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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03.29 20:05
  • 수정 2021.04.13 17:01

[3월특집(4)] 남해에서 즐기는 노마드 라이프 - '유휴 프로젝트' 시작한다

[비로컬 팟캐스트-10회] 로컬씬 Next Step, 플랫폼3: 블랭크, 공집합 그리고 유휴

3월은 로컬씬 Next Step, 플랫폼: 로컬트렌드의 넥스트스텝,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로컬씬 스타트업을 만났습니다. 노마드 리빙 & 워킹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는 블랭크 문승규 공동대표님을 만나서 커뮤니티바 공집합과 빈집 큐레이션 플랫폼 유휴 대해서 나눕니다.

상도동 성대시장 입구에 자리잡은 커뮤니티 바 <공집합>에서 마주한 <블랭크> 문승규 공동대표 (beLocal)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공집합>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블랭크 문승규 공동대표(이하 ‘문’): <블랭크>가 비어있는 공간들을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공집합>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공유하는 게 비어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공유나 공간처럼 공과 관련된 많은 단어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일상을 공유하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공집합>을 만들게 됐습니다.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공집합>은 <블랭크>의 다른 공간들과 비교하면 약간 떨어져 있는 장소잖아요? 장소 선정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문: <공집합>이 술집이다 보니 어느 정도 유동인구도 있으면서 사람들이 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어요. 또 특별한 게 저희 공유작업실 입주자분 중에 <제로웨이스트샵지구>라는 팀이 있었어요. 그분들이 친환경 쓰레기가 발생되지 않는 카페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임대해서 기획과 운영을 함께 해나가고 있어요.

<공집합> 기둥의 네온사인이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면서도 따스하다. (beLocal)

◇윤: <블랭크>가 설립된 시기는 언제인가요?

▲문: 제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상도동을 연구했었거든요. 상도동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는데 이 동네가 다양한 주제의 미션을 가지고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지역이라서 “이 지역은 왜 이런 활동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을까?” 궁금증이 생겨서 연구의 대상지로 선택했어요. 정확히는 상도3동과 4동에 위치한 지역을 대상지로 계획안을 써서 마을 공모전에 참여했고, 그 안이 실제로 서울시 사업으로 진행되면서 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돼서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걸 인연으로 2013년에 사업자를 내면서 <블랭크>를 시작하게 됐어요.

◇윤: 상도동 하면 낙후되었다는 이미지나 인구 밀집 지역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문: 네, 맞아요. 그리고 상도동이라는 지역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고 최근에 원룸 개발이 많이 돼서 신혼부부나 청년 가구,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어요.

◇윤: <공집합> 이전에도 공유공간 운영을 여러 번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수학에서 공집합은 원소를 하나도 갖지 않은 집합이면서도 모든 집합의 부분집합을 의미한다다. 혼자가 모여 여럿이 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기도 한다. (beLocal)

▲문: 첫 시작은 <청춘플랫폼>이라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저희의 필요 때문이긴 했지만, 주민들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프로젝트를 알릴 수 있는 창구로써 부엌 공간을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였어요. 후에 일을 진행하면서 팀원이 늘어나 조금 더 큰 공간이 필요해져 옮기면서, 작업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랑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청춘캠프>가 만들어졌고요. 또 코워킹을 하다 보니 1~2시간씩 통근하면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보이더라고요. 이분들이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를 운영해보고 싶어 <청춘파크>라는 공유주택을 만들었어요. 처음부터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한 것은 아니어서 확장이나 이익에 욕심내지 않고 공간이 유지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책정하고 코워킹, 코리빙의 방향으로 왔어요.

◇윤: 혹시 <공집합>을 시작하실 때도 우리가 먹고 싶은 술 가져다 놓고 편하게 마시자는 생각으로 시작하셨나요?

▲문: 제가 술을 좀 좋아해서 원래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하려고 했어요. 술집 갈 돈으로 아지트같은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거든요. 이 이야기를 멤버들에게 했더니 회사 프로젝트로 같이 해보자고해서 일이 커졌어요. 그런데 <블랭크>의 사업이 되니 브랜딩이라든지 공간 구성과 같은 과정들의 <블랭크>의 관점이 녹여지더라고요. 소액투자로 22분 정도가 참여해 만들어진 자본금으로 공간을 조성하다보니 투자자 커뮤니티가 참여하게 하는 방식을 고민했는데, 그 리워드로 술을 제공하는 것과 함께 ‘호스트 나이트’라는 하루 바텐더가 되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드렸어요.

준비된 다양한 술이 있어 취향대로 술을 즐길 수 있다. 주정강화 와인도 그 일부다. (beLocal)

◇윤: 자기 친구들과 작은 파티를 할 수 있는?

▲문: 하루 동안 호스트가 되어서 자기의 관심이나 주제와 관련된 것들을 공간 안에서 나눠보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인 거죠. 저희가 참여자를 모아드리기도 하고, 개방적으로 열어둬서 일반 손님들이 오시기도 하세요.

◆김: 상도동의 새로운 형태의 의식주를 제공하고 계신 것 같아요.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이 생기면서 <공집합>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 것 같아요.

▲문: 저희도 오픈할 때 “이 술집이 과연 될까?” 생각했어요. 보통 소주 없는 술집은 거의 없거든요. 저희는 무조건 소주는 팔지 말자고 생각했었고, 들여놓은 술 중 대중적인 술이 별로 없었어요. 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 와인, 마데이라 와인, 셰리 와인을 큐레이션 해서 입고했지만, “과연 이 술을 마시러 올까?” 싶었는데! 깜짝 놀랄 만큼, 이 술을 마시러 오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심지어 특정한 양조장의 술을 찾는 분들도 많으셔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술에 대한 취향이 다양하고 넓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동안 이런 술집이 없어서 소비를 안 했던 것 뿐이지 니즈는 있었다는 걸 운영하면서 알게 됐어요.

