이 있잖아요. ETIC라는 회사가 있어요. 비영리 NPO 법인 주식회사 ETIC라고 하는데, 자신들의 정체성을 ‘중간 지원 조직’이라고 정의해요.

민간도 아니고 공공도 아닌 그 사이에 있는 연결 조직이라는 얘기인데 지역이 발전할 수 있게끔 중간지원 조직을 만드는 것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형태가 창업일 수도 있고 정부 사업일 수도 있는, 어떻게 보면 민간과 공공을 다 하는 건데요. 좁게 생각하면 정체가 뭔지 불분명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저희가 협의회 실무자와 서면 인터뷰를 했잖아요. 그랬더니 실무자도 그렇게 얘기를 해요. 로컬 벤처라는 용어가 정식화된 용어는 아니라고요. 용어 자체보다는 의미와 형태 중심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결국은 지역가치창업의 다른 말이죠.

◇이: 2020년 버전 백서에서는 로컬벤처에 대해 “지역에서 지역 자원을 활용해서 창업하고 신규 사업에 도전하는 사람이나 단체”라고 정의했더라고요. 그런데 확실히 정립된 용어는 아니니까 의미 위주로 이해를 하면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조: 네. 그리고 로컬 벤처 협의회에서 ETIC가 주도를 해서 내는 백서가 저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나라도 중기부든 민간협의체든 지자체연합이든, 데이터가 있어야 현장 기반으로 좋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잖아요. 1인 개인 창업이든 커뮤니티 창업이든 많이 일어나는 상황이니까요. 신뢰할 만한 백서 같은 통계가 있어야 지역에서 창업하는 사람들도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혹은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유형의 창업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알아가며 정체성을 확립하는 근거 자료가 되기도 해요.

그 근거 자료는 꼭 정부만 만드는 것도 아니고 꼭 민간이 만들 것도 아니고 꼭 중간지원조직이 만드는 것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데이터는 굉장히 다를 수가 있으니까요. 지역 가치 창업의 범위를 지역 자영업 업자로 잡을 수도 있고 지역 소상공인으로 잡을 수도 있고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니까,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은 거죠.

또 백서의 로컬벤처에 대한 분류가 재미있었어요. 우리는 지역가치창업자라고 하면 신규 창업자만 신경을 쓰거든요. 그런데 백서는 노포처럼 지역에 늘 있었던 기존 사업자도 로컬벤처 범주에 넣어요. 그러면 데이터가 많이 잡히고 지역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성과지표죠 KPI 설정도 기본으로 되어있어요. 보통은 양적으로 매출이 얼마인지만 봐서 문제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매출 다음으로 지역에서 신규 사업수가 얼마나 생겼나, 인재가 지역으로 얼마나 들어와서 얼만큼 매칭되었는가 등의 기준이 있어요. 그러면 지역 창업 상황을 파악할 때 굉장히 도움이 되잖아요. 그래서 어떤식으로든 백서는 만들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로컬벤처협의회 사무국 ETIC가 발간하는 '백서'
일본의 로컬벤처협의회 사무국 ETIC가 발간하는 '백서'

◇이: 아직은 로컬 벤처가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 일본에서 그 로컬 벤처에 관련해서 뭔가 저희가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례가 혹시 뭐가 있었을까요?

●조: 우리나라에서 ESG를 많이 얘기하잖아요. <소토코토> 사시데 편집장 이야기가 또 나오는데, 질문할 때 제가 우리나라에서 ESG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일본은 UN이설정한 지속가능한 목표인 SDGs를 강조하는데 뭐가 다르냐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다른 건 없대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일본은 SDG 로컬 투어 이런 식의 로컬벤처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보통 청년 창업, 주민 창업, 시니어 창업 등에 포인트가 있는데, 재창업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40대를 위한 제2의 창업에 관한 로컬벤처도 있고요.

반려견 휴양지는 범위가 무지하게 넓더라고요. 우리나라도 그런거 하고싶어 하는 분들을 만났었거든요. 유휴 농지에서 금붕어 키우기 이런 것들 재미있죠. 정말 사람들이 금붕어를 많이 사나 싶은데 그런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요. 웰빙 철학과 공존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일본의 로컬벤처가 유니크하거나 독특해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건 아니고, 사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다만, 일본은 로컬 하나만 앙상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붙이는 개념이 조금 더 디테일적인 부분이 강하죠. 우리나라는 창업자만 두드러지게 주목받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저사람은 아이디어가 좋아서 창업했나보다 하고 바라보게만 되잖아요. 일본은 다양한 사람을 주체로 엮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주식회사 마을>의 개념으로 마을 하나가 주식회사라고 바라본다면 어디는 총무부, 어디는 인사부 이렇게 역할을 나눈다는 책도 본 적이 있어요. 공공과 민간이 떨어져 있지 않고 이렇게 묶여 간다는 게 재미있었고요. 우리는 솔직히 지자체 홍보는 공공기관만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이제 그게 조금 더 주민 쪽으로 더 강조되는 그런 부분도 있고.

또 하나 이제 전체적인 사회 흐름으로 크게 봤을 때 재미있는 거는 산촌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있다는 거예요. 시골 자본주의죠. 시골에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조차 자원이라는 쪽으로까지 끌고 가서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자본주의에 환경 자본주의도 있을 수 있잖아요. 자본주의를 다양한 개념으로 확장 시키는 거죠. 이런 식으로 로컬 벤처에 곁가지로 들어오는 개념들이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로컬 벤처 이야기에는 하나의 것을 확장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느낌이 되게 많이 드네요. 또 아까 말씀하신 로컬 벤처협의회는 본인들 스스로를 중간 지원 조직을 돕는 중간 지원 조직이라고 표현을 한다고 하셨는데, 사실 벤처 하면 우리나라는 ‘IT’ 이게 너무 강해가지고 로컬벤처라고 하면 뭐 로컬에서 IT 회사를 하나 이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렇게 오늘 설명해 주신 사례들을 들어보았을 때는 훨씬 더 다양한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처음에 시작했던 대한민국 로컬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오늘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일본의 사례 이야기가 특히나 많은 시사점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

*이 기획은 비로컬,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더가능연구소가 함께 기획,취재,조사했습니다.

*이 방송은 더가능연구소 조희정 박사의 자문을 받았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저작권자 © 비로컬ㅣ로컬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듭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