◇윤: 선반을 잘 살펴보면 양주뿐만 아니라 전통주인 문배술, 설성주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공집합>이 음식 문화의 변방에 자리잡고 있었던 음주 문화를 중심지로 끌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공유 술집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문: <로모>라는 팀의 <삼만항술집>, <엔스페이스>의 <어쩌다BAR>같은 공유 술집들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어요.

위쪽 두 사진은 <블랭크>가 처음으로 조성한 공유공간 <청춘플랫폼>으로 공유주방과 공유공부방을 포괄한 공간이었다. 2019년 4월 이후에는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래왼쪽은 공유 생활공간 <청춘파크> 아래오른쪽 <청춘캠프>다. <청춘캠프>는 이웃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협업공간을 목표로 했다. 공부방과 작업실, 서재의 기능을 담고 있다. (출처: 블랭크 홈페이지)

◆김: 최근 웹사이트의 새로운 서비스를 유추해볼 수 있는 이미지를 하나 올려두셨더라고요. 혹시 그 서비스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문: 저희가 지금 ‘유휴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어요. ‘유휴’라는 이름은 ‘유휴 공간’의 유휴라는 뜻도 있고요. ‘쉼, 휴식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해요. 요즘은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된 것 같아요. 저희 팀원 중에도 일하다가 경주에 내려가서 정착한 멤버도 있고, 저희가 상도동이라는 지역에 온 것도 상도동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선택했거든요. 근데 한 달이든 1년이든 살아봐야 그 지역에서 내가 정말 정착하는 게 좋을지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이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주거공간이라는 걸림돌이 있으면 시도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셰어하우스처럼 가볍게 살아볼 수 있는 공간, 그런 경험을 제공해주고자 ‘유휴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4월 오픈 예정이고요. 웹사이트에 지방, 소도시에 내려가서 정착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업로드하고, 빈집 정보와 공간 임대료나 수리비용 등의 정보를 정리해 공유하려고 해요. 우선은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고요. 빈집들의 일부를 저희가 직접 수리해서 일종의 주거 구독을 할 수 있는 멤버십 하우스 형태의 서비스를 계획 중에 있어요.

◆김: 특정 금액을 결제하면 돌아다니면서 살아 볼 수 있는 건가요?

▲문: 그렇죠. 여러 지역에 저희가 운영하는 집들이 있으면 원하는 만큼 원하는 지역에서 살아볼 수 있는 거죠.

◇윤: ‘유휴 프로젝트’가 좋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서 다른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협력하는 일들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문: 사실 저희도 첫 지역을 어디로 선정할지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플랫폼을 준비하면서 한 지역의 정보만을 알릴까, 여러 지역의 정보를 알릴까를 고민하다가 남해의 <팜프라>라는 팀을 시작으로 남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실제로 정착한 <해변의 카카카>, <물건너온세모점빵> 등을 만나게 되었어요.

모두 다양한 이유로 남해에 오게 되셨는데 이분들을 찾아다니면서 만나고 나니 여러 지역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하나의 지역을 깊게 알려주는 것이 저희 플랫폼 성격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남해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그 지역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했어요.

근데 저희가 매력적인 빈집들을 보려고 하는데 그런 건 없냐고 하니 매물이 올라와 있지 않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고민이 컸는데 이장님들을 찾아가서 주변에 부동산을 내놓고 싶어 하시는 분이 없냐고 여쭙다 보니 10개 정도의 공간을 찾게 되었어요.

빈집 큐레이션 플랫폼, 유휴 (출처: 블랭크 홈페이지)

◆김: 남해를 선택하신 이유 중 하나는 콘텐츠가 많아서이기도 하겠네요.

▲문: 그렇죠. ‘유휴 프로젝트’는 일종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계속해서 제안해줘야 하는 플랫폼인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는 서울과 완전히 반대되는 지역을 고민하게 된 거죠. 서울에서 경험할 수 없는 거를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지역이 어딜까? 생각을 했을 때 남해만 한 지역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종의 지방살이에 대한 로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을 잘 실현하고 있는 사람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선정하게 된 거예요.

◆김: <블랭크>에서 해왔던 오프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개발들과 달리 이번 프로젝트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남해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하니 새로운 도전이 되겠네요.

▲문: 네. 저희도 이게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게 될지는 한번 오픈 해봐야 알 것 같고, 온라인 기반이긴 하지만 오프라인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면서 플랫폼을 계속 다듬어 나가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이 지역에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주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김: <블랭크>가 제안하는 새로운 로컬의 느낌이네요.

▲문: 저희가 직접 제안을 한다기보다 이미 저희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살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목표라면 지방살이라는 것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게 목표긴 합니다.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밋빛만은 아니거든요.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점이 있음에도 저마다의 이유로 그 지역에 살고 계신 건데 보통 언론에서는 지방 이주나 귀촌 같은 것들을 굉장히 포장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걸 보고서 온 사람들이 내려와서 실망감이나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해서 저희는 장점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김: 마지막으로 ‘유휴 프로젝트’의 오픈 날짜 알려주세요.

▲문: 4월 1일 오픈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에 있어요. 오픈하고 4월 한 달 동안은 남해에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 꼭 남해에 와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하루나 이틀, 길게라도 원하는 만큼 살아볼 수 있게끔 하는 오픈 하우스로 공간을 오픈할 예정이에요. 테스트 기간이 끝나면 5월부터 정식 서비스로 제공하며 공간을 운영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